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4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80화(1051/107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80화
58. 비옥한 토양(3)
상현이 부스스한 눈으로 일어난다.
정신이 잘 안 차려진다.
‘소주를 좀 많이 마셨나.’
그는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샤워하며 머리를 휘젓는다.
쏴아아아…….
“으으으!”
찬물이 끼얹어지니까 확실히 정신이 차려졌다.
거울을 멀뚱히 보던 상현.
잠시 후.
상현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 주혁에게 말했다.
“이제 야식 좀 줄이자.”
주방에서 혼자 뭘 또 열심히 만들고 있는 주혁.
그는 대충 대답을 흘린다.
“어. 뭐라고? 어. 나중에 말해.”
치이이이이!
수증기 뿜어지는 소리, 후드 돌아가는 소리 등.
주방이 워낙 시끄러우니 잘 안 들리는 모양이다.
“뭐 하냐.”
상현이 근처로 다가가서 빼꼼 살펴본다.
“아, 이거 소꼬리 토마토 스튜야. 해장에 좋다길래. 올튜브에서 좀 봤지.”
“소…… 소꼬리?”
이런 건 또 언제 사 왔어?
“어. 형이 인마. 신경 좀 썼다.”
거짓말이다.
주혁은 언제부턴가 올튜브 보고 요리하는 게 취미가 됐다.
그냥 그날 채널에 나오는 걸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어쩔 땐 해장 요리하고 싶어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할 거 없으면 옆에 토마토 있잖아. 그거 껍데기 좀 벗겨.”
“응? 토마토가 껍데기가 있어?”
하아.
주혁은 경멸하는 눈으로 고개를 한 번 젓더니, 시범을 보인다.
‘뭔데. 미슐랭이야?’
상현은 당황하여 가만히 있었고, 주혁이 토마토를 붙잡고 십자 칼집을 내었다.
“자, 봐. 십자로 이렇게 따주고, 여기 끓인 물 있지? 여기 잠깐 담갔다 빼. 그다음 찬물로 옮겨.”
쏴아아아아.
싱크대에서 곧장 쏟아져 오는 찬물에 토마토를 담그니, 정말 껍질이 부스스하게 일어났다.
“오…….”
“이거 전부. 실시.”
“실시~”
상현은 토마토 무려 6개의 껍질을 다 벗겨냈다.
물론 주혁이가 소꼬리를 초벌로 찌고, 양파 당근 샐러리를 볶고, 토마토 페이스트까지 다 볶는 동안 말이다.
“이제 가서 기다려.”
“실시~”
상현은 말을 잘 들으며 이만 주방에서 빠졌다.
티비를 켜서 올튜브 영상 몇 개를 시청하니 금세 요리가 완성됐다.
“와서 먹자.”
토마토 소꼬리 스튜.
두둥.
이런 효과음이 나야 할 것 같은 요리였다.
“오.”
아침부터 이런 대단한 걸 먹다니.
상현은 국물만 덜어서 한 입 먹어봤는데.
찌르르.
“!”
뜨끈하고 새콤 맵싸한 게 정말 해장에 딱이었다.
자칫 너무 날아가듯 가벼울 수 있는 맛을 소꼬리의 묵직함이 꽉 잡아주어서 밸런스가 아주 좋은 맛이었다.
“아 좋다. 이게 힐링이지.”
상현은 무심코 한 말이었는데.
주혁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아. 그러고 보니까. 서크에서 힐링은…… 이제 안 하냐?”
“응?”
“서크에서 이제 어떡할 거야?”
주혁은 이제 기사단의 향방을 묻고 있었다.
“네가 계속 독재할 순 없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다.
사실 상현도 은근 고민이 있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뭔가 돌이킬 수가 없는 거 같은데.”
마치 마공에 빠진 무림인 같달까?
한번 손을 대니, 점점 걷잡을 수 없어졌다.
이제 아몬대감은 아몬드 개인이 아니었다.
기사단 전체를 책임지는 존재.
“적당할 때 내려와서 낚시나 하려 했는데. 그게 안 되겠더라고.”
“그야 독재자니까. 그럴 수가 없지. 누가 죽여줘야 사라지는 거야.”
주혁이 킥킥대며 말한다.
그 와중에도 소꼬리를 희한할 정도로 잘 발라먹는다.
후루룩.
“뭐? 죽어야 한다고?”
상현은 어이없다는 듯 묻는다.
“독재자가 끝을 내려면 그거밖에 없지. 혼자 내려오는 독재자가 어딨어?”
“그, 그래도 죽는 건 좀…… 굳이 왜 그래야 되는데?”
상현은 죽는 건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다.
“악역이 되어서 죽어주는 거지. 독재자들 끝이 다 그렇잖아?
“만수무강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 그건 현실이고. 영화 같은 데선 안 그래 인마.”
“?”
보통 반대로 말하지 않나.
“하여간 넌 죽고 나면 그냥 낚시하러 가면 되는 거야. 널 죽인 사람이 이제 기사단이든 치즈 마을이든 이끌겠지.”
가장 악랄한 악역이 되어 죽어주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 가장 악랄한 악역에 스며들어 버린 걸까?
“아몬대감은 그렇게는 못 죽어. 안 어울림.”
“…….”
정말 아몬대감 그 자체인 상현.
“너 서크를 너무 오래 한 거 아니냐?”
주혁은 농담으로 한 말인데.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게임을 길게 하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어. 내가 안 들어가면 기사단 컨텐츠 자체가 약해지니까.”
확실히 사람을 게임에 제대로 미치게 하는 요소는 승부욕도 뭣도 아닌 결국 또 다른 사람인 모양이다.
“좀 피곤하진 않아?”
“……약간?”
후루룩.
꼬리뼈를 흡입하는 상현.
“그래도 오늘은 소꼬리 보양식 먹어서 좀 나으려나?”
“뭔 할아버지 같은 소리야. 그게.”
“이…… 이거 보양해 주려고 한 거 아니야? 소꼬리 보양식이라고 할머니가 그러셨는데.”
크흠.
주혁은 괜히 헛기침하며 고개를 돌린다.
“아냐. 인마. 그냥 한 거야.”
후르륵.
그래?
상현은 대충 그렇게 반문하며 꼬리를 하나 더 흡입했다.
이제 그도 주혁만큼이나 뼈만 빼고 잘 발라먹는다.
“여튼 이 형님 생각엔 네가 죽는 게 맞아. 민중 재판으로 처형.”
“만수무강은?”
“…….”
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어휴. 저 고집.’
대감 짓 하는 게 피곤한 것 같은데, 희한하게 또 죽어주긴 싫은가보다.
뭔가 승부욕 같은 게 있는 건가?
다 먹고 설거지하러 가는 상현에게도 주혁이 다시 한번 말한다.
“잘 생각해 봐. 독재자는 어때야 하는지.”
“오케이~”
“참내.”
* * *
한편, 치즈 마을의 어느 한구석.
“이…… 이건…….”
도토리묵은 이 세계에 묻어진 비밀을 마주한다.
[영원과 찰나의 기록보관소]이 세상과 전혀 결이 맞지 않는 신비한 금속 재질로 만들어진 합판.
그 거대한 면 한구석.
틈을 발견했다.
“문인데?”
문이었다.
끼익.
그것을 열고 들어갔다.
-ㄷㄷㄷ
-와
-미쳤다
-헉
-뭔데?
탕! 탕! 탕!
마치 총성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안쪽의 조명이 켜졌다.
거대하고, 웅장한 공간.
그 안엔 깔끔한 합판으로 만들어진 책장이 우르르 도열되어 있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이곳에 보관하겠다는 의지처럼 보였다.
이것은 진정 위대한 발견이었다.
시스템도 인정하는.
빠밤~!
[첫 번째 비밀 발견자입니다.] [직업 ‘위대한 모험가’를 얻었습니다!]-캬
-오오오
-와 ㅋㅋㅋㅋ 히든??
-헐 대박ㅋㅋ
도토리묵은 곧장 위대한 모험가로 전직해 버렸다.
[빠른 이동] [순간 이동] [타입 캡슐]3개의 스킬을 얻었다.
전부 이동과 시간에 관한 것이었다.
“이…… 이게 뭐야? 이, 이렇게까지 대단한 걸 발견하려 한 건 아닌데?”
그냥 비옥토가 샘솟는 땅을 발견해서 농부로 대박 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현재 모든 비옥토는 기사단이 독점하고 있고, 개인이 비옥토를 갖고 있는 자는 단 하나도 없었으니.
만약 개인인 도토리묵이 비옥토를 갖고 농사를 짓는다면?
기사단에 떼이는 것도 없이 천문학적인 개인 소득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걸 꿈꾸고 여기까지 들어왔는데.
갑자기 세상의 비밀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게 생겼다.
“하…… 이거 발견했으니, 뭐 안 할 수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ㄹㅇ
-이거 발견하고 돌아서면 나락임 걍
-ㅋㅋㅋㅋㅋㅋ그냥 모험가로 살자
-비옥토는 포기해
도토리묵은 결국 위대한 모험가가 되기로 한다.
“스킬 능력은 좋네요. 이동 시간 엄청 줄고…… 이걸 이용해서 오울블랙을 찾아보겠습니다.”
-?
-??
-그놈의 ㅋㅋㅋ
-아니 좀…….
“물론 여기도 살펴볼 거구요. 딱 봐도 보통 장소는 아니거든요?”
도토리묵은 높이 솟은 책장을 보며 감탄한다.
“근데 이거 언제 다 읽어?”
두리번거리던 그의 시야에 커다란 기둥 같은 게 보였다.
언뜻 보기에 기둥이지만, 보아하니 그것은 컴퓨터였다.
“아. 검색 시스템이 있네요?”
그건 책의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
[검색:_____]그냥 이런 간단한 문구만 있는 아주 투박한 컴퓨터였다.
도토리묵은 장난삼아서 검색어를 쳐본다.
[검색: 비옥한 토양]-에라이 ㅋㅋㅋ
-ㅅㅂ때려쳐라 좀 ㅋㅋㅋ
-오울블랙이라 검색 안한게 어디임
-응?
-헉.
별 기대 없이 친 장난.
그런데─
[이곳의 토양에 관하여] [D7-009]나왔다.
비옥한 토양 관련 내용도 살짝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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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서 비옥한 토양은 가장 선호될 법한 마법적인 토양이다.
연구원들은 이것을 만드는 방법을 다양하게 연구했으나 역시 방법은 기존의 가장 전통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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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일지가 있었다.
심지어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었다.
꿀꺽.
도토리묵은 마른침을 삼키며 스크롤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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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방법뿐이었다.
그랬다. 가장 비옥한 토양은 가장 강한 불로, 주민을 비료 삼아 태우는 것뿐이었다. 이런 끔찍한 방법을 알게 된 연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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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토리묵의 눈이 흔들렸다.
‘뭐…… 라고?’
사람을 비료로 쓰고 태워 버려?
이게 지금 제대로 읽은 건가?
그런데 채팅창 반응을 보면 그런 것 같다.
-헉
-ㄷㄷ
-드디어 ㅋㅋㅋㅋ
-와 ㅋㅋㅋ
-채금 풀렸냐 ㅋㅋㅋㅋㅋㅋ
-캬
-큰 일은 도토리묵이 ㅋㅋㅋ
필터링이 풀린 비옥한 토양에 대한 정보가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그럼 아몬대감은 대체 어디서 비옥토를 그렇게 가져온 건데?”
-헉
-ㄷㄷ
-ㄴㅇㄱ
-글쎄여?
-앗
-킹쎄여?ㅋㅋㅋ
모른 척하지만 알고 있다.
도토리묵도 사실 직감하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소름이었다.
그 많은 비옥토가…… 전부?
“조, 좀 더…… 더 찾아봐야 해.”
도토리묵은 일단 다른 정보들을 검색해 본다.
뭔가 더 보충할 자료가 필요했다.
그러면서 그는 점점 비밀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어느덧 아침이 왔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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