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1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49화(1020/103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49화
48. 기사단 vs 파프리카(2)
서크에선 주변에 보이는 모든 걸 캐서 네모난 블록으로 만들어 소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닥의 흙을 곡괭이로 몇 번 치면 블록이 되어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다.
그 대상이 액체나 기체만 아니라면 뭐든 파낼 수 있다.
바로 이런 원리다.
기사단이 만든 함정 말이다.
기사단은 적들이 서 있게 될 위치 밑을 파버렸고.
그 지반 밑에 폭탄을 설치한 것이다.
그리고─
“죽어.”
딸깍.
단봉이가 버튼을 눌러 원하는 때에 이들을 깊은 구렁텅이로 빠뜨렸다.
콰아아앙!
“!?”
전혀 예상치도 못한 지형지물을 이용한 공격.
파프리카 마을의 모두는 속수무책으로 밑으로 하강했다.
“뭐야?”
“어라?”
“응?”
리더인 새우 역시 자신이 밑으로 떨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당해 버렸다.
“미이이이미치이이이이인?!”
후우우웅……!
어찌나 지독하게 깊게 파놨는지, 내려가는 시간이 거의 몇 분으로 느껴질 정도로 길었다.
갑작스레 시작된 자유 낙하는 비록 게임일지라도 인간의 머리를 새하얗게 만들기에 충분한 공포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으어으어어어어어!”
다른 파프리카 주민들도 온갖 비명을 지르며 패닉에 빠졌다.
완전히 패배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아냐.’
새우가 그 비명들을 뚫고 외쳤다.
“진정해!”
그는 서바이벌 크래프트를 전문으로 하는 스트리머.
이 상황이 사실 그렇게까지 망한 건 아니라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는 안 죽어!”
대충 깊이를 가늠해 보니, 꽉 찬 HP를 한 번에 날려 버릴 정도의 높이는 아니다.
그 정도가 되려면 거의 고층 빌딩 수준에서 뛰어내려야 하는데.
기사단 놈들이 아무리 악독해도 그만큼을 팔 순 없었다.
“내려가서 다시─”
새우가 뭔가 말하려는 순간.
──쿠웅.
[체력 49%]바닥에 닿으면서 체력이 날아갔다.
“컥!”
“으억!”
“아 씨…….”
확실히 그의 말대로, 파프리카 주민들이 아직은 다 살아 있는 모습.
문제는 같이 떨어진 다른 것들.
몬스터들이다.
“크르르르…….”
인간만 안 죽은 게 아니다.
저들도 모두 살아 있다.
컹!
아우우울프들이 곧바로 달려든다.
이곳에선 도망칠 공간도 거의 없다.
졸지에 치즈마을 대신 몬스터들과 싸워주게 됐다.
“제, 제기랄!”
“아니, 이게 뭐야!”
그때였다.
“쫄지 마!!”
콰아아앙!
새우의 외침과 함께 손바닥에서 시뻘건 선이 쏘아졌다.
[마그마 빔]정확한 조준으로 몬스터를 관통하는 빨간 용암 줄기.
“크어어어어어!”
“캬아아악!”
아우우울프 정도는 순식간에 정리되는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좋았어! 용암술사!”
그런데 희한한 일이 생겼다.
“어?”
화르르르륵!
용암을 몇 번 쏘니까 갑자기 사방팔방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
새우는 바닥을 내려본다.
미끈한 뭔가가 뿌려져 있다.
그것도 잔뜩.
‘촛농……?’
불길을 유지시킬 촛농, 그리고 불에 잘 타는 마른 나뭇잎과 천 쪼가리.
‘이 자식들…… 작정했구나?’
화르르르르륵!!!
불길은 순식간에 구덩이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로 번졌다.
몬스터와 함께 가둬서 죽인다는 계획인 줄 알았더니.
불지옥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식으로 죽이려 했던 것이다.
파프리카 주민들은 또 패닉에 빠졌다.
“아아아아악!”
“불이야! 부우울!”
“사, 상태 이상! 상태 이상!”
불에 입는 대미지는 생각보다 크진 않았다. 옵시디언 덕분이다.
그러나 다른 게 문제다.
[연기 과흡입] [산소 부족]벌써부터 이상 증상이 시야 한편에 뜨기 시작한다.
아까처럼 열린 공간이 아닌, 사방이 닫힌 공간.
연기가 과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위로 가야만 살 수 있다.
“블록 쌓아! 블록!”
“블록 쌓아라아!”
그나마 같은 서크 스트리머인 파슬리가 새우의 명령을 받고 복창했다.
몇 번 반복하자, 모든 주민들이 블록을 자기 발밑에다 쌓으며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점프하면서 밑에 블록을 채우는, 서크를 하면서 꼭 익혀야 할 잡기술.
“연습한 거 기억나지!?”
파프리카는 서크를 처음 하는 파프리카 스트리머들에게도 서크에서 쓰일 잡기술을 전부 전수했었다.
“아, 아! 그, 그거!?”
“그래!”
모두가 최고 전투원이 되어야만 비선별인원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탓이다.
덕분에 그들은 강해졌다.
퉁, 퉁, 퉁.
모두가 순식간에 자기 발밑에 블록을 설치하며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퉁, 퉁, 퉁.
“되, 된다! 된다아!”
“가자! 다시 위로!!”
다들 게임을 곧잘 하는 사람들이라 손재주가 좋다.
퉁, 퉁, 퉁…….
블록을 밑으로 쌓으며 다시 점프.
다시 블록.
또 점프.
모든 인원이 순식간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금세 불길을 벗어나, 다시 지상으로 향했다.
특히 서크 고인물인 새우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거의 날아가는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촤라라라락!
이제 거의 위에 닿기 직전.
“미, 미친, 벌써 올라옵니다요!”
“뭐라고!?”
아래를 내려보던 고봉이와 단봉이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이에 새우는 웃음이 나왔다.
“으하하하하! 고작 이런 걸로 우릴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나!?”
치즈의 기사단 놈들에게 피의 복수를 할 차례다.
척!
마지막 블록까지 쌓아, 이제 아예 동등해진 높이.
“싹 다 녹여주마.”
콰르르르르……!
그의 손에 뜬 용암 오브가 진동했다.
“젠장…….”
“망할 침략자들.”
땅속에 처박아도, 불로 태워봐도, 기습을 해봐도 파프리카는 멀쩡했다.
그럴수록 이들이 착용한 보랏빛 광채의 옵시디언 갑옷만 더 돋보일 뿐이었다.
-ㄷㄷㄷ
-ㅈㄴ 끈질겨 ㅋㅋㅋ
-와 ㅋㅋㅋ
-체력 거의 다 있는데??
-스펙보소
[볼케이노]용암술사의 궁극기.
특정 지대에 연속으로 화산을 폭발시켜 용암 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구렁텅이에 빠졌던 게 오히려 호재가 됐다.’
이쪽은 지반이 무너졌기에 용암이 아군 쪽으로 흘러올 일이 없다. 용암이 흘러와도 전부 이 구렁텅이로 빠질 것이다.
파프리카 팀은 모두 블록으로 만든 탑 위에 서 있으니, 용암에 타격을 입지 않는다.
마음껏 용암을 뿌려도 맞을 일이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채널링이 끊길 일이 없다.’
볼케이노는 시전자가 계속해서 시전을 유지해야 하는 채널링 스킬.
적이 이쪽을 공격하면 금세 끊어진다.
최소 5초는 유지해야 볼케이노의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온다.
5초라는 시간은 굉장히 긴 시간이다.
적들이 곧바로 달려와서 그를 공격하기 시작할 테니까.
그러나 이게 웬걸?
‘놈들은 날 때릴 수가 없어.’
적들은 지반을 무너뜨린 바람에 이쪽에 닿을 수 없다.
보아하니 원거리 공격 수단도 없다.
이쪽을 때릴 수 없다는 거다.
때리려면 근거리뿐이다.
블록으로 다리를 만들어가면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속도로는 채널링을 끊을 수 없다.
오히려 저들 스스로의 꾀에 빠진 꼴.
새우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대상 지역을 설정하세요.]단무집 쪽을 향해 스킬을 시전한다.
“다 죽여주마.”
쿠웅─
묵직한 굉음이 울리며 땅이 울컥거렸다.
‘화산 폭발시키고 방송 켜야지.’
이 스킬만 성공적으로 시전하면 방송을 켜야겠다고 생각하며, 새우는 실실 웃었다.
그런데 웃는 건 단봉이도 마찬가지였다.
씨익.
* * *
약 2시간 전.
기사들의 작전 회의가 한참 무르익어 가고 있을 때였다.
“여기 구렁텅이를 파놓고 농협이 두고 간 폭탄으로 뙇! 하고 부수면? 구렁텅이에 전부 처넣는 겁니다요.”
“음.”
단봉이가 설명하는 작전에 아몬드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홍송이나 레송이, 고봉이도 모두 납득하고 있었다.
“그렇게 몬스터들하고 이이제이로 그냥 서로 뒤죽박죽 섞여서 다 활활 불타…….”
단봉이의 작전은 굉장했다.
손 하나 까닥 안 하고 적들을 처치할 수 있는 작전.
“잠시만요!”
그런데, 이 작전엔 서크의 고수들이라면 바로 보이는 맹점이 하나 있었다.
기사단에 새로 뽑힌 이들 중 상당수가 서크 고수들이니, 이걸 보지 못할 리가 없다.
“그건 안 돼요!”
서크 전문 스트리머, 체리가 그중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말했다.
“응?”
“빠, 빠뜨려도 아마 금세 올라올 겁니다!”
“누구지?”
아몬드가 그녀에게 묻자 다급하게 대답하는 체리.
“체…… 아니, 체붕이입니닷!”
체리는 붕자 배였다.
선발된 자들 중에서도 우수한 자들.
-체붕이 ㅋㅋㅋㅋㅋ
-체금당한 줄 ㅋㅋ
-엌ㅋㅋㅋ
-붕이 어감 좋네
“체붕이, 놈들이 어떻게 올라온다는 거야.”
“이렇게요.”
퉁.
체리는 아주 간단하고 빠르게 순식간에 블록을 밟고 올라서 버렸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였다.
“오.”
아몬드는 신기하다는 듯 감탄했으나.
“고수들은 엄청 빨라요.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
서크에서 발밑에 블록을 깔아가며 허공답보를 하듯 위로 올라가는 건 흔한 잡기술이었다.
“걔네 고수 아닌데?”
“……그, 그래도 한두 명 정도는 고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걍 다 쓸고왔는데 뭔 고수~ㅋㅋ
-아몬드 입장에선 ㅈ밥들이었음
“음, 그래. 실패할 수도 있다 이 말이지?”
“네, 높은 확률로 올라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안에 떨어뜨리는 게 아예 의미가 없나?”
체리는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그건 아닙니다! 일단 떨어뜨리면 캐릭터들이 패닉에 걸리고, 낙하 대미지를 크게 줄 수 있습니다!”
“그래? 근데 올라올 수도 있다는 거지?”
“네, 그래서 다음을 준비해야 돼요. 저는 올라오는 동안 원거리로 타격하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블록 한 칸만큼밖에 피할 자리가 없거든요.”
확실히 좋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사단에겐 이렇다 할 원거리 공격 수단이 없었다.
“근데 걔네 고수 아닌데…….”
“…….”
-도돌이표냐?ㅋㅋㅋㅋ
-만일을 대비하라고 ㅋㅋㅋ
-ㅅㅂㅋㅋㅋㅋ
“그리고 우린 원거리 무기가 없어.”
그랬다.
기사단은 아직 원거리 무기가 없다.
사실 기사단뿐만이 아니라, 어디에도 원거리 무기를 확보한 집단은 없었다.
서크에서 원거리 무기 효율이 그렇게 좋진 않을뿐더러, 치즈마을 시스템상 원거리 무기를 확보하기가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적어도 누군가 손을 들기 전까지는 그랬다.
“저…… 제가 대장장이인데요…….”
그는 자신을 대장장이라 소개했다.
“이름부터.”
“붕어입니다.”
“붕어? 누가 붕 자를 거기에 붙이래?”
“아, 그러니까…… 저는 붕붕이입니다!”
-붕어가 본이름이었ㅋㅋㅋ
-붕붕이 ㅋ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
-쁑이 ㅋㅋㅋ
그 역시도 붕자 배였다. 애석하게도 말이다.
“붕붕이, 네가 대장장이라고?”
“네…… 대, 대감께서 제 직업을 듣고 바로 뽑으셨는데…….”
“그래?”
기억하지 못하는 아몬드.
하지만 아몬드는 다른 중요한 걸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붕이들이 우수하군?”
아몬드는 아성 시절, 이사들이 가끔 부서들을 하나씩 거론하며 경쟁시키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 하나하나가 누군지는 이사들도 아마 모를 것이다.
그러나 이사들은 어떻게 해야 그들이 불타오르는지 알고 있었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숭이들 쪽에서 곧바로 반응이 온다.
“으…….”
“윽.”
“누가 분발 좀 해.”
“네가 해봐 인마.”
수군수군.
잠시 소란스러워졌지만, 붕붕이는 굴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저는 재료만 있으면 무기, 방어구, 뭐든 만들 수 있습니다.”
“그건 무직도 다 할 수 있잖아?”
“제가 만들면 내구도가 높구요. 재료 효율이 좋고…… 일반인들은 제작하지 못하는 원거리 무기도 가능합니다.”
“……오.”
이렇게 좋은 거였다고?
아몬드도 금시초문이라는 듯한 표정.
-본인 뽑고 놀람ㅋㅋㅋ
-아니 이것도 모르고 왜 뽑은거얔ㅋㅋ
-치즈 마을 설명서라는게 메뉴에 있대요 아몬드님~
-ㅋㅋㅋㅋㅋㅋㅋ견과류쉑ㅋㅋㅋ
확실히 대장장이는 유용했다.
서크는 원거리 무기 제작에 대한 제약이 큰 편인데.
대장장이는 손쉽게 가능하다는 말이지 않은가.
“재료만 주시면 제가 몇 개 만들어보겠습니다.”
“원거리라면, 예를 들어?”
“그건…….”
* * *
[볼케이노]쿠웅─
단무집 밑의 지반 일부가 솟으며 울컥거렸다.
“!”
엄청난 규모의 마법.
우우우웅……!
새우의 양손에 시뻘건 마력이 깃들어 있다.
그의 눈 역시 분노로 시뻘겋게 불타오르고 있다.
“다 죽여주마.”
그의 광기 어린 한마디와 함께 화산이 폭발하려 한다.
압도적인 화력 차이.
기사단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대감…… 지금이에요!’
단봉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 모두 예상했던 바.
준비된 과정일 뿐이다.
스륵.
저 멀리 수풀이 움직인다.
“후우.”
기리릭.
전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어디선가 시위가 당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