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2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60화(1031/103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60화
51. 오피스(2)
끼이이이이……!
두 남자가 야밤에 땀을 흘리며 낑낑댄다.
“하아……!”
“주혁아. 너무 큰데?”
잘못 산 거 아니야?
상현은 그런 말이 바로 턱 밑까지 왔지만, 주혁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는 그만뒀다.
그는 지금 이게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크니까 폼 나긴 하네.’
천장까지 가득 찬 책을 상상하면 확실히 이게 나아 보이긴 했다.
“한 번, 한 번 더!”
“그으으으으!”
쾅.
드디어 책장이 제자리에 가서 선다.
“후아.”
주혁이 땀을 흘리며 사정을 말한다.
“전에 쓰던 사람이 두고 간 건데. 여기로만 옮기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아, 산 게 아니구나?”
털썩.
상현은 아깐 치킨 먹던 테이블에 앉아 숨을 돌렸다.
술 먹고 힘쓰려니 운동부 출신인 그도 쉽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현실에서 이렇게 힘써본 게 언제 적인지 모르겠어.’
새삼 느낀다.
스트리머가 되고 나서 현실 세계에서 큰 힘을 써본 적이 별로 없다는 거.
체력 때문에 달리기야 꾸준히 했지만 근력 운동은 잘 안 하게 됐다.
파르르…….
상현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는 오른손을 내려다본다.
‘그래도 큰 힘을 쓸 땐 아무 문제 없는데 말이지.’
애꿎은 일이다.
만약 상현이 큰 힘을 순간적으로 써야 하는 유도 선수나 검도 같은 종목이었다면 이 정도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터다.
어느 종목보다도 미세한 정확도를 요구하는 양궁 종목.
양궁이기에 이 떨림이 장애물이 되었다.
“어, 뭐야. 팔 아파?”
가만히 오른손을 보고 있자 주혁이 깜짝 놀라 뒤돌아본다.
그는 사다리로 올라가 책을 꽂아 넣고 있었다.
“아니. 이런 거 할 땐 아무 문제 없어.”
“그래? 아프면 말해 마사지라도 해줄게.”
“그런 걸로 되겠냐.”
“하긴.”
둘은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으며 피식 웃는다.
터, 턱, 턱.
조금씩 꽂혀가는 책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책장의 모습이 그럴듯해져 갔다.
“오오…….”
상현은 위쪽까지 가득 차오르는 책을 보며 새삼 궁금한 것을 묻는다.
“근데 이 책은 다 어디서 구한 거야?”
“아 이거. 내 방에 있던 거야.”
“……?”
이 많은 책이 다 방에서 나온 거라고?
늘 작은 방에서만 생활하던 상현은 다시금 느낀다.
‘금수저가 맞구나.’
이 녀석의 계급을!
“이거 엄마가 보내주셨어. 아버지랑은 아직도 좀 서먹해서.”
“엥? 전에 경기장에 오셨잖아. 식사도 하시고.”
“…….”
주혁은 잠시 침묵했다.
“언제까지 할 거냐고 하시더라.”
“응?”
상현은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언제까지 이 일 하고 다시 원래 일을 할 거냐고 물으시더라고.”
“그게 무슨…….”
“뭔 말인지 모르겠지?”
주혁은 하하 웃으며 해석해 줬다.
“방황하는 십 대한테 대체 언제 정신 차릴래? 라고 묻는 것처럼 묻는 거야. 너 이만큼 놀았으면 됐잖아. 언제 정신 차릴래? 하고.”
상현이 벙찐 표정이 되었다.
식사 중에 그런 말이 오갔을 줄은 몰랐다.
‘주혁이가 논다고 생각한다니.’
상현이 아는 주혁이는 누구보다 일밖에 모르는 인간이다.
주혁의 해설을 들어도, 상현의 개념으로서는 그의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버지에게 있어 제대로 된 일이라는 건 뭘까?
‘상류층의 생각은 다른가?’
상현으로서는 알지 못할 일이다.
할머니는 상현이 알바로라도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을 보고 어느 때보다 대견해하셨기에.
“그냥 말실수하셨겠지.”
상현은 어설프게 얼버무려봤지만, 주혁이는 사다리에서 내려와 맥주를 한 캔 더 깔 뿐, 딱히 대답은 하지 않았다.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크~”
창가 너머엔 밤하늘의 별들이 유독 밝게 빛나고 있었다.
* * *
어젯밤에 상현과 주혁은 집에 오는 길에 추가로 과자와 맥주를 더 사서 실컷 들이켰다.
주혁은 술에 점점 취하니 역시나 아버지에 대한 불평을 늘어놨고.
그다음은 아성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마지막은 결국 자기 잘났다는 결론으로 끝났다.
“내가! 내가 이거 기획에 참여했다니까?”
“그래. 그래. 좋더라. 기획.”
상현은 술을 마시면 대충 아무 말이나 다 받아주는 편이니.
둘이 아성 시절 술친구로 지냈던 게 우연은 아니다.
“맞아~ 맞아~”
눈을 지그시 감고 다 맞다고, 다 네가 옳다고 말해주는 상현.
그것이 영혼이 나간 리액션이라 해도 주혁 역시 술에 취했기 때문에 상관없이 좋아라 했다.
“구우뤠! 쒸…… 여, 역쉬! 췬구가 최고구나! 날 알아주는 건! 너뿐이야! 우이쒸…….”
술 취한 와중에도 상현은 생각했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거구나.’
주혁의 일은 특성상 어딘가에 그 업적이 알려지기 쉽지 않다. 물밑 작업들이 대부분이니까.
그걸 잘했을 때 결국 빛나는 건 스트리머들이지 매니지먼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알아준다고 해도…… 의미 없겠지.’
상현만큼은 그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아마 주혁이가 바라는 건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그가 원하는 인정은 다른 종류의 것이다.
“어…… 영상 올라왔네.”
지이잉.
주혁은 술에 취한 와중에도 영상이 올라오자 휴대폰을 들고 하나씩 켜본다.
이쪽이 놀치마보다 진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반응이 상당히 좋다.
전에 올라왔던 건 봉송 기사단이 만들어지는 데까지였고.
[광부는 죽어서 철광을 남기고……]지금 영상은 젤로가 기사단의 점심시간을 노리고 들어왔다가 혼자 폭발해서 죽는 장면이 나왔던 순간까지다.
-ㅁㅊㅋㅋㅋㅋ12:08 여기 미쳤냨ㅋㅋ
-카페베네 엔딩ㅋㅋㅋ
-초코송이가 죽였네 결국ㅋㅋㅋ
-이거 어떻게 된건지 젤로 방송에서 보고 오면 진짜 얼탱없음ㅋㅋㅋㅋ
-아몬드 반응 봨ㅋㅋㅋㅋㅋ
역시나 썸네일로 정한 장면이 사람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다.
지아가 여전히 실력이 좋다는 뜻이다.
#실시간 화제 영상 17위
그 증거로 업로드하자마자 엄청난 순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쒸…… 잘하고 있네!”
주혁은 끄덕이고는 갑자기 침대로 가서 쓰러졌다.
드르르렁.
5초도 안 돼서 코를 골며 잠이 든다.
* * *
다음 날이 밝았다.
상현은 비몽사몽 한 상태로 일어나 식탁에 앉았다.
“흐음…….”
숙취가 심한 건 아니지만, 그냥 머리가 멍한 상태다.
주혁도 이내 방에서 나왔다.
“흐아아아암.”
그는 기지개를 켜더니, 곧바로 찌개를 꺼내 데우기 시작했다.
“어제 이거 만들어두기 잘했네.”
어제의 찌개는 주혁이 요즘 자주 만드는 된장찌개였는데.
숙취 상태에서 먹기엔 뭔가 아쉽다고 느꼈는지, 주혁은 도마를 꺼내더니 뭔가를 뒤적여서 꺼냈다.
황태였다.
텅, 텅.
황태를 채로 잘라내어 된장찌개에 넣고, 밥 짓는 데 쓰는 쌀뜨물을 좀 더 추가했다.
일반적인 야채 된장찌개가 황태 된장찌개로 바뀌었다.
꿀꺽.
식욕이 그리 많지 않은 상현도 그것을 뒤에서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사각, 사각.
주혁은 추가로 청양고추도 마지막에 더 잘라 넣었고.
“밥 좀 퍼라.”
“오케이.”
상현이 밥을 담는 동안 소시지구이와 계란프라이도 뚝딱 만들었다.
‘오히려 더 기운 차 보이네.’
주혁은 어제 술을 마시며 회포를 푼 덕에 몸은 숙취로 무거워도 마음은 가벼웠는지, 오늘 컨디션이 더 좋아 보였다.
“자, 자. 이것도~”
“예 솁~”
상현이 계란프라이와 소시지 반찬을 들고 오자 마지막에 주혁이 찌개를 들고 와 식탁에 올렸다.
상현이 못 참고 한 숟갈 먼저 떠먹었다.
찌르르.
시원한 무언가가 안쪽을 일깨우는 듯한 감각.
“와.”
“어때. 즉석에서 한 것치고는 괜찮지?”
“만년 전통 거기보다 낫다. 만년 허비했네.”
“거긴 김치찌개잖아.”
“어쨌든.”
상현은 그렇게 극찬하며 찌개와 밥을 번갈아 먹었다.
달큼한 쌀밥, 강렬한 찌개.
완벽한 조화였다.
이후 그는 계란프라이까지 밥에 얹었다.
녹진한 노른자가 감싼 흰 쌀밥과 소시지를 함께 입에 넣는다.
짭짤한 육즙이 입안에 터져 나와 방황하는데, 고소한 노른자가 그것을 감싸안아 한데로 모아 마지막은 쌀알의 단맛이 마무리.
한식의 정석적인 콤보다.
“후아…… 하…….”
뜨거운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식사는 끝나 있었다.
“와. 잘 먹었다. 두면 내가 치울게.”
상현은 그렇게 말하며 등을 기대어 잠시 쉬었다.
* * *
아몬대감이 편히 쉬고 있는 아침 이른 시간.
[미호 님이 로그아웃했습니다.] [고구마 님이 로그아웃했습니다.] [단무지 님이 로그아웃했습니다.].
.
.
수많은 스트리머들이 방송을 나갔다.
아무리 밤낮이 바뀌었다고 해도, 오전 5-6시 정도까지가 대체로 스트리머들이 방송하는 한계시간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오전 8시인 걸 감안하면 사실 이들은 꽤 늦게 퇴근한 셈이다.
치열한 기사단과 농협 간의 대립도 이 아침부터 오전 시간만큼은 잠시 멈춰 있었다.
그런데, 이 시간에조차 멈추지 않고 일을 하기 위해 남아 있는 부류들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모솔.
“기사단 입단했는데! 붕자 배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해야죠!!”
그는 자신의 수익도 아닌 기사단의 수익을 올리겠다며 이 아침 시간까지 로그아웃도 하지 않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곡괭이질을 해대고 있었다.
-모솔아 ㅠㅠㅠ
-그냥 토양도 비옥하게 만들 기세 ㅋㅋㅋㅋㅋ
-캬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 ㄷㄷ
-이걸 아몬대감이 봐야하는데 ㅠㅠ
띠링.
모솔의 이 미련한 모습에 참지 못하고 후원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답답 님이 2천 원 후원했습니다.] [왜 하필 남들 아무도 안 볼 때 이런걸 하냐고 ㅋㅋㅋ]“남들 볼 때 하면 좀 눈치 보이잖아…….”
정말 답답한 대답과 함께 다시 곡괭이질을 시작하는 모솔.
-ㅠㅠ
-절대 놀치마를 보지마……
-모솔아 넌 치즈 마을 컨텐츠 절대 복기하지 마라 ㅋㅋㅋㅋㅋㅋㅋ
-@**&!($&
-*##(()@
몇몇 스포일러 필터를 뚫고 올라온 진심 어린 조언들도 있었지만.
“그거 당연히 보면 안 되지. 저희 계약 조건에 있는데. 뭔 소리야.”
그는 알아듣지 못했다.
아니, 알아들을 생각이 없었다.
카앙!
“기사단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오로지 머릿속에 기사단을 위한다는 생각만 존재했다.
여태 그의 가치를 이렇게나 인정해준 단체는 이곳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솔은 아침 시간을 넘어 점심시간까지도 계속 무한으로 농업을 해댔다.
특히나 봉봉이 선배들이 ‘주작 필드’라며 꼭 여기를 네가 맡아서 해주어야 한다라고 맡긴 약간 붉은 기가 도는 토양.
이곳에서 모솔은 수도 없는 농작물을 만들어 나갔다.
-ㄷㄷ
-ㅋㅋㅋㅋㅋ그래…… 그거면 된거야……
-지금 놀치마 올라왔는데 ㅋㅋㅋ
-속보) 놀치마 업로드 됨 레전드 ㅋㅋㅋ 이때까지 방송을 처할 줄이야 ㅋㅋㅋ
-처음 회사에 들어간 우리네를 보는 것 같네요…… ㅎㅎ
그러던 중.
올튜브의 공식채널에 ‘놀러오세요 치즈 마을’ 2화가 업로드됐다.
썸네일엔 아몬드가 폭죽과 함께 등장하던 모습이 걸려 있었다.
모솔이 절대 봐선 안 될 것 같은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