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01화
35. 리액션(3)
전방으로 활을 겨눈 아몬드.
그를 보고 시청자들이 전부 기겁했다.
-아몬드 네가 아무리 미쳤어도 이게 정말 실화냐?
-다이아 승격전에 자살 리액션 ㅅㅂ ㅋㅋㅋㅋㅋ
-진짜 상남자로 인정한다
-여기서 방종?! ㅋㅋㅋ
-엌ㅋㅋㅋ 무친…….
-근데 왜 머리 위로 안 쏨?
-아몬드 무친놈아 승격 안 될 수도 있어!!
아몬드는 씩 웃으며 활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시작부터 급격하게 우측으로 꺾였다.
너무 격하게 커브가 들어간 화살은 우측으로 꺾이고 꺾이다가 아예 한 바퀴를 돌아버린다.
-!?
-ㄷㄷㄷㄷ
-헐
-와우
-미친ㅋㅋㅋㅋ
푹!
그리고 아몬드의 뒤통수에 정확하게 꽂혔다.
-무쳤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 짜! 광! 기!
-헐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된다고!?
-엌ㅋㅋㅋㅋ 미치겠닼ㅋㅋㅋㅋ
[10등]이런 글자가 떠오르고, 순식간에 화면이 어둠에 잠겼다.
[스트리밍이 종료되었습니다.]-???
-아니, 그러고 보니 다이아 간 거야 만 거야?
-미친 다이아 간 거는 보여주고 가 견과류 놈아 ㅋㅋㅋㅋㅋ
-와 ㅅㅂ ㅋㅋㅋㅋ 가버렸네
-ㄹㅇ 해버렸누
* * *
“……오. 진짜 되네.”
아몬드는 캡슐 안에서 만족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방종 리액션을 위해서 준비했던 버튼이 먹힌 것이다. 방송 종료용 가상 버튼이었다.
캡슐 게임은 기본적으로 어플 간 간섭이 불가능하지만 하드웨어의 기능이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후. 결과 좀 볼까.”
아몬드는 이만 필드에서 대기실로 들어갔다.
방송만 종료됐을 뿐이니, 아직 게임 속에 있는 건 그대로였다.
가상 공간 속 대기실.
나오자마자 아몬드를 반기는 건 눈부신 빛이었다.
그곳에 새겨진 글자.
[다이아몬드 Ⅴ]다이아몬드 5티어였다.
승격에 성공한 것이다.
아몬드는 허공에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됐구나.”
목표한 바를 이뤄냈다.
시청자들과의 약속도 지켰다. 마지막엔 멋지게(?) 리액션도 완수했다.
한마디로 스트리머로서 시청자들에 대한 도리를 다해냈다.
정말 프로답고 완벽하게.
쿵. 쿵.
주혁이 캡슐 뚜껑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있었다.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잔뜩 흥분한 목소리다.
치이익──
뚜껑을 열고 일어서자, 그의 고함이 더 크게 들렸다.
“크롸롸롸롸롸롸!”
무슨 드래곤이 포효를 하듯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
“다이아 갔지?! 어? 나 전적 사이트에서 봤어! 인마!”
주혁은 그새를 못 참고 전적 사이트에 들어가서 아몬드의 랭크를 확인했나 보다.
방송이 꺼지는 바람에 그 역시 랭크를 확인 못 했었으니까.
주혁이 봤다는 말은, 지금쯤 이미 시청자들 중 손이 좀 빠른 사람들이라면 다 확인했을 거라는 얘기가 됐다.
“와아아! 마지막 방종까지 완벽했다! 넌 그냥 방송 천잰가 봐! 크으으!”
주혁이 이렇게까지 신난 모습은 처음이었다.
상현은 본인보다도 더 신나 버린 주혁을 보면서 당황했다.
방종까지 칭찬을 하다니. 그건 그냥 약간 트롤짓 같은 거 아니었나?
“바, 방종까지? 그건 그냥 개그잖아.”
“개그?”
방방 뛰던 주혁이 갑자기 차분하게 안경을 번뜩였다.
“하? 그게 개그라?”
“……왜 네가 기분 나빠하는 거냐.”
“그건 개그가 아니야.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아몬드가 다이아를 1주 만에 개박살 내고, 전자파의 기록을 무려 25%로 단축시켜 버린 이 여정에 완벽한 마침표다. 수미쌍관이라고 들어는 봤냐?”
“체육 출신이어도 그런 건 알지.”
“그래. 딱 그거야. 의미가 있다고, 의미가!”
“너무 억지 같은데.”
피식.
상현이 웃으며 그렇게 대답하자, 주혁은 되레 그럴 줄 알았다며 받아친다.
“어,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자, 왜 네가 천재라는 건지 알려줄게. 딱 봐 봐.”
척.
주혁이 자신 있게 내민 휴대폰 사이트는 제이버다. 국내 1위 포털 사이트.
그중에서도 실시간 검색어를 보여주고 있었다.
7위) 다이아몬드
그중 7위가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
이때까지 상현은 ‘이게 뭐 어쨌다는 건지’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6위를 보고.
6위) 아몬드 랭크
5위마저 봤을 땐.
5위) 아몬드
저 다이아몬드가 누굴 겨냥한 검색인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상현은 이제야 주혁이 뭘 말하고자 하는지 알았다.
“자. 네 방종이 왜 신의 한 수였는지 알겠지? 다른 광고 회사는 돈 퍼부어서 알바 쓰고 이벤트 벌이고 별 염병을 다 떨어야 오르는 게 바로 실검이다.”
주혁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적당한 타이밍에 방종해 버려서 다이아를 갔는지, 아닌지 알 수 없게 해버렸지! 그렇게 하니까 무려 1.3만 명의 알바를 무료로 고용해 버린 거다!”
1.3만의 알바를 공짜로 고용했다. 주혁이 이렇게 표현하니까 뭔가 대단한 마케팅을 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실제로 상현이 의도하진 않았어도 대단한 마케팅을 해버린 게 맞았다.
주혁이 한 말은 과장 하나 없이 사실 그 자체였으니까.
제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 위해 각 회사의 마케팅 부서가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이는지, 상현도 당연히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걸 그냥 공짜로 해버렸다.
아니, 심지어 후원 리액션으로 한 거니까 돈을 받고 한 거나 마찬가지다.
“와.”
상현은 나지막이 감탄을 뱉었다.
주혁의 기똥찬 설명에 감탄한 것도 있지만, 그보단 자신의 이런 운빨에 대해서 더 감탄했다.
‘이렇게 일이 잘 풀릴 수가 있나?’
방종 리액션은 전혀 이런 의도가 없었던 콘텐츠다. 이건 그냥 운빨이었다.
물론 그렇게 말해도 주혁이 ‘넌 그래서 천재라는 거야’라고 대답할 게 뻔하니, 상현은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마케팅 천재라니, 난 그런 거 하곤 거리가 멀다.
활이라면 모를까.
흥분해서 아직도 침을 튀기며 떠들고 있는 주혁을 바라보며 상현은 생각했다.
오히려 마케팅에 천재적인 건 주혁이 아닐까?
누군가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지나칠 법한 현상을 깊이 파고들어서 인과를 다 분석해 내는 놈이다.
* * *
이날 저녁, 곧바로 기사가 떴다.
[신예 스트리머 아몬드, 1주 만에 다이아몬드 랭크 격파!]배틀 라지의 공식 홈페이지 기사였다.
-와 공홈에서도 기사 띄워주네?
└당연하지 아몬드 월클인데 ㅋㅋㅋ
└캬 월몬드
-와 이거 실화냐? 시청자 100명일 때부터 봤는데 가슴이 웅장해진다 ㅅㅂ
-처음부터 남다르긴 했지.
-활을 특출나게 잘 쏘던데, 다른 게임은 어떨까 싶네. 여하튼 ㅊㅊㅊㅊ
└이 남자…… 릴에선 어떨까?
-와 공홈 기사 ㅋㅋㅋㅋ 굳
게임 공식 홈페이지에 기사가 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렇게 어떤 특정 기록이 갈아치웠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바꿔 생각해 보면 게임사에서도 공식적으로 아몬드가 신기록을 세웠음을 인정한 셈이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당연히 배라31 커뮤니티에선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아몬드 1주 만에 격파! 무려 1/4만큼 시간 단축!] [캬 아몬드 압도적인 기록!] [아몬드 안 된다고 했던 새끼들 다 어디 갔누~~~~? ㅋㅋㅋㅋ] [지린다 진짜 ㅋㅋㅋ 아몬드!] [이걸 1주 만에 한다고? ㄹㅇ 괴물이네]게시글의 8할이 아몬드에 대한 얘기였다.
배라 31은 본래 배틀 라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면 곧바로 삭제되는 시스템인데.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와 나 아몬드 믿었는데. 이걸로 토토나 할걸 ㅅㅂ] [랄로 : 아몬드라는 코인이 있었다면 샀을 것.]이런 식으로 배틀 라지에 관한 내용 없이 무작정 아몬드를 연호하는 글이나 그에 대한 칭찬 글도 삭제 없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정확히는 일일이 삭제를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은 글이 쏟아진 것이다.
마치 월드컵 기간에 거리로 몰려나온 응원단을 보는 것 같았다.
배라 31은 아몬드에게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던 커뮤니티인데, 지금만큼은 완전히 친 아몬드 커뮤니티로 돌아선 모습이다.
이쯤 되면 아몬드에게 무한한 호감을 보냈던 킹덤 에이지 커뮤니티, 킹치만의 소식이 궁금해진다.
[킹치만의 자랑! 아몬드! 배틀 라지 대가리 뿌쉈다!] [킹덤 에이지가 가장 강한 게임이라는 걸 전 세계에 알려라, 아몬드!!!] [대단하다 ㄹㅇ 나 진짜 시청자 10명일 때 봤는데 ㄷㄷ 감개무량.] [와 어떻게 한 달 만에 스트리머 하나가 저렇게 성공 가도를……. 오진다.]킹치만은 비교적 마이너한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소속감 같은 게 있는데.
덕분에 그들은 아몬드가 킹치만의 소속이라며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했다.
[이제 배틀 라지 때려치우고 로제니타 루트 해주냐? ㅠㅠ] [설마 이제 다시 킹덤으로 복귀……? ㅎ]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아몬드 님, 킹덤 솔직히 2회차 정도는 클리어해 주셔야죠? ㅎㅎ]그들 중 몇몇은 아몬드가 목표를 이뤘으니, 킹덤으로 다시 복귀할 것이라고 상상해 보기도 했다.
실제로 아몬드는 로제니타 루트를 다시 플레이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매니저인 주혁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 시점에 마이너 게임인 킹덤으로 다시 회귀하는 건 최악의 수였다.
어찌 됐든 아몬드는 상업적 이득을 취해야 하는 파트너 스트리머다. 그는 다음 게임도 꽤나 메이저 쪽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메이저에서 한 번 더 성공을 거두면 그때야 예전에 했던 킹덤을 다시 할 여유가 생길 터다. 그러면 아마 여러 가지 솔로 패키지 게임들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지이잉─
주혁의 휴대폰이 울렸다.
또 축하 메시지 중에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는 눈길만 잠시 주고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는데.
‘아. 그랬지.’
누구에게 온 메시지인 줄 알고는 바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풍선껌 매니저 박성태 : 방송 잘 봤습니다. 심지어 인기 검색어까지 오르셨더군요. 저희 쪽에서 판을 깔기가 너무 쉬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단순히 축하 메시지가 아니었다. 그 콧대가 높은 풍선껌의 매니저가 감사 인사까지 전해왔다.
지이잉?
이어서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도 단순히 무시하기엔 쉽지 않은 메시지다.
[펑크 오 실장님 : 키야. 지리던데? 검색어까지 오르는 거 우리 이사님도 확인하셨어. 국궁 쏘러 가는 거 진짜 될 것 같아. 아, 박성태 씨한테도 얘기 들었는데, 둘이 합방한다며?]이사한테까지 실시간으로 아몬드에 대한 소식이 들어갔구나.
주혁은 미소를 지었다.
수많은 파트너 스트리머 중에 아몬드의 소식이 이사에게 직통으로 꽂힌다는 건 미소가 절로 나오는 일이다.
그는 잠시 메모장을 켜서 여러 번 문장을 점검한 후 둘에게 답장을 보냈다.
“후아.”
다 쓰고 나서 의자에 눕듯이 기댄 주혁.
그는 이마에 한 방울 맺힌 땀을 닦아내며 생각한다.
‘꿈 같은 시간이구나.’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다.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는 더더욱 그렇게 느꼈다.
[펑크 오 실장님 : 아, 참. 내일 광고비 정산일인데 한번 확인해 봐! 트리비도 내일 아냐? 한턱 쏴~!]다이아 등반이 너무 중요해서 잊고 있었는데.
내일이 정산일이다.
“그러고 보니…… 트리비도?”
펑크와 트리비의 정산일이 같았다. 매달 말.
지난 한 달간의 방송 여정이 돈으로 환산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