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1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12화
39. 광고 대통령(1)
풍선껌이 아몬드에게 릴을 가르쳐 준다는 말에 채팅창에는 수많은 갈고리들이 난무했다.
-???
-풍선껌 비기 : 갈고리 난무!
-????????
-또 업혀 가려고!
-누가 누굴 가르치나용 ㅎㅎ
-버스 타려는 속셈 다 보임ㅋㅋㅋ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풍선껌이 아몬드의 캐리를 받으려 한다, 버스를 또 타려 한다고 말했다.
풍선껌은 억울했다.
“아니, 여러분. 릴이 뭐 장난입니까? 예!? 아무리 그래도 처음 해보시는 분이 절 어떻게 버스 태워요!”
그는 자랑스럽게 가슴팍을 치며 말했다.
퍽.
“저 이래 봬도 실버라구요.”
-엌ㅋㅋㅋㅋㅋㅋㅋ
-실…….
-ㅋㅋㅋㅋㅋ
-실버 부심 ㅋㅋ
릴은 배틀 라지와는 다르게 레이팅 인플레이션이 있다. 골드는 몰라도, 실버와 브론즈는 배틀 라지의 스톤즈나 다름없는 취급.
“야. 실버도 잘하는 거야! 어? 상위 30%인가 그래!”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놀랍게도 평균 랭크로 따져봤을 땐 실버도 못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게임을 주기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치고 실버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게임을 못하는 게 맞았다.
“어쨌든. 아몬드 님. 한번 생각해 보시구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풍선껌은 억울함을 해소하고 싶었지만, 방송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한다.
* * *
스트리밍 기능이 꺼진 후.
아몬드와 풍선껌은 ‘디스 월드’ 채널로 돌아왔다.
“와! 방송 재밌었습니다! 아몬드 님!”
풍선껌은 한 번 더 아몬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저도 같이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릴 같이 하자는 건 빈말이 아니니까. 한번 고려해 주세요. 와하하!”
“아, 네. 안 그래도 제가 릴을…….”
안 그래도 릴을 해보려는 중이었다고 말하려는 순간.
‘음?’
아몬드의 눈에 익숙한 인영이 들어온다.
‘미호잖아.’
미호였다.
그녀는 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아몬드와 헤어졌던 그 벤치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방송 안 하나?’
미호도 오늘 방송이 있다고 들었는데. 왜 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걸까.
아몬드의 시선을 눈치챈 풍선껌도 미호를 발견한다.
저 기다란 핑크색 머리를 발견하지 못하는 게 더 힘들 터다.
“어? 미호야. 너 오늘 방송 안 하니?”
“아. 휴방했어.”
미호는 슬쩍 이쪽을 한 번 돌아보더니,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기다란 속눈썹이 그녀의 눈을 다 덮어버려, 무슨 눈빛을 읽을 수가 없었다.
“휴방을? 네가? 왜.”
풍선껌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눈을 껌벅였다. 미호는 이미지와는 달리 성실한 편이다.
그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프로 중의 프로다.
“그냥 기분이 별로여서.”
“엥?!”
그런 미호가 단순히 기분이 안 좋다고 휴방을 하다니. 평소의 그녀가 보일법한 행동은 아니었다.
“왜. 나도 휴방 할 수도 있죠.”
미호는 조금 뾰로통한 표정으로 풍선껌을 노려본다.
“그, 그건 그렇지.”
풍선껌은 머리를 긁적이며 바로 수긍했다.
미호는 화가 나면 무서운 타입이다.
“그나저나 아몬드 님. 합방 같은 거 잘하시네요.”
“아, 예. 감사합니다.”
“전 또…… 아몬드 님이 사람 못 만나는 줄 알았잖아요.”
갑자기 화살이 아몬드에게 돌아간 느낌.
갑작스럽긴 해도 상현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삐졌구나.’
미호의 제안을 몇 번이나 거절해서 삐진 것이다. 자존심이 세 보이는 여자인데, 한 사람한테 두 번이나 거절당했으니 그럴 만했다.
물론 저렇게 땡깡을 부린다고 그녀의 제안을 수락해 줄 수는 없었다.
여자 스트리머와의 합방은-특히 미호처럼 극상 미모인 경우-별로 좋지 못한 수라고 주혁이 늘 강조했었으니까.
애초에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건 좋지 않았다.
밀어내야 했다.
다행히 상현은 밀어내는 거엔 익숙한 사람이었다.
“미호 님은 의외로 아이 같은 면이 있으시네요. 보기 좋습니다.”
푸핫.
풍선껌이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나 부드러운 일침이었다. 반면에 미호의 공격은 ‘나 공격합니다~!’라며 요란을 떠는 듯했으니.
그 대비가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
미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자 풍선껌은 입을 싹 다물었다.
안 그래도 기본적으로 차가운 인상인데, 저런 표정이 되니 오한까지 서렸다. 그런 와중에도 이쁘긴 하다는 게 대단한 미모구나 싶다.
“너무하네. 장난 한번 친 것 갖고…….”
차가운 표정에 비해, 그녀는 거의 울먹이듯이 말하고는 로그아웃해 버렸다.
핑!
그녀의 아바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가 버려?’
상현은 미호가 나가 버릴 줄은 몰랐기에 조금은 당황했다.
“크. 구미호 퇴치!”
풍선껌이 이때다 싶어 곧바로 외쳤다.
장난을 치는 걸 보니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이런 일이 자주 있나?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미호가 의외로 감정을 잘 못 숨겨요.”
“아…….”
“그나저나 아몬드 님도 대단하시네요. 역시 얼굴 덕에 경험이 많아서 그런가? 난 저 녀석이 마음먹고 꼬시면 안 넘어갈 남자는 없을 것 같았거든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법도 했다.
그런데 그건 외모만 봤을 때의 이야기이고, 이성을 대하는 방식은 말했던 대로 어린아이나 다름이 없었다.
‘남자를 잘 꼬시기에는…… 너무 어린 것 같은데.’
저런 식이면 여자라기보단 그냥 예쁜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아몬드는 그 말을 굳이 내뱉진 않았다.
풍선껌과 미호가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 잘 알지 못하니까.
“꼬신…… 건가요?”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갔다.
“저 정도면 엄청 저돌적으로 꼬시는 거 아닌가요?”
“아…….”
“와하하! 아몬드 님은 꽃미남이셔서 다들 저러니까 모르나 보다! 오늘은 여기서 이만 갈까요?”
“네. 즐거웠습니다.”
풍선껌은 밝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건넸고. 아몬드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잠시 후, 그의 아바타는 사라지고, 풍선껌만이 홀로 자신의 디스 월드에 남겨졌다.
“아…….”
그는 벤치에 누워 자신의 얼굴을 본뜬 별자리를 올려본다.
현재 자신의 감정에 따라 저 별자리도 표정이 변한다. 적어도 그게 만든 사람의 주장이다.
별자리 속 풍선껌은 아주 신나는 표정으로 눈을 찡긋거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재밌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 사람의 주장이 맞는 듯하다.
띠링.
그때, 매니저에게 메시지가 왔다.
“오?”
놀라운 소식이었다.
* * *
치이이익──
유압기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린다.
아몬드가 평소처럼 축축해진 모습으로 기어 나왔다.
‘방송이 생각보다 길었네.’
푹 젖어버린 자신의 몸뚱이를 보고서야 아몬드는 시간을 확인한다.
늦은 밤이었다.
앞서 디스 월드에서 수다 떤 시간까지 합하면 거의 6시간 정도 방송을 한 것 같다.
“오. 수고했다. 방송 반응 끝내주더라. 시청자 최고 1.4만 명까지 갔어. 네 시청자 기록은 매번 깨지는구나.”
주혁이 손수건을 휙 던져주면서 말했다.
마치 링 위에서 내려온 복서에게 코치가 수건을 던져주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풍선껌이 릴 같이 하자고 했지? 어? 그거 진짜 흔치 않은 일이다? 대박이라고!”
주혁은 마치 자기가 그 오퍼를 직접 받은 것마냥 흥분해서 말했다.
와다다다 쏟아내는 온갖 사례들을 무시하고, 아몬드는 그냥 욕실로 내달렸다.
“나 샤워 좀.”
* * *
쏴아아아아…….
따뜻한 물이 몸에 묻은 피로를 산뜻하게 끌어내린다.
“후아.”
뜨거우면서도 시원한 느낌. 어쩔 땐 쾌감마저 든다. 이 순간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하루의 마무리를 즐기고 있는 와중에, 주혁이 그새를 못 참고 문을 두들긴다.
쿵. 쿵.
“야! 그러고 보니 릴 한다고 말 안 했지!?”
“왜?”
“릴 한다고 정한 것도 아니잖아. 아직 고르는 중이라고!”
“그건 그렇네. 말 안 했어.”
“오키.”
“근데 다음 게임 후보가 뭔데? 난 릴도 좋아 보이는데.”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마 곧바로 게임 리서치를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을 것이다.
‘허.’
참 성실한 놈이다.
하긴 원래 그랬다. 주혁은 그 경쟁 빡센 아성에서도 탑급으로 성실한 인재였다. 그의 성실성은 익히 알던 바다. 그러나 지금의 주혁은 뭔가 달랐다.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
‘열정…… 인가?’
열정이 넘친다.
그게 회사에 있을 때하고의 차이점이었다.
일하는 시간이 같을 수는 있어도, 질이 달랐다. 회사에 있을 때 주혁은 성실하긴 하지만 어딘가 죽어 있는 인간이었다. 성실한 좀비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의 눈빛이나, 반응, 기쁨, 분노, 환호…….
전부 살아 있다.
모든 감정이 제대로 작동하는 인간 같았다.
제대로 작동하는 인간이라…….
상현은 자신의 오른팔을 들어본다.
잠시 후 역시나 덜덜 떨리는 손.
그는 주먹을 쥐어 보였다.
떨리긴 하지만 주먹은 올바르게 쥐어진다. 하늘 높이 더 올려봤다.
뿌연 욕실의 조명을 가리는 검은 주먹의 그림자가, 상현의 얼굴에 드리웠다.
‘언젠간 다들 알게 되겠지.’
그는 다짐했다.
그때가 오더라도, 주혁과 지아에게 원망하는 듯한 내색은 절대 하지 않기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다.
* * *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역시나 주혁은 무슨 목록을 만들고 있었다.
“이건 뭐냐.”
상현이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아. 이거 각 게임 스트리머들 중에 잘나가는 사람들 시청자 성별, 나이, 취미로 나눠놓은 거지.”
“아…… 이거 뭐야. 릴 스트리머가 이렇게 많아!?”
순간 상현은 저게 릴 유저들을 모아놓은 목록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릴 스트리머의 머릿수가 압도적이었다.
“어. 전 세계로 따지면 장난 아니야. 한국어권만 정리해도 이 정도니까. 심지어 이게 다 너보다 잘나가는 사람들이다.”
“……으억.”
두둥.
마치 이런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이게 전부……?’
옆에 넘버링이 없다면, 몇 명인지 감시 세어볼 엄두도 안 날 정도의 숫자들.
저게 전부 상현보다 잘나가는 스트리들이라니.
상현은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느꼈다.
“어때. 세상 넓지? 애송아.”
주혁은 안경을 번뜩이며 상현을 놀렸다.
“후…… 그렇네. 확실히. 이 사람들이 전부 릴만 하는 스트리머들이야?”
“어. 기본적으로는 그래. 가끔 다른 게임 섞긴 하는데. 릴만 해.”
“릴만으로 시청자 5만이 나오는구나…….”
풍선껌의 평균 시청자가 5만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트리비의 탑 스트리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5만 대의 스트리머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그보다도 더 잘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풍선껌 님이 탑인 줄 알았는데, 7만이 나오는 사람들도 있네…….”
“풍선껌은 시청자 수보다도 게임 광고 단가가 최고야.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아서, 완전 종합 게임 최적화거든. 일단 이미지도 기업들이 사용하기에 엄청 좋고. 그래서 트리비 대통령이 된 거지. 사실 광고 대통령이야. 광고 대통령.”
그렇구나.
아몬드는 그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그때 주혁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안경을 한 번 치켜올리더니 아몬드의 어깨를 탁 붙잡았다.
힘내라는 듯이.
“야. 아몬드. 기죽지 마라.”
“……?”
딱히 기죽은 건 아니었는데. 어찌 됐든 아몬드는 주혁의 장단에 맞춰줬다.
“왜.”
주혁이 씩 웃었다.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너, 그 광고 대통령이랑 광고 같이 찍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