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5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87화(1058/107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87화
60. 위대한 유산(2)
“그 얘기. 자세히 한번 들어봅시다.”
젤루가 옆에 걸터앉으며 묻자, 새우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일단 우리는 진짜 항복한 게 아니다.”
로켓단이 바보 같아 보여도, 진짜 바보는 아니었다.
그냥 나라를 넘겨준 게 아니었다.
그들의 항복은 엄연히 가짜.
“아니…… 항복해서 넘겨줬던 겁니까? 싸우지도 않고?”
그런데 젤루는 항복했다는 대목 자체에 어이가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엥?
-ㄹㅇ??ㅋㅋㅋ
-뭔데 ㅋㅋ싸운거 아니었어?
“어쩐지 개같이 빠르게 점령당했더라니.”
“아, 아니, 가짜로 넘겨준 거라니까?”
“뭘 가짜로 넘겨줘요? 지금 진짜로 넘어갔는데. 다 광 캐고 있고 치즈에 갖다 바치고 저흰 배급이나 받는 신세 아닙니까?!”
-ㄹㅇㅋㅋㅋㅋ
-걍 넘겨줘놓고 가짜였다 ㅋㅋㅋㅋ
-모솔: 일진한테 맞은 건 가짜로 맞아준 거다
-뭔 소리여 ㄹㅇㅋㅋㅋ
새우는 좀 더 설명을 추가한다.
“당장은 우리가 힘이 없으니까 잠시 속이는 거다. 저들이 그래도 식량을 주고, 우리도 광산을 캐면서 광부 레벨을 올릴 수 있으니까. 동조해 주는 것이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이 꼴이 난게 다 식량을 얻기 위한 트릭쇼다 이 말입니까?”
젤루는 물론 그의 시청자들도 딱히 공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트릭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흐음.
-변명 고트
-ㅋㅋㅋㅋㅋㅋ네~ 네~ 그러시겠죠~
-져놓고 킹부러다 시전ㅋㅋㅋ
“때를 기다리는 거다.”
“그 때가 언젠데요. 도대체! 제 아버지가 어머니랑 로켓이 되어 날아갈 때! 그때는 때가 아니었습니까!?”
젤루가 흥분하여 일어서 마구 소리친다.
-ㅋㅋㅋㅋㅋㅋㅋㄹㅇ
-젤호인 ㄷㄷ
-이건 연기가 아니라 진심인뎈ㅋㅋ
-로켓단이랑 편 먹으면 화딱지 나긴해
새우는 조금 미안한지 고개를 돌린다.
“아버지 일은…… 미안하게 됐다.”
푸훕!
초코송이는 차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새어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ㅅㅂㅋㅋㅋ
-새우 연기톤 ㅈㄴ 웃기네 ㅋㅋ
-앜ㅋㅋㅋㅋㅋ
“하지만 우리와 네 아버지는 대의가 있었다. 젤루야. 이는 한 치 거짓도 없는 진실이다.”
“힘이 없는 진실은 그냥 마음의 걸림돌이에요. 아저씨.”
“…….”
-크
-젤카콜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캬
-ㅁㅊ 명언ㅋㅋㅋㅋ
-ㅅㅂ 애 맞냐고 ㅋㅋㅋㅋ
-이 새낀 2회차네 젤도준이여?
젤루의 한마디에 새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으나.
그도 준비한 게 없지 않았다.
그는 극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힘……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우린 곧 힘이 생겨.”
“예?”
“지금…… 후추와 솔트가 새로운 힘을 찾았다.”
“!”
“후추의 직업인 복수자를 새롭게 업그레이드하고, 그뿐 아니라 용암술사도, 전부 상승시켜 줄 수 있는 전설의 과학자를 찾았지.”
젤루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그에게 있어 치즈마을이란 세계는 정말 치즈마을과 파프리카 마을 딱 둘뿐이었기 때문이다.
그야 그는 도토리묵이 찾은 도서관의 존재에 대해서도 몰랐고, 운영진의 설명도 듣지 못했으니까.
“뭐, 뭡니까. 갑자기…… 그런 게 있다구요?”
갑자기 너무나 넓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헉
-응??ㅋㅋㅋㅋ 진짜임?
-ㄴㅇㄱ
-뭔데?
이에 새우는 잔뜩 폼을 잡으며 말한다.
“이 세계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단다. 젤루. 꿈을 가져라.”
“꿈…….”
“그래. 이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감동적인 말.
그러나 젤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뭐?”
“아저씨. 저도 드릴 말씀이 있다 했죠?”
“그래.”
“이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 아니라…….”
젤루는 갑자기 인벤토리에서 뭔가를 꺼낸다.
“비옥토를 가진 자의 것입니다.”
“!”
척.
그가 꺼내 든 건 B급 비옥토.
“제가 만들었어요. 이 비옥토.”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원피스다 이말이야
-ㄹㅇ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
-크
-걍 이새낀 방송을 잘함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비옥토를 지배하는 자가 마을을 지배한다
* * *
엄청난 비밀을 든 채로 치즈마을에 도착한 도토리묵.
그는 운이 좋다고 여겼다.
“기사단이 출정했다고?”
“네. 서버 채팅창 못 봤어요?”
마을의 목장 주인 미호를 통해서 들었다.
“얼마나 멋있게 나갔는데요. 제가 키운 말들 타고.”
꺄~ 대감~ 하며 뿅뿅 뛰어다니는 미호.
도토리묵도 마음 같아선 같이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거 완전한 기회야.’
기사단의 감시 없이 비옥토를 생산해 볼 기회였다.
“그, 그렇구나. 근데 만약 오늘 밤에 몬스터들이 몰려오면 어떡해?”
“아. 오늘은 빅웨이브가 아니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막으려면 주민들끼리 막을 거예요.”
이 또한 호재였다.
“그렇구나.”
빅웨이브 몬스터가 아니라면, 이제는 치즈 주민들도 다 막을 수 있다.
모두가 다 최소 강철 갑옷을 입고 있는 데다가 레벨도 높기 때문.
“아, 그리고. 농협의 드루이드님들이 막아주실 거예요.”
“노…… 농협?”
“네. 왜요?”
“아아. 아냐.”
농협.
그 두 글자를 들으니 도토리묵은 순간 좋지 않은 생각이 스쳐 갔다.
‘도우너츠에게 이걸 알리면?’
도우너츠는 분명 아직 기사단에 완전히 굴복한 게 아닐 터.
언제든 판을 뒤집을 각을 보고 있을 것이다.
도토리묵 스스로 이 큰 비밀을 짊어질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도 괜찮을지도.
‘뭔 소리야.’
휙휙.
이내 도토리묵은 고개를 저어댄다.
“왜, 왜 그래요?”
“아, 아냐! 아냐아아아!”
“?”
그는 마치 미호로부터 도망치듯이 뛰어 사라졌다.
그리고 시청자 채널로 외친다.
“제, 젠장! 나, 난…… 난 알릴 수 없어! 죽는다고!? 진짜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뎈ㅋㅋ
-메소드 연기 ㅋㅋㅋㅋ
-연기 맞냐? ㅋㅋㅋ 진짜 부담되나본데?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어이 뷰어십의 왕이 될 기회다
시청자들은 도토리묵이 이걸 폭로하길 원하지만.
“지금 여기 치즈마을을 봐!”
이렇게나 정돈된, 말끔한 마을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라.
이게 다 기사단의 존재 덕이다.
더 이상 몬스터의 위협도 없으며, 겨울이지만 굶어 죽을 일도 없다.
주민들은 모두 각자가 원하는 재밌는 직업을 플레이하고, 더럽고 어둡고 그지 같은 광부 일은 전부 외노자들에게 토스한…….
“완벽한 선진국이야!”
그야말로 전형적인 선진국.
이곳의 근간이 사실은 피로 얼룩져 있다는 걸.
단 한 명의 시민인 도토리묵이 말할 수 있을까?
“아냐. 난…… 이 평화를 깰 수 없어. 일단 얘들아. 실험부터 해보자. 오늘 오는 몬스터로.”
그는 그럴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영달, 그것 하나를 위해 비옥토를 만드는 것.
이게 그 진실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잘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뭐가 됐든 진짜 되는지 실험을 해봐야 알 거 아냐.”
시청자들의 반응은 갈렸다.
-그래그래
-도아재 너무 부담되면 하지마요 ㅋㅋ
-ㅠㅠ
-진짴ㅋㅋㅋㅋㅋㅋ
-사람이 너무 착해 ㅠ
-왜 하필 이딴 놈한테 그런 진실이……
-아니 이렇게 고뇌할거면 그 데이터는 왜 조작해놓음? 그냥 완전 악덕 비옥토 지주하셈ㅋㅋㅋ
-“최악의 인간에게 진실이 도달했다.”
그렇게 치즈마을엔 밤이 왔고.
여느 때처럼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화륵……!
도토리묵은 횃불 하나를 든 채 조용히 어딘가로 향했다.
* * *
한편 파프리카 마을의 중앙.
그곳엔 기사단의 임시 총독부 건물이 있었다.
“워홀 총독부 건설은?”
창밖을 내다보며 아몬드가 넌지시 물었다.
단봉이가 고개를 숙이며 보고한다.
“예. 그건 내일 안에 슝자 배들과 팡자 배들을 동원해서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광산은 어떤가?”
“광질은 아주 효율이 좋습니다. 역시 광부 레벨이 높은 놈들이 많아서, 치즈마을 주민이 캐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치즈마을로 돌아가서 팔면 매출이 2~30배는 뛸 겁니다.”
“음.”
아몬드는 끄덕이며 만족해했다.
“잘했어.”
그는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여기도 매말라서, 딱히 물은 없군.”
“물이요?”
“낚시할 곳 말이야.”
“아…… 낚시…….”
단봉이는 그제야 기억해 냈다.
대감의 원래 목적은 낚시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시청자 마이크 채널로 중얼거렸다.
“사람이 낚시를 못했다고 이렇게까지 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미대 합격 못해서 세계 멸망시킨 놈도 있어서 뭐……
-독재자 국룰임 어렸을 때 뭘 못해봄ㅋㅋㅋ
-낚시가 뭐라고 ㅋㅋㅋㅋ
“그럼…… 언젠가 시간이 나면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낚시를?”
“예. 저랑 고봉이가 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낚시대도 구하구요.”
“……오.”
대감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지. 큰일이 다 끝나면 말이야.”
하지만 혼자 좋자고 낚시를 하러 갈 수는 없었다.
그는 누리는 게 많은 만큼, 그에게 기대는 사람도 많았다.
돈적으로, 명예적으로, 심지어는 시청자 뷰어십까지도.
아몬대감의 존재가 없으면 기사단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낚시를 하고 저희끼리 생선을 구워 먹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오오.”
옆에서 고봉이도 거든다.
“나중에 제가 요리사로 전직해서 한번 해드리겠습니다요. 대감.”
-ㅠㅠ
-드디어 이 셋이 힐링을하냐?
-그래 좀 해라
-이거 뭔가 플래그 같은데ㅠ
단봉이가 첨언한다.
“총독부 건설이 끝나고, 워킹 홀리데이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치즈마을에 더 이상 물자 걱정은 사라질 겁니다. 그때 낚시를 하시죠.”
“비옥토는? 더 생산 안 해도 되나?”
“아. 비옥토 숫자도 충분히 많습니다. 여러 번의 공채를 진행하는 동안 추가 생산했고, 파프리카의 반동분자들을 처리할 때도 꼭 화형을 택하고 있습니다.”
고구마가 덧붙인다.
“그 화형은 제가 꼭 관리 감독 하고 있습니다요. 정보가 새어 나갈 걱정은 마십쇼. 대감.”
“오.”
그야말로 완벽하게 척척 돌아가고 있는 기사단의 시스템.
기사단이라는 열차는 뛰어난 안정감으로 열심히 달려 나가고 있었다.
“잘하고 있군. 그럼 나중에 송송이들도 데려갈까?”
그래서일까? 아몬드는 낚시 캠핑에 대한 생각이 더 뻗어 나갔다.
“저희야 상관없습니다만, 송송이들이 붙으면 아무래도 사외이사인 그린티도 와야 하고, 또 사외이사인 풍선껌도…….”
“그럼 다 같이 가면 되지.”
그야말로 기사단의 수뇌부가 다 빠지는 셈이다.
하지만 워킹 홀리데이 시스템이 있다면, 이젠 걱정할 게 없었다.
“음. 가능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틀 내에 이 시스템을 완벽히 이 땅에 뿌리 박겠습니다.”
단봉이는 대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일에 더 박차를 가하려 한다.
“곧 밤이니까. 더 박차를 가해라!”
“예!”
* * *
며칠 후.
어둠이 내려앉은 파프리카 마을 한구석.
촤락……!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지붕 위로 내려앉은 이가 하나 있었다.
그는 검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으나.
“많이 바뀌었군. 여기도.”
[후추]그녀는 후추였다.
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복수자가 아니었다.
영웅적인 악인.
악인스러운 영웅.
그 중간 어디쯤에 존재.
[다크 나이트]그녀는 다크 나이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