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1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13화
39. 광고 대통령(2)
광고?
풍선껌이랑?
그게 진짜 된다고?
벌써?
온갖 의구심이 들었으나, 주혁이 내민 휴대폰 화면에는 정말로 이런 메시지가 떠 있었다.
[펑크 오 실장 : 광고 안건 통과했습니다. 내일 회사에서 봬요. 계약서 써야 하니까.]진짜였다.
척.
주혁이 자신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거드름을 피웠다.
“어떠냐. 인마. 형이 인마. 한 말은 지킨다, 이 말이야.”
거드름을 피우는 게 꼴사납긴 하지만, 정말 없던 광고를 만들어 왔으니 오늘은 잘난 척을 좀 하더라도 봐주는 게 맞았다.
“심지어 판타지아 광고라고. 풍선껌이랑 같이 하는.”
“판타지아……?”
“그래 인마!”
확실히 그간 상현에게 오퍼가 왔던 어중이떠중이 광고들과는 차이가 크긴 했다.
‘판타지아 광고라니. 완전 탑이잖아?’
판타지아는 국내 게임사 중에 3위 안에 드는 거대 기업이다. 그런 곳에서 넣는 광고를 받았다. 심지어 광고 단가가 가장 비싸다는 풍선껌과 함께.
이건 돈을 넘어 명예롭기까지 했다. 스트리머로서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오…….”
상현은 감탄사를 날렸다.
“오……? 그게 끝이냐?!”
“그럼?”
“아니, 뭔가 좀 더 환호해야 할 것 아냐?!”
상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씩 웃으며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잘했다. 역시 주혁쓰!”
“…….”
“됐지? 난 자러 간다.”
주혁이 어이가 없어 멍해진 틈을 타 상현은 얼른 자리를 피했다.
“와! 진짜 영혼이 없네. 아무 영혼도 없어. 어? 이건 뭐 귀신인가? 아니, 귀신은 영혼밖에 없지……. 그럼 무슨 시체인…….”
주혁이 뒤에서 뭐라 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상현은 낄낄대며 무시해 버렸다.
* * *
침대에 누운 상현은 계속 피식피식 웃었다.
주혁에겐 -너무 잘난 척할까 봐- 일부러 별로 표현을 안 했지만 당연히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였다.
‘풍선껌이랑 광고라니.’
풍선껌과 게임을 같이 진행하고, 광고까지 같이 찍게 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스트리머를 더 빨리할 걸 그랬나 보다.
‘할머니도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
내가 TV 광고에 나오는 걸 보면 할머니는 엄청 좋아했을 텐데.
아마 동네방네 다 자랑해서 그 TV 광고보다 할머니가 더 큰 광고 효과를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쩝.
상현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늘 그렇듯이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했다.
이젠 이게 일상적인 하루의 마무리였다.
[오늘 게임 천재 VS 방송 천재 존나 흥했음ㅋㅋㅋㅋ] [합방 생각보다 괜찮네? 어색해서 뒤지는 분위기 생각했는데 ㅋㅋㅋ] [풍선껌이 방송 천재는 맞네. 아몬드랑도 케미가 잘 맞네.] [그나저나 아몬드 쌉괴물 아니냐? 저 아재 끌고 어떻게 ㅋㅋㅋㅋ 브론즈를 갔지?!] [난 다음에 나올 릴 합방이 더 기대됨]좋은 반응들이 한가득이었다.
풍선껌은 이미지가 워낙 좋아서 안티가 없는데, 그게 아몬드에게도 좋게 작용한 것 같았다.
일반 게시글뿐만 아니라, 이슈글들을 살펴봐도 반응은 좋았다.
일단 이슈 글 중 거의 절반을 이미 독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중 1위 글을 클릭해 봤다.
[오늘자 풍선껌 몸 개그 모음.gif]풍선껌이 넘어지거나, 허겁지겁 달려가다가 엎어지는 모습들을 움짤로 만들어놓은 모습이다.
‘이런 장면이 있었나?’
게임에 집중하느라고 잘 몰랐는데, 풍선껌의 몸 개그 빈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너무 진행이 안 된다고 느꼈는데, 이런 것 때문이었다.
그냥 멀쩡하게 길을 가다가도 이상한 돌을 밟고 엎어지는 재주가 있었다.
-엌ㅋㅋㅋㅋㅋ 진짜 개웃기네
-아몬드 표정 ㅅㅂ ㅋㅋㅋ 아무 신경도 안 쓰네 ㄹㅇ
└ㄹㅇㅋㅋ
└아몬드 풍선껌 팬이라잖아. 이미 익히 알고 있겠지 ㅋㅋㅋㅋ
└팡대는…… 익숙하니까…….
-풍선껌도 존내 웃긴데, 옆에서 쳐다도 안 보고 그냥 쏘는 아몬드가 더 웃겨 씹ㅋㅋㅋㅋㅋ
└ㄹㅇ 그게 킬포임ㅋㅋㅋ
└아, 이래서 다들 케미 좋다 했구나 ㅠㅠ 움짤만 봐도 잼써 보이네. 다시 보기 보러 가야지ㅠㅠ
-저 아바타 ㄹㅇ 치트키임ㅋㅋㅋㅋㅋㅋ
└실제 풍선껌은 더 치트키임 ㅋㅋㅋ엌ㅋ
└ㄹㅇ 팩트…….
상현이 다시 봐도 꼴이 웃겼다.
스톤즈에서 진행하는 랭크 게임이 뭐라고, 아몬드는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활을 쏘고 있었고.
풍선껌은 이리저리 엎어지면서도, 비장한 표정으로 뛰어다녔다.
“재밌네.”
한 번 낄낄거리고 웃음 다음.
상현은 3위를 하고 있는 이슈 글로 넘어가 봤다.
왜냐하면 아몬드를 칭찬하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아몬드가 ㄹㅇ 제대로 된 코치인 점]==== ====
풍선껌을 그냥 머리채 끌고 캐리만 하는 게 아니라, 풍선껌한테도 기회를 줌. 그리고 승리 경험을 계속 반복시켜 줘서 자신감을 심어줌.
실제로 이게 효과가 있어서 게임 마지막쯤에는 풍선껌이 저격총으로 무려 3명의 머리를 날려 버림.
다들 아몬드 활 실력에 가려서 잘 모르겠지만, 이거 원래 풍선껌 방송에서 나왔으면 온갖 도네와 환호성이 터져 나올 장면임
3줄 요약.
1. 아몬드는 풍선껌에게 기회를 줬다.
2. 풍선껌은 자신감이 붙었다.
3. 풍선껌의 실력이 실제로 늘었다.
==== ====
-나도 이게 젤 좋았음 ㅠㅠ 이런 비슷한 포맷 방송에서는 보통 코치가 고통받으면서 욕만 하잖아. 근데 풍선껌 님을 실제로 도와주려는 게 많이 보였음
└2222 나도 ㅋㅋㅋ 괜히 감덩
-흠 난 아몬드가 고통을 너무 안 받아서 아쉬웠는데. 릴에서 기대해 봅니다 ㅎㅎ
└악마 새낔ㅋㅋㅋㅋㅋ
└릴의 그 극악의 팀플을 한번 해봐야지 아몬드도~~
└ㄹㅇ 아몬드 쉑 개인전 게임만 하면서 꿀빨았네 ㅋㅋㅋㅋㅋㅋ 이제 지옥이다 이 새끼.
-풍선껌 님 솔직히 요즘 자신감 너무 떨어져서 안타까웠는데. 아몬드가 다시 기 살려줘서 좋았다.
└??? : 풍선껌은 뼈 빠져도 브론즈가 최대다.
└악마시키 ㅋㅋㅋㅋㅋ
└뼈 빠져도 브론즠ㅋㅋㅋㅋㅋ
└뼈빠브 좌 ㅋㅋㅋㅋㅋㅋ
“보는 눈들이 있네.”
아몬드는 실실 웃으며 중얼거렸다.
실제로 자신이 신경 쓴 부분이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되니 기분이 좋았다.
그는 풍선껌의 자신감을 올려주는 걸 1차 목표로 생각하고 코치에 임했었으니까.
[아몬드 시작하자마자 20 대 1 칼전 맞짱으로 기선 제압]그다음엔 이런 게시물도 있었다.
아몬드가 무기고에서 스톤즈 20명과 싸우는 장면이다.
-와 ㅋㅋㅋㅋ 무슨 액션 영화 뺨 후려치누.
-돌았네
-이게 아몬드지
-풍선껌 표정 봐 ㅅㅂㅋㅋㅋㅋㅋ
-풍선껌 ㄹㅇ 무슨 저런 새끼가 있냐는 표정으로 가만히 있누 ㅋㅋㅋㅋㅋㅋ
└아니, 저렇게 가만히 있는데 어케 살았냨ㅋㅋㅋ
└아몬드가 저 와중에 칼 날아오는 것들도 다 쳐줌
└스윗 아몬드ㅠㅠㅠ
└ㄹㅇ 무슨 실제 제품 이름 같누 ㅋㅋㅋ
확실히 스톤즈 랭크에서 게임을 하면 이런 장면이 잘 뽑히는구나.
지아가 좋아할 것 같다. 그녀는 이런 액션 신을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왜 다이아 승격전 영상 안 올라오냐…….’
커뮤니티 글을 충분히 확인한 아몬드는 자신의 올튜브 채널을 확인했다.
오늘도 여전히 올라오지 않은 영상.
다이아 승격전은 특별한 신경을 써주는 건지, 올라오는 속도가 늦다.
대신 구독자 수는 6만 명으로 늘었다.
하루에 2~3천 명이 오르고 있었다. 준수한 성장세였다.
“자야겠다.”
커뮤니티를 보다 보니 이미 시간이 늦어버렸다.
그는 그때서라도 얼른 잠에 들기로 하며 눈을 감는다.
아몬드의 침실이 어둠에 잠겼다.
오늘은 아마 좋은 꿈을 꿀 것 같다.
* * *
다음 날.
주혁과 아몬드는 약속대로 펑크사를 찾아갔다.
“오. 오셨구나. 이리 와요. 계약서 작성해야 하니까.”
간만에 펑크에 찾아가니 오 실장이 반가운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키야~ 아몬드. 잘나가네. 부럽습니다. 으하하!”
배를 통통 튕기며 칭찬을 한번 던져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 실장이 그들을 안내한 곳은 회의실이었다.
“자.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요. 하아…… 거참 회의했으면 치워놓으라니까. 잠깐만 여기 기다려요.”
회의실에는 방금 전까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던 흔적이 역력했다.
오 실장은 손수 남은 음료수와 의자들을 정리하고는 눈을 찡긋하면서 나갔다.
문밖에서는 곧장 호통이 들려왔다.
“야! 아까 회의했던 팀 누구냐! 튀어와! 이걸 안 치우고 그냥 가?!”
피식.
어느 회사나 똑같구나.
주혁과 상현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들은 아무 곳에나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오 실장을 기다리는 사이, 그들은 둘 다 본능적인 불편함을 느꼈다.
“……준비할 게 없는 게 신기하네.”
“그러게. 나도 어색하다.”
회의실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게 어색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회의실은 늘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는 곳이었기에 절대로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없었다.
머릿속으로 무슨 말을 할지, 이런 질문엔 어떻게 대처할지,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긴장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였다.
하나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은 그냥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이었다.
드르륵.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오 실장과 몇몇 직원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는, 가장 막내로 보이는 사원이 계약서를 각 자리에 비치해 두었다.
상현과 주혁은 익숙한 몸짓으로 계약서를 들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와…….’
상현은 최대한 점잖은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입이 떡 벌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단기 광고 모델 계약서]이 계약서의 제목 때문이다.
‘광고 모델이라니. 내가?’
단순한 1회성 광고가 아니라, 광고 모델이 되는 계약서였다.
김치찌개 광고를 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건 블로거들이 하는 광고 같았다면, 이건 연예인들이 하는 광고 같다.
“자. 그쪽 분들 오시기 전에 제가 간략하게 설명을 해드릴게요.”
오 실장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랬다.
“일단 단기성 광고 아닙니다. 오프라인 촬영 일정도 있는 광고 모델이고, 주기적으로 해당 신작 게임도 플레이해 주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그냥 업계 관례죠…… 그리고…….”
‘신작 게임?’
상현과 주혁이 동시에 계약서를 다시 훑었다.
계약서상에서는 게임 이름이 공백이었다. 그냥 표준 계약서라서 가격만 미리 적어놓은 상황이다.
대체 신작 게임이라는 게 뭘까.
주혁도 모르는 눈치다.
“아. 게임 뭔지 안 알려드렸구나!”
오 실장은 ‘내 정신 좀 봐’라며 이마를 탁 쳤다. 너무 세게 치는 바람에 뇌진탕이 오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신작 모바일 게임. ‘망나니 용사 키우기’입니다. 제목부터 양산형 냄새가 풀풀 나죠? 아니, 좋은 말로 돈 냄새가 난다고 합시다. 돈 주는 분들인데.”
모바일 게임?!
아몬드는 깜짝 놀랐다.
‘와, 씨. 이건 진짜 제대로잖아?’
아무리 현재 가상현실 게임들의 플레이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모바일 게임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특히나 수익적인 측면에선 비교가 안 됐다.
그래서 보통 모바일 게임의 모델이라면 가장 잘나가는 걸그룹이나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이걸 내가 한다고?’
이번엔 그게 아몬드인 모양이다.
물론 풍선껌도 함께.
“자. 지금 혼란스러운 눈빛하고 있죠? 모바일 게임이라니? 그거 걸그룹이 하는 거 아닌가!? 안심하세요. 이 게임은 특이하게 스트리머들 위주로 광고를 캐스팅한 거예요. 연예인 자리 꿰찬 건 아직 아니니까, 김칫국은 금물입니다.”
그런 거였구나.
그렇다고 해도 나쁠 건 하나도 없었다.
“예. 그래도 감지덕지죠.”
“하하. 그렇죠. 자, 이 계약의 백미는 여깁니다. 여기 보세요.”
“……?”
오 실장이 가리킨 계약서 하단엔 특약이 하나 있었다.
“기간 모델 계약에 덧붙여져서 캐릭터 판매라는 항목이 있어요.”
“네. 봤습니다.”
“그게 뭐냐면, 우리 스트리머들을 여기 나오는 ‘망나니 용사’ 중 하나로 만들어서 키우게 한다는 거예요.”
“……예?!”
주혁과 상현이 동시에 놀라서 물었다.
주혁도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잘 이해가 안 가는데요. 일단 이 게임을 잘 몰라서…….”
“그래. 내가 설명을 해줄게요. 이거 좋은 겁니다.”
오 실장은 신이 나서 홀로그램 스크린을 켜고 막 떠들기 시작했다.
주혁과 상현은 홀린 듯이 그의 스크린들을 쳐다봤고,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느꼈다.
‘대박이다.’
이 광고는 생각보다 훨씬 더 대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