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2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53화(1024/103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53화
49. 히든 직업(3)
서바이벌 크래프트는 서버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팀이 있을 정도로, 이 게임을 그대로 원본으로 즐기는 사람보단 이것저것 만져서 즐기는 사람이 월등히 많았다.
이런 걸 샌드박스 게임이라고 한다.
어린이들이 모래사장에서 성을 짓고 부수며 자기 마음대로 이것저것 바꾸는 것에 빗댄 것이다.
다만, 제대로 된 서버 메이킹에는 큰 비용이 들었다.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선 안에서 자체적인 수익이 발생해야 하니, 자연스레 스트리머들이 많이 참여하는 게임이 된다.
이런 걸 스트리머 전용 서버라 한다.
치즈마을도 그 스트리머 전용 서버의 한 종류인 것이다.
후원과 연결된 게임 시스템, 수많은 즐길 거리, 높은 자유도, 24시간 돌아가는 운영진의 관리…….
이 모두가 스트리머 서버에서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의외로 ‘보상의 합리성’이었다.
돈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이 서버 안에서 스트리머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남들과 다른 뭔가를 보여줬을 때.
게임에서는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농사 따위 전부 포기하고 제작자들이 만든 넓은 세계를 모조리 탐험했는데, 돌아왔더니 그냥 여행 좀 다녀본 백수 신세가 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면 시청자들이 납득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시청자들은 그의 탐험이 즐거웠고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데, 서버의 시스템은 그 모든 결과를 그저 백수로 분류하는 것이다.
현실에선 ‘그러게, 누가 해외여행만 뻔질나게 다니래?’라고 타박할 수 있을지라도, 게임에서까지 그 노력과 자유도를 무시하면 시청자들은 분개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런 사건이 몇 번이나 생겼었고, 치즈마을 제작진도 당연히 제작 단계에서 이를 고려하고 있었다.
그들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에 대해서, 굉장히 큰 보상으로 답하고자 했는데.
“치즈는 아마 파프리카의 식민지가 돼서 그들에게 식량을 바치게 될 겁니다. 여기서 치즈는 저항할 수 없습니다. 파프리카는 엄청 강해요.”
“그럼 영원히 식민지예요?”
“아뇨,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저항하는 세력이 등장할 겁니다.”
“예? 저항할 수 없다면서요?”
“그래도 나온다는 거죠. 마치 독립운동가들처럼요.”
“아…….”
“엄청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리라는 겁니다. 그러면 그에 대한 보상이 확실해야죠.”
설계상, 파프리카 마을과 치즈마을은 전투력으로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 존재들에게 저항하는 용기 있는 자들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는 분명 찬사받아 마땅했다.
현실에서는 그저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지만, 게임에서만은 그래선 안 됐다.
“그래서 이런 걸 준비해 봤습니다…….”
제작진 중 하나가 스크린을 가리키며 소개한다.
“수호자.”
* *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주작의 활주로]새빨간 주작이 전투 지역을 한 번 훑고 가버리니.
온 사방이 불천지였다.
화르르르륵!!
-ㄷㄷㄷ
-뭔데 이거 ㅋㅋㅋ
-ㅅㅂ ㅈ사기네 ㅋㅋ
-게임오바~
‘헐.’
직접 쏜 아몬드도 놀랐다.
청룡, 백호, 현무, 주작 중에 활로 쏠 수 있는 게 주작뿐이라 주작을 쏜 건데.
이 정도 파괴력이라니.
“끄아아아아아악!”
화살과 함께 쏘아진 주작이 지나가는 길을 전부 불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미…… 미친, 이게 뭔…… 컥……!”
무섭게 기사단을 썰어대던 파슬리, 그녀는 제대로 된 반격조차 못 해본 채 타 죽어버렸다.
“으아아아아악!”
엄청난 대미지의 화염이다.
-와 ㅋㅋㅋ
-???
-ㅈ버그 밸런스 똥망겜ㅋㅋㅋ
-뭔 ㅅㅂㅋㅋㅋ
-너무하잖아 이건
-자기 편도 다 죽는 거 아님???
이 정도의 대미지, 범위, 속도라면 아군도 같이 휩쓸렸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허…… 헉…….”
털썩.
엄청난 화력에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진 모솔.
“이, 이게 뭡니까.”
숭자 배의 머랭.
등등.
모두 멀쩡히 살아 있었다.
이것이 수호자의 엄청난 특권이자 제약.
[*치즈마을 주민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치즈마을 주민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 것이다.
수호자라는 말에 딱 맞는 옵션이었다.
‘뭐야, 이건?’
단봉이도 주변을 둘러보고서야 알았다.
기사단은 전부 살고, 타 죽고 있는 건 파프리카뿐이라는 거.
‘어, 어쩌지?’
그럼에도 단봉이는 심히 당황했는데.
‘차라리 다 타 죽는 게 나은데!?’
지금, 파프리카 마을이 실시간으로 비옥해지고 있다.
“끄아아아아아악!”
“으, 으아아! 으아악!”
“불이야! 불!”
털썩.
하나둘 쓰러지며 땅이 시커메지고 있다.
이걸 기사단 멤버들이 보게 되는 건 최악이다.
특히 홍송이나 모붕이가 보게 된다?
‘돌이킬 수 없어.’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단봉이가 고래고래 외쳤다.
“기사단! 단무집 안쪽으로 후퇴!!”
방금 거대한 주작이 현장을 불지옥으로 만든 걸 봤으니, 어차피 모두 혼비백산.
‘후, 후퇴?’
‘후퇴?’
혼란한 와중엔 큰 목소리로 외치는 말을 듣게 되는 게 인간이다.
금세 복창하는 기사들.
“후퇴하라!”
“후퇴하라십니다!”
모두 뒤돌아 뛰었다.
매캐한 연기, 혼란한 전장, 급작스러운 후퇴.
이 와중에 시체들 밑의 흙이 꺼멓게 변하는 걸 주목한 이는 없었다.
봤다고 해도, 땅이 그을린 것과 분간하기는 어려웠다.
단봉이는 이때 얼른 고봉이를 찾았다.
“고, 고봉아!”
“옙!”
이젠 척하면 척.
고봉이는 이미 곡괭이를 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나는 단무집에서 애들 통솔하고 있겠다! 알겠지!?”
“예! 제가 처리하고 가겠습니다요!”
-시체 처리반 ㄷㄷ
-캬
-고봉잌ㅋㅋㅋ
-큰 일은 고봉이가 ㅠㅠ
퍽, 퍽, 퍽!
고봉이는 시체를 발로 밀어내고 그 아래 흙을 파서 인벤토리에 척척 넣었다.
혼비백산한 기사단에게 이렇게 외치면서.
“전원 후퇴하라~ 후퇴하라~”
마치 노동요처럼 후퇴를 외치며 그는 오히려 역주행하여 곡괭이를 휘둘러 댄다.
퍽! 퍽!
* * *
한편, 기사단이 후퇴한 단무집 안쪽.
“허억…… 헉…… 그건 뭐였습니까?”
홍송이는 아까 날아온 주작에 놀라서 물었다.
이들 입장에선 그게 아몬드가 쏜 건지 뭔지 확실히 구분을 못 하는 것이다.
당연했다.
수호자 스킬이 뭔지는 아몬드조차 쏘기 전까지 알지 못했으니.
그러나 단봉이는 아몬드의 위치를 정확히 알았기 때문에 확신했다.
“대감께서 쏜 것이다.”
“!”
기사단의 모두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일단 서크에서 스킬 피해는 아군한테도 오기 때문에 여기로 대피한 거야.”
“그…… 그러면 방금 그게 수호자입니까?”
홍송이가 놀라서 되물었다.
아몬드가 수호자가 되는 루트를 열었다는 소문은 이미 치즈마을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NPC들이 우르르 몰려왔던 그 광경을 목격한 스트리머가 한둘이 아니니까.
“그래, 채팅 로그를 확인해 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미친.”
“수호자?”
“지린다.”
신입들의 생각은 모두 같았다.
‘다행이다.’
‘적이 되었다면 끔찍하다.’
‘기사단 최고다.’
기사단에 들어오길 참 잘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투로 후원도 많이 터지고, 엄청난 관심도 받아 시청자도 늘었으니.
좋지 않을 수가 없는데, 아몬대감이 수호자라는 유일무이한 직업까지 얻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의 관심은 계속 기사단 쪽에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의 충성심은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이 높아져만 갔다.
누군가는 시청자들에게 업적작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누가 이거 나무위키 업적에 넣어줘. 붕어…… 아니, 나 붕붕이가 기사단에 있었노라고…….”
-진짜 ㅋㅋㅋㅋㅋ난리났누
-기사단의 대장장이 붕붕이……
-ㅋㅋㅋㅋㅋ붕붕이가 한 건 하긴함
-활 만들었으니 할 거 다했지~
그 외에도 시청자들에게 기사단에 대한 충성심을 어필하며 주접을 떠는 신입들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아몬드가 태어나자, 거대한 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을 네 개의 대륙으로 갈라놨다…….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ㅅㅂㅋㅋㅋㅋ어디까지 가는거야
-ㅁㅊㅋㅋㅋㅋㅋ
-넛틸리언 창조론 ㄷㄷ
-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뭔데
-견신교 ㄷㄷ
누군가는 아몬드를 신격화했고.
“기사단 깃발 디자인 좀 해볼까. 좀 더 크게 만들어서 진짜 간지나게.”
누군가는 전공을 살려서 기사단 깃발을 다시 만들어보려 했으며.
“여러분, 프로필에 제 생일이 잘못 쓰여 있더라구요. 제 생일은 오늘입니다. 기사단에 들어오고 다시 태어났거든요.”
어떤 이는 자신의 생일을 바꾸려 했다.
그런데 모두의 그런 말뿐인 주접은, 절대로 이자만큼의 충성심을 증명할 순 없었다.
쿵.
갑자기 단무집의 현관이 열리고, 다 죽어가는 누군가가 기듯이 들어왔다.
“모, 모붕아!?”
단봉이가 놀라서 모붕이를 부축했다.
“모…… 모붕이…… 복귀 완료. 명령…… 수행했습니다.”
털썩.
그는 과다 출혈로 그대로 현관에서 쓰러졌다.
[사망]명령을 완수하는 데 모든 힘을 쓴 그는 거짓말처럼 생을 마감했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출 뭔뎈ㅋㅋㅋ
-아니 타이밍ㅋㅋㅋ
-ㄷㄷㄷㄷ
-모솔ㅅㅂㅋㅋㅋ
각자 충성심을 어필하고 있던 모든 신입 스트리머들이 조용해졌다.
‘이건 반칙이잖아.’
‘진짜 죽어버리다니, 독한 놈.’
‘와…… 역시 붕자 배는 다르다.’
단봉이가 모붕이의 눈을 감겨주고는 뒤에 대고 말했다.
“홍송아, 일단 모붕이 물건들을 챙겨서 공용 창고에 넣어둬라.”
“옙! 어이 숭이들, 움직여!”
뻥!
기사단의 유구한 전통에 따라 홍송이가 아무 숭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아, 아이고! 알겠습니다요!”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기사단방언ㅋㅋㅋㅋㅋㅋ
-왜 말투가 다 저렇게 되는건뎈ㅋㅋ
-머숭아 ㅠㅠ
-머랭ㅋㅋㅋㅋ
* * *
한편 단무집 밖.
아몬드와 고봉이가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만났다.
퍽! 퍽!
쉼 없이 휘둘러지는 곡괭이.
그들은 함께 비옥토를 캐면서 어질러진 전쟁터를 정리해 놨다.
옵시디언 장비도 당장 가져가면 좋겠으나, 이건 밑 기수들에게 시켜야 했다.
그래야 누군가 먼저 손을 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열심히 파밍할 것이다.
“거의 다 끝났다~”
구덩이 쪽 말고 위쪽의 정리는 웬만큼 끝난 상황.
고봉이가 갑자기 급하게 아몬드에게 달려온다.
“대, 대감……!”
그는 뭔가를 발견한 것처럼 손을 덜덜 떨었다.
“이거…… 이 옵션은 처음 나온 거 아닙니까?”
그 손에는 네모난 비옥토가 하나 얹어져 있었다. 겉보기엔 그냥 같은 비옥토.
“옵션?”
같은 비옥토라도 사람 비료인지, 몬스터 비료인지에 따라 그 옵션이 달랐고, 그중에서도 용의 숨결로 죽인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있었다.
그럼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주작의 숨결로 죽인 사람 비료는 어떨까?
“오…….”
옵션을 읽어본 아몬드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거 마을을 수호한 보람이 있으십니다?! 으, 으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이들은 시체가 가득 널린 시커먼 전쟁터 한가운데서 크게 소리치며 웃었다.
-누가봐도 ㅈㄴ 악당인뎈ㅋ
-얘네가 수호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악당 같아 ㅋㅋㅋㅋ
-아몬드 맞춰서 웃어주는거 개커엽네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캐릭터들이 넘 웃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