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11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5 4화(1121/113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5 004화
2. 매콤한 추억(1)
장례식의 메인 MC를 맡은 건 킹귤이었다.
성량도 크고 말도 잘해 진행을 잘하는 편인 데다가 트리비 출신이었으니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그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스트리머들에게 말을 걸고 인터뷰를 했는데.
“어어. 저기다. 저기. 저기로 갈게요. 카메라님.”
아몬드와 모솔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다가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분 대감입니다! 대애애애감!”
서크의 주인공.
아몬대감이 현실로 와 있었으니 말이다.
-캬
-드디어
-왔구나 대감
-오오
모솔 입장에서는 이제야 한번 상현과 말을 섞어보려는데.
‘어?’
갑자기 머리가 큰 사람이 하나 난입해 버린 꼴.
“안녕하세요! 아몬드 님!”
물론 시끄럽고 정신없는 데다가.
상대가 상대인지라, 인터뷰는 엉망이었다.
“머리가 안 커요. 머리가.”
“예?”
킹귤이 애써 물어서 들은 답은 이 말뿐이었다.
“머리가! 정말!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
-???: 머리가 커요…… 진짠데…… 진짜 큰데……
-ㅅㅂㅋㅋㅋㅋㅋ
-리버스 일본인 ㄷㄷ
-진진큰ㅋㅋㅋㅋ
킹귤은 당황해서 인터뷰를 무마시켰다.
“아, 알겠습니다! 말은 알아들었어요, 아몬드 님. 진정해 주시고요.”
다른 인터뷰를 더 해보려 했지만.
“대감! 대감! 대감!”
다른 스트리머들이 들어오면서 킹귤과 카메라맨은 자연스레 밀려났다.
“어어어?”
-ㅁㅊㅋㅋㅋㅋ
-인기 미쳤네 ㅋㅋㅋ
-와 ㅋㅋㅋ
-와 정신없어
-이거 장례식 맞죠?
결국 상현은 거의 반강제로 다른 멤버들과 테이블로 이동되었다.
그와 함께 테이블 카메라에 찍히고 싶은 스트리머들이 그를 거의 납치하다시피 끌고 갔기 때문이다.
“우리 밥 좀 먹어요 형! 여기 다 무료래!”
그를 끌고 간 주축 세력은 기사단 멤버들이었다.
“아몬드 없어? 아몬드?”
이는 상현이 한 말이 아니라 고구마가 한 말이다.
“아니, 나 치킨 먹을게.”
“치킨 치킨 좋다! 견과류 치킨?”
“아니…… 그냥 치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조건 견과류 맥이려 해 ㅋㅋㅋ
-아몬드도 치킨 먹을 줄 알아……
-ㅋㅋㅋㅋㅋ엌ㅋㅋ
-아 귀여워 ㅋㅋㅋ
-애들 진짜 어리다 ㅠㅠ
상현은 그렇게 의도치 않게 자신의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이런 거 진짜 오랜만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뭔가를 축하하듯 마신 적이 있던가?
회식 자리에서 가끔 그랬던 거 같긴 한데.
그때 상현은 늘 겉도는 사람이었다.
살면서 이런 경험은 못 해본 것 같았다.
아무리 많은 팬들을 만나도, 그들과는 한 발 떨어진 관계였으니.
“오빠. 여기 카메라예요. 테이블에 카메라랑 얘기하면 돼요.”
“대애애애애감! 한 잔 받으시죠!”
아무래도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있었던 적은.
‘그때 정도.’
같이 모여 밤낮없이 활을 쏘던, 아주 예전 말고는.
* * *
밤이 깊어지면서 트리비 장례식의 분위기도 무르익어갔다.
“아하하하하!”
상현은 술도 좀 들어갔겠다.
테이블 카메라에 대고 어쩌다가 사람을 비옥토로 바꿀 생각을 하게 된 건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말이 좋아 이야기지, 사실 상현의 변명쇼였다.
“그러니까…… 진짜 죽는 게 아니잖아요? 어차피 부활하잖아요? 별거 아니에요.”
상현도 술을 꽤 마신지라 약간 흥분한 상태로 외쳤다.
“맞습니다!”
고구마가 옆에서 맞장구친다.
“그냥 잠깐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거잖아요. 아성에서 일할 때도 똑같았어요. 죽도록 일하고 정말로 잠깐 죽었다가 다시 내일 아침에 일어나거든요. 그렇게 회사가 돈을 버는 거죠.”
-ㅁㅊ쉑ㅋㅋㅋㅋㅋㅋㅋㅋ
-얘는 ㅋㅋㅋ 변명만 하루종일 생각하고 왔누 ㅋㅋㅋ
-앜ㅋㅋㅋㅋㅋ
-맞네……
-진짜 회사원만 할 수 있는 말ㅋㅋㅋㅋ
-솔직히 진짜 회사가 더함 ㅇㅈ
-아성 ㅋㅋㅋㅋ
띠링.
루비소드가 고소 각을 잡자 상현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아닙니다 ㅋㅋㅋ
-아니 이유도 설명 안하고 그냥 아닙니다 ㅋㅋㅋㅋ
-아니면 뭔데?
“그런 거 아닙니다.”
상현은 계속 그 말만 반복했다.
“아닙니다아!”
고구마도 옆에서 거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뭔데 ㅋㅋ
-고구마 취했나봐 ㅋㅋㅋ
-넌 뭘 안다고 아니래 ㅋㅋ
이외에도 홍차가 왜 자기를 타깃해서 불을 질렀냐는 둥 곤란한 질문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미 다 풀린 오해지만, 일부러 괴롭히는 것이다.
-사실상 아몬드 기자회견ㅋㅋㅋㅋ
-기자님들 여기에요~!
-아몬드 커여워 ㅋㅋㅋㅋ
-아몬드 점점 곤란해하는 중 ㅋㅋㅋ
아몬대감을 곤란하게 할 질문이야 차고 넘쳤고 이는 하나의 컨텐츠가 돼서 다양한 스트리머들이 찾아와서 한마디씩 하게 됐다.
-대감썰만 하루종일 풀어도 재밌을 듯 ㅋㅋㅋㅋ
-대감 썰 맛집ㅋㅋㅋㅋ
-다들 대감 얘기 들으러 온 것 봐 ㅋㅋㅋ
기사단 멤버들뿐 아니라 미호라든가 당시에 교류했던 스트리머들도 방문했다.
이중에 제일 특이한 질문은 미호였다.
미호는 술에 약간 취한 건지 발그레해진 얼굴로 손을 번쩍 들며 외친다.
“대감님~! 첫사랑 얘기해 줘요!”
그녀는 폴짝 뛰면서 제대로 균형도 잡지 못해 옆으로 휘청거렸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걍 두서가 없네
-캬
-미호 어디까지 마셔버린거냐
-대감 인기 ㄷㄷ
-첫사랑 얘기 ㅋㅋㅋㅋ
미호는 분위기에 취해서 웃음을 자아내려 했던 질문인데.
분명 주변 사람들은 다 웃었는데.
그녀는 취한 와중에도 눈치채고 말았다.
‘어?’
상현의 웃음이 상당히 어색했다는 걸.
그의 눈이 생각 이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는 걸.
‘아직…… 있는 건가?’
어쩌면 아직 첫사랑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다른 사람에겐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미호에겐 그렇게 보였다.
“처, 첫사랑…… 하하. 제 나이에 무슨…….”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대단히 긴 침묵도 아니었다.
해봐야 2~3초 정도의 정적.
그 잠시가 그녀에겐 꽤나 길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상현이 화제를 바꾼다.
“아. 좀 느끼하네요…… 뜨거운 국물 없나.”
스윽.
고구마가 메뉴판을 내민다.
“있어요. 전골류.”
고구마가 아직 고봉이 시절 기억을 못 버린 건지 옆에서 시중들듯 메뉴판을 보여준다.
“오뎅이나 떡볶이 이런 거 있어?”
상현도 자연스레 고구마에게 묻는데.
“으음…… 없는데요? 떡볶이? 저기요 여기 떡볶이 있어요? 오뎅탕이라도?”
웨이터들이 고개를 젓는다.
-갑자기 웬 떡볶이 ㅋㅋㅋ
-술 취하면 저런게 땡기긴함
-오뎅탕 없네 ㅠ
-유상현 술 마시니까 잘먹넹
메뉴에 없다는 걸 확인 후.
기사단 멤버들은 대신 해산물 스튜를 시켜줬다.
맛은 괜찮았다.
해산물의 시원함이 있고.
그래도 뭔가 아쉽달까.
“아, 난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렇게 조금 더 떠먹다가, 상현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형님. 담배 피우세요?”
“아니, 아니. 난 안 피워.”
“아, 그렇구나. 그럼 전 단무지랑 따로 갈게요.”
“어.”
상현은 우르르 몰린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왔다.
행사장 밖, 바람을 쐬고 두리번거린다.
그러더니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 버렸다.
* * *
초여름.
매미 우는 소리가 점점 교정을 채워나갈 때.
땡볕을 막아주는 수북한 나뭇잎 아래에서 그녀가 말한다.
“나 떡볶이 먹고 싶어.”
대뜸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지금?”
“응. 담 넘어서 갔다 오고 싶어.”
턱.
상현이 소연의 이마를 짚었다.
“더위 먹었어?”
여름이 덥긴 했다.
양궁이 하는 거 별로 없어 보여도 힘이 쭉쭉 빠지기도 했고.
그래도 그렇지 소연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상현은 신기했다.
늘 문제아 역할은 상현이었고, 소연은 그걸 제지하는 선도부 느낌이었으니.
“……!”
소연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뒤로 물러나 이마를 떼었다.
“누, 누가 더위를 먹어? 떡볶이 먹는다고!”
“아니, 그러니까 지금 어떻게 먹어.”
한참 점심시간이었다.
소연은 오늘 메뉴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긴 했다.
“담 넘어서. 저번에 연우랑 지예랑 갔다 왔대. 루트 알려줬어.”
“…….”
상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런 걸 누가 몰라서 안 나가나?
“……시간이 없어. 빨리!”
소연은 무작정 상현의 팔을 잡아끌었다.
상현은 저절로 우당탕 끌려갔다.
소연이 마구 웃었다.
“가자!”
“아, 알았으니까 놔.”
타다다다닥.
그들은 운동부답게 상당히 빠른 달리기와 몸놀림으로 순식간에 담벼락을 넘어버렸다.
휙!
사실 물리적으로 어려울 건 없었다.
나가면 안 되는 법칙 때문에 안 나가는 것뿐이지.
아, 물론 그건 상현에게만 그랬다.
키가 좀 작은 소연은 어려웠다.
“그…… 자, 잡아줘.”
담벼락 위에 올라서 아슬아슬하게 말하는 소연.
“널?”
“나 말고 여기 다른 애 있어?”
상현은 조금 당황스러운 얼굴이다.
사람이 뛰어내리는 걸 잡아본 적은 없었으니까.
“간다!”
“!”
상현은 급하게 최대한 충격이 안 가게 잡았다.
꽉 끌어안아서.
훅.
셔츠의 섬유유연제 향기가 코를 파고 들었다.
잠시 소연의 발이 붕 떠 있었다.
“야. 돼, 됐어. 나 내려줘야지.”
“아…… 응.”
상현이 조심스레 그녀를 내려놓자.
씨익.
소연이 활짝 웃더니.
하얀 반팔 셔츠 얼마 없는 옷깃을 잡아 끌며 뛴다.
“가자. 얼른! 들키면 안 돼.”
타다다다다닥!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떡볶이집으로 뛰었다.
그들이 좋아하던 떡볶이집 이름은 국가대표 떡볶이다.
아, 물론 그들은 몰랐다.
월요일은 휴무라는 거.
“!”
두둥.
꼭 소연의 심장에서 그런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에서 절망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망했다!”
근처에 다른 분식집은 없었다.
‘어쩌지.’
상현의 눈이 이리저리 주변을 살핀다.
‘아.’
그는 소연의 팔목을 낚아채고 어딘가로 달렸다.
“어, 어디 가?”
“떡볶이 파는 데 있어.”
“응? 지금은 늦었어!”
“아니, 바로 앞이야.”
“!?”
그가 들어간 건 편의점이었다.
따릉~
문을 열자 알림음이 울리며 주인이 인사를 한다.
“어서 오…… 학생들?”
“아, 안녕하세요!”
“아이고. 선남선녀네. 둘이.”
둘은 아무런 대답도 않은 채 안으로 쑥 들어갔다.
정확히는 상현이 끌고 갔다.
그리고 그는 전자레인지용 떡볶이를 집었다.
“이거.”
“……아!”
소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 눈 안에 비친 상현이 웃고 있다.
그러자 소연도 웃는다.
“맛있겠다.”
* * *
띵~
전자레인지에서 상현은 뜨겁게 데워진 오뎅탕과 떡볶이를 꺼내왔다.
그는 자리를 하나 잡고 앉아 포장을 벗겼다.
“하, 뜨거…….”
-뜬금없이 떡볶이 먹방 뭔데 ㅋㅋㅋ
-아니 갑자기?
-이거 아까 먹고싶다더니 ㅋㅋ 기어코 먹누 ㅋㅋㅋㅋ
-한다면 한다! 아카콜라!
-캬 동선 고트 ㅋㅋㅋㅋㅋㅋㅋ
-거기 너무 소란스러워서 나온 줄
시청자들은 그의 기행에 어이없어한다.
“이거 맛있어요. 해장도 되고. 술을 좀 많이 마셔서…….”
-편의점 떡볶이 먹는 사람 처음봄
-걍 이새낀 보법이 다름 ㅋㅋㅋ
-되게 맛있게 먹네
-아까 오뎅탕 먹고 싶다고 하긴 함ㅋㅋㅋㅋㅋ
상현은 채팅에서는 이미 눈을 뗀 채, 창밖을 바라보며 그냥 떡볶이를 마구 입에 넣었다.
솔직히, 맛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