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0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09화
38. 교육 방송(3)
아몬드가 풍선껌을 끼고 듀오를 하면서 개고통을 받는다.
이게 본래 코칭 콘텐츠의 기본적인 재미 포인트였다.
풍선껌은 이 분야에 아주 무서울 정도로 탁월한 재능을 가진 플레이어다.
굳이 억지로 상황을 연출하지 않아도, 알아서 코치해 주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풍선껌은 그저 과몰입해서 열심히 하면 그만이었다.
그게 상대방에겐 엄청난 고통이었다.
그런데…….
‘이건 그냥 아몬드 매드무비인데?’
지금 1층의 플레이어들을 향해 거침없이 화살을 난사하고 있는 저 녀석은 뭔가 달랐다.
아무런 흔들림이 없다.
그냥 기계처럼 1등을 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멘탈이 보통이 아니네.’
게임 실력도 압도적이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건 그의 멘탈이었다.
답답해 터지는 풍선껌을 데리고도 아무런 불만이 없어 보였다.
불만이 쌓였는데도 불구하고 내색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불만 자체가 없었다.
표정에서 느껴진다. 그의 내면의 평화가.
‘대체 뭐 하는 놈이지?’
풍선껌으로서는 아몬드의 과거 이력을 모르니 의문이었다.
그는 전혀 몰랐다.
아몬드의 멘탈은, 화살 한 발을 쏠 때마다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는 양궁으로 단련되었단 걸.
‘신기하네.’
일반적으로 게임만 해온 플레이어들에게선 볼 수 없는 덕목이다.
게임을 잘한다고 멘탈이 좋은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다.
흔한 예로 키보드를 부수면서 게임하는 프로게이머들이 꽤 있지 않던가?
풀 다이브 게임도 똑같다.
멀쩡한 총을 내다 던지고, 소리를 빽빽 지른다거나, 갑자기 벽에 머리를 박는다거나.
이 가상현실에서는 오히려 감정 조절이 더 힘들기에, 더 이상한 액션들이 나오곤 했다.
그런데 아몬드는 전혀 그런 조짐이 없다.
이러다 방송 망하는 거 아냐? 걱정이 될 정도다.
-고통 없이 클린한 방송 좋습니다 ㅎㅎ
-ㄹㅇㅋㅋ 정신병자 같은 랭커들만 코치로 오다가 멀쩡한 인간이 오니 신선하네.
-아몬드 저 새끼도 딱히 멀쩡한 인간은 아님 ㅋㅋㅋ 그냥 존나 단단할 뿐…….
-분조장들보단 나음.
그래도 일단 채팅창 반응은 좋았다.
항상 고함과 호통, 고통만 넘치던 과외하기만 봐서 그럴까? 아몬드의 캐릭터가 되레 신선하게 다가가는 모양이다.
-애초에 게임 실력이 존나 쩌니까 멘탈 나갈 일이 있겠냐? 그냥 지가 다 죽이면 되는데
-ㄹㅇㅋㅋ 멘탈 나가는 놈들은 결국 실력이 안 되는 거.
-그건 그럼
심지어 지금의 이 평화로운 상황이 그의 실력 덕분이라며 추켜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확실히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다.
따지고 보면 아몬드가 화를 낼 이유는 없다.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 무기고에서 20명 가까이를 쓸어버릴 수 있는데, 풍선껌이 좀 답답하게 군다고 대세에 지장이 있을까?
그에겐 그냥 어린아이와 놀아주는 격이다.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좀 못 탄다고 화를 내는 어른은 없다.
그만큼 아몬드와 이곳 유저들의 실력 격차가 심각한 것이다.
‘잘됐네. 나도 그냥 열심히 하면 되지.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풍선껌도 방송 걱정은 집어치우고, 이 기회에 실력 상승을 해보고자 했다.
어차피 그는 억지로 방송각을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흐르는 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방송각이 나오는 부류다.
오늘도 그냥 열심히 하기로 한다.
마침 아몬드가 1층 유저들을 전부 정리하자, 풍선껌이 열의를 담아 물었다.
“이제 어떡하죠? 선생님?”
“이제 지하 창고 가면 될 것 같습니다. 거기서 풍선껌 님 무장시키고, 한번 1등 하러 가 보죠?”
“넵!”
아몬드는 능숙한 동작으로 난간에 밧줄을 묶었다.
상당히 튼튼한 게, 한두 판 해본 게 아닌 것 같았다.
“자. 잡고 내려오세요.”
아몬드는 밧줄을 잡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뛰어내렸다.
사실상 밧줄이 없어도 되지 않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착지였다.
1층으로 내려간 아몬드는 얼른 오라는 듯이 손짓해 보였다.
“오세요!”
“…….”
풍선껌은 잠시 머뭇거렸다.
“어…… 이, 이거 꼭 그렇게 내려가야 하나? 와하하!”
풍선껌은 몸이 난간에 끼어서 이도 저도 못하고 버벅거렸다.
-아니 ㅋㅋㅋㅋㅋ
-엄청나다! 이 모래주머니!
-엌ㅋㅋㅋ 저것도 못 넘어가냐고
-호오…… 이것도 버티냐 아몬드?
아몬드는 별다른 짜증 없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안 되면 그냥 계단으로 내려오세요. 어차피 다 죽었으니까요.”
이럴 줄 알고 1층 플레이어들을 다 죽여 버렸기에, 짜증이 날 만한 상황은 없었다.
-이걸 버티네
-풍선껌을 버티는 법 : 그냥 혼자서 다 죽이면 된다.
-아몬드 멘탈의 비결 : 잘하는 거.
-포브스 선정 : 이걸 버티네
* * *
결국 풍선껌은 계단으로 내려왔고.
어찌 됐든 둘은 안전하게 지하 창고로 들어갔다.
지하 창고 안쪽에는 한참 총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투두두두두두두!
투두두두둥!
그들은 나름 상위 등급 총을 들고 싸우는 중이었는데.
우습게도 서로 너무 못 쏴서 아직도 너무 많은 인원이 살아 있었다.
‘와…….’
아몬드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스톤즈의 공기에 감탄했다.
“와. 여긴 참 공기가 좋네요.”
-너무 진심을 담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
-썩은 물에서만 놀다가 오랜만에 오니 다르긴 해ㅋㅋ
-스톤즈 : 재미 1티어
-뼈 때리누 ㅋㅋㅋ
-ㄹㅇㅋㅋ
“일단 숨죠.”
풍선껌과 아몬드는 일단 적들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커다란 기둥 뒤에 숨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어두컴컴하고, 적들의 총소리가 요란하기 때문에 제대로 숨으면 눈치도 못 챌 터다.
“저기 뒤로 갈게요.”
“예!”
타다다닥!
그들은 최대한 빨리 뛰어서 기둥 뒤로 몸을 숨기는 데에 성공했다.
기둥에 등을 기댄 풍선껌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허억…… 허억…… 저, 저 지하 창고 들어오는 거 진짜 거의 두 달 만인 것 같은데요?”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저놈들 서로 죽이는 거 기다리고 파밍해서 빠져나가면 됩니다.”
“예. 예.”
“저격총을 그나마 잘 쏘시잖아요. 그거 잡아드릴게요.”
“예. 예.”
풍선껌은 그냥 정신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ㅋㅋㅋ ‘그나마’ ㅋㅋㅋㅋ
-풍선껌 : 예, 예. 캐리 좀 해주세요
-풍선껌 : 예, 알겠으니까 네가 좀 다 죽여줘요
-리액션형 플레이어 엌ㅋㅋㅋ
그를 놀리는 듯한 채팅이 한참 올라왔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투두두두두두두!!!
투두두두!
지하 창고에선 총 네 팀 정도가 싸우고 있었는데.
그게 생각 이상의 난전이었고, 언제 도탄이 튀어서 본인이 죽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풍선껌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저들은 전부 총을 파밍한 상태인데, 아몬드와 자신은 고작 활 하나 들고 여기로 들어온 것 아닌가?
‘이, 이게 되나?’
풍선껌은 기둥 뒤로 슬쩍 고개를 내밀어 확인했다.
투두두두두두!
계속해 들려오는 총소리. 적들은 결국 권총에서 영웅 등급 이상의 소총으로 갈아탔다.
‘아무리 아몬드라지만…….’
총과 맞대결을 붙으면 활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을 텐데.
이게 과연 되는 싸움일까?
“저…… 서, 선생님? 이거 저희가 유리한 거 맞나요?”
“예. 맞아요. 저쪽은 우리 존재를 모르고 저흰 알잖아요.”
“그, 근데 총이…….”
“아. 여기선 이게 더 좋아요.”
척.
아몬드는 자신 있게 리커브 보우를 들어 보인다.
풍선껌의 표정에서 저절로 이런 문장이 우러나왔다.
‘그럴 리가 있냐!’
-엌ㅋㅋㅋㅋㅋㅋ 표정ㅋㅋㅋ
-불신 뭔데 ㅋㅋㅋ
-ㅅㅂ 지하 창고에서 활이 더 좋다는 놈은 난생처음 보누 ㅋㅋㅋㅋ
-너무 해맑은 얼굴로 좋다고 하잖앜ㅋㅋㅋ
-풍선껌 표정 관리 실퍀ㅋㅋㅋㅋ
활이 더 좋다는 발언에 어이없어하는 것도 잠시.
“엇. 한 팀이 죽었네요.”
난전 국면에 변화가 있었다.
한 팀이 죽고, 이제 세 팀이 남았다. 다만 그중 한 팀은 딱 1명이었다.
지금이 끼어들 적기였다.
“지금 저 1명 편에 서서 일단 싸울게요.”
아몬드가 활시위를 당기며 말했다.
“제가 한 팀을 죽이는 순간 달려가셔서 저격총이든 뭐든 집어 드시는 거예요.”
한 팀을 죽인다는 말 따위를 쉽게 내뱉는다.
그런데 그걸 떠나서, 뒤에 말이 풍선껌에겐 더 충격이었다.
“예, 예? 제, 제가요? 달려가서?”
“풍선껌 님 저격총 잘 쏘시잖아요. 저기에 전설 등급 저격총 있더라구요.”
“그, 그렇긴 한데…… 너, 너무 위험한…… 그냥 여기서 다 잡는 게…….”
-ㅋㅋㅋㅋ 풍선껌 날먹하려고 ㅋㅋㅋ
-??? : 그냥 네가 다 쏴!
-선생님이 뛰라면 뛰라고! 돼지야!
아몬드는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다 죽일 순 없으니, 들고 도와주셔야죠.”
거짓말이었다.
아몬드의 커브샷 능력이라면 지하 창고 어디에 숨든 요격해 낼 수 있었다.
이건 단지 풍선껌을 연습시키려는 의도였다.
“아, 알겠습니다.”
풍선껌은 그런 생각은 전혀 못 한 채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후에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얘, 얘들아 저격총 같은 게 있었냐?!”
-엌ㅋㅋㅋㅋ
-글쎄요…….
-킹쎄요.
-허허 그런 게 있었던가
“이 거지 같은 놈들.”
풍선껌이 이를 갈며 한마디 뱉는 순간.
아몬드가 활시위를 놓았다.
파앙!
그런데 기둥에다 조준하고 활시위를 놓았다.
‘……?’
왜 저따위로 쏘나,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헐 화살이 또 휜다
-와 ㅅㅂ
-아니, 무슨 유도 화살이여!?
기둥으로 직행할 것 같았던 화살은 슥, 기둥을 돌아서 저 멀리에 있는 2인 듀오 중 하나의 머리를 맞혀 버렸다.
푹!
[아몬드 → 샐러드리티] [기절하였습니다!]“뭐, 뭐야?!”
옆에 있던 동료가 비명을 질렀다.
“어디야?!”
그는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돌아보며 총구를 겨눴으나,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또 다른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을 뿐이었다.
푹!
[아몬드 → 투레레레레] [더블킬!] [78/100]듀오 팀 하나가 전멸했다.
“지금!”
아몬드가 외쳤다.
‘아차!’
넋 놓고 아몬드의 플레이를 보던 풍선껌.
그는 정신이 번뜩 차리고 마구 뛰었다.
‘저격총, 저격총, 저격총……!’
아몬드가 말했던 저격총이 어디에 있는가부터 살폈다.
정신없이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어!?’
발견했다.
저기 있었다.
영롱한 금빛!
무려 전설 등급의 저격총이다.
근데 너무 멀다.
‘좀 먼데. 되려나?’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일단 풍선껌은 뛰었다.
투두두두두두!
적의 총성이 들려왔다.
언뜻 보니 아몬드가 있는 쪽을 쏘고 있다.
아몬드의 위치를 파악한 것 같다. 다행인 건 풍선껌의 움직임은 미처 보지 못했다.
아몬드가 화살을 쏘면서 어그로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몬드의 그 화살들은 단순히 어그로만 끄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듀오를 전멸시켰다.
이제 남은 건 단 한 명.
그 한 명은 아몬드를 향해 총알을 퍼부으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남은 한 명은 풍선껌 님이 잡아주셔야 해요.]아몬드의 팀 보이스가 들려왔다.
풍선껌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죽어라 뛰었고…….
탁!
“잡았다!”
결국 저격총을 집어 들었다.
역시나 확인해 보니 전설이다.
익숙한 동작으로 바로 탄알을 장전했다.
철컥──
‘아무리 나라도…….’
곧바로 개머리판을 견착하며 능숙하게 자세를 잡았다.
‘전설 저격총이면 할 수 있어!’
그가 유일하게 자랑하는 기술은 저격술이다.
저격할 땐 이상하게도 에임이 잘됐다.
‘지금은 조금 흔들려.’
뛰어와서 그런지 조준점이 마구 흔들린다.
흡.
잠시 호흡을 참은 뒤.
흔들리는 에임이 진정되길 기다렸다.
적은 아몬드를 계속 쏘고 있다. 상대를 쏘려면 자신도 머리를 내밀어야 하기에, 적의 머리는 엄폐물 바깥으로 노출되어 있다.
풍선껌의 흔들거리던 조준점이 적의 머리 위로 안착한다.
일순간 고요가 드리웠다.
이제 풍선껌의 두툼한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겨냈다.
타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