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1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46화(1017/103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46화
47. 제대로 된 수작(2)
“그…… 근데 대감. 그 마을 좌표가 정확히 어디였습니까?”
“방송 돌려봐야 돼.”
방송을 돌려보려면 게임을 나가야 한다.
대부분 온라인 게임에 걸려 있는 방송 락으로, 방플을 제한하고 캡슐의 리소스를 절약하는 시스템.
“지금 나가진 마시고요. 일단은 회의를 할까요?”
아몬드가 뭘 할지 모르기 때문에 단봉이가 급히 따라온다.
“현실적으로 지금 저희가 거기 위치를 알아내서 당장 치는 건 어렵습니다. 신입들도 이제 막 들어왔구요. 그리고…….”
단봉이가 서크 날짜 계산기를 켜면서 첨언했다.
“이제 5일입니다요.”
“오일? 그건 또 어디서 구하는데?”
“oil(석유, 기름)이 아니라, 시간으로 5일이요.”
“……?”
아몬드는 머리를 갸웃했다.
시간으로 5일이 뭔 말이야.
“그 자식들요. 침략자들. 오렌지 마을.”
단봉이는 파프리카 마을을 오렌지 마을이라 불렀다.
그 주민들 중 오렌지의 정체, 딱 하나를 알고 있어서다.
“걔네가 5일 뒤에 온다고 했거든요. 서크 시간으로. 그게 이제 곧입니다요.”
“아……!”
그쪽으로 가기도 전에 그놈들이 먼저 올 거란 말이다.
“그리고 사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요.”
단봉이는 또 계산기를 좀 두들겨 본다.
-단봉이가 다 하네
-또 외장호두를 얻은 아몬드……
-ㅋㅋㅋㅋㅋ제갈봉명 ㅠ
“몬스터 웨이브. 이거 오늘 밤에 옵니다. 현실 시간과 서크 시간 밤이 맞춰질 때요.”
치즈마을 속에서 밤이 되면 몬스터가 더 많이 생겨나는 건 맞지만, 진짜 웨이브가 몰려올 때는 현실 시간에서도 밤일 때다.
이 단봉이가 몸으로 부딪치면서 알아낸 데이터.
“음…… 알았어. 좋아. 잘했다.”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단봉이는 직감했다.
그는 뭔가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짝.
아니나 다를까 아몬드가 신입들을 향해 박수를 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닌가?
“자. 점심시간이다. 밥 먹고 보자고.”
“?”
한참 기사단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신입들이 열띤 토론을 하던 와중이었다.
근데 점심시간이라더니.
뿅.
아몬드가 로그아웃했다.
“어…….”
모두 일순간 당황했다.
이들은 점심시간을 칼같이 챙기는 스트리머를 눈앞에서 본 게 처음이다.
이때 누군가 말한다.
“와. 기사단 워라밸. 미쳤다.”
-ㅋㅋㅋㅋ문화충격 ㅋㅋㅋ
-아 진짜 찐 점심 말하는거? ㅋㅋ
-대박ㅋㅋㅋㅋ
-ㄹㅇ 회사 점심시간이눜ㅋㅋ
-인간 아성 그 자체 ㅋㅋㅋ
“에휴.”
단봉이는 한숨을 쉬며 자신도 그냥 로그아웃해 버렸다.
“그래. 점심 먹고 보자~”
뿅.
“와. 저희도 그럼─”
그러나 이 점심시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활용되는 건 아니었다.
“──잠깐!”
쿵.
고봉이가 로그아웃하려는 신입들에게 호통쳤다.
“이 자식들. 빠져 갖고 니들이 어딜 먼저 나가?!”
“헉…….”
“죄, 죄송합니다앗!”
일전에 모두 자리를 비웠다가 어떻게 됐는지 아몬드는 기억 못 해도 고봉이는 명확히 기억한다.
“너희들은 2교대다. 붕이 먼저 나가고, 그다음 숭이들. 알았나?”
“예!”
척!
1, 2, 3차 시험을 거치며 어찌나 기합이 들어간 건지,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납득한다.
-ㅋㅋㅋㅋㅋㄹㅇ 군대네
-짬순ㅋㅋㅋ
-전화대기 ㅅㅂㅋㅋㅋㅋ
-2교대 ㅋㅋㅋ
-선임들은 다 나가고?ㅋㅋ
“홍송이. 레송이. 얘네가 적응할 때까지 너네도 마찬가지다.”
“……넵.”
신입들뿐이 아니다.
점심시간을 온전히 쓰는 건 봉자 배까지였다.
붕이들에겐 홍송이가, 숭이들에겐 레송이가 배치됐다.
이들이 각각의 분대장 역할인 것이다.
-인원배치 고트 ㄷㄷ
-이…… 이게 고구마?
-고트마 ㄷㄷ
-이게 조교출신 ㅋㅋㅋ
-여태 어케 참았누 ㅋㅋㅋㅋㅋ
“점심시간은 넉넉히 오후 3시까지다. 그전까지 모두 복귀해서 모이도록!”
“예!!”
고구마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인원 배치에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와중에 모솔은 시청자만 들리는 채널로 중얼거렸다.
“와…… 존나 재밌어.”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 진짜로 흥분한 모습.
그렇다.
그는 밀덕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변태냐?ㅋㅋ
-미필이라 할 수 있는 말ㅋㅋㅋ
-군대놀이가 재밌긴해 ㅋㅋ
-ㄹㅇ 기사단 뽕 차긴함
-여태 모솔 방송에서 다른 사람 목소리 젤 많이 들리긴함
* * *
기사단이 평화로운 점심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도우너츠가 선언한다.
“이제 슬슬 투표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는 운영진을 붙잡고 말했다.
“이제 곧 침략입니다. 마을 사람들을 한군데 모아서 투표할 수 있게 해주시죠.”
그로서는 지금 타이밍에 투표를 하는 게 최선이었다.
기사단은 아직 머릿수가 많지 않고, 농협은 머릿수를 오히려 더 늘렸다.
투표에선 압승일 거다.
그러나 시간이 끌리면 기사단의 추종자들이 더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해야 한다.
“투표요?”
운영진 까망베르가 도우너츠에게 물었다.
그들은 이 얘기를 처음 듣기 때문이다.
“예. 저희가 곧 침략자들한테 식량을 상납해야 하는데……. 그 배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투표가 있어야죠.”
“으음…….”
까망베르는 애매하다는 듯 턱을 쓰다듬는다.
“그건 주민들 의견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바로 투표를 할 순 없죠.”
“예, 뭐가 됐든 좋습니다. 그냥 자리 마련을 좀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모두에게 이런 알림이 왔다.
띠링.
[잠시 후, 오후 2시 30분. 침략자 대비책 주민 전체 회의가 있습니다. 표시된 지역으로 모여주세요.]농협은 대비가 되어 있었지만,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던 주민들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
“뭐야? 갑자기?”
“이거 투표하려는 거 같은데?”
“아니, 이걸 이렇게 공지하는 게 어딨어?”
갑작스럽지만 운영진 측도 어쩔 수 없었다.
서크 같은 게임은 각자 플레이 방식이 워낙 마음대로라서, 그런 플레이어들을 하나하나 다 기다려줬다간 진행이 안 되기 때문.
결국 주민들은 오후 2시 반에 광장에 모였다.
까망베르가 회의 주최자로서 무대 위에 올라섰다.
“반갑습니다. 주민 여러분? 다름이 아니라 바로 오늘입니다. 아, 서크 시간으로는 내일인가요?”
웅성웅성.
뭐가 오늘이라는 거지?
다들 의아해하고 있다.
그렇다.
침략자들이 왔던 그 순간을 모두 잊은 것이다.
그리고 현실 시간과 서크 시간이 달라 헷갈리는 것이다.
그간 농협과 기사단의 갈등 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일이 있었다.
누군가는 약초를 캐며 모험을 떠났고, 누군가는 방앗간을 설계하며 빵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니 잊고 있었다.
“지구 시간으로 오늘 저녁. 침략자들이 다시 식량을 받으러 올 것입니다.”
“……!”
이 마을에 침략자가 왔었다는 사실을.
“치즈마을 주민 여러분은 모두 이 안건에 대해 회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 분께서 투표를 원한다고 하셨는데…….”
까망베르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결론을 말한다.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불가능합니다.”
“예?”
농협 쪽 일원들이 놀랐다.
투표가 안 된다니 무슨 소리야?
“물론 여러분들이 알아서, 시설을 만들어서 투표를 할 수는 있지만. 공식적인 투표는 아직 안 됩니다. 투표에 필요한 건물이 없기 때문이죠.”
웅성웅성.
마을이 시끄러워진다.
투표에 필요한 건물?
뭔가 말이 이상하다.
마치 어떤 건물을 꼭 지어야 한다는 말 같잖은가.
치즈마을은 그냥 자기 마음대로 아무거나 짓고 노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문명이 발전하는 데엔 필요한 건물과 집단이 존재합니다. 이번 안건에 대해서만 저희 운영진은 협의 끝에 힌트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뭔데
-??
-마을에 뭐가 있는거임??
-마을 시스템 기믹이 더 있나봄
“의회를 만드십시오.”
의회.
이 말이 나오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거세졌다.
“아니, 뭔 건물을 짓든 우리 마음인데! 그게 의회인지 뭔지 어떻게 판정됩니까?”
그렇다.
방구석에 의회라고 붙여놓고, 거기서 의결을 하면 그게 의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교회가 지붕에 십자가를 달아야 하는 건 아니듯.
의회라고 해서 꼭 거대한 파르테논 신전식 기둥을 세워두고 웅장한 입구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운영진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온다.
“어떤 것이 의회로 판정될지…… 그건 여러분이 찾으셔야 합니다.”
“!?”
뭔가 숨겨진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짝.
운영진은 더 이상 숨겨진 요소로 너무 주의가 쏠리지 않게 화제를 전환했다.
“일단 여기 회의실을 준비했으니, 들어가시죠.”
작은 교회 같은 건물이었다.
“이제부턴 저흰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운영진은 건물만 제공하고는 물러났다.
그 후, 사람들을 둘러보며 도우너츠가 말했다.
“자. 음…… 회의에 올 사람은 다 온 거죠?”
-안 온 사람 손?
-그걸 여기에 물어보면 어쩌라고 ㅋㅋ
-이게 뭔 ㅋㅋㅋ
-ㅋㅋㅋㅋㅋㅋ기사단 없엉
기사단이 없다.
도우너츠도 파악했다.
다만 왜인지는 몰랐다.
‘어디 간 거지?’
설마하니 또 점심시간이라고 나간 건가? 그때처럼?
피식.
도우너츠는 웃었다.
안일한 것들.
“일단 회의를 시작─”
그때였다.
──쾅!
“잠깐!!”
누군가 쏜살같이 달려와 문을 붙잡는다.
[모솔]모솔이었다.
“뭐, 뭐 하시는 거예요? 도우너츠 님. 기사단을 빼놓고 회의하려구요?”
응?
도우너츠가 모솔을 보며 빵 터진다.
“아니, 모솔아. 네가 무슨 기사단이야? 왜 기사단 걱정을 해? 여기 와서 너도 앉아. 그 자식들이 너한테 한 짓을 여기서…….”
그는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붕이라고 해주시죠.”
“……뭐?”
푸훕!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번져 나간다.
모붕이라니. 뭐라는 거야.
도우너츠도 어이가 없어 되묻는다.
“뭔 붕이? 네가 갑자기 왜 붕이야?”
“그야…….”
그때였다.
모솔 뒤쪽으로 중무장한 기사단원들이 도열한다.
척, 척, 척!
먼저 식사를 마치고 온 붕자 배 기사들이다.
-뭐야??
-헉 ㅋㅋㅋ
-쩐다
-와 모솔 출세했누
-헐 뭐야?
기사들 중 한 사람이 모솔 옆에 함께 서며 말한다.
“모솔이는 기사단에 입단했고, 당당하게 붕자 배를 받았습니다.”
“!”
그녀는 붕자 배를 인솔한 홍송이였다.
“무…… 무슨……. 모, 모솔이 기사단에 입단했다고!?”
부모를 죽인 원수의 양자로 들어갔다는 말을 듣는 것 같은 표정의 도우너츠.
“그게 무슨 말이야!?”
모솔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모솔을 보며 물었다.
“마, 말 그대로입니다……!”
그는 도우너츠의 고함에 약간 주눅 든 듯하면서도 끝까지 말했다.
“기사단입니다. 붕자 배예요!”
“그러니까 네가 왜…….”
홍송이가 옆에서 거들었다.
“거짓만 일삼는 농협에 신물이 나서 모붕이는 비록 농부 2차지만 기사단에 지원했습니다. 뭘 그리 놀랍니까?”
도우너츠는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
“지금도 봐봐. 기사단 오지도 않았는데. 회의 시작하려는 거.”
홍송이가 역겹다는 듯 내려보며 뒤쪽에 손짓했다.
“얘들아.”
“예!”
“여기 문 딱 지켜라.”
“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아니 ㅋㅋㅋ
-깡패냐곸ㅋㅋ
-미쳤다 ㅋㅋ
-홍송이 포스 ㄷㄷ
척, 척, 척.
그들은 문을 닫으려 했던 자들을 밀쳐내고는 문을 열어놓은 채로 딱 지키고 서 있었다.
농협의 간부들이 테이블 쪽에서 소리쳤다.
“미친 거 아닙니까! 이거!”
“이거 완전 군사행동이잖아!?”
“저, 저런 건방진! 당장 문 닫지 못해!?”
그러나 그들은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거기서 뭐함?ㅋㅋㅋ
-다들 가만히 앉아있누 ㅋㅋ
-아재들ㅋㅋ 한발짝도 안움직옄ㅋㅋ
“에헤이…… 그 참. 더럽네.”
“내 소싯적엔 말이야! 어?! 이것들이 그냥…….”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냥 앉아서 욕하는 게 전부였다.
“대감께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곧 오실 시간이 됐으니. 조금만 기다리시죠.”
홍송이는 비켜줄 생각이 없었다.
이를 구경하는 주민들이 혀를 내둘렀다.
“와…… 무, 무슨 이거 세계관 최강자야?”
“아몬드가 대감이지? 완전 치즈마을 실세네.”
“미쳤다…… 개멋있어.”
기사단의 무력시위는 회의에 참여하기 위한 행동임과 동시에 큰 홍보였다.
마을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은 이들은 다 모여 있는 회의장에서 이런 일을 벌였으니 말이다.
특히 지금─
“아몬대감 납시오오오오!!”
쿵. 쿵…….
북소리가 들리더니.
저 멀리에서부터 수많은 기사들이 행진해 오기 시작했다.
그 가장 전방에서 걸어오는 이곳의 실세.
[아몬드]왼편에선 고봉이가 거대한 깃발을 휘두르고, 오른쪽엔 단봉이가 서서 호위했다.
그들의 바로 뒤쪽에선 이번에 새로 입단한 ‘바드’가 열심히 북을 쳤다.
쿠웅! 쿵!
북소리에 따라 아몬드가 계단을 올라, 회의장 앞에 선다.
“흠.”
아몬드는 천천히 회의장 안을 둘러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농협의 정 반대편 상석이었다.
쿵.
마지막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서, 기사단이 하나둘 회의장으로 전부 입장했다.
“…….”
회의장엔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캬
-포스 ㄷㄷ
-이게 기사단이지
-미쳤냐고 얘네들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
-이 땅의 왕이다……
-크ㅠ
농협은 미리 회의를 시작하려다 되레 아몬드가 주인공처럼 보이게 만들어버렸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