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2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59화(1030/103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59화
51. 오피스(1)
민족 반역자 재판이라는 아이디어의 제안자는 놀랍게도 모붕이었다.
“전부 처단해야 합니다!!!!”
그는 기사단에 반하는 건 모두 지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모붕아……
-이래서 찐따가 힘을 가지면 안된다고 히틀러가 보여줬는데
-ㅋㅋㅋㅋㅋㅋㅅㅂ 얘 미쳤냐?ㅋㅋㅋㅋ
-상대는 젤로야.
“지금 상대를 가릴 때입니까!? 치즈를 배반한 놈들은 3대를 멸해야 맞습니다아!!”
“으, 음…… 그, 그래.”
단봉이가 어쩔 수 없이 오케이하자, 곧바로 메시지가 발송됐다.
띠링.
[모솔: 안녕하십니까? 기사단의 브랜딩 홍보 담당관 모솔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후 기사단 기지가 완공되면 ‘민족 배신자 재판’이 있을 예정입니다. 첫 번째 대상자는 ‘젤로’입…….]이 메시지는 젤로만 본 게 아니라 당연히 다른 수많은 스트리머들에게도 노출됐다.
서버 채팅창이 그런 곳이니까.
[슈크림: 헉…… 젤로 님 그게 진짜예요?] [미호: 젤로 님이 민족 반역자였어!? ㄷㄷㄷ] [백숙: 기사단 막나가네~] [소보루: 젤로니뮤ㅠㅠ 왜 그러셨어요ㅠㅠㅠ]젤로는 심히 당황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뭐…… 여기 북한이야?! 러시아야!? 난 인권도 없나!!?”
-ㅅㅂㅋㅋㅋㅋㅋㅋ
-민족 반역자한테 뭔 인권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응이 ㅋㅋ
-앜ㅋㅋㅋ
젤로는 부당함을 호소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띠링.
[죽어 님이 3만 원 후원했습니다.] [기사단이 정권 잡았으니까 숙청 들어가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숙청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 힐링겜 수준 ㅋㅋㅋ
-캬
-이게 맞다
그의 시청자들마저 그저 순순히 죽으라는 듯이 말한다.
“아니, 죽어 님. 후원 감사하긴 한데…… 그렇게 막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시면 어떡해요. 예?”
한편 이 상황을 모두 보고 있던 도우너츠.
“저…… 젤로 님?”
조심스레 함께 세상을 다시 뒤엎어보자던 젤로의 제안을 거절한다.
“저희는 더 이상 파프리카와 엮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뭐, 뭐라구요!?”
“저희도 살아야죠?”
“살기는 무슨 이대로 있어도 죽어요 이 양반아. 노잼사예요! 노잼사! 재밌게 죽냐 재미없게 죽냐 차이라구요!”
-ㅁㅊㅋㅋㅋㅋ
-방송의 천재 ㄷㄷ
-캬 ㅋㅋ
-맞말이긴함ㅋㅋㅋ
그러나 도우너츠는 고개를 저었다.
“성실하게 농사하는 모습도 나름대로 재밌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이제야 농부가 되려는 농협
-늦었어……
-ㅠㅠㅠ
턱.
그렇게 도우너츠는 젤로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는 뒤돌아선다.
“어, 어!? 도우너츠 님! 어디 가세요!”
휙.
그는 뒤로 손을 흔들며 농협의 본거지로 걸어갔다.
“이대로 정말 정계 은퇴하시는 겁니까!? 먼저 죽은 동료들의 원혼이 웁니다아!! 억울하지도 않으십니까!?”
-누가 죽었는뎈ㅋㅋ
-걔네 다 다시 살아났잖아……
-ㅋㅋㅋㅋ ㄹㅇ 정치 드라마냐?
-정계 ㅇㅈㄹㅋㅋㅋㅋ
처음엔 설득해 보려던 젤로였으나.
“에라이! 너넨 무사할 거 같아!? 기사단 그 극악무도한 놈들이 너네 살려둘 것 같냐고! 간 쓸개까지 다 빼서 전시장에 걸어두고 가죽만 남겨 농노로 굴려 먹을 놈들이야!!”
-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
-개막말ㅋㅋㅋㅋ
-악당들의 마지막은 이렇군요
-앜ㅋㅋㅋㅋㅋ
“뭘 해도 농협은 그냥 젤사오적이야! 이 양반아!!”
그러나 도우너츠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뿅뿅뿅.
최대한 빨리 젤로의 시야에서 사라질 뿐이다.
-줄행랑ㅋㅋㅋㅋㅋ
-개잘도망가네
-저렇게 빨랐냐고 아재……
* * *
한편 기사단 내부의 아몬드.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는 이만 방송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갔다.
-아바 ㅠㅠㅠ
-안돼
-오늘 진짜 방송 오래하긴함
-ㅠㅠㅠㅠ가지마
-서크에 살아줘 아몬드!
요즘따라 방송을 오래 해서 더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의 절규에도 아몬드의 방송은 꺼졌다.
스르르륵.
캡슐 문이 열리고, 상현이 몸을 일으켰다.
“와…….”
오늘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배고프네.”
어느새 저녁 시간도 지나 깜깜한 밤이었다.
서크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몸 괜찮은가.’
시험 삼아 스트레칭을 해본다. 계속 저 안에 틀어박혀 있으니 당연히 상태가 완전 좋은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좋은데?’
상현의 캡슐은 최상위 개인 캡슐.
상시 마사지 기능도 들어 있어 생각보단 상태가 좋았다.
일반적인 캡슐이었다면, 굳이 상현의 팔 때문이 아니라 근육이 굳어 온몸이 찌뿌둥했을 것이다.
‘이거 되게 좋은 캡슐이었구나.’
기지개를 켜며 새삼 느끼게 되는 노바의 기술력이다.
장기간 방송을 해보니 더 체감하게 됐다.
그는 오른손을 내려본다.
파르르…….
‘이건 여전하고.’
그렇다고 팔을 고쳐주는 건 아니었다. 악화가 덜 된다면 다행이지.
“음?”
그런데 상현은 이상한 점을 눈치챈다.
“주혁아~”
주혁이가 없다.
어디로 나갔나?
휴대폰을 쳐다보니 메시지를 보내놨다.
[주혁: 나 잠깐 나갔다 온다.]나간다고 보낸 시간이 꽤 됐다.
무슨 일이지?
보통은 무슨 일인지 적어놓을 텐데.
“……모르겠네.”
이렇게 중얼거리며 찬장에서 시리얼 박스를 뒤적일 뿐이다.
파르르…….
쭉 뻗어 올린 오른손이 떨리며 박스를 집는다.
“이 자식. 자기 키에 닿는 곳에만 올려놓고 있어.”
상현은 시리얼을 더 이상 못 먹게 하려는 주혁의 방해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릇과 우유를 준비한다.
그때 갑자기 깨달았다.
“아.”
그는 지아에게 메시지를 보내봤다.
왠지 지아랑 약속이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주혁이가 갑자기 헐레벌떡 나갈 일이 지아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지아: 응? 아니? 나갔어?] [지아: 난…… 몰랐는데?] [지아: (의심)]의심의 눈초리를 반짝이는 이모지가 딸려온다.
‘큰일이다.’
아무리 상현이 무심해도 이게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인 건 알겠다.
괜히 물어봤나?
[지아: ㅋㅋ아마 오피스 인테리어 때문에 그럴걸? 한참 진행 중이던데.]장난이었나 보다.
지아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
‘아, 그랬지. 오피스 인테리어.’
아쉬운 대로 그냥 들어가도 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괜찮게 해놓고 싶다며 인테리어를 하겠다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 시간에?’
이 밤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나?
잘 모르겠다.
시리얼을 그릇에 부으며 생각을 지우는 상현.
와르르.
‘뭘 걱정해.’
애초에 김주혁이란 인간을 걱정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이 세상 누가 그 덩치의 사내한테 허튼짓을 하려 하겠나?
쪼르르.
하얀 우유를 부으며, 머릿속도 하얗게 정리해 버리는 상현.
그는 곧장 숟가락을 꽂아 시리얼을 입에 넣었다.
와자작! 와자작!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단내.
‘이거지.’
만족스러웠다
지이잉.
그때 상현의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온다.
[주혁: 뭐야. 나왔어? 찌개 끓여놓은 거 있으니까 먹어라.]“……어.”
상현은 메시지를 보고 멍하니 입안에 있는 시리얼을 한 번 더 씹었다.
와그작.
‘어쩌지.’
* * *
상현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주혁은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갔다.
지이익.
줄자를 들고 오피스 이곳저곳을 재고 있는 것이다.
“어후 먼지.”
아직 청소를 제대로 못 해서 어떤 곳은 먼지가 인다.
그는 마스크를 고쳐 쓰면서 자를 대고 길이를 기록한다.
“1,800 책상 들어갈 수 있을 거 같고…… 여긴 2,000 책장…….”
이게 요즘 주혁이 시간이 나면 자주 하는 일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구 크기를 본 다음 오피스 어디에 놓을지 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화분 하나 놓을까?”
주혁은 휴대폰 스크롤을 내려보며 중얼거렸다.
아직 어두컴컴하고 먼지투성이에 황폐한 공간이지만, 주혁의 입꼬리는 시종일관 치켜 올라가 있었다.
“여기도 식물 놓으면 좋겠다.”
그의 머릿속 이곳은 텅 빈 콘크리트가 아니었다.
예쁜 원목 책상과 곳곳에 녹색 식물이 배치된, 따뜻하면서도 희망이 넘치는 공간.
“포스터는 여기.”
앞으로 새로 만들 믹스넛츠 로고와 아몬드 관련 홍보 포스터들이 붙어있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 스트리머 매니지먼트가 될 공간이었다.
“여기쯤에 스튜디오를…….”
슥슥.
주혁이 패드에 대고 공간을 구획해 본다.
그는 믹스넛츠 오피스에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다른 스트리머들과 합방을 하게 되거나, 토크쇼 방송 같은 걸 할 수 있게 해볼 생각이었다.
아직 아몬드 말고는 수익성이 나오는 스트리머는 팡어 정도지만.
앞으로 좀 더 뽑아볼 생각이니까.
“일단 있는 애들이나 좀 옮기자.”
주혁은 망상은 관두고, 있는 가구들을 움직이며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의 상상 속에 있던 것들보단 훨씬 후지고, 디자인도 투박한 것들이다.
“임시지 임시.”
아무래도 역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끼이이이익……!
책상들을 옮겨놓고, 대충 파티션을 채워 넣어본다.
“……그냥 회사네.”
주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까 룬스타그램에서 보던 따스하고 마법사들의 휴게실 같던 오피스의 모습과 현실을 번갈아 본다.
“흠.”
이건 아성에서도 가장 관리가 안 된 구사옥 비인기 팀 구석 한쪽이랑 뭐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멋지다.”
뒤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현이었다.
“지아는 지금 한참 영상 만드는 중이라 나 혼자 왔어.”
“어…… 어? 너 어떻게 알았냐?”
주혁은 마스크를 내리며 깜짝 놀랐다.
“지아가 알던데.”
지아가 말한 오피스 인테리어가 업체 공사가 아니라 주혁이 직접 이곳저곳 바꾸는 작업이었다는 걸 상현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야 업체를 섭외했다면 주혁이 상현에게 상의를 안 했을 리가 없었다.
회사에서 그런 큰돈이 나가면 보통 같이 결정하니까.
“아니. 그거 말고.”
“응?”
척.
주혁이 상현이 들고 온 봉투를 가리켰다.
“나 배고픈 거 어떻게 알았냐고.”
그 봉투엔 옛날 통닭 한 마리와 캔맥주가 들려 있었다.
“아, 찌개 뚜껑 열었는데, 너무 꽉 차 있길래. 네가 먹었으면 분명히 반도 안 남았을 테니까.”
“역시 아몬도일.”
주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상현이 가져온 치킨을 받아 들었다.
“너 근데 찌개는 안 먹은 거야?”
주혁은 그 와중에 찌개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치킨 냄새에 입맛을 다셨다.
‘멀티태스킹이 굉장하단 말이지.’
회사 다니던 시절부터 느끼던 걸 되뇌며 상현이 테이블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건 내일 먹자. 어차피 나 혼자는 다 못 먹어.”
“여기서 먹게? 여기 먼지 좀 있는데.”
“이쪽은 깨끗한데?”
중앙부는 주혁이 미리 치워둬서 깨끗하긴 했다.
“그리고 여기서 먹어야 의미가 있지. 손이나 씻고 와.”
“오케이.”
잠시 후.
주혁이 돌아오자 상현이 웃으며 캔맥주를 들어 올린다.
“정신없어서 이 말 못 한 거 같은데. 개업 축하하네. 김 대표.”
상현이 치즈마을 임원 말투로 말해준다.
“하하하. 개업은 한 지가 언젠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주혁은 싱글벙글하며 캔맥주를 부딪쳤다.
그리고 즉시 벌컥벌컥 들이켠다.
“캬~”
한 손에 닭다리를 들고는 와구와구 먹어댄다.
“내가 후계로 이사 와서 진짜 만족스러운 게 바로 여기야. 여기. 여기 통닭은 진짜…….”
와구와구.
말하다 말고 또 먹는다.
‘언제 봐도 참 잘 먹네.’
상현은 주혁의 먹방쇼를 잠시 멍하니 지켜보다가 뭔가를 눈치챈다.
“……어. 이거.”
이 책상과 파티션.
눈에 익은 것이기 때문이다.
“아, 아성에서 쓰던 거랑 똑같은데?”
“아…….”
주혁이 닭다리를 홀라당 삼키고는 멋쩍은 듯 웃었다.
“그, 그…… 버리는 거 좀 달라 했지.”
“…….”
상현은 감탄했다.
‘이 자식 금수저 맞나?’
일에 있어서 주혁은 정말 지독한 짠돌이다.
“뭐 인마. 이거 다 네 돈도 들어가는 거야. 아껴야지.”
“알아. 나도.”
“이런 데서 아껴야 대성하는 거야. 아성 애들 하는 거 못 봤냐? 본사 말고는 그게 어딜 봐서 국내 시총 1위 오피스 환경…….”
“안다고.”
“크흠. 그래도…….”
주혁은 괜히 찔려서 이것저것 말하다가 창밖을 보며 말한다.
“와줘서 고맙다.”
상현은 주혁이 이렇게 말할 줄 몰랐는지 조금 멈칫하다가 웃어넘긴다.
“별걸 다.”
“저거 들어야 되거든.”
척.
주혁이 가장 큰 방을 하나 가리킨다.
그 안엔 거의 3미터쯤 되어 보이는 책장이 있었다.
“아…….”
주혁이는 정말 고마운 것이었다.
지금 일손이 하나 더 생긴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