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11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244화(1115/111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244화
78. 별과 모닥불(2)
하얗게 물든 화면.
[서버 임시 종료] [24시간 후 시상식 및 뒤풀이가 진행됩니다. 그때 다시 찾아주세요!]이 글자만이 둥둥 떠 있다.
한 여자는 캡슐에 앉아 멍하니 그 글자를 응시했다.
‘끝났구나.’
조금은 와닿지 않는다.
처음부터 참여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정을 붙였던 모양이다.
치직.
보이스가 들려온다.
[아. 최순신 님.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별거 아니에요.”
[마지막에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닐지 걱정이 되네요. 왜…… 그, 그렇게 열심히 하셨어요. 저희 당황하라고요? 하하!]장 피디는 그녀가 드래곤 컨트롤을 너무 잘해버려서 당황했던 걸 말하는 것이다.
몸이 성치 않은데.
왜 그리 열심히 해버렸냐고.
“……그렇게 하고 싶어서요.”
사랑은 별 고민 없이 대답했다.
[아…… 역시. 그렇군요.]장 피디는 잠시 그 대답을 음미하듯 호흡을 가다듬고는 소감을 말한다.
[덕분에 너무 좋은 장면이 나왔습니다. 역시…… 저는 이런 게 좋네요.]“어떤…….”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안에 무언가 꽉 차 있는. 그게 눈으로 막 흘러나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는 게. 저는 좋네요.]“아…… 네.”
사랑은 떠오르는 생각이 많은 듯 끄덕인다.
[잘 편집해서 올릴 테니까. 꼭 봐주세요.]“알겠습니다. 근데…….”
[네.]“이걸로 플랫폼 대항전 나갈 자격이 생기는 거…… 맞는 거죠?”
[아. 그럼요. 뒤풀이 때 한번 보세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장피디는 인사를 전한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무리하셨을 텐데. 쉬세요.]띠.
연결이 끊어졌다.
‘뒤풀이?’
뒤풀이에 대한 말은 딱히 들어본 적이 없었다.
거기서 뭐가 진행되는지.
어떻게 팀을 짠다는 건지도.
* * *
‘껌 형이랑 얼마나 붙어 다녔더라.’
거대한 거울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전, 아몬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로 데이터를 분석해서 정해준다는데. 아몬드에게 생각나는 건 ‘얼마나 붙어 다녔는가?’ 정도였기 때문이다.
-오
-팀 이렇게 정하는구나
-역시 AIㅋㅋㅋ
-아 이래서 치즈 마을로 정한다는거였어 ㄷㄷㄷ
아몬드는 심호흡과 함께 거울 앞에 섰다.
빠밤~
[루비소드 님이 5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동료는…… 풍선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ㅋㅋㅋㅋㅋ
-견과류쉑 ㅈㄴ 긴장한 표정인게 저거 때문인가?ㅋㅋㅋ
-헉
-ㄷㄷ
깜작이야.
아몬드는 티 내지 않고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원의 TTS 목소리가 거울에서 나온 줄 안 것이다.
“후원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님…….”
크흠.
아몬드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거울 앞에 정면으로 섰다.
거울엔 거대한 머리를 가진 아몬드의 아바타가 서 있었다.
잠시 후, 아몬드 형상 위로 파문이 일더니 소용돌이친다.
쉬이이익.
거울 안의 모습이 바뀌었다.
여러 명이 서 있었다.
그런데 형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 거울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당신에게 가장 친밀감을 느낀 사람.”
스슥.
일렁이던 형체 중의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노란색 머리의 아바타.
[단무지]단무지다.
-오오오
-단무지 ㅋㅋㅋㅋ
-대박
이어서 거울이 다시 말한다.
“당신에게 가장 충성한 사람.”
스슥.
다음 형체가 드러난다.
[고구마]고봉이었다.
-고봉아 ㅋㅋ
-고봉이 나이스 ㅋㅋㅋ
-캬
-기사단 5인으로 가나본데?ㅋㅋㅋ
아. 아몬드는 깨달았다.
이런 식이면 다섯 명의 기사단으로 팀이 이뤄질 것이라고.
“당신에게 가장 마음이 움직인 사람.”
스윽.
다음은 빨간 머리의 여자 아바타였다.
[홍차]-홍송이!
-크 ㅠㅠㅠ
-기사단 다시 가냐고!
-???: 난…… 기사단에 남을거야.
-캬
-이거지~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스윽.
또 다른 누군가가 등장한다.
예쁘장한 눈매의 아바타.
[미호]미호였다.
‘어?’
이러면 팀이 정해진 건가?
다섯이니까.
-헉
-미호?ㄷㄷ
-거의 같이 있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움직여? ㅁㅊㅋㅋㅋ
-이건 마음이 안움직인거 아닌가요?
-레입도! 레입도!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이뿐이 아니었다.
연이어 인물들이 등장했다.
[레몬]스윽.
역시나 기사단 멤버였던 레몬.
그 이후로도 몇몇이 더 나왔다.
[그린티] [모솔] [붕어].
.
.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
[풍선껌]풍선껌까지!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뭔데 ㅋㅋㅋ
-속마음ㅋㅋㅋ
-아니 ㅋㅋㅋ
-어케 알았???
아몬드는 화들짝 놀랐다.
“아닌데요?”
그러나 거울은 소통이 되는 게 아니었다.
“아니, 근데 이렇게 많으면 어떻게 하는 거죠?”
-글쎄여
-모름;
-킹쎄여
-그러게
-이게 뭐임……
팀이 너무 많이 생겼다.
아무래도 활약한 게 많은 포지션이었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는 것.”
거울이 속삭인다.
쉬이이이익.
수많은 형체들이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음과 양으로 세상이 순환하듯, 인연 또한 마찬가지.”
팟!
결국 거울 위에 드러난 인연은 딱 넷.
[단무지] [고구마] [홍차] [레몬]원래의 기사단 멤버들이다.
-ㄷㄷ
-캬
-봉송! 봉송! 봉송! 봉송!
-이거지
-봉송! 봉송!
-근──본!
-크
“당신에게 연이 닿은 인물들입니다.”
쉬익.
거울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거울 위엔 큰 머리의 아몬드 아바타만 멀뚱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아. 잘됐네요. 결국 이렇게 되네요.”
아몬드는 상당히 만족한 듯 씩 웃으며 돌아섰다.
“형.”
모솔과 마주쳤다.
아직까지도 옆에 있었단 말인가?
“축하해요. 원래 하시던 분들이랑…… 하게 돼서…….”
“어…… 근데 이거 원래 그런 거 아냐?”
“…….”
모솔은 고개를 저으며 전시관의 출구로 나갔다.
-ㅠㅠㅠ
-모솔이 울던 이유…… 그와 팀을 못해서 ㅋㅋㅋ
-기찬이 편지는 읽었냐? 견과류쉑!?
-젠장 ㅠㅠ
-정기찬 ㅋㅋㅋㅋㅋ
* * *
전시관을 나가니 각자 거울을 보고 온 다른 기사단 멤버들도 다시 모였다.
“와. 우리 또다시 하던데요?”
홍차가 신나서 말했다.
“그러니까. 으히!”
레몬이야 홍차와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다들 아마 그럴걸.”
고구마는 당연하다는 듯 별 반응이 없었고.
“이 컨텐츠 자체가 그걸 위한 거였다고.”
“맞아. 그렇지.”
단무지도 맞장구치며 씩 웃는다.
그들은 아몬드를 쳐다본다.
아몬드의 반응이 가장 궁금한 모양이다.
누가 뭐래도 이번 컨텐츠의 주인공이었던 인물이니.
“그럼…… 뒤풀이라는 게 이걸로 끝인가?”
아몬드는 팀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었고.
뒤풀이가 궁금한 모양이다.
“음. 아마 그럴걸요? 밖에 필드에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구경할 수도 있고.”
레몬이 끼어들었다.
“다들 자기 처음 있던 곳에서부터 따라가면서 구경하던데.”
“응, 나 이미 했잖아.”
“나도.”
“나돈데.”
다들 자기 처음으로 돌아가서 역사를 읊어보는 걸 이미 컨텐츠로 했다고 한다.
“그럼…….”
다시 시선이 모이는 곳은 아몬드.
아몬드는 두 눈을 껌벅였다.
“우리 대감님은 하셨나?”
“……?”
홍차의 말에 아몬드는 갸웃거렸다.
처음?
맞아. 처음이 시작된 곳에서부터 원래 거슬러 올라가려 했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갑자기 머릿속이 막 복잡하게 꼬인다.
그런데, 그 순간─
‘어?’
번쩍!
뭔가 스쳐 간다.
그제야 아몬드는 기억해 냈다.
“아!”
짝!
아몬드가 하도 세게 손뼉을 쳐서 기사단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야 아몬드가 이렇게 격한 감정 표현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잖은가.
“왜 그래요?”
홍차가 놀라서 물었다.
“나. 처음 어딘지 기억해.”
“……아. 그,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처음 어딘지 기억했다고 저 정도라고?
-??
-그거야?
-무슨 시대의 발견이라도 한 줄 ㅋㅋ
-엌ㅋㅋ
아몬드는 드디어 자신이 처음 어디에서 사건을 일으켰는지 기억했다.
어디로 향하려 했고, 왜 향하려 했는지도.
“가자.”
“어, 어디로요?”
아몬드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낚시하러!”
“……?”
-드디어? ㅋㅋㅋㅋㅋㅋ
-대박 ㅋㅋㅋ
-캬
-오
-아몬드의 성명절기 : 낚시
-가즈아
* * *
그랬다.
아몬드가 처음 서크를 시작했을 때.
그는 낚시를 하겠다면서 물가 근처를 돌아다녔다.
낚싯대도 없이 말이다.
“아니. 낚싯대도 없이 왜 돌아다녔어요?”
다시 아몬드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중.
단무지가 의아해서 물었다.
“낚시하는 사람이 있으면 좀 빌리려고 했지.”
“아…….”
이때만 해도 이들은 그렇구나 하고 끄덕였다.
그리고 그 현장에 갔다.
뿅뿅.
“오…….”
그곳엔 보란 듯이 팻말과 함께 사건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기도 중요한 일이 벌어졌던 장소라는 것이다.
영상에선 누군가가 얻어맞아 죽고 있었다.
후추였다.
[으아어으어~!]옆에 달라붙은 누군가에게 끝없이 휘둘리며 결국 맞다 못해 쓰러졌다.
두둥.
쓰러진 그 사람이 등장한다.
[아몬드]그는 아몬드였다.
-사건 현장이었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짓말 바로 들킴ㅋㅋㅋ
-앜ㅋㅋㅋㅋㅋ
“저건…… 크흠. 낚싯대를 안 빌려줘서…….”
“…….”
자신의 아몬대감 시절을 다시 보게 된 아몬드는 말꼬리를 흐렸다.
-변명이냐고 그게 ㅋㅋㅋㅋ
-엌ㅋㅋㅋ
-아몬대감은 다시 봐도 레전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낚시는 해야겠지?
“아, 예. 예. 다 압니다.”
“놀치마에서 봤다요…… 까먹고 있었네.”
기사단도 인정해 주는 분위기다.
어차피 이런 일 한두 번 한 게 아니고.
같이 저지른 일도 산더미였다.
“그럼 우리 대감님 소원대로 낚시나 합시다.”
단봉이가 씩 웃으며 낚싯대를 꺼내 들었다.
다들 인벤토리에 있는 낚싯대를 하나씩 꺼내 든다.
“그래, 좋지.”
쪼르르…….
물이 흐르는 곳으로 모두 다가간다.
근데 아몬드만 뒤에서 멀찍이 버둥거리고 있다.
“왜 안 와요?”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ㅋㅋㅋ
-헉
-ㄷㄷ
“낚싯대가 없어.”
그 말에 기사단 모두 얼굴이 굳었다.
아몬드 뒤의 설치된 영상에서 죽어가는 솔트가 보이고 있었다.
-미리 좀 준비 좀 하라고 ㅋㅋ
-모든 걸 가졌지만 낚싯대가 없는 아몬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여태 없냐?ㅋㅋㅋㅋㅋㅋㅋ
-대체 뭐임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있는데 그것만 없음
긴장감이 흐르는 침묵 속.
단무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빌려드릴 테니까. 와요.”
다행히 여유분이 있었다.
“진짜?”
“네.”
와아.
아몬드는 신나서 달려온다.
푸하하하.
기사단 모두가 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빵 터뜨렸다.
[오늘까지 자유 시간을 즐겨주세요.] [시간이 지나면 서버는 종료되어 폐기됩니다.]마지막으로 주어진 서버의 자유 시간.
어쩌면 아몬대감이 아닌, 아몬드의 모험은 지금부터였다.
퐁당.
기대감에 가득 찬 낚시찌가 개울가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