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1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14화
40. 치열한 협상(1)
“풍선껌 님과 아몬드 님이 여기 캐릭터 중 하나로 설계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주혁이 놀라서 되물었다.
“캐릭터요? 그러니까 게임 속 캐릭터로 아몬드가 나온다는 겁니까?”
“맞습니다.”
오 실장이 홀로그램을 하나 띄웠다.
그 홀로그램에는 3등신 정도의 사람이 하나 서 있었는데.
그는 풍선껌이었다.
풍선껌의 풍선 같은 배와 귀여운 인상의 얼굴이 잘 표현된 3D 캐릭터다.
“어때요. 기똥차죠? 요즘은 3D 스캔으로 이미 신체 코드가 다 있으니까. 우리 쪽에서 승인만 하면 아주 뚝딱 만들어요.”
상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와…….’
스트리머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스트리머들을 캐릭터로 내세우는 게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건 대체로 인디 게임이었다.
판타지아같이 큰 게임 회사가 만드는 모바일 게임에서 캐릭터가 된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대박인데?’
아몬드는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기 위해 부단히도 애써야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질 좋은 광고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상현이 이 정도인데, 돈 좋아하는 주혁은 어떻겠는가.
흡.
그는 아예 숨을 참고 표정을 관리하는 중이었다.
연신 시선을 오 실장에게 돌리려 했지만, 자석이라도 붙은 듯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풍선껌 홀로그램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그건 상현도 마찬가지였다.
풍선껌 캐릭터 홀로그램은 기기 밖으로까지 아장아장 걸어 나왔다.
상현은 저도 모르게 거기에 손가락을 대봤다. 마치 길고양이에게 그러하듯이.
치지직.
미약한 정전기만 생길 뿐, 아직 별다른 상호작용은 안 되는 모양이다.
“아직 상호작용 터치 같은 건 안 돼요. 아마 다 만들면 구현될 겁니다. 모바일 기기 중에서도 요즘 홀로그램 AR을 지원하는 기기들이 많으니까. 그쪽 니즈를 잡아야죠.”
그들이 홀로그램에 정신이 팔린 걸 눈치챈 오 실장이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아, 죄, 죄송합니다. 설명하시는 중에.”
주혁은 자기가 한눈판 것이 부끄러웠는지 사과했다.
“아뇨. 어차피 이거 경험해 보시는 게 설명의 일부인데요. 뭘.”
짝.
오 실장은 박수를 한 번 치더니.
“그럼 이제 돈 얘기를 좀 해볼까요?”
본론으로 넘어갔다.
똑똑──
“실장님. 광고주 측 직원분들 오셨습니다.”
그때 마침 판타지아의 직원들이 도착한 모양이다.
“아. 마침 오셨네. 들어오라 해.”
* * *
판타지아의 직원은 총 둘이었다.
한 사람은 과장, 나머지는 대리다.
결정권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그냥 계약 대행 정도나 하러 온 것 같았다.
과장 쪽이 먼저 금액을 제시했다.
“금액은 이 정도입니다.”
액수를 들은 주혁과 상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나?’
‘이것밖에?’
우습게도 둘은 전혀 반대의 이유로 말문이 막혔다.
상현의 머리로는 굉장히 큰 금액이었다.
그래서 그의 눈엔…….
“솔직히 말씀드려서, 계약 내용에 비해 아쉬운 금액인 건 부정할 수가 없네요.”
이딴 말을 내뱉는 김주혁이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2천이나 주는데.’
주혁의 깜냥에 상당히 놀랐지만 애써 놀란 티를 내진 않았다.
지금 분위기상 금액 협상이 이미 시작됐다. 이럴 땐 절대 동요하는 기색을 보여선 안 된다.
‘무슨 생각이 있겠지.’
상현은 그저, 지그시 상대측을 응시했다.
주혁 역시 판타지아의 과장 쪽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아슬아슬하게 맹렬한 기운이 담겨 있어서 약간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매너가 없거나 공격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이 역시도 협상에선 기본이었다. 적에게 한 발 내어주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뒤로 가야 하는 게 협상이다.
김주혁과는 손발을 하루 이틀 맞춰본 게 아니다. 상현 역시 핵심을 이해하고 있기에 동료의 공격성에 당황하지 않고 태연함을 유지한다.
“음…… 2천이면 현재 아몬드 님에겐 적은 돈이 절대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요?”
판타지아 측이 물어왔다.
그들은 오 실장도, 김주혁도 건너뛰고 곧장 아몬드에게 물었다.
가장 인상이 순하고, 가만히 있는 모습이 만만해 보였던 것이다.
오 실장은 그저 재밌다는 듯이 상황을 관찰했다. 이 둘이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궁금했다.
주혁이 가로막듯이 말을 꺼냈다.
“우선──”
그는 지체 없이 바로 계약서로 펜을 가져다 댔다. 마치 원래부터 준비했던 것처럼.
그러자 판타지아 쪽이 헛기침으로 말을 끊는다.
“크흠.”
너한테 물은 게 아닌데? 라는 눈빛을 쏘았다.
“왜 그러시죠? 아직 더 하실 말씀이라도?”
주혁 역시 아몬드한테 묻는 게 나한테 묻는 건데? 라는 듯 방어를 해냈다.
“아, 아뇨. 목이 칼칼해서. 계속 말씀하시죠.”
보이지 않는 치열한 공방이 벌써 시작된 것이다.
오 실장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기대한 것 이상이다.
오 실장이 흡족한 만큼, 판타지아 측은 조금 당황한 듯했다.
그들 입장에선 생각 이상으로 공격적인 협상이 튀어나올 기세니까.
그러나 아직은 평정심을 잃지 않은 모습이다.
그래 봐야 스트리머랑 매니저인데. 협상에서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를 하겠는가.
우리는 광고주 측이다. 꿇릴 게 없다…….
따위의 생각이 아마 평정을 방어하는 주력일 터다.
이제 주혁이 그 방어를 하나둘 무너뜨려야 했다.
주혁은 칼처럼 펜을 고쳐잡았다.
“이 계약서에는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3개월이죠.”
주혁이 펜을 그은 부분엔 정말로 계약 기간이 적혀 있었다. 3개월의 단기간 계약이었다.
“그리고 여기.”
그다음 그가 펜을 그은 곳에는 ‘캐릭터화’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이 한 계약서로 광고 모델과 캐릭터화까지 전부 퉁친다는 뜻이다.
주혁이 파고들 틈은 여기였다.
“캐릭터화에는 따로 계약 기간이 적혀있지 않습니다. 그 말은 3개월짜리 계약에 포함된다는 뜻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캐릭터는 게임 서비스 종료까지 활용될 테니 말입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판타지아 측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게임 중간에 캐릭터를 삭제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영구적인 ‘종속’ 계약이라고 봐야 하는데, 그 시간을 고려하면 너무 적은 액수입니다.”
시간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다.
이는 반영구적 계약임을 강조하여 주혁이 내세운 주장이다.
“2천이 지금 아몬드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에요. 구독자 수나, 실시간 시청자 수 등을 고려해서 자사 내의 기준으로 산정하는 겁니다.”
판타지아 측도 할 말이 있다.
우리는 스탠다드, 즉 기준이 있고 거기에 변동은 없다.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늘 대기업을 상대할 때마다 가장 첫 번째로 튀어나오는 형식의 반론이었다.
그러나 주혁과 상현은 익히 알고 있었다.
애초에 스탠다드에 변경을 줄 수 없으면 이런 자리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걸.
주혁은 저들이 세우는 방패의 틈을 더 파고들었다.
“기간제 계약의 최대 금액이겠죠. 전속으로 가면 스탠다드도 달라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뇨. 설사 그게 전속이든, 기간제 계약이든 같습니다.”
“……기간이 다른데 어떻게 같을 수가 있습니까?”
마치 탁구 매치에서 랠리가 오가는 것 같았다.
탕!
주혁이 공을 쏘고, 상대는 곧바로 받아친다.
타앙!
“정확히는 이미 전속임을 고려하고 상한치를 내어준 것이죠. 그 스탠다드엔 이미 전속도 고려된 거라는 뜻입니다.”
“고작 2천이 아몬드가 ‘영구적’인 모델을 하는데 받을 수 있는 최대치라는 겁니까?”
“적어도 내부 기준에 의하면 그렇죠.”
탕!
받기 힘든 공격적인 질문도, 판타지아는 받아쳐 버렸다.
그 랠리는 점점 빨라지고, 과열되었고.
상현의 눈도 둘의 입을 따라 좌우로 마구 움직였다.
“그 기준이라는 게 뭡니까?”
“올튜브 구독자, 평균 시청자 수 정도가 있겠죠. 저희도 판타지아 측의 내부 기준을 정확히 알려드릴 순 없습니다.”
“아몬드의 구독자는 5만이지만 평균 조회 수는 30만과 비견해도 될 수준이고, 라이브 시청자는 최근 1주일간 평균 7-8천입니다. 이것도 다 고려된 겁니까?”
“최근 1주일을 기준으로 삼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 달 단위 이상으로 자르죠. 그렇게 되면 평균 3-4천 명도 버겁군요. 그게 현실적인 현재 아몬드의 사이즈입니다.”
그 말에 무슨 힌트라도 있었던 걸까?
주혁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현재. 그렇죠. 현재 사이즈입니다.”
“……?”
판타지아의 과장과 대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갸우뚱한다. 무슨 실언을 했나?
“이 게임이 얼마나 오래 서비스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5년은 가겠죠.”
“그렇죠.”
“그럼 가정해 봅시다. 어떤 주식이 5년 뒤에 5배로 오를 게 뻔하다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
상대는 침묵했다.
불리한 질문인 게 뻔했다.
주혁은 그렇다고 놔주진 않았다.
“그걸 알게 되는 시점에 이미 5배로 오릅니다. 미래의 가치를 알게 된 사람들이 그 가격까지는 무조건 살 테니까요. 그러면 주가는 5배 상승합니다. 이렇듯, 시장은 굳이 5년을 기다려 주지 않죠. 미래의 성장이 확실하면 그건 현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지금 아몬드가 5년 뒤에는 5배로 성장할 거란 얘기입니까?”
“5배도 섭하죠. 10배는 넘을 겁니다.”
“허세가 심하네요.”
서로 공격성이 슬슬 극에 달했다.
이젠 오 실장의 입가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고.
상현도 언제든지 끼어들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촤락.
주혁은 상대의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료를 펼쳤다.
“그냥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닙니다.”
아몬드의 시청자, 구독자 증가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들이 빼곡히 박혀 있는 서류들.
공통점은 전부 급격하게 우상향을 그리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신생 스트리머나 성장세가 좋은 스트리머들과 비교한 자료도 있었는데.
아몬드가 압도적이다.
“이 그래프가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의 성장이 어떨지요.”
“그걸 이미 고려한 가격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까? 고려한 거라고요?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그래프에서…….”
주혁의 펜이 그래프의 저점과 고점을 콕 집었다. 그리고 두 점을 연결해 버렸다.
두 점을 연결한 선분을 정확히 이분했다.
그 이분점에서 선을 쭉 내리고는 ‘판타지아의 책정값’이라고 적었다.
“이렇게 단순하게 시작과 끝의 평균점을 잡아서 가격을 책정하신다구요? 그건 옳지 않죠. 이게 옳은 방법입니다.”
이어서 그는 우상향하고 있는 그래프 뒤쪽으로 가상의 선을 더 그려냈다.
미래의 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앞서 그려진 그래프와 거의 유사한 기울기를 가진 선이었다.
그리고 그 선 어딘가에 점을 찍었고 거기엔 ‘시장이 부여하는 가격’이라고 써놨다.
“이게 올바른 시장의 책정법입니다.”
“그 뒤쪽의 그래프는 그냥 가상의 그래프 아닙니까?”
“아뇨. 가상이 아니라 미래입니다. 미래는 가상의 설정 같은 게 아닙니다. 반드시 도달하는 4차원 좌표상의 공간이고, 우리는 그걸 현재 좌표에서도 늘 고려합니다.”
오 실장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상현 역시 미동 않고 주혁의 말을 기다렸다.
아마 주혁이라면 여기서 쐐기를 박아버릴 것이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주혁이 강스파이크를 날렸다.
“판타지아의 주가 총액이 아성보다 높죠?”
“……그렇습니다.”
“그게 판타지아의 현재 사이즈가 아성보다 커서 그런가요?”
“…….”
아성의 사이즈가 실제로 어떤지 상대는 모른다.
그러나 주혁은 안다. 한 달 전에 거기 직원이었다.
“순익은 아성이 압도적입니다. 이걸 보세요.”
판타지아도 잘나가는 트렌디한 기업이지만, 전통적인 강호인 아성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다.
“……그렇군요.”
“근데 왜 판타지아가 주가 총액이 더 높습니까?”
“그야 사람들의 기대치가 더 높으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왜 기대치가 더 높습니까?”
“…….”
상대측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지 못했다.
이미 덫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버렸음을 자각한 것이다. 움직여서 저항하면 몸에 애먼 상처만 더 생길 터다.
“미래입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 판타지아가 현재는 아성보다 작아도, 미래가 더 밝을 것이기에 주가가 더 높은 것입니다.”
상대는 체크메이트를 당한 기분이었다.
여기서 이 논리를 부정하면 자사를 깎아내리는 게 되어버린다.
“판타지아는 미래를 파는 기업이고, 주주들도 그 미래를 사주었죠. 저희도 그러고 싶을 뿐입니다.”
짝, 짝, 짝.
오 실장이 옆에서 박수를 쳤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연설이었다. 그러나 오 실장의 인정은 소용이 없다.
‘이제 어떻게 나오려나.’
상현은 판타지아 측의 두 직원을 지켜봤다.
둘은 귓속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과장 측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는 천천히 태블릿을 꺼내 원본 계약서에 선을 그었다.
지이익.
[금액 20,000,000원]상현과 주혁의 눈이 마주쳤다.
씨익.
둘의 얼굴엔 미소가 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