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2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51화(1022/103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51화
49. 히든 직업(1)
농협의 간부 3인방.
이들은 훌륭한 스트리머이자 크리에이터이긴 했지만.
“허억…….”
“미친.”
“윽…….”
훌륭한 게이머는 절대 아니었다.
심지어 나이대도 전부 40대를 넘겼고, 게임과는 거리가 원래도 멀었고, 가까웠어도 멀어질 사람들.
그래서 이쯤 되니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전의가 사라지는데.”
아몬드가 활 하나로 적들을 학살하는 모습에 말 그대로 전의를 잃었다는 것.
퍼엉!
펑!
그야말로 추풍낙엽.
한 발 쏘면 한 놈이 쓰러지는데.
40대 아재들 입장에선 이게 내가 알던 서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ㄹㅇㅋㅋㅋㅋ
-어케하는거임 대체
-급소 맞으면 기절 판정이라 힘 풀리고 미끄러져서 아래로 떨어져 죽는거 같음
-아재들 전의 상실한거 개웃기넼ㅋㅋㅋ
-아 저걸 어케 이기냐곸ㅋㅋㅋ
안 그래도 그들은 아몬드와 그의 기사단 정예 멤버들이 하나같이 게임 실력이 뛰어나단 건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간 무력 갈등은 최대한 피해갔던 것인데.
그 격차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겨…… 결국 진 거야?”
뿔라면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파프리카 쪽이 전부 쓰러지고, 남은 패잔병들은 바닥을 기어가다가 단봉이와 마주쳤다.
이게 진 게 아니면 뭔가?
심지어 그들은 목숨을 구걸한다.
“제, 제발! 정체만 알리게 해줘!”
-?
-뭔 말이여 저게
-???
-엥?
이때서야 농협도 알게 됐다.
저들의 정체를.
“……파프리카 마을이었다고?”
도우너츠와 아재들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헐. 진짜로? 저거 후추였어? 어쩐지 목소리가…….”
“아니, 잠깐.”
스트리머로서 경험이 많은 그들은 직감했다.
“곧 플랫폼 대항전이라 하지 않았나? 이거 설마 빌드업 아냐?”
“…….”
플랫폼 대항전을 앞두고 시작된 치즈마을 컨텐츠.
근데 침략자들 쪽이 파프리카다.
그것도 트리비 출신 파프리카.
그렇다면 이건 누가 봐도 플랫폼 대항전의 전초전 격이었다.
‘조졌다.’
‘나락인데?’
‘허…… 인생…….’
월드컵 한일전을 앞두고 예선에서 일본을 응원하고 있던 셈이다.
“나, 나, 난 파프리카인 줄 몰랐어!? 어? 하, 함부로 편집하지 마 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늦음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앜ㅋㅋ
-도우너츠 나락각 잘보네 ㅋㅋㅋ
-ㅋㅋㅋㅋ
“누구는 파프리카인 거 알았다는 거처럼 말하네! 이 양반! 어?”
뿔라면도 얼른 발뺌했다.
“탐정이지만 몰랐습니다…… 믿어주세요…… 중년이잖아요…….”
중년탐정도 자신의 추리력에 대한 프라이드마저 내려놓으며 항복을 선언한다.
사실 진짜 큰일 난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
옆에서 구경하던 젤로였다.
그는 심지어 이들과 접선해서 딜까지 체결한 사람이다.
“아, 아니…… 진짜 몰랐습니다. 여러분…… 예? 젤완용이요? 아니, 이분 과몰입하시네!”
-몰랐다는게 말이 됨? 직접 만났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얘 어쩌냐
-나라 팔은 젤완용~
-젤완용ㅋㅋㅋㅋㅋㅋㅋㅋ
“‘몰랐다는 게 말이 됨?’이라니. 너네야 방송 다 보니까 알았지! 아니 어떤 미친 스트리머들이 방송도 안 켜고 이 짓을 3일 동안 하는데? 상상이 안 된다니까? 이건 말이 안 되는…….”
젤로는 열심히 변명해 본다.
그는 실제로 몰랐다.
목소리만으로 구별하기에, 딱히 파프리카로 건너간 스트리머들 중 친한 사람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의 말대로 방송을 3일간 안 켜는 극단적인 시스템 때문에 추측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변명은 먹히지 않았다.
빠밤!
[죽어 님이 무려 100만 원 후원했습니다!] [젤로, 초코송이, 도우너츠, 뿔라면, 중년탐정…… 젤사오적…… 기억합시다.]-와
-캬
-독립투사 ㄷㄷ
-퍄
-초코송이까지 ㅠㅠ ㅋㅋㅋ
-이거지~
“!”
젤로가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당연히 게임 시스템 발동이 더 빨랐다.
[100만 원 후원으로 즉사!]펑!
축포가 터짐과 함께 젤로의 아바타가 사라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아 개웃곀ㅋ
-미친ㅋㅋㅋㅋ
-역시 친일파라 가더라도 돈은 벌고 가네……
-폭파 엔딩ㅋㅋㅋ
“꺄아아아아악! 제, 젤로 님!?”
치즈의 독립투사들의 단죄를 눈앞에서 본 초코송이가 공포에 주저앉았다.
덜덜.
-초코송이 반응ㅋㅋㅋ 맛도리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천벌이 두렵지 않느냐 초코송이?
-다음은 너야 ^^
-앜ㅋㅋㅋㅋㅋ
-파묘 드가자~
“제, 젤로 님…….”
초코송이는 두려운 듯 젤로를 불러봤지만, 그 자리에 남은 건 수많은 광석과 쓰고 있던 선글라스뿐.
젤로의 유산을 챙기려 했는데.
턱.
다른 그림자들이 가로막는다.
농협이다.
그냥 지나가기엔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은가?
이 마을에서 제일 잘나가는 광부인 젤로의 인벤토리에 뭐가 있을까?
꿀꺽.
“어차피 나락 가는 거. 한번 보고 가자!”
“그래, 어차피 친일파 재산은 몰수야!”
초코송이가 가로막아 보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아, 안 돼애애애애!”
“에잇 비켜!”
퍼억!
뿔라면이 초코송이를 후려치면서, 가장 먼저 행동에 옮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
-초코송이 ㅠㅠㅠ
-앜ㅋㅋㅋ
-이걸 걍 뻥 차버리네
-눈깔 뒤집어졌냐고 ㅋㅋㅋ
상자를 열어본 그는 뿔라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에 있는 게 너무 값비싸서?
얼추 비슷했다.
“미…… 미친. 이 사람 진짜 젤완용인데?”
-헐
-헉;;;
-ㅋㅋㅋㅋ미친
-와 ㅋㅋㅋ
그 안엔 옵시디언 광석이 한가득이었다.
이걸 그간 누구에게 팔아왔는지, 지금 저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를 보면 뻔했다.
툭.
뿔라면은 다시 고이 닫아놨다.
“못 본 걸로 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나락감지 ㅋㅋ
-캬 무빙
-이것이 숙련된 스트리머의 무빙이다……
-젤완용 저 새끼 파프리카에 광석 판거야???
초코송이는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다.
“어…… 어떡하지 젤로 님……?”
젤로의 만행이 농협에게도 알려져 버렸다. 마을에서 쫓겨나도 할 말이 없었다.
* * *
“미친 거 아냐? 라고 물으면 정체를 밝히는 게 인지상정!”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후추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정체를 공개했다.
상대가 허락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단무지와 그 외 다른 기사들은 모두 가만히 있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이겼는데 뭐.’
‘방송이니까.’
방송을 하긴 해야 한다는 스트리머들끼리의 그런 암묵적인 챙겨주기였다.
도의적인 부분이랄까?
“우린 파프리카에서 너희들을 부수기 위해 건너왔다!”
후추가 로브를 벗어던졌다.
촤락!
[파프리카_후추]그녀의 아이디가 공개됐다.
“……와.”
“지, 진짜 파프리카였어!”
이 순간을 위해 알아보기 쉽게 다시 만들어둔 아이디.
뒤이어 솔트와 파슬리, 올리브 등도 자신들의 정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난 오렌지다!”
오렌지가 소개하려 일어나는 그 순간, 화살이 날아들었다.
──펑!
‘어……라?’
그의 눈에 순간 모든 게 느리게 보였다.
“오……오우오레에엔지이이?!”
후추 누나가 뒤돌며 입을 벌린다.
‘누, 누나…… 왜…….’
보아하니 다른 스트리머들은 멀쩡하다.
그런데 오렌지의 투구엔 이미 십수 발의 화살이 박혀 있었다.
‘왜 나만……?!’
아까부터 왜 본인만 노리는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이 화살을 누가 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
오렌지의 머릿속으로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이 전투를 준비하며 웃고 떠들던 시간.
희망에 부풀었던 스트리머들.
특히 용암술사인 새우는 이번에 방송이 떡상할 거라며 신나 했었다.
「우리 걔네가 상납하면, 딱 이렇게 모여서 정체 공개하면서 방송 켜는 거야.」
「와 존나 멋있겠다.」
「지린다. 지려.」
포메이션까지 정해놓고 왔던 새우.
옆에서 같이 즐거워하던 올리브와 파슬리.
비장하게 전투를 준비하던 후추.
이 모든 건…….
‘방송…… 켜야 돼.’
다 방송을 위해서였다!
그게 아니면 다 의미가 없다고!
오렌지는 이를 악물고 방송을 켠다.
쿵.
땅에 머리가 닿으며, 결국 오렌지는 죽었다.
[사망]죽었는데, 방송은 켜졌다.
[오렌지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했습니다!]-?
-왜 오자마자 흑백임?
-ㅋㅋㅋㅋㅋ
-파프리카 신고식 맵네
-뭐여 이게
-???
-ㅋㅋㅋㅋ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죽었냐 ㅋㅋㅋ
“오, 오렌지야!?”
후추가 눈이 빠질 듯한 표정이 됐다.
“아, 아니, 어째서! 단무지야! 너…… 너 어떻게 이런 무자비한 일을 벌일 수가 있어!? 내가 알던 단무지가 맞니?”
“어…….”
단봉이에게 물어봤자 모른다.
아몬대감의 판단이 그렇다면 그런 것.
“저, 적들에게 자비를 보여주지 마라아아!”
대감이 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
전투에 있어서는 그의 판단이 백번 옳을 것이다.
고봉이도 덩달아 외친다.
“……자비를 보여주지 마라앗!”
“쓸어버려!”
“빌어먹을 파프리카 놈들!!”
얼떨결에 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이번엔 파프리카도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다.
스릉!
“이 미친 곰팡이 놈들이!!”
모두가 옵시디언 칼을 다시 빼 들고 결사항전했다.
카가강!
옵시디언 검과 철검이 부딪치기 시작한다.
당연히 막상 붙으니 철검 쪽이 밀린다.
“으으…….”
후추가 단무지와 칼을 맞대다가 각을 틀어 상반을 베어낸다.
촤악!
철갑의 내구도가 심히 깎여 나간다.
“컥……!”
격투 게임 고수답게 한 번의 공격에서 끝나지 않았다.
촤아아악!
촤락!
“윽!”
“어때 단무지야? 응? 누나 말 듣지 그랬니!”
후추는 단무지 외에도 달려드는 기사단 둘을 더 썰어버렸다.
-ㄷㄷ
-뭐야 ㅈㄴ 세네
-헐 ㅋㅋㅋ
-ㅁㅊ
그러나 단봉이는 굴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일어서며 중얼거린다.
“단무지가 아니라, 단봉이야.”
“뭐……?”
“단봉이. 기사단에서 부여한 내 이름이야.”
척.
다시 검을 고쳐잡으며 단무지가 후추를 노려본다.
-단봉아 ㅠㅠㅠ
-왤케 비장하냐고 ㅋㅋㅋㅅㅂㅋㅋㅋ
-ㅁㅊㅋㅋㅋㅋ
-진짜 돌은놈이네
이게 누군가에겐 감동이었을까?
띠링, 띠링, 띠링!
[ㅇㅈ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원기옥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ㅇㅅㅇ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후원 버프가 둘러지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직……!
단봉이가 달려든다.
콰앙!
아까와는 확실히 다른 파괴력.
검을 맞댄 채 후추가 중얼거린다.
“제대로 미쳤구나. 내 동생? 어디부터 잘못된 건진 몰라도, 누님이 직접 구원해 주마!”
카아앙!
번쩍이는 옵시디언 검을 마구 휘두른다.
‘이럴 수가.’
단봉이는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후원 버프라 해도 3개뿐.
풀 옵시디언 장비를 직접 상대해 보니 말이 안 되는 차이가 났다.
게다가 후추는 격투 게임의 최상위 고수.
이런 일대일 대결에 도가 튼 자다.
카강!
캉!
점점 뒤로 밀린다.
그때─
“다, 단봉 님!!”
“고봉아?”
“으아아아아아!”
고봉이가 달려온다.
카강!
후추가 쳐낸다.
“하? 쌍으로 미쳤구나!?”
고구마를 알아본 후추가 어이없어한다.
“꺼져라 파프리카!”
-ㅋㅋㅋㅋㅋㅋㅋ
-고봉잌ㅋㅋㅋ
-캬
-이거지
카가강!
셋의 검이 교차한다.
후추는 2명의 합공을 상대하다 외친다.
“어, 어우 빡세! 얘들아? 나한테도 힘을 줘!!”
그녀는 후원으로 힘을 더 받아보려 한 것 같은데.
-?
-뭔 힘?
-뭐여 이게
-???
-힘??ㅋㅋㅋㅋ
방금 킨 방송을 들어온 파프리카 시청자들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리가 없었다.
“아, 아니, 그게…….”
만 원씩 쏘라고.
이 말은 차마 나가지 않고, 화살에 막혀 버렸다.
──퍼엉!
“?”
“!”
[사망]이미 체력이 낮았기에 즉사였다.
봉봉이는 얼굴에 화색이 돌며 외친다.
아무리 후원 버프가 있어도, 싸웠다면 후추한테 죽었을 것 같았으니까.
“대감님 나이스샤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ㅋㅋㅋㅋㅋㅋ골프냐
-헉ㅋㅋㅋㅋ
-앜ㅋㅋㅋㅋ
타다다닥.
단봉이와 고봉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 놈 더 내려갑니다아!”
후추의 아바타가 휘청거리는 그 순간, 토스를 받는 배구 선수처럼, 몸으로 밀어 스파이크를 쳐버린다.
뻐엉!
그녀의 몸이 구렁텅이로 쭉 밀려 나갔다.
이미 죽었지만 화면은 그대로 남아있던 후추.
“끄으, 끄으아아아아아아아!!”
그녀는 극대노한다.
“이미 죽었어! 이 자식아! 왜 또 때려!?”
죽은 아바타이기에 이 외침이 밖으로 나가진 않았지만.
-?
-방송 키고 5초만에 죽고있네 ㅋㅋㅋ
-뭐야 ㅋㅋ
-공포 게임 하심?
-파프리카 방송 추카요~
-이게 뭔 상황이여?
그녀의 파프리카 시청자들은 들을 수 있었다.
대체로 처음 들어온 이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후추가 불구덩이로 떨어지는 장면을 봐야 했다.
“끄아아아악!”
단, 그 옆으로 다른 기사들도 떨어지고 있었는데.
“대, 대가아아암! 살려주십쇼오오!”
-기사단ㅋㅋㅋ
-ㄷㄷ
-와 파프리카 저력 ㄷㄷ
-얘네 첨부터 걍 싸우지 ㅋㅋㅋ
-기사단이 밀리는데?
기사단이 아무리 부활한다고 해도, 전력에서 점점 밀리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어. 뭐지.’
방금 후추가 죽은 것.
그것이 아몬드의 17번째 킬이었다.
[침략자 처치: 53/70]히든 직업을 받기 위한 조건이 채워졌단 뜻이다.
[침략자 처치: 70/70]우우웅……!
아몬드의 몸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