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115 s4 C24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246화(1117/111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246화
78. 별과 모닥불(4)
스트리머라는 직업은 이상하게 외로운 직업이다.
분명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지만 실체는 없는 자들이다.
-ㅎㅇㅎㅇ
-기찬이 왔누~
-오늘 릴함?
-딴 거 하지 말고 걍 릴 좀ㅋㅋ
-모솔 ㅎㅇ
흔히 스타들이 말하는 군중 속 외로움과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얼굴도 목소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 가끔 돈을 내고 말하면 목소리가 생기긴 한다.
띠링.
[기차니즘 님이 2천 원 후원했습니다.] [오늘도 하늘에 기도합니다. 정기찬 여친 생기지 말라고.]오눌둬 하눌웨 기둬합니돠~ 식으로 놀리는 듯한 음성이 울려 퍼질 때도 있다.
“대체 그딴 기도를 왜 하는데.”
기찬은 어이없어하며 소탈히 웃을 뿐. 별다른 반응은 해주지 않는다.
천 원 이천 원으로 얻어맞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까.
‘그래도 이렇게라도 소통하니까 좋잖아.’
기찬은 늘 속으로 생각했다.
스트리머는 이상하게 외로운 직업이다.
그래서 나한테 좋다고.
‘난…… 막상 사람 만나면 잘 얘기 못 하니까.’
이 이상하고, 외로운 직업.
어떤 이상한 이들에겐 안성맞춤인 것이다.
실제 사람을 만나면 막상 대화를 잘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룹으로 모이면 그저 조용히 자리만 지키면서 분위기에 맞춰 웃는 사람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서, 감춰진 매력이 없는 건 아니다.
환호받지 못하는 게 아니다.
-정기찬! 정기찬!
-치키챠~
-와ㄷㄷㄷ
-방금 지렸다 ㅋㅋㅋㅋ
-캬
스트리머 시장에선 이런 이들도 매력을 뽐낼 수 있다.
환호받을 수 있다.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다.
“치키챠~!”
-ㅊㅋㅊ~
-ㅊㅋㅊ
-ㅊㅋㅊㅋㅊㅋㅊㅋㅊ
-크
그의 방송은 나날이 성장해 나갔다.
그의 ‘이상한’ 모습조차 어떤 이들에게 매력이었으니까.
-솔직히 얘만큼 찐내 잘풍기는 애가 없음
-찐따의 정석 ㄷㄷ
-찐
-찐 컨셉 다 봤지만 원조 맛집 못따라가네요^^
-ㅁㅊㅋㅋㅋㅋㅋ
‘컨셉이 아니라고 화를 내야 하나…… 찐이 아니라고 화를 내야 하나…….’
정기찬 본인조차 헷갈렸다.
대체 자기 방송을 왜 보는 건지.
왜 이런 모습을 좋아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좋아하는 것엔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싫어하는 것에도 이유가 없었다.
“아니. 왜 자꾸 나가라는 거야. 난 싫다니까?”
서바이벌 크래프트, 치즈마을 초창기.
그는 구석에 박혀서 농사만 지었다.
농사 효율을 올려가며 점점 농장이 커지는 것을 보는게 재미있었다.
-와 얘는 ㄹㅇ 진심이네
-사람 만나는 컨텐츠인데 ㅋㅋ
-좀 가봐
스트리머 합동 방송이 사람들 만나고 돌아다니는 컨텐츠라는 건 그도 잘 알았다.
그런데도 굳이 그러지 않았다.
“이건 자유 컨텐츠야. 얘들아.”
치즈마을의 기본 정신.
자유롭게 플레이.
그에게 자유롭게 플레이란, 혼자서 농사 짓는 것이다.
‘분명 그랬는데.’
모솔은 눈을 질끈 감았다.
보이는 것이 없어지자, 소리가 더 명확해진다.
타닥…… 탁…….
타오르는 모닥불 소리.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심장이 뛰고, 몸이 따스해진다.
심장 박동 소리 사이로 들려온다.
누군가 묻는 목소리.
“누구 또 소감 말할 사람?”
어떤 이가 대답한다.
“저…… 저요.”
길었던 이 치즈마을에 대해 소감을 말하려 하고 있었다.
“저 할 말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목소리는 너무나 익숙한.
기찬 자신의 목소리였다.
어느새 그는 손을 들고, 앞으로 나가서 무언갈 말하고 싶다고 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눈을 떴다.
수많은 사람들의 아바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ㄷㄷㄷ
-정기찬?
-헉
-ㅋㅋㅋㅋㅋㅋㅋ
-와 ㅋㅋㅋ
-사고쳤다
-아니 ㅋㅋㅋ
-ㄹㅇ??
한편에 보이는 채팅창은 너무나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모두 당황한 것이다.
그의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클립을 따놓고 놀릴 준비를 다 마쳐놨다.
모솔은 잠시 쪼그라들었다.
‘젠장.’
무슨 생각으로 앞으로 나가서 말한다고 한 거지?
자기가 생각해도 미친 짓 같았다.
그때 그는 누군가의 손짓을 발견한다.
아몬드, 고구마, 단무지…… 등등.
과거 기사단이었던 동료들.
“와아아! 모솔 화이팅!”
“하얀 사신 모붕이!”
“모붕이! 모붕이!”
사람들이 힘을 실어준다.
“저…… 저는……!”
모솔은 용기를 내어 말해본다.
“게임하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하고 얘기 나눠본 게 처음인 것 같아요.”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잠시 사그라들었다.
다들 모솔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저, 저는 사실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어쩌다 보니까…… 그랬던 건데…….”
여기까지는 원래의 모솔 시청자들도 알던 내용이다.
“……그게 아니었던 거 같아요.”
-?
-??
-응?
-뭐야 ㄷㄷ
모솔은 기존에 자신이 말해오던 무언가를 부정했다.
그는 잠시 모닥불을 응시하더니 말한다.
“저는 사람 만나는 거…… 좋았던 거 같아요.”
-ㅠㅠㅠ
-……윽
-젠장 ㅠㅠ
-ㅠ
“이렇게 모닥불 피워놓고, 노래도 부르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까…… 진짜 여러분하고 가족이라도 된 거 같아요.”
어두운 밤.
별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모닥불 타는 소리만이 고요히 울려 퍼졌다.
“사람들하고 같이 지내고, 웃고, 뭔가를 함께 해나간다는 건…… 되게 좋은 일 같아요.”
-ㅠㅠㅠ
-모솔 너마저……
-안돼 인싸가 되지 말라고!
-맞지…… ㅠㅠㅠ
“돈을 벌고, 공부를 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건 이런 시간을 위해서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습니다. 재밌었습니다.”
이는 모솔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놀랍게도 한마디도 준비된 말이 아니었다.
그저 두서없이 느끼는 감정을 뱉어낼 뿐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컨텐츠가 있다면 또 참여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저한테…… 기사단에 들어갈 기회를 줬던 아몬드 형. 감사합니다. 치키챠~”
모솔이 꾸벅 인사하며 물러났고.
“치키챠~!”
아몬드가 외쳐주자.
사람들이 모두 환호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짝짝짝……!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정기찬! 정기찬!”
그의 이름을 연호해 줬다.
놀리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모솔은 활짝 웃었다.
-캬
-이게 내가 알던 모솔이 맞냐 ㅠㅠ
-근데…… 솔직히 이래도 찐 같아……
-ㅠㅠㅠ 감동이다 기찬아
-ㅠㅠㅠ
모솔의 시청자들도 이제 그의 진심을 이해해 주기 시작했다.
모솔의 소감을 들은 후.
그 이후로 소감을 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없었다.
아마 그가 이미 모두가 느끼는 걸 대신 말해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때 아몬드가 중얼거렸다.
“30분 남았어.”
그제야 모두 시야 한편에 뜬 시간으로 눈을 돌렸다.
[서버 종료 00:29:57]-헐
-ㅠㅠㅠ
-끝이구나.
-잘 가라 치즈 마을……
-ㅠㅠㅠㅠㅠㅠ
이전엔 트리비 도시가 끝을 맺었고.
이번엔 치즈마을이 사라진다.
서바이벌 크래프트의 서버는 한 번 사라지면, 그 기록은 남지 않는다.
기록을 남겨두려면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정말 끝이네.”
단무지도 멍하니 중얼거린다.
“그래도 뒤풀이까지 하고. 소감까지 다 말하고. 우리 할 거 다 했네. 그치?”
턱.
그의 어깨로 손을 올리는 고구마가 씩 웃는다.
레몬도 거들었다.
“심지어 대감님 소원인 낚시, 캠핑, 다 했지!”
홍차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끄덕인다.
“오. 그렇네? 다 했잖아?”
“대감님 하고 싶은 거 다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결국 다 함
-저 독한 놈 ㅋㅋㅋ 결국 다했네
-캬
-ㄹㅇ ㅠㅠ
-마지막에 대감 소원 성취
“어. 그렇네.”
아몬드는 그 말을 듣고 보니 수긍이 가서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자마자 죽어서 모든 걸 다 잃고 시작해 거지로 시작했지만.
부자가 되어보기도 했다.
왕이 되어도 봤지만.
모함으로 바닥까지 떨어져도 봤다.
기사단과 지하 도시를 전전하며 숨어다니기도 했었고.
트리아나와 하늘을 날며 거대한 몬스터와 싸우기도 했다.
역적이 되기도 했고, 영웅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낚시도 했고. 캠핑도 했네.’
아몬드의 시선이 이미 뼈만 남은 거대한 물고기로 옮겨간다.
그다음은 이 캠프파이어를 둘러싼 수많은 주민들.
앞으로도 함께하게 될, 치즈라는 플랫폼의 동료들의 얼굴이었다.
그들은 끝날 때가 다 되어가는데도 뭐가 그리 얘기할 게 많은지 오손도손 모여 떠들고 있었다.
수많은 목소리를 타고, 수많은 이야기가 울려 퍼진다.
“재밌었지?”
그 많은 소리들 틈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아몬드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트리아나 님.”
그녀는 트리아나였다.
비율도 다시 서크식 가분수가 되어있고, 모자 등으로 가리고 있지만, 목소리를 기억한다.
“맞아.”
“오늘까지 오시는 건가요?”
“마지막이니까.”
그녀는 조심스레 근처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모닥불을 쳐다보며.
“근데, 재밌었냐고 물었잖아.”
“아. 네. 재밌었죠.”
아몬드는 끄덕이며 수긍했다.
재밌었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이번 컨텐츠에 참여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웃었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때문에 웃었던가?
물론…… 화낸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면 다 웃긴 일이다.
감자 환술도, 비옥한 토양의 비밀도, 기사단의 독재도, 젤루의 반란도…….
“재밌었죠. 정말로…….”
트리아나가 모닥불을 등지며 돌아본다.
“그럼 이런 기회가 있으면. 다시 할래?”
아몬드는 멍하니 고민하다가 끄덕인다.
당연한 것 아닌가?
“그쵸. 다시 할 거 같아요.”
의사 선생님이 들으면 대성통곡을 할 대답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그야…….
‘재밌으니까.’
재밌으니까.
하고 싶으니까.
어쩌면 이게 모든 것의 원동력인 셈이다.
“성녀님은 다시 하실 건가요?”
아몬드가 물었다.
트리아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당황한다.
“나? 나는…… 나는 여기에 있는 건데?”
그야 그녀는 이곳에 속한 존재 아니던가.
다시 할 거냐고 묻는 질문은 정말 예상 밖이었다.
“어? 성녀님이다.”
“성녀님?”
주민들이 하나둘 그녀의 존재를 발견한다.
“오오 뭐야?”
“마지막이라고 오셨나 봐!”
“다시 가분수인데?”
트리아나는 손을 흔들어 줬지만, 너무 많은 시선이 꽂히니 부담스러운지 고개를 돌린다.
[서버 종료 00:03:32]3분 정도가 남았다.
“고봉아~! 뭐 하냐! 노래 한 곡 뽑아라!”
그때 갑자기 단무지가 고구마의 뒤통수를 걷어차며 외쳤다.
퍼억.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데 ㅋㅋㅋㅋ
-앜ㅋㅋㅋㅋ
-다시 고봉이야 ㅋㅋ
“아, 아이고! 예! 예!”
고봉이는 인벤토리에서 기타를 꺼내 들었다.
“오오오.”
“기타가 있어?”
“고구마 기타 칠 줄 알잖아.”
디리링~
고구마는 나름대로 여유롭게 기타 줄을 튕긴다.
“제가 이래 봬도 음악을 좀 배웠거든요?”
고구마의 장기 중 하나였다.
-이래서 악보를 ㅁㅊㅋㅋㅋㅋ
-이래서 봉플래쉬가 가능햇군
-엌ㅋㅋㅋ
-맞아 얘 음대잖아
-캬
-가즈아~
“제 자작곡입니다. 사실 어…… 마지막에 불러드리려고 만들었어요.”
“와아아아아아!”
단무지가 나가라고 걷어찬 이유가 있었다.
미리 준비해 둔 것이다.
“흠흠.”
티리링~
그의 노래가 반주와 함께 시작됐다.
주민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쳐준다.
고봉이의 혹독한 교육 덕이었을까?
기사단 쪽이 유달리 박자를 잘 맞췄다.
짝, 짝, 짝……!
우리가 만든 기억이.
빨갛게 타올라 저기.
하얗게 흩어져 연기로.
아직 난 준비가 안 됐어.
어떻게 널 보내겠어.
뜨겁게 데였던 자국도.
아직은 아물지 않았어
흉터로 남겨도 좋겠어.
추억이 남아도.
아직 난 준비가 안 됐어.
어떻게 널 보내겠어.
고구마가 손을 들며 말했다.
“카운트다운 해주세요.”
[00:00:11]이제 모든게 끝날 때까지 11초.
“10!”
모든 주민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9!”
고구마는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8!”
그의 노래는 점점 절정으로 다다랐다.
주민들의 목소리도 점점 한데로 모였다.
“7!”
아몬드도, 트리아나도 함께 외쳤다.
“6!”
주민들이 하나둘 일어났다.
“5!”
다 같이 손을 잡았다.
“4!”
점점 목소리는 하나가 되었다.
“3!”
떠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들은 역설적으로 더 크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2!”
이 찰나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1!”
모두의 기억에 선물처럼 간직되기 위해서.
팟!
모든 것이 하얗게 타올랐다.
[서버 종료] [지금까지 치즈마을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