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14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5 25화(1142/114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5 025화
8. 숙청(2)
스트리머가 플랫폼을 바꾼다는건 사실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다.
이 결정으로 인해 어떤 스트리머들은 자신의 시청층 자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아무리 재밌으면 뜬다, 그래도 볼 사람은 본다지만.
어느 플랫폼을 가느냐에 따라 시청층이 나눠지는 건 사실이었고.
파프리카는 기존 트리비 시청층의 일부까지 흡수하면서 승승장구.
치즈는 대기업을 등에 업고 있다지만, 신생 플랫폼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그러니까. 이건 꼭 어린 왕세자한테 줄 서는 거랑 똑같다고.”
상현이 -단순히 오렌지 때문에- 치즈를 선택한다고 했을 때, 주혁이 했던 말이다.
“지금 왕이 갑자기 죽었는데. 왕하고 거의 대등한 권력인 숙부가 있고, 이제 막 걸어다니는 왕세자가 있는데. 네가 지금 왕세자 라인에 선 거라니까?”
이는 좀 과장이 곁들여진 설명이지만, 주혁은 그 정도로 치즈의 앞날을 위태롭게 내다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응? 그럼 치즈가 맞는거네.”
“……뭐?”
“어쨌든 왕세자가 적통이잖아.”
“너 혹시 귀가 먹통이냐!?”
“아니, 그럼 나더러 역적이 되란 말이야?”
무슨 사극에나 나올법한 마인드를 자본주의 시장에 적용시키는 상현의 모습에, 주혁은 어이가 없었으나.
‘음…….’
당시에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왠지 일리가 있는 것도 같았더랬다.
‘적통한 후계자. 이걸 좀 더 어필하면 확실히 나을지도?’
결국 힘센 숙부가 갑자기 칼 들고 와서 썰어버린다고 해서 권력이 이동되는 게 아니라.
민심이 천심.
백성(시청자)들의 호응이 중요한 것 아니겠나?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으로 등장했던 기획이 치즈 마을의 ‘고대 유적’ 파트였다.
기획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그 서사에 감동했으며, 이는 치즈 마을의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치즈 마을 초기 라이브 시청자는 굉장히 빈약한 채로 시작했으나.
라이브가 진행될수록 점점 올라갔고.
뒤이어 나온 편집본은 초대박을 터뜨렸다.
그 치즈 마을의 여파가 지금도, 다른 플랫폼에까지 넘어가서 존재한다.
[전향했더니 ‘봇’이었던 건에 대하여]-이 또한 대감의 은혜겠지요……
오믈렛의 영상에 자신이 직접 단 댓글이다.
오믈렛은 치즈 마을에 참가하지도 않았지만.
이런 밈을 알고있었고.
그의 시청자들도 대체로 알고 있는 모습이다.
└대감의 은혜 ㅅㅂㅋㅋㅋㅋ 이게 여기서 ㅋㅋㅋ
└갓 블레스 대감
└ㅅㅂㅋㅋㅋㅋ
└봇 인권은 말살시켜도 방송은 살려주시잖아~
주혁은 옆에 놀러 온 지아에게 신나서 말했다.
“치즈 마을이 제대로 흥하긴 했나 보다. 이 사람도 알고 있네.”
지아는 오늘 간만에 점심 같이 먹는 날이라 먼저 놀러 와 있었는데.
그녀는 아까부터 오믈렛 편집본 영상을 이리저리 유심히 돌려보고 있다.
아무래도 아몬드 영상을 공식적으로 따 가서 편집한 거라,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그녀가 여전히 눈은 영상에 고정한 채 중얼거렸다.
“응…… 치즈 마을 영상 다 초대박이었지. 우리 채널도 좋았지만. 장 피디님이 만든 공식 영상들이 대박이었어.”
“그치. 얼마나 대박 났으면 장 피디님이 기어코 한우 회식을 쏘게 만들 정도였으니까.”
“응? 그거 미국산이야.”
정확히 기억하는 지아.
“엥? 가짜 국대 때가 미국산이고, 이번에 한우잖아?”
“가짜 국대?”
피식.
지아가 비웃는다.
“그거 가짜 소고기야.”
“???”
“돼지고기니까. 무한리필.”
“…….”
지독하다.
금수저로 살아온 주혁의 상상으로는 따라가기 힘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아끼는 거지!?
“가, 가짜 국대가 돈이 얼마 안 됐나? 그럴 리가 없는데…….”
“대신 보너스로 많이 주셨어. 직접 쓰라고. 이건 비밀인데. 그때 박오훈 씨 금액 보고 울었어.”
“아…….”
짜디짠 냉혹함 뒤에, 이건 또 따스한 이야기…… 아니지.
주혁은 방심하지 않고 묻는다.
“금액이 많아서 운거 맞지?”
보너스가 적어서 운 것일 수도 있잖은가?
지아는 갑자기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으로 주혁을 쳐다본다.
“헐. 오빠. 대체 장 피디님을 뭘로 보고…….”
“아니 그게 아니라!”
주혁이 뭔가 변명하려 할 때였다.
“김주혀어억!!”
쾅!
상현이 굉장한 임팩트로 기상했다.
“……!?”
주혁과 지아는 깜작 놀라 굳어서 그쪽을 멍하니 쳐다보는데.
“아…… 지, 지아 와 있었구나.”
지아가 끄덕인다.
“으응. 오늘 같이 먹는 날.”
“아, 그랬지.”
믹스넛츠 설립 이후.
창립 멤버들끼리의 돈독함을 위해 1주에 두 번 정도는 같이 식사하기로 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진짜야?”
척!
상현이 스트리머 오믈렛의 채널을 가리킨다.
구독자 221만 명의 중대형 채널이다.
“이거 뭐 페이크 채널 이런 거 아니지? 어? 진짜 스트리머야?”
“푸…… 푸훕!”
주혁은 왜 상현이 화난 건지 깨닫고, 웃음을 겨우 참았다.
‘아직도 페이크 채널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있다니.’
옆에서 지아는 상현의 상상력이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둘을 번갈아 쳐다본다.
‘촬영하고 싶다…….’
지아는 이 장면을 촬영하고 싶었지만.
상현의 분노 수치가 그런 말을 꺼내기 어렵게 했다.
“우, 웃지마! 네가 속여서 속은 거잖아!”
상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 아니. 이게…… 어…… 내가 개입하면 시청자분들의 노력이 의미가 없어지잖냐.”
“하?”
상현은 어이없는 궤변에 완벽한 근거로 신랄한 반박을 가했다.
단 네 글자로.
“어쩌라고!”
사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아니, 있을 수도 있는데 생각나지 않았다.
이건 단순히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지.
머리가 안좋은 건 아니었다.
애초에 공정한 게임이 아닌 것이다.
“너…… 넌 일찍부터 일어나서 몸도 다 풀었고. 난 지금 일어났잖아……!”
“?”
상현은 속으로 할 생각을 입으로 내뱉어 버린다.
주혁은 방금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상현이 걱정하는 게 뭔지는 알 수 있었다.
“자. 열 내지 말고 봐.”
그는 오믈렛의 편집자에게 온 메시지를 보여준다.
[오믈렛 편집자: 지금 오믈렛 형 엄청 신났어요! 영상 대박났다구요! 저희 최근 영상중에 가장 잘나왔어요!ㅎㅎ] [오믈렛 편집자: 영상 제공 감사합니다. 저희도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나 때문에 오믈렛 님이 피해를…… 본…… 게 아니었네?”
상현은 애써 머리를 짜내서 하려던 말에 대한 대답이 이미 주혁의 손에 걸린 휴대폰에 다 써 있는걸 보고 말문이 막힌다.
“너한테 고맙다고 그렇게 연락을 하셨어. 선물도 보내주신다는 거. 말렸지. 다음에 식사나 하자고.”
“그래……?”
오믈렛이 오히려 고마워 죽겠다고 하니, 상현은 뭔가 어깨가 올라갔다.
“네가 방송을 살려준 거지.”
씨익.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짓지만, 주혁은 봤다.
상현은 웃고 있었다.
“아니, 뭐 원래 속아줘야 이런게 재미도 있고한거니까…… 하…… 참내. 난 일단 씻고 올게.”
쿵.
욕실로 들어간 후.
“?”
지아가 주혁에게 슬쩍 묻는다.
“잘 해결된 거지?”
“신난 거야.”
“아…… 시, 신난 거까지야?”
상현의 표정을 수도 없이 본 지아보다, 주혁이 더 정확하게 아는 듯했다.
“이제 봐.”
주혁이 조용히 하라는 듯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쏴아아아아…….
샤워기가 빗발치는 소리 사이로 작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미약하게 들려온다.
대~감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지아의 눈이 동그래지고, 주혁과 킬킬대며 웃었다.
* * *
믹스넛츠 친목 식사를 마친 후.
지아는 집으로 돌아와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녀 옆엔 한참 정리 중인 물건들이 상자에 가득했다.
오피스에 마련될 그녀의 자리에 가져다놓을 것들이다.
‘이제 여기서 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인가.’
그녀는 두리번거리며 그녀의 작업 환경을 쳐다본다.
예전 장프로덕션 오피스가 열악하다고 생각했는데.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수준이었다.
지금 보니 자신의 작업 환경이 최악이지않은가?
‘몰랐네.’
그런데 전혀 몰랐다.
그냥 스트리머 팬질하듯이 편집해서 올리고, 정신없이 올튜브를 운영해 왔으니.
주변에 시선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흠.”
지아는 새삼스런 깨달음에 고개를 갸웃한다.
“이제 알면 뭐 해.”
곧 환경이 바뀌는데 깨달은 게 웃기다.
“마지막 작업. 들어가자.”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이듯이 말하고 양손으로 볼을 한 번 친다.
짝.
“오믈렛 쪽이 버프도 걸어줬으니까.”
딸깍.
그녀는 오믈렛 쪽에서 받은 영상 파일을 열었다.
준비해 놨던 아몬드의 편집점을 찍은 영상들과 합치기 시작한다.
한동안 그녀의 방에선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와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영상 편집은 끝났다.
“으음…….”
지아는 시간을 확인한다.
탁…… 탁…….
항상 그녀의 고민이 길어지는 파트였다.
[오믈렛봇(아님)과 만났습…….]“아니야.”
타다다다닥.
백스페이스를 연달아 누르며 제목을 지우는 지아.
‘곧 방송 시작인데.’
지아는 아몬드 방송 시간 전에는 올리고 싶었다.
잠시 편집된 아몬드 영상을 돌려본다.
가끔 답은 채팅이나 댓글에 있을 때가 있다.
-트루먼쇼 안끝나누
-트루맨이 죽지않아 ㄷㄷ
-ㅋㅋㅋㅋㅋ빨간약 뱉냐곸ㅋㅋㅋ
지아는 이번에도 힌트를 얻었다.
[트루몬드 쇼]* * *
한편, 이제 방송을 앞둔 유상현.
그는 꽤나 살벌한 눈으로 캡슐 앞에 섰다.
‘가지볶음…… 그 외 등등.’
오늘의 숙청 대상을 되뇌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어제 일이 잘풀렸어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공사는 구분해야지.’
그런 각오로 캡슐로 들어간 아몬드.
그는 주혁에게 오케이 사인을 그려 보인다.
띠링.
[아몬드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했습니다!]시청자들에게 알림이 갔고.
-그가 왔다
-캬
-대애애애가아아아암!
-ㅋㅋㅋㅋㅋㅋ어떡하냐 오늘ㅋㅋㅋ
-피바람이 분닼ㅋㅋㅋㅋ
시청자들도 이미 알고있었다.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몬드는 인사도 건네기 전에 이 말부터 꺼냈다.
“자. 일단 가지볶음의 변론을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리) 대감식 재판
-이번엔 배심원 있나요?ㅋㅋㅋ
-시작부터 가볶ㅋㅋㅋㅋ
-오긴 왔어?
평소 그리 후원을 빠릿하게 하진 않던 가지볶음.
띠링.
급한지 곧바로 나타난다.
[가지볶음 님이 5천원 후원했습니다.] [동생 돈 다 털어서 술 한잔했습니다. 영상이 잘 안 돼도 좋습니다. 하지만 “트루몬드 쇼” 하나만은 기억해 주세요. 진심을 다해서 전합니다. 기분이 별로일 수는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밤낮을 고민하고 속였습니다…… 최선을 다했고…….]-엄볶동 ㅅㅂㅋㅋㅋㅋㅋ
-님 실제로 트루몬드쇼 조회수 터짐 정상참작 해주시죠?
-UBD 템플릿 ㅋㅋㅋㅋ
-가볶동 ㄷㄷ
-템플릿 뭔뎈ㅋㅋㅋㅋ
-방송은 살려주셨잖아~
-???: 가지볶음…… 내 지능을 망치러온 내 방송의 구원자……
-밤낮을 고민하고 속였습니닼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