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03화
36. 상현의 보상(2)
이런 달동네에 살다 보면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쿵. 쿵.
그런 사람들은 대문을 두들기고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구원받으세요.”
“천국 가세요.”
여러 종교의 신도들이었다.
어렸을 적 상현의 머릿속에도 그들에 대한 인상이 진하게 남아 있다.
늘 대문 앞에서 할머니에게 질척대다가 쫓겨나듯이 돌아가곤 했다.
당시 상현은 왜 할머니가 늘 매정하게 그들을 돌려보내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할머니. 할머니는 구원 안 받아도 돼?”
어린 그의 머리로도 할머니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믿지 않았다가 지옥으로 떨어지면 어쩌나, 구원받지 못하면 어쩌나.
그냥 일단 믿고 봐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이놈아. 사람이 아무리 징글징글해도, 사람은 사람에게 구원받는 거다. 저 멀리서 보고 있는 이름 모를 놈들보단, 네 이웃들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잘하면 된다.”
당시 상현은 그냥 머리를 갸우뚱했을 뿐이었다.
이웃?
이웃이라고 해봐야 여기 동네 사는 사람들보단, 아무리 봐도 하늘 위에서 떵떵거리는 신들이 더 나은 거 아니겠나.
‘그렇게 생각했었지.’
주혁이 운전하는 차 안.
상현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회색 도시를 벗어난 풍경은 어느새 산뜻한 녹색.
눈시울이 붉어진 그의 얼굴이 희미하게 창에 비췄다.
‘그래. 할머니가 이겼다. 할머니 말 틀린 거 하나 없네.’
그렇게 상현은 못으로 고정된 듯이 창만을 바라봤다. 지아는 물끄러미 그의 뒷모습을 봤으나 딱히 말을 걸진 않았다. 그냥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른 쪽 창을 바라본다.
운전하는 주혁만 시끄럽게 떠들었다.
“이야. 풍경 좋다? 어? 저거 보이냐?”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다.
“와! 저 산 봐!”
* * *
고속도로를 지나는 길에 휴게실에 잠깐 들를 때가 되어서야 상현은 고개를 돌렸고, 지아는 잠에서 깨어 이어폰을 빼냈다.
주차를 마친 주혁은 얼른 이렇게 외치면서 제일 먼저 뛰쳐나갔다.
“난 알감자다! 겹치면 안 된다!”
“와……. 완전 초딩.”
지아는 어이없는 표정이 되어 중얼거리며 주혁처럼 뛰어갔다.
“겹치면 안 되는 게 어딨어.”
상현은 그냥 주혁의 뒤를 따라 알감자를 파는 판매대로 향했다.
결국 돌아왔을 땐, 주혁은 버터 구이 오징어, 지아는 소떡 꼬치, 상현은 알감자였다.
“……너 왜 오징어냐.”
상현은 의아하다는 듯 주혁을 보며 물었다.
“그거 중의적인 의미냐?”
“?”
“크흠. 아니, 이 새끼야. 네가 알감자 굳이 처먹겠다고 버티는데 어떡하냐 그럼.”
“그냥 너도 먹으면 되지.”
“아오.”
주혁은 한 대 쥐어박고 싶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야. 이런 건 각자 다른 거 사서 나눠 먹어야 하는 거야.”
주혁은 오징어를 주더니, 상현의 알감자를 뺏어갔다. 지아도 오징어를 받았다.
“떡 가져가요.”
“…….”
그러나 그녀의 꼬치는 떡과 소시지가 번갈아서 꽂힌 소떡 꼬치다.
떡이냐 소시지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100이면 80은 소시지를 고를 주혁이지만, ‘소시지는 내가 침 범벅해 놨어요’라고까지 말하는 지아의 단호함에 눈물을 머금고 떡을 집었다.
지아는 상현의 감자를 얼른 하나 집어먹고는 소시지를 상현에게 넘겼다.
“어……? 치, 침 범벅이라며!”
“뻥이지. 주혁쓰.”
“으아아!”
주혁의 진심 어린 고함에 지아가 킬킬대며 웃었다. 상현도 피식 웃으며 소시지를 집어 먹었다.
‘……진짜 뻥이겠지?’
괜스레 뭔가 불안하긴 했지만 일단 맛있으니 그냥 먹었다.
* * *
간단한 간식으로 배를 채운 음식이 소화되며 졸음이 솔솔 몰려올 즈음.
“다 왔다.”
주혁이 내비게이션을 흘끔 보며 말했다.
공동묘지에 도착한 것이다.
높은 산을 깎아질러 만든 묘지 터였다. 아래쪽엔 전부 묘지뿐이지만 여기 꼭대기엔 납골당도 따로 있었다.
상현의 할머니는 그곳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었다.
상현이 오래전부터 봐왔던 터였다.
이 꼭대기에 올라서 밑을 내려다보면, 할머니가 그렇게나 그리워하시던 시골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다 왔대, 할머니.’
상현은 유골함을 꼭 끌어안고, 차에서 내렸다.
미리 연락을 받은 관리자 할아버지가 마중을 나오셨다.
“전화하셨던 유상현 씨 되시죠?”
“예.”
“고 이정순 씨 유가족이시고?”
“예. 아…… 여기는 제 친구들입니다.”
“아. 친구분들이 따라오셨구나. 좋은 분들이네. 갑시다. 자리를 열어놨습니다.”
부으으으응.
관리자는 골프카트 같은 차에 일행을 싣고 꼭대기로 날라주었다.
도착한 납골당은 상현이 생각했던 그 모습이었다.
아래로 산과 들이 쫙 펼쳐진 절경이 보이는.
“와…….”
지아와 주혁도 아래를 내려다보며 감탄했다.
“풍경 좋죠? 자리도 아주 좋습니다. 이런 자리 찾는 게 쉽지 않은데, 운이 좋으셨어.”
기릭.
돌판 뚜껑을 꺼내자, 깊숙한 공간이 드러난다.
저기에 할머니의 유골함이 들어갈 것이다.
“직접 넣으실래요?”
“예.”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그는 높은 곳에 자리한 할머니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유골함을 들이밀었다.
쭉 뻗은 오른손이 덜덜 떨려왔다.
턱.
늙은 손 하나가 그를 부축한다.
‘아니, 젊은 분이 손을 왜 이리 떠십니까’ 한마디 할 법도 했건만, 눈을 마주친 관리자는 그저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넣으시죠.”
“감사합니다.”
상현은 끄덕이고는 더 힘을 주어 유골함을 밀어 넣었다.
드르륵.
무거운 돌판은 다시 닫혔고, 그 돌판 위에는 ‘이정순’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툭, 툭.
사다리에서 내려오자 주혁이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셋은 간단히 할머니를 향해 반절 정도만 올리고 다시 산길을 내려왔다.
괜히 절이라도 올렸다간 죽은 사람 신경 쓸 시간에 산 사람한테나 잘하라고 할머니에게 한껏 잔소리나 들을 것 같았다.
“고마워, 지아야. 여기까지 와줘서.”
“그럼 밥이라도 사줘요.”
뭔가 기다렸다는 듯한 대답이다.
“여기 순댓국집 유명한 곳 본점이 있다던데.”
지아가 휴대폰 지도에 표시된 지점을 내밀며 말했다.
고작 사달라는 게 순댓국인 게 의아했지만, 지아는 순댓국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좋아. 내가 산다!”
상현은 어차피 정산금도 들어왔겠다, 거하게(?) 쏘기로 했다.
* * *
그들은 결국 순댓국집에서 술까지 들이켰다. 주혁만 운전을 위해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나만 못 마신 거 너무 억울하잖냐!”
다만 렌터카를 반납하고 나서 2차까지 가버렸다.
술에 취한 지아가 기분을 낸다면서 자기가 2차를 쏜다고 했으나 상현이 몰래 계산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직원들이나 다름없는데, 돈을 쓰게 하는 건 무리였다.
지아는 어차피 엄청나게 취해서 그런 건 다 기억도 못 할 것 같았다.
“흐으으…… 아몬두으으…….”
결국 여느 때처럼 상현이 지아를 업고 계단 밑까지 왔고. 주혁이 재차 업어줘서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야. 지아야. 열쇠 어딨냐고!”
“아몬두우우…….”
“아니, 얘는 무슨 전생에 포켓몬이었냐! 똑같은 말만 하냐!”
주혁이 아무리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도 지아는 열쇠가 어딨는지 말해주질 않았다. 아니, 말이란 걸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주혁은 일단 지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내가 찾아볼게.”
상현이 그녀의 가방을 조심스레 뒤지기로 했다.
실례 같긴 하지만 열쇠가 없는데 어쩌겠나.
조도가 낮은 오렌지색 가로등 밑에서 뒤지려니 뭐가 잘 보이지 않았다. 휴대폰 라이트를 썼다. 밝은 하얀빛이 쏟아진다. 그 순간.
‘어?’
상현의 눈에 어두운 구석에 있던 누군가가 들어왔다.
어두워서 미처 모른 채 지나갈 뻔했는데.
마치 이곳을 감시하는 듯한 위치에 누군가가 있었다.
남자 같은데, 이거 영 느낌이 좋지 않았다.
상현은 열쇠를 찾는 걸 그만두었다.
“야, 이거 별수 없겠다.”
“어쩌게?”
“어쩌긴, 그냥 데려가야지.”
“뭐?!”
“내가 업을게, 이번엔.”
상현은 남자 쪽을 흘끔 보며 말하고는 지아를 업었다.
그는 결국 지아를 상현의 집까지 데려왔다.
상현은 지아를 침대에 누이고는 주혁에게 물었다.
“너 혹시 봤냐?”
주혁에게 지아네 집 앞에 있던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어…… 아니? 그런 사람이 있었냐?”
“……응.”
“흠…….”
여자 혼자 사는 집이니 신경 쓰이는 것이지, 사실 별달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별거 아닐 거야. 그나저나 얘 일어나면 겁나 놀라겠다.”
주혁이 킬킬대며 웃었다.
그리고 소파에 가서 뻐근한 허리를 쭉 펴며 누웠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본 주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야. 공지 떴다.”
“공지?”
“풍선껌 합방!”
* * *
[풍선껌 실버 가기 프로젝트] [방송 천재 VS 게임 천재] [코치 : 아몬드]휴대폰 작은 화면에 뜬 공지를 상현의 엄지가 몇 번씩 오가면서 쓰다듬는다.
이게 진짜인가 싶어서다.
‘내가 풍선껌이랑 같이 방송을 한다니…….’
예정되어 있던 거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공지로 보니 정말 감각이 색다르다.
“이야. 기사도 났다.”
“기사?”
스트리머끼리 합방하는 걸 기사로 낸다고? 상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로 기사가 있었다. 그것도 제이버 포털 기사였다.
[배틀 라지 게이머라면 기대할 법한 새로운 콘텐츠 – 풍선껌 & 아몬드 합방]내용은 대충 어떻게 아몬드가 풍선껌을 실버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아몬드는 피지컬형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가르쳐서 올라가기보단 듀오 랭크로 머리채를 잡고 가는 방식이 되지 않겠는가…… 라는 추측이었다.
‘딱 맞혔네.’
사실 그게 준비한 콘텐츠였다.
아몬드가 지금 누군가에게 배틀 라지 노하우를 가르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그냥 아몬드의 극한 재능과 또 반대로 풍선껌의 극한 재능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콘텐츠였다.
-와 ㄹㅇ 재밌겠다 ㅋㅋㅋ
-ㅋㅋㅋㅋ 풍선껌 끼고 듀오 해도 아몬드는 뭐 상관없지 않냐?
└ㄹㅇㅋㅋ 배틀 라지 첫판이 솔쿼드 우승이었는데 ㅋㅋㅋ
└엌ㅋㅋㅋ 그렇네 ㅋㅋㅋ
-근데 이거 장기 콘텐츠임??
└그랬음 좋겠당 ㅠㅠ
-아몬드 어디까지 월클이야!
-??? : 하꼬 스트리머?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기사에 댓글들도 꽤 달렸다. 대체로 좋은 반응이다.
상현은 자신의 방 한쪽에 있는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퇴근 후에, 컴컴한 방에서 맥주와 함께 풍선껌의 방송을 보던 때가 겹쳐 보였다.
턱.
주혁이 상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네가 좋아하던 스트리머지? 풍선껌”
“어. 보면 마음이 편하거든.”
“사실 내가 첫 광고로 하려던 게 그 사람이랑 관련이 있어.”
“광고……?”
그러고 보니 주혁이 ‘원래 김치찌개가 첫 광고는 아니었는데’라며 투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 이번에 합방 결과가 좋으면, 풍선껌이랑 너랑 판타지아 신작 광고 모델로 밀어볼 거야.”
“……!”
상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냥 게임을 플레이해 주는 광고랑, 광고 모델이랑은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가능성 없는 얘기가 아냐. 오 실장하고도 살짝 얘기해 봤어. 기합 좀 들어가라고 미리 말해준다. 열심히 해봐.”
상현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합.
제대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