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02화
36. 상현의 보상(1)
다음 날 아침.
주혁은 넌지시 상현에게 정보를 전달해 줬다.
“오늘 풍선껌 쪽에서 공지 올린대. 우리 합방하는 거.”
“오. 됐구나. 알았다.”
다이아 랭크를 달면 진행되기로 했던 일인 터라, 상현은 딱히 격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근데…….”
오히려 더 격했던 반응은 상현의 아침 메뉴에 대해서 주혁이 보인 분노였다.
“아몬드 플레이크 실화냐?”
“왜.”
오드득. 바사삭.
현란한 식감을 고소한 우유와 함께 즐기며 먹던 상현이 인상을 찌푸린다.
저놈은 다 좋은데 음식에 너무 예민했다.
“아몬드 플레이크가 뭐가 어때서.”
“어쩐지 네가 아침을 한다고 나설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했지.”
“자. 봐라. 아침에 먹으면 든든한.”
상현이 반박 자료를 들이밀며 말했다.
아몬드 플레이크 봉투에는 정말 그렇게 쓰여 있었다.
아침에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라고.
“하?”
주혁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인상을 구겼다.
“너. 김치찌개집이 든든한 점심 식사라고 광고하는 거 봤냐?”
“…….”
상현은 대답이 없었다. 못 봤다.
“그럼 불법 토토 광고하는 놈들이 안전한 놀이터라고 광고하는 건?”
“그건 봤지.”
갑자기 이런 얘기를 왜 하는 걸까.
“김치찌개는 먹으면 든든한 게 당연하니까 그런 광고를 안 한다. 근데 불법 토토는? 그건 했다가 인생 꼬라박는 게 디폴트거든?! 그래서 그게 아니라고 광고하는 거다!”
거의 멱살을 잡듯이 아몬드 플레이크 봉지를 집어 든 주혁이 외쳤다.
“이건 ‘당연히’ 한 끼 식사가 아니니까!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다고 광고하는 거잖아! 이 아몬드야!”
“허…….”
그렇구나 하고 대답한 아몬드는 그냥 아몬드 플레이크를 먹는 데 다시 집중했다.
대체 이거에 뭐가 문제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달콤한 설탕 코팅도 되어 있고, 아몬드와 우유의 고소함이 합쳐져 제곱으로 고소한 맛이 나는데.
게다가 실제로 먹으면 안에서 불어서 한 끼 식사 정도는 대체가 되기도 한다.
“아오!”
주혁은 뻔뻔하게 그냥 시리얼이나 먹는 상현의 모습에 성질을 버럭 냈다.
“내일부터 아침은 그냥 내가 한다.”
“오. 그래? 나야 좋지.”
주혁은 뭔가 상당히 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원래 아쉬운 놈이 지는 법이다.
주혁은 자신의 발전한 요리 솜씨로, 아몬드도 ‘든든한 밥’의 세계로 타락시켜 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매일 아침마다 요리를 해달라고 조르겠지……. 그럼 넌 끝이다. 크크크.
악당 같은 생각을 하던 주혁은 갑자기 뭔가 떠올라서 말을 꺼냈다.
“아. 야, 맞다.”
“?”
“우리 광고비 입금됐다. 거기에 오늘 우리 트리비 정산되는 날이다.”
“!”
상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돈 받는 날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다.
* * *
고생이 있으면 그만큼 보상이 따라야 한다.
회사원에겐 월급날과 보너스가 있고, 스트리머에겐 정산일이 있다.
그게 바로 오늘.
펑크에서 받은 광고비와 트리비에서 받은 후원들까지 오늘 전부 정산된다.
“판타지아에서 받은 광고비랑 촬영비, 그리고 오강우 김치찌개 광고 계약으로 받은 거…….”
일단 광고, 촬영비부터 계산하고 있는 주혁이었다.
‘와, 씨.’
그는 스크롤을 내리다 말고 감탄을 터뜨렸다.
사실 어느 정도 많이 벌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가 매니저이기도 하니까. 미리 계산해 둔 수익이 있었다.
그러나 트리비의 시청자 비례 광고 수익이나 후원까지는 일일이 기록할 수 없다.
막상 이렇게 숫자로 보니 감탄이 새어 나온다.
“……야. 트리비랑 판타지아 촬영비 합하면 이번 달에 천만 원을 벌었는데……? 정확히는 1,156만 원.”
그 말에 상현의 눈이 얼굴 밖으로 튀어 나갈 뻔했다.
‘하, 한 달에 천만 원?!’
한 달에 천을 번다니. 꿈같은 소리였다.
“그, 그거 세금이랑 무슨 4대 보험, 복지 포인트 다 뺀 거냐?”
“아니, 미친놈아 우리가 대기업이냐? 복지 포인트는커녕 4대 보험도 없어! 세금은 원천징수고!”
주혁이 잔뜩 흥분해서 외쳤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천만 원이 온전히 다 우리들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후에 종합 소득세로 빠지겠지만, 그건 지금 생각할 게 아니었다.
“그거 아냐? 이거 올튜브 수익은 포함 안 된 거다. 거긴 아직 정산이 안 됐거든. 심지어 김치찌개집 광고도 아직이다.”
“아, 아니, 대체 얼마나 번 거야!?”
“모르지! 어쨌든 졸라 벌었다, 이 말이야! 으하하하!”
주혁은 ‘크롸롸롸롸!’ 포효를 내지르며 기뻐했다. 요즘 들어 주혁의 감정 표현이 굉장히 격해진 것 같았다. 물론 좋은 쪽으로.
상현도 그 옆에서 똑같이 ‘크롸롸롸롸!’ 소리를 질렀다. 조금 병신같다고 느꼈는데, 눈앞의 숫자를 보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것 같았다.
“와, 씨……. 이제 종합 소득세만 잘 어떻게 비비면 거의 네 몫으로는 한 달에 700 정도 가져가겠다.”
한 달에 700?
세후 700이면 거의 기업에서 연봉 1억 대와 다를 게 없는 수치다.
상현은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해롱한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주혁이는 얼마나 챙겨가지? 내가 700이나 가져가면 300은 챙기나?’
옆에서 거의 24시간 보좌해 주는 사람인데, 자기에 비해 너무 못 가져가면 그 또한 마음의 짐일 터다.
아무래도 정산 비율이 매니저가 훨씬 적으니 당연한 거긴 했지만.
주혁은 매니저라기보단 동업자라고 봐야 한다.
“야, 이번 수익은 반반 나누자.”
상현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냥 이렇게 말했다.
수익을 반으로 나누자고.
“……뭐?”
“그냥 첫 달 보너스라고 생각해.”
“뭐, 뭐!?”
주혁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가 말이 매니저지, 사실상 동업자잖아. 게다가 그간 무보수로 일했으니까…….”
주혁은 그간 계속 사비를 소모하면서 일해야 했다.
심지어 수익이 300 이하면 안 받겠다고까지 선언했었다.
이제야 광고비나 촬영비가 제대로 입금됐으니, 그간은 사실 수익이 0이었다.
그럼에도 상현에 대한 믿음 하나로 여태 버틴 것이다.
보너스를 받을 만했다.
“지, 진짜 진심이냐?”
“그래.”
“와…….”
“대신 올튜브는 얄짤없다. 거긴 지아하고 거의 반띵이잖아.”
“다, 당연하지. 그래.”
넌 진짜 대단한 새끼다. 주혁이 중얼거렸다. 그는 약간 감동을 받은 눈치인데, 죽어라 숨기고 있어서 굳이 상현은 그걸 짚고 넘어가진 않았다.
“고…… 고맙다.”
저 자존심 센 놈이 거절을 못 하는 걸 보면, 확실히 그간 돈이 필요했던 게 맞았구나. 생각이 든다.
아무리 놈이 금수저에 대기업 출신이라도 둘 다 내다 버린 지금 상황에 돈에 궁하지 않을 수는 없으리라.
“고맙다. 그래도 다음부턴 그냥 계약대로 정산하자.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돼.”
주혁은 고마워하면서도 단호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상현도 거기엔 동의했다.
“그래.”
“내가 조금 가져간다고 마음 쓸 필요는 없어. 실제로 너보다 하는 일은 적어. 인방 보고 맥주나 마시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어딨냐. 그리고 난 다른 스트리머들이랑도 다중 계약 맺을 수가 있으니까 걱정 마라. 나도 그리고 있는 그림이 있어.”
툭툭.
주혁은 상현의 어깨를 두들기며 다시 한번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너 이번에 입금된 걸로 뭐 할 거냐?”
“음. 글쎄. 일단 오늘 방송을 쉴까?”
“방송을?”
“어. 사실 정산일에 맞춰서 예약해 둔 곳이 있는데, 내가 까먹고 있었어.”
“……?”
주혁은 이때만 해도 상현이 어디 고급 레스토랑이라도 가는 건가 싶었다.
* * *
휴방 공지를 올리고 나서 점심 시간이 왔다.
둘 다 오랜만에 취하는 휴식이다.
주혁은 하루 종일 징징 울려대는 휴대폰을 던져 놓고 그냥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는 중이었다.
상현은 간만에 아침 조깅을 갔다 오더니, 지금은 앞마당에서 누군가와 통화 중이다.
상현이 누군가와 전화하는 건 상당히 낯선 풍경이다.
‘누구지?’
주혁은 오전의 햇볕을 받아 나른한 와중에도 상현의 전화 소리에 집중했다.
“아, 예. 오늘 아무 때나 가면 되는 건가요? 네. 이미 함에 담겨 있는데 옮기기만 할 예정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아까 말한 예약해 둔 곳인가?
근데 뭘 옮긴다는 건지.
주혁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그냥 귓등으로 흘리며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이거 사볼까.’
오랜만에 들어가는 쇼핑몰 앱이었다.
이번에 들어오는 정산금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는 것이다.
주혁은 몇 가지 고급 브랜드의 외투를 살펴보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이런 걸 살 정도로 번 건 아니다.
‘아니지.’
주식 앱을 켰다.
그는 이미 예전부터 즐겨 찾기 해둔 펑크 사의 주식과 사원 때 받아둔 아성의 주식 차트를 살펴봤다. 꾸준히 우상향하는 이상적인 상황.
다만 언제 들어갈지 틈을 보고 있는 주혁의 입장에선 참 들어가기 애매했다.
그는 다른 주식 하나를 봐뒀었다.
[위플러그]위플러그라고 하는 게임 제작사인데 최근 꽤 핫한 게임들을 몇 개 만들어내고 있었다.
얼마 전에 했던 킹덤 에이지의 공동 제작을 맡기도 했었고, 마나 소드 오리진이라는 게임이 대히트 중이다.
“음…….”
주혁은 고민했다.
위플러그를 살지, 아니면 국밥이라고 불리는 아성 반도체를 살지.
아성은 들어갔다가 나와서 그런지 괜히 손이 안 간단 말이지……
“허허.”
행복한 고민을 하던 와중 상현이 마당에서의 통화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실실 웃고 있는 주혁을 보며 상현이 피식한다.
“뭐가 그렇게 신났냐.”
“아. 돈 어떻게 쓸지 고민 중이지. 넌 그나저나 아까 예약해 둔 곳이란 게 어딘데?”
“아. 납골당.”
“납골당? 무슨 고급 고깃집 이름이 납골당…… 엥? 뭐?!”
주혁이 벌떡 일어났다.
“나, 납골당이 내가 아는 그 납골당이야?”
“응.”
상현은 멀뚱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왜?’라는 눈빛이다.
“무슨 일인데? 돈 받고 처음 하는 일이 왜 납골당 예약이냐.”
“와 봐.”
상현이 미소를 지으며 뒷마당으로 향하는 베란다로 걸었다. 주혁은 일어나서 따라갔다.
* * *
뒷마당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공간이다.
주혁은 담배를 필 때조차 앞마당에서나 피운다.
딱히 뒷마당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여긴 묘하게 더럽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조그맣게 트인 정사각형의 공간의 그 정갈함과 뚜렷한 존재감은 함부로 발을 들이기 꺼려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앞마당보다도 훨씬 더 잘 관리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제야 왜 그렇게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묘한 분위기가 있었는지 주혁은 알게 됐다.
“처음부터 보여주면 놀랄까 봐. 지금 데려 왔어, 할머니.”
상현은 바닥에 꿇어앉으며 정사각형의 마당 한가운데에 꽂힌 기다란 나무 봉에 대고 말했다.
본래 겨울이 아니었다면 정갈한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을 것 같았다.
“할머니 유언이셨어.”
“유언?”
“응. 여기에 묻어 달라는 게 유언이셨어.”
“아. 이 집에 정이 많으셨나 보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건 아냐.”
아니라고? 그러면 왜?
“죽어서까지 내 돈을 가져다 쓰는 거 같아서, 돈이 안 들게 묻히고 싶으셔서 그랬대. 얼마 전에 나 담당 의사 선생님이 말해주셨어. 나중에 여유 생기면 옮겨드리라고. 내가 방송 나온 걸 봤나 봐. 그 선생님 게임 좋아하시거든.”
“…….”
주혁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꽉 쥐었다.
수많은 주식 차트, 고급 브랜드의 외투가 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외투에 쑤셔 넣고, 상현에게 말했다.
“가자. 도와줄게.”
“혼자 가도 되는데.”
“버스 타고 가려고? 그걸 들고? 아서라 인마.”
“그러는 너도 차 없잖아.”
* * *
“요즘 이런 게 잘 되어 있더라.”
앞자리에서 운전하는 주혁이 씩 웃으며 백미러를 들여다본다.
어플로 빌린 렌터카였다.
그냥 어플로 결제한 후 집 근처 해당 회사 지부로 가면 바로 차를 쓸 수 있었다.
“와. 그렇네. 고맙다.”
“매니저가 운전해야지. 뭘.”
“지아도 고맙다.”
상현이 옆자리에 앉은 지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주혁이 연락해 줘서 나오게 됐다.
지아는 괜히 다른 곳을 보며 말했다.
“주, 주혁쓰가 나오라고 해서…….”
상현은 그 대답에 피식 웃었다.
“자. 간다.”
주혁이 백미러에 대고 말하고는 운전을 시작했고.
상현은 두 팔로 할머니의 유골함을 더 꽉 끌어안는다.
잠들듯이 고개를 푹 숙였으나 언뜻 보인다. 그는 아랫입술을 꽉 물고 있었다.
‘할머니. 좋은 사람들이지? 난 걱정하지 마.’
당장에라도 뭔가가 터져 나올 듯했으나, 속으로만 되뇌며 삼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