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05화
37. 풍선껌(1)
“넌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스트리머야. 이 부분을 먼저 명확히 해야 돼.”
주혁이 회의에서 가장 먼저 꺼냈던 말이다.
그도 그럴 게 실력파 스트리머들이 가장 많이 겪는 딜레마이기도 했다.
그들은 프로게이머와 스트리머 사이 어떤 경계에서 수익을 창출해 내는 존재들이니까.
실력파로 가더라도 분명 시청자와의 소통은 주요했고, 사실 그게 거의 메인 콘텐츠이다.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자신들이 실력을 보기 위해 보고 있다고 느끼겠지만, 주혁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그들이 방송을 보는 이유는 사실 그 스트리머가 마음에 들어서다. 즉, 호감 때문이다.
게임 실력은 단지 그 호감의 진입 장벽을 낮춰줄 뿐이고. 결국은 스트리머는 매력으로 승부하는 직업이다.
그러니 실력파 스트리머들은 게임을 잘하는 것에서 만족해선 안 되고, 시청자들과의 소통, 방송적 재미 등 매력 요소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실력으로 끌어들이고, 매력으로 붙잡아야 하는 거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후에는, 성취에 집중하기보다는 시청자 소통을 중심으로 가는 게 중요해. 적기에 맞춰서 게임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고.”
주혁의 분석에 따르면 가장 수익이 안정적인 스트리머는 ‘종합 게임 스트리머’이다.
풍선껌과 도토리묵 등이 그렇듯이 여러 가지 게임을 돌아가면서 즐기듯이 플레이하는 거다.
상현도 이를 받아들였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태생이 경쟁을 좋아하는 스포츠맨이지만, 방송이 그 이상으로 그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되었기 때문에, 다이아 이후에는 조언대로 ‘즐겜’을 하고 있었다.
‘……뭐야.’
근데 즐겜을 하는 자신의 랭크 상태가 이상했다.
어느새 다이아 5티어에서 다이아 4티어로 가는 승급전이다.
‘진짜 마스터 가겠는데?’
마스터로 가려면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주혁과 이야기했던 내용을 떠올려 보면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트바!”
다행히 마침 방종할 시간이었고, 아몬드의 방송은 승급전을 치르지 않은 채 끝났다.
-헐, 뭐야 마스터 안 가!?
-마스터 가라고!
-아 ㅠㅠ
-트바 ㅠㅠ
-아바 ㅠㅠ
-아몬드 마스터 안 가!? 아몬드 마스터 안 가!? 아몬드 마스터 안 가!? 아몬드 마스터 안 가!?
핑.
[스트리밍이 종료되었습니다.]익숙한 메시지를 확인하고, 아몬드는 캡슐에서 나왔다.
치이익──
뚜겅이 열리고 여느 때처럼 땀이 흠뻑 나 있는 아몬드.
“승격전 할 때는 멀쩡하더니 또 시작이구나.”
지켜보던 주혁이 한마디 한다.
“아…… 원상 복귀 됐네.”
상현도 자신의 몸 상태를 보고는 끄덕였다.
승격전 할 때는 알 수 없는 힘이 펄펄 끓어올랐는데, 지금은 축 처진 미역이 된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넌 즐겜을 해도 어떻게 올 1등이냐?”
주혁이 호쾌하게 웃어댔다.
“그게 이상해.”
“응?”
건방지게 ‘천재니까’라고 대답할 줄 알았던 아몬드가 갑자기 심각하게 이상하다고 하니, 주혁은 놀랐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왜 게임이 더 쉬워진 것 같지?”
“더 쉬워……?”
표정을 보니 건방을 떠는 게 아니라, 정말 더 쉬워져서 당황하는 듯했다.
“어. 뭔가…… 플레이어들 개개인 피지컬은 확실히 더 위야. 그런데 뭔가 게임 자체가 좀 더 수월해.”
“음…….”
주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컴퓨터 앞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아몬드, 저격 등의 키워드를 쳐서 검색해 본다.
‘없다.’
눈 씻고 봐도 저격 팟을 모집하는 글이 없었다.
왜일까?
일단 아몬드가 이미 전자파 기록을 깨서 전자파의 악질 팬들이 더 이상 저격할 이유가 없어진 게 클 것이고…….
‘MMR 때문이다.’
아몬드의 현재 MMR 수치가 너무 높아서다.
마스터랑 같이 큐가 잡히는데, 마스터 정도면 이름 있는 네임드 스트리머나 프로게이머가 대부분이다. 혹은 프로를 준비하는 연습생이거나.
그들이 모양 빠지게 저격을 할 리가 없다. 이슈가 되면 자기 앞길이 망가지는 꼴이니까.
큐가 상위로 잡히면서 ‘클린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수많은 저격러를 늘 상대해야 했던 아몬드의 입장에선 오히려 이게 더 게임이 수월하다고 느꼈던 것.
“야. 저격러가 없어서 그런 거 같다.”
주혁은 아몬드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와…… 그게 이 정도 차이라고?”
허허. 아몬드는 허탈하여 웃었다.
지금껏 자신은 모래주머니를 몇 개씩 달고 게임하던 거나 다름없었단 게 아닌가?
“하여튼 난 씻고 온다.”
아몬드는 땀에 절어 몸에 착 붙은 티를 손가락으로 떼어내며 욕실로 향했고.
주혁은 커뮤니티에 들어온 김에 반응을 더 확인했다.
* * *
[아몬드 대충 즐겜하는데 다이아 5티어 구간 그냥 뚫은 거 실화냐?] [와 ㅋㅋㅋ 다이아-마스터 큐에서 오히려 더 잘해진 듯?] [저격러들이 이제 대폭 줄어서 ㅋㅋㅋ 저격 못 하나 봄] [저격러 없는 아몬드…… 이건 강하군요.]대충 아몬드의 즐겜이 생각보다 너무 강하다는 내용들이 대다수였다.
몇몇 사람들은 그게 저격러의 부재 때문이라는 걸 알아채고 있었다.
‘생각보다 화력이 세진 않네.’
다만, 승격전 때와 비교해서 아몬드에 대한 언급이 그리 많진 않았다.
이슈 글 역시 다른 스트리머들이 다 먹고 있었다.
1위) 미호 화보 나옴 ㄷㄷㄷ
미호라는 스트리머가 화보를 찍어서 스틸 컷을 따온 게시글이 1위였고.
2위) 오늘 자 풍선껌 ㅋㅋㅋㅋ 폭사
3위) 풍선껌 지옥의 드라이브 ㅋㅋㅋ
.
.
.
7위) 풍선껌 5연 폭사 모음 ㅋㅋㅋ
풍선껌에 관련된 글들이 순위에 꽤 많이 포진해 있었다. 다시 배틀 라지를 시작했다는 게 화제가 되어서 언급이 많이 되는 듯했다.
역시 평균 라이브 시청자가 5만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라 화력이 강하다.
다만 아몬드에 관한 이슈 글이 딱 하나 있었는데.
10위) 내가 봤을 때 아몬드를 해치울 유일한 최종 병기 이 새끼임
이런 제목의 글이었다.
대충 전자파의 전성기 시절 짤 정도가 나올 줄 알았는데.
==== ====
그건 바로 듀오의 풍선껌!
내일!
아몬드 VS 풍선껌!
방송 천재 VS 게임 천재!
세대 화합의 합방!
시! 작!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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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과 함께 풍선껌이 장난감 총을 들고 조준하고 있는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사진이었다.
‘사람이 총을 들고 조준하는데, 이렇게 그냥 웃겨 보일 수 있다니.’
주혁은 새삼 풍선껌의 ‘재능’에 감탄하고 말았다.
정말이지 아몬드랑은 결이 다른 재능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아 풍선껌 듀오면 ㄹㅇ 가능이지
-ㅋㅋㅋㅋㅋㅋ왜 전부 VS야 ㅅㅂ ㅋㅋㅋ
-풍선껌이랑 같은 팀인데 대결구도인 게 개웃기네 ㅋㅋㅋㅋ
-아니, 날 속였어! 광고였잖아!?
-와 오늘 아몬드 쉑 즐겜하면서 다이아 다 때려부수더라. 미친놈인줄.
└ㄹㅇㅋㅋ 다이아 승격전 다음으로 놀랍더라
└오히려 플래, 다이아 큐가 헬이었음 저격러들 때문에 ㅠㅠ
└마스터 큐까지 잡히니까 ㄹㅇ 실력 발휘 제대로 됨.
탁.
여기까지만 보고 주혁은 화면을 껐다.
‘확실히 대기업은 대기업이다.’
풍선껌이 배틀 라지를 다시 시작하자마자 커뮤니티 여론이 전부 기울었다.
특히나 대형 콘텐츠였던 전자파 기록 격파가 끝나니, 더더욱 그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하기야 특별 콘텐츠일 때 1만을 겨우 넘기는 아몬드의 방송이 평균 시청자가 5만인 풍선껌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아마 이번에 풍선껌과 합방 콘텐츠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아몬드는 바로 대기업들의 이슈에 묻혀 버렸을 것이다.
‘겨우 살았네.’
이게 무슨 생존 게임 같은 건 아니지만, 정말이지 ‘겨우 살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이 업계가 치열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주혁은 느끼고 있었다.
아주 미세하지만 배라 31의 아몬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었다.
적어도 상승 중이진 않았다.
계속 같은 걸 보면 아무래도 처음의 신선함은 떨어진다. 심각한 일은 아니었다.
어떤 연예인이든 그렇다. 심지어 정치인조차 많이 보면 질리고 뜨는 순간 뒤에는 하락만이 기다린다.
거기서 계속 유지하거나, 또 다른 변화를 줘서 한 번 더 뜨는 게 실력이다.
어차피 여기부터가 본 실력 싸움이라는 것이다.
‘지금이 적기인가…….’
딸깍.
주혁은 마우스로 어떤 파일 하나를 클릭했다.
다음 게임으로 어떤 게임을 할지에 대해 정리해 놓은 목록이다.
그 옆에 주 시청층과 규모, 성별, 선호 시간대까지 분석된 자료가 딸려 있었다.
그중에서 상현이 집어냈던 게임은 딱 3개였다.
“흠.”
그 3개를 올려놓고, 주혁은 잠시 고민했다.
‘이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전환할 방법이 없나.’
* * *
상현은 약속 시간 30분 전부터 캡슐 안에 들어가 있었다.
“후우.”
아무리 그라도 풍선껌을 만나는 건 긴장되는 듯했다.
사실 진짜 만나는 것도 아니다.
가상 공간 ‘디스 월드(This World)’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풍선껌이라니.’
그럼에도 아몬드를 떨리게 만드는 건, 아마 그가 풍선껌이라는 스트리머를 진심으로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 스트리머의 존재가 정말로 위로가 됐었기 때문이다.
[디스 월드에 접속합니다.] [디스 월드의 모든 아바타는 기본적으로 신체 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물로 적용됩니다.] [이를 거부하신다면 미리 종료해 주시길 바랍니다.]디스 월드의 경고문 아닌 경고문이 떠올랐다.
상현은 당연히 ‘예’를 눌렀다.
후웅──
그러자 순식간에 사방의 풍경이 바뀌면서, 상현의 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옷을 골라주세요.]상현의 실물과 똑같이 생긴 아바타가 속옷만 입은 채로 어색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상현은 무의식적으로 오피스 캐주얼 같은 걸 고르려다가, 게임을 하려고 모였다는 걸 깨닫고 다른 옷으로 바꾸었다.
수많은 명품 브랜드의 스폰을 받은 캐시 템들이 보였으나. 당연히 상현은 캐시를 쓸 생각은 없었다.
[게이밍 후드티] [내추럴 진]딱 봐도 게임 캐릭터가 입을 것 같은 후드티와 무난한 청바지를 입었다.
[디스 월드 채널에 접속합니다.]우웅……!
다시 사방이 밝게 빛나면서, 시야에 수많은 별들이 떠올랐다.
상현의 몸은 마치 우주를 부유하는 것처럼 둥실 떠올라 있었고.
별들 근처로 헤엄칠 수가 있었다.
‘와…….’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별이 아니었다.
그 안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고 있었다. 어떤 곳은 마을처럼 집이 지어져 있기도 했다. 그 마을의 레스토랑에서 따뜻해 보이는 스튜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보였다.
다른 별로 가면 또 다른 풍경이었다. 사이버 펑크를 연상케 하는 도시도 보였다.
‘난 어디로 가지?’
대부분의 채널은 ‘락(Lock)’이 걸린 상태였다. 마을과 도시의 아주 일부만 볼 수 있을 뿐, 외부인이 들어갈 수는 없었다.
수많은 별,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 사이를 유영하는 상현은 이상한 공허함을 느꼈다.
이 많은 곳들 중에 내가 갈 곳은 없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감정이 들면서.
띠링.
[풍선껌 : 오. 미리 와계셨네요! 안녕하세요!]그때 디스 월드의 메시지로 풍선껌이 말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