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2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55화(1026/103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55화
50. 전리품(2)
“어…… 복수자……? 저건 뭐였더라?”
후추의 전직을 본 장 피디가 의아해한다.
복수자.
이거 들은 기억이 있는데.
“아, 그러니까 저게…….”
박오훈이 도감을 뒤져본다.
“……이런.”
“왜.”
“이, 이게 그러니까 원래는 치즈마을에 생기는 걸 고려한 건데…….”
“치즈마을용 직업이란 말이야?”
생각해 보면 당연히 그랬다.
복수자의 조건부터가 침략자인 파프리카 쪽이 달성할 만한 것은 아니잖은가?
“예. 이게 그러니까 설계 의도가 수호자의 사이드킥입니다.”
잠시 이어지는 침묵.
장 피디가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아.”
기억났다.
젠장.
“망했군.”
* * *
그 시각, 치즈마을의 한 어둑한 지하 공동.
누군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여기서 자란 작물은 그냥 안 상한다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엄청난 겁니다!”
단봉이다.
“공짜 냉장창고라구요!”
그는 주작의 힘이 깃든 비옥토의 가능성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여기서 누군가는 의아할 수 있다.
아니, 기사단 정도의 재력인데 냉장창고를 공짜로 얻는 게 대수인가?
-오오……
-엄청 좋은건가??
-냉장 창고가 근데 필수임?
-뭐 공짜라는데 ㅋㅋ 나쁘진 않네
-걍 붙은 옵션인데 겨울 오기 전까지는 이게 낫지
이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시청자들뿐이 아니다.
주민들 중에서도 관심이 없는 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고봉이도 이렇게 묻는 것이다.
“다, 단봉님…… 냉장창고가 그렇게 비쌉니까요? 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잘…….”
“에라이! 그러니까 네가 천한 것이다! 이놈아!”
“아, 아이고!”
뻥!
단봉이가 고봉이 엉덩이를 걷어차며 고래고래 외친다.
-아닠ㅋㅋㅋㅋㅋ
-짬 대우 언제 해주냐고 ㅠㅠ
-고봉이도 이제 귀족이야……
-ㅠㅠㅠ
이제 고봉이를 어느 정도 대우해 줄 만도 한데, 단봉이가 이렇게 열을 내는 이유는 간단했다.
“냉장창고 가격이 얼마인지 아느냐?”
“10만 골드 아닙니까요?”
현재 기사단의 하루 총 매출은 500만 골드대이다.
여기에 이번에 얻은 비옥토까지 제대로 굴리면 1,000만은 우습게 넘을 테니, 10만 골드 정도는 마음먹으면 쉽게 살 수 있는 가격일 터.
“그럼 ‘지금’ 가격은?”
“예?”
“지금 냉장창고 가격은 얼마냐고 물었다!”
“지, 지금은…… 가격이 다릅니까?”
냉장창고에도 시세가 있다.
많은 이들이 이걸 간과한다.
처음 등장했을 때 그 가격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 이놈아. 무려 267만 골드야!”
“!”
냉장창고.
농작물 심지어 어류나 고기류도 보관할 수 있는 거대한 냉장고다.
이는 서버에서 마련한 물건들 중에서 사실상 최고 가격으로, 물건의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계속 상승한다.
서버에 돈이 풀리는 만큼, 물가 상승률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거기에 수요 상승까지 반영하는 것이다.
즉, 제작진은 이들이 서버 첫날 냉장창고를 사는 부담과 서버 마지막 날 사는 부담의 크기를 최대한 맞추려 한 것인데.
실상은 대개의 자본이 그렇듯 첫날 사는 게 가장 이익인 형태가 되어버렸다.
-ㄷㄷ
-뭔 가격이 저래??
-헐 이젠 걍 못사네?
-저래서 도우너츠가 공동구매로라도 산거구나 ㅁㅊ
-은마 냉장고 ㄷㄷ
-와 ㅋㅋ
-강남 아파트여?ㅋㅋㅋㅋ
이렇게 될 거라는 걸 가장 빨리 파악한 건 도우너츠.
그래서 그는 농부 협회라는 형태로 가장 먼저 냉장창고를 구입했고, 그것으로 부의 격차를 계속 늘렸다.
그가 돈을 벌면 벌수록, 냉장창고는 점점 더 비싸졌다.
그가 돈을 벌면, 치즈마을에 그만큼 돈이 많이 풀린다는 이야기니까.
창고는 더, 더 비싸지는 것이다.
지금 기사단이 내는 매출도 당연히 이에 반영되니, 냉장창고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치솟아버린 것.
“수천, 수억 명이 만드는 시장 원리를 이 작은 마을에서도 느낄 수 있게끔 최대한 가격에 반영한 제작진의 조치다.”
치즈 마을은 인원이 한정적이라 수요의 폭증 등이 한계가 있지만.
만약 여기가 현실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시세 시스템.
“……이, 이럴 수가.”
고봉이는 설명을 듣고는 깜짝 놀란다.
“그, 그럼 지금 저희 총 매출의 거의 반을 메꿀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제야 주작 비옥토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그 비싼 냉장창고가 없어도 여기서 재배한 비옥토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계속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
“이 주작 비옥토가 생각보다 적게 나와서 아쉽습니다요…….”
처음엔 뭐가 좋은 건지 모르겠다던 고봉이는 이제 아쉬워한다.
주작 비옥토는 다른 비옥토들에 비해 그 수가 상당히 적었기 때문이다.
아몬드가 주작을 쏜 건 마지막 순간뿐이었으니까.
그러나 단봉이는 그리 아쉬워하지 않았다.
“대신 여기서 키운 작물을 계속 쌓아놓으면?”
“!”
여기서 만든 작물들은 계속 보관할 수 있다.
그 말은 계속 쌓인다는 것이다.
“우린 어쩌면 엄청난 한 방을 갖게 되는 거다.”
농협이 기사단에 했던 짓거리를 그대로 되갚아 줄 수 있다.
“오.”
아몬드는 마지막에 끄덕이며 말했다.
“계획대로군.”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막타 ㅋㅋㅋ
-역시 원딜 답게 막타ㄷㄷ
-ㅁㅊ 얘 있었냐???
-전략 설명할 땐 한마디도 안하다가 마지막에 계획대로군ㅋㅋㅋ
-ㅋㅋㅋㅋㅋ뭔 계획 ㅋㅋㅋ
* * *
“이…… 이걸 어째 이제? 어? 도우너츠. 대답해 봐 이 양반아!”
뿔라면이 도우너츠의 멱살을 붙잡고 흔든다.
“흐어으어흐어…….”
도우너츠는 그냥 무력하게 흔들린다.
기사단이 자신들이 세금을 다 내게 될 위험을 무릅쓰고 침략자들을 무찔렀다.
이걸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옆에서 중년탐정이 말렸다.
“그만해. 뿔라. 사실상 지금 기사단이 이순신 장군이나 다름이 없는데! 도우너츠라고 방법이 있겠나?”
“방법이 없으면 만들어어어!”
뿔라면은 계속 도우너츠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패악질을 부렸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던 걸까?
“자, 잠…… 컥, 잠깐!”
도우너츠가 손을 들며 뭔가 말하려 한다.
“거 봐. 쥐어짜면 나오잖아.”
뿔라면은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손을 털며 으쓱거렸다.
-ㅁㅊㅋㅋㅋㅋㅋ
-깡패냐고 ㅋㅋㅋ
-포브스 선정 선임으로 만나기 싫은 스트리머 1위
-뿔라면식 해결 방식 ㅋ
-그냥 숨막혀서 잠깐 한 거 아님?ㅋㅋ
의외로 도우너츠가 해결책을 떠올린 부분은 뿔라면의 멱살이 아니었다.
중년 탐정의 말이었다.
“주, 중탐아. 아까 뭐라고?”
“응? 이순신 장군이라고…….”
“이순신 장군…….”
조선 역사상 어쩌면 가장 위대한 장군.
엄청난 전력 차를 극복하여 왜구를 몰아낸 위인이다.
그런 수준의 업적을 지금 기사단이 세웠다면.
이쯤 되면 그들과 적대 세력이었던 농협은 더 이상 설 입지가 없어지는 게 맞았다.
분명 그래야 하는데.
“그 이순신 장군이 업적을 세우니, 깜빵에 보내서 고문했던 게 조선이란 나라지.”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헉
-ㄷㄷ
-캬
-ㅈ선 ㅅㅂㅋㅋㅋ
-역시 아이비리거
-선조 ㅋㅋㅋㅋ
“뭐, 뭐? 선조가 되겠다는 거야 지금?”
중탐이 놀라서 묻자, 이건 나락인데? 싶은 것이다.
그러나 옆에서 뿔라면이 부추긴다.
“선조든 조조든 되라고 해! 우리가 살려면! 그래서 방법이 뭐야. 이순신을 깜빵 보낼 방법.”
-아닠ㅋㅋㅋㅋㅋ
-워딩이 소름돋네요
-조좈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
-이순신 장군니뮤ㅠㅠㅠ
-선조? 빤스런 엔딩 예상해봅니다 ㅋㅋ
“지금 녀석들은 전리품 나누고, 승리를 축하하느라 여념이 없잖아. 우린…….”
척.
도우너츠가 광장을 가리킨다.
“미리 여론전의 선수를 친다.”
“어떻게 여론전을 할 건데?”
그러나 여론전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상황이 엇비슷할 때만 가능한 거지.
이 정도까지 업적 차이가 나버리면 호도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조선 시대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도우너츠는 이게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최대한 열심히! 왜곡해야지!!! 그 정도는 좀 너네가 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대한 열심히 왜곡ㅋㅋㅋ
-농민일보의 최후……
-ㅋㅋㅋㅋㄹㅇ 묻지만 말고 좀 해라
* * *
그렇게 농협인들은 광장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이들로서는 이게 최후의 발악 같은 거였다.
“뭐, 뭐라고 쓰지?”
“일단 대자보를 더 키워! 더 크게 만들라고!”
탕! 탕……!
야심한 밤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농민일보가 걸린 대자보를 더 크게 만들고, 그 위에 말 그대로 대문짝만한 기사를 실으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농협의 간부들은 기사 내용을 어떻게 채울지 긴급히 회의 중이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 끝에 나온 제목.
[기사단은 실패했지만, 급히 달려간 농협이 침략의 불길을 끄다]파프리카를 격퇴한 일에 대해선 왜곡할 수 없으니 그 업적을 자신들에게 돌리려는 것이다.
기사단은 처음 전멸하고, 그 이후 농협이 참전해 전세를 뒤엎었다는 이야기.
거기에 농협이 파프리카와 거의 공멸하여 다 죽어갈 때 부활한 기사단은 옵시디언만 챙겨갔다는 말까지.
“와…….”
나름대로 딱딱 들어맞는 퍼즐.
도우너츠와 모두는 중얼거렸다.
“진짜 쓰레기다.”
“리얼 짬통이다. 여기.”
-ㅅㅂ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들도 아네 ㅋㅋㅋ
-이렇게 된 거 끝까지 밉상으로 가보자~
-ㅋㅋㅋㅋㅋ방송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ㅅㅂㅋㅋㅋ
-여기서 그냥 지면 농협 분량 삭제되는데 어떡하라고~ㅋㅋㅋ
농협이 아무리 기사단을 미워해도 이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의 사건 왜곡을 감행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이들도 다 살자고 이러는 것이었다.
스트리머의 세계에서 무관심만큼 지옥은 없다.
농협이 여기서 기사단에게 깔끔하게 항복하고 물러난다면 그 이후 농협은 아무 존재감이 없는, 그냥 없는 거나 다름없는 단체가 될 것이다.
“차라리 악당이 낫다.”
“……그래. 가자.”
무플보단 악플.
이는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에선 진리다.
“그래…… 젠장할. 그냥 끝까지 가는 거야!”
“가즈아아아아아아!”
그들은 역으로 기합을 넣으며 거대한 천으로 만들어진 기사를 들고 대자보 쪽으로 뛰어갔다.
한시라도 빨리 이게 설치되고, 여기서 소란을 피워야 했다.
“오, 온다!”
“너네 판 다 만들었어?”
“예! 보세요!”
엄청나게 커진 게시판.
여기에 엄청나게 큰 기사를 붙인다.
슈욱.
순식간에 빤빤하게 펴지는 천.
그러자 드러나는 타임스퀘어 광고판 같은 기사의 모습.
그런데─
“여기에요! 여기!”
갑자기 어디서 풍선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저쪽에서 한 무리의 주민들과 다가오며 삿대질한다.
“이 망할 가짜 언론이 얘네라구요!”
-헉
-뭐지?
-??
-풍선껌 ㅋㅋㅋ
“허풍선일보가 할 말이냐?!”
도우너츠는 곧장 반격했으나.
풍선껌이 맞받아쳤다.
“잼민일보는 물러가라!”
-잼민일보 ㅁㅊㅋㅋㅋㅋ
-네이밍 지리네 ㅋㅋㅋ
-캬 이야기꾼 맞누 ㅋㅋㅋ
-그에게 주어지는 합격목걸이……
-ㅋㅋㅋㅋㅋ잼민ㅋㅋ
잼민일보.
꽤 타격감이 있는 말이었지만, 이게 문제는 아니었다.
그 뒤에 따라온 주민들.
아니, 그냥 주민이 아니다.
NPC들이다.
“당장 철거해!”
척!
선두에 선 NPC가 고함을 치고.
“감히 뻔뻔하게 이야기꾼도 아닌 놈들이! 마을 광장에 뭘 게재한다는 거야!?”
덩치 좋은 다른 NPC들이 나서며 게시판을 붙들었다.
“어…… 어?”
“왜 왜 이래요! 이거! 갑자기!”
갑작스러운 NPC들의 반응.
농협은 당황한다.
“비켜! 철거하게!”
그러든지 말든지 NPC들은 척척 걸어와서 게시판 위 천을 찢기 시작한다.
부우욱!
부욱!
그 모습을 보며 도우너츠는 생각한다.
‘설마.’
그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간다.
저기 있는 다른 게시판.
[풍선일보]그렇다.
이야기꾼의 진짜 힘.
그건 주민들을 선동하는 게 아니었다.
[가짜 언론 농민일보 언제까지 방치하나?]NPC들이 그 이야기를 믿게 되는 것이다.
풍선껌은 그 NPC들의 힘을 이용하기 위한 기사를 그새 써놨던 것이다.
-와 ㅋㅋㅋㅋㅋㅋ
-선수쳤네
-풍선껌 우승!
-풍선껌 슈퍼플레이!
-캬
-기사단의 비선별 멤버……
-ㅁㅊㅋㅋㅋㅋㅋ
-와 이걸 풍선껌이?
“와하하하! 가짜 뉴스 쓰레기들아! 당장 꺼져~!”
풍선껌은 신나서 웃으며 농협이 만든 게시판에 새로운 기사를 붙인다.
척.
[마을은 그들을 버렸지만, 그들은 마을을 버리지 않았다]기사단의 파프리카전 승리에 관한 기사였다.
-크 ㅠㅠㅠ
-미쳤다
-이게 진짜 이야기꾼이지
-끝났네 ㅋㅋ 선조런 ㄱㄱ
-캬
-ㄷㄷㄷ
-가슴이 뛴다
-대풍선
-아몬드 치즈 대통령 당선!ㅋㅋㅋ
웅성웅성.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기사를 읽었다.
“파, 파프리카였다고?”
“아니, 그걸 기사단이 이겼어. 몇 배 차이 나는 전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