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1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15화
40. 치열한 협상(2)
판타지아 측은 던지듯이 태블릿을 가방에 넣으며 두 손을 떼었다.
그게 꼭 항복하는 자세 같았다.
그제야 팽팽히 오가던 긴장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지웠습니다. 2천보다 올리는 걸로 가죠.”
키야.
오 실장이 누구보다 먼저 감탄을 뱉었다.
그가 주혁의 어깨를 툭 친다.
“대단하네! 어?”
“별말씀을…… 하하.”
“아성이 왜 그리 잘나가는지 알겠네요. 이런 사람을 사원으로 잔뜩 데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무서워요. 같은 계열도 아니지만 무서워.”
“……아성요?”
판타지아의 과장이 오 실장을 보며 물었다.
“아, 어. 이 친구들 둘 다 거기 출신이야. 이건 알 사람들은 다 아는 건데. 몰랐어?”
“아…….”
과장의 얼굴엔 난색이 드러났다.
백그라운드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긴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그런 거까지 찾아보겠나. 오 실장은 피식 웃었다.
반면에 똑같이 월급 받고 일하는 저 김주혁이라는 놈은 어떤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주혁에겐 이 일이 곧 인생이었다.
판타지아 측 직원들에겐 이건 그냥 일이었고.
그 차이가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이 사람이. 쯧. 그런 것도 모르면 쓰나? 그나저나 김 과장. 얼마까지 가능해요.”
후우.
그의 질문에 판타지아 직원 둘이 동시에 한숨을 내쉰다.
“그…… 확실히 말씀하신 부분에 저는 동감을 합니다. 가격을 올려드리겠습니만…….”
다만?
주혁과 상현의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올 듯했다.
과장은 땀을 삐질 흘리며 말을 이었다.
“예측하셨겠지만 애석하게도 여기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습니다. 가서 결정권을 가진 분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조금 더 현실적인 그러니까, 음…… 직원 입장에서 설명하기 편한 증거 같은 게 있을까요? 그러면 훨씬 수월할 겁니다.”
오 실장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확실히 방금의 연설은 훌륭했지만, 뭐랄까…… 꿈꾸는 소년 같긴 했지. 알다시피 그런 식은 비즈니스에선 잘 안 먹히거든. 특히 저 위에서는.”
오 실장이 검지로 천장을 가리킨다.
“음…….”
주혁은 고민했다.
이 정도면 거의 다 잡아낸 건데. 어떻게 해야 한 번 더 쐐기를 박을까?
그때, 상현이 휴대폰 화면을 내민다.
“이건 어떤가요.”
“……?”
이게 뭐야? 라는 뜻으로 돌아보는 주혁과 오 실장.
“제 올튜브 채널입니다.”
“음…… 그래요. 그렇네요. 그런데?”
톡, 톡.
상현이 구독자 수 부분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판타지아 분들은 내부 스탠다드를 이야기하셨는데. 아마 그건 어제 구독자 기준일 겁니다. 그땐 5.3만인가 그랬죠.”
“음…… 확실히 그렇겠지…… 아?!”
오 실장, 그리고 주혁은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지금은 상현이 내민 화면에서의 구독자 수는 무려 8.1만 명이었다.
단 하루 만에 3만 명이 늘었다.
“이, 이게 대체…… 이럴 수가 있나?”
“저희 편집자가 오늘 오전에 드디어 영상을 올렸더라구요.”
아니, 심지어 하루가 아니었다.
지아가 영상을 올린 지 몇 시간 만의 쾌거였다.
“뭐? 오전에 영상을 올려? 그것 때문에 3만이 늘었다고? 대체 뭔 영상이길래!?”
오 실장의 호들갑에, 뭐? 몇 시간 만에? 판타지아 측 직원들도 웅성거렸다.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으나.
영상 제목을 보면 납득이 되었다.
[다이-아몬드 EP.1 세계 기록 격파 시작!] [다이-아몬드 EP.2 세계 기록 깨기 전 김치찌개 먹방] [다이-아몬드 EP.3 세계 기록 격파!]세계 기록 격파.
역사가 바뀐 그 순간을 담은 영상들이 올라온 셈이니까.
“이 영상들 때문에 구독자가 늘어난 건가? 어때요. 같이 한번 보실래요?”
오 실장이 판타지아 측에게 묻고, 곧바로 화면을 띄웠다.
* * *
촤락.
따사롭게 들어오는 햇볕이 검은 커튼에 잘려 나간다.
지아의 방은 한낮에도 컴컴한 어둠이 드리웠다.
“하아.”
약 3일간의 밤샘 작업을 마치고 지아는 침대에 누웠다.
돈 들어오자마자 암막 커튼을 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낮에도 이렇게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됐으니까.
잠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던 그녀는, 이내 상체를 일으켰다.
“하아.”
눈을 비비며 인상을 찌푸린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한탄 같지만, 쓴웃음이 함께 서린 말이었다.
“그 녀석이…… 아몬드가 뭐라고…….”
이대로 그냥 잠들기엔 더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사실 안 해도 그만이지만.
아몬드를 생각한다면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고 싶진 않았다.
그녀는 침대 옆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어두운 실내에 푸르스름한 빛이 지아의 얼굴을 비췄다. 그 흐릿한 조명으로도 피곤이 느껴지는 표정이었지만.
두근──
심장은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쿵쾅거리고 있었다.
몸은 이미 죽었는데, 머리만 팔팔 날뛰고 있다. 카페인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아니면 여태 만들었던 영상들 중에서 가장 공들인 영상이기 때문일까?
“반응만 확인하고 자자.”
반응을 확인하려는 지아의 손이 조금은 떨렸다.
* * *
[다이-아몬드 EP.1 세계 기록 격파 시작!] [다이-아몬드 EP.2 세계 기록 깨기 전 김치찌개 먹방] [다이-아몬드 EP.3 세계 기록 격파!]아몬드가 다이아로 향하는 그 날의 여정을 담은 3개의 영상.
그날은 방송 시간이 워낙 길었고 담아내야 할 내용도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자파의 기록을 깬다는 특별한 목적이 있느니만큼 ‘다이-아몬드’라는 포맷을 새로 만들어서 편집했다.
새로운 넘버링이 붙은 만큼, 이번 영상들의 편집은 앞의 영상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기에 지아는 꼭 반응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는 채팅창을 구경하며 최초 공개가 되길 기다렸다.
-아침부터 아몬드? 영양 간식 못 참지!
-엌ㅋㅋㅋㅋ 오늘 아침은 아몬드 플레이크로 정했다
-아몬두두두두두~
-크 출근길에 딱 맞춰 올리시네. 근데 왜 최초 공개죠?
-‘다이’ 아몬드 레게노 ㅋㅋㅋ
-개백수가 아침부터 호다닥 들어왔으나 ‘최초 공개 10분 전’ 레전드…….
-아 킹받네 최초 공개 ㅋㅋㅋ
-화장실 가서 보려고 똥 싸는 타이밍까지 맞춰놨더니 ‘최초 공개 10분 전?’ ㅂㄷㅂㄷ…….
-와 다이아 승격전 영상 올라왔나 봐
-이분 진짜 함? 그럼 전자파 기록 깨진 거임?!?
‘이럴 수가.’
지아는 머리가 어질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엄청난 양의 채팅이다.
보기만 해도 호흡이 가빠진다. 아몬드는 매일 이런 걸 하고 있는 거구나.
다시 한번 그가 대단하다고 느낀다.
지아는 어찌 됐든 시청자들의 반응이니 하나하나 눈여겨보면서 10분을 기다렸다.
‘시작했다.’
이내, 최초 공개가 시작됐다.
* * *
처음 시작은 이전의 영상들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시청자들도 ‘그냥 넘버링만 바뀌었구나’라고 인식할 뿐 딱히 왜 바뀐 게 없냐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그들은 편집 스타일을 구경하러 오는 게 아니라 아몬드가 다이아 승격전을 치르는 모습을 보려는 것이다.
다이아 승격전이라는 압도적으로 강력한 콘텐츠 앞에, 사실 편집은 어찌 진행되든 크게 상관이 없으리라.
그렇기에 지아가 이번 영상으로 약간의 변화를 시도해 본 것이다.
전혀 대세에 지장은 없는 미약한 변화다. 아마 둔한 사람은 눈치를 못 채거나, 알아채도 별로 신경도 쓰지 않을 터다.
그들이 처음으로 편집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은 바로 아몬드가 처음 활을 쏠 때이다.
-와 쏜다.
-두구두구
-크 자세 지린다
즉, 처음으로 액션신이 나올 때.
베이스가 강조된 신나는 음악이 깔리기 시작했고, 아몬드가 움직이는 곳에 ‘색’이 칠해졌다.
-???
-?! 저거 뭐임
-뭐지 실수?
-와 귀엽네 ㅋㅋ
마치 누군가 영상 위에 예쁜 색연필로 필기를 하듯이, 영상 내 주요한 움직임에 이 색이 따라갔다.
활시위를 당기는 아몬드의 팔 쪽으로 귀여운 색연필의 터치가 따라가더니, 이내 그것은 화살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를 향해 울리는 베이스 소리에 맞춰서…….
파앙!
-!?
-헉
-와!
-ㅁㅊ
-개쩐다.
-헐.
혼잡한 와중에 구분이 되게끔 칠해진 색.
그것을 머금은 화살이 전장을 가로지르는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쾌감이 전달됐다.
혼잡한 무기고 전투에서 아몬드의 화살을 눈을 찌푸리며 찾아내거나, 지아가 시점을 변경해야만 제대로 볼 수 있었는데.
이젠 마치 이 넓게 펼쳐진 파노라마 속에서 화살은 저 혼자 주인공인 듯 강렬한 색의 흔적을 남겼다.
수많은 장애물과 사람들을 가로지른 화살은, 이내──
푸욱!
목표물에 도달했다.
그 순간 화면 전체의 채도가 낮아졌다. 모노 톤의 화면이다. 그 후, 화살에 맞은 목표물이 잠시 화살의 색으로 빛났다.
모두가 색을 잃은 가운데 빛이 나니 눈에 확 들어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위로 거대한 붓으로 칠한 듯한 질감의 ‘X’ 표시가 그어졌다.
죽었음을 뜻했다.
아주 짧은 순간 후, 세상은 원래의 색을 찾았고, 화면은 다시 아몬드를 비췄다.
-와!!!
-ㅅㅂ 지린다 무슨 힙한 액션 영화 보는 거 같음
-경로가 보이니까 더 쩔어 보이네
-헐 ㅋㅋㅋ 편집 업글 미쳤누!?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X 표시와 함께 음악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베이스가 점점 속도감 있게 박자를 쪼개고 들어왔고.
그것이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아몬드는 화살을 빠르게 난사했다.
파앙! 파앙! 파아앙!!
음악을 들으면서 쏜 것마냥 딱딱 맞아들어가는 격발, 그리고 그 위로 부여되는 다채로운 색.
순간 화면과 음악이 느려지며, 마치 붓으로 마구 그려낸 불꽃놀이를 보는 듯했다.
그 불꽃들은 하나같이 적들의 이마에 꽂혔다.
퍼버버벙!
그 적들도 역시나 거대한 X를 선물 받았다.
-와아아아!
-개쩌네
-이거 칼전할 때 나오면 개멋있겠다
-ㄷㄷㄷㄷㄷ
-이번 컨셉 좋네요
-홀리 쒯
-다이아몬드 승격전은 편집부터 다르누 ㅋㅋㅋㅋ 와우
-와 무슨 잘 만든 B급 미국 영화 같음 ㅋㅋ
연이어서 좋은 반응이 터져 나왔다.
“다행이다.”
피곤에 찌든 듯한 지아의 얼굴에 미약한 미소가 번졌다.
이후로 그녀는 휴대폰에 영상을 재생해 놓은 채로 침대에서 기절해 버렸다.
[구독자 : 5.9만]그녀가 잠들었을 때 이미 구독자는 5천이나 늘어났었고.
* * *
현재 상현이 오 실장에게 내미는 그 순간.
[구독자 : 8.1만]구독자는 무려 3만이나 불어나 있었다.
“……아, 끝났네?”
영상을 다 본 오 실장이 중얼거렸다.
‘영상 지리는데?’
솔직한 감상이었다.
판타지아 측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생각 이상이네…….’
‘이런 퀄이 개인한테?’
어떻게 보면 자사의 게임 광고 영상보다도 퀄이 높았다.
혼이 빠진 듯 멍하니 있는 그들에게 상현이 물었다.
“어떤가요?”
“예?”
그제야 영상에서 빠져나온 판타지아 과장이 화들짝 놀라며 되묻는다.
“여, 영상은 좋네요.”
“영상 말하는 게 아닙니다.”
상현은 재차 구독자 수를 톡톡 두들기며 물었다.
“이 정도면 제 미래 가치가 현재에도 반영되야 한다는 ‘현실적인’ 증거가 됩니까? 계약하러 걸어오는 동안에 그 미래가 벌써 현재가 되어버렸잖아요.”
그러는 사이 구독자는 또 상승해서 이제 8.3만이었다.
“영상 보는 동안 2천이 올랐네요.”
“…….”
이 압도적인 성장세 앞에, 무슨 말인들 할 수 있을까?
그저…….
“좋은 소식을 들고 오겠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고 물러났다.
* * *
“히야. 잘했어요. 잘했어.”
판타지아 측이 물러나자, 오 실장은 둘의 어깨를 두들겼다.
“둘이 아주 장난 없던데? 어? 대비도 못 하고 왔는데. 어떻게 이러나요? 하하하!”
상현과 주혁도 꽤나 만족스러운 협상이었다.
상대측에서 아예 꼬리를 내렸으니,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오 실장에게 점심까지 얻어먹고는 이만 집으로 향했다.
“저희는 이만…….”
“그래요. 잘 가요!”
오 실장은 둘을 배웅까지 나가서 보내주곤,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후우.”
아직도 회의실에 아까의 열기가 있는 것 같았다.
“활활 타는 청년들이야. 하하하.”
아까의 그 공방을 떠올리면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이내…….
타다다다닥. 타다다닥…….
언제나와 같은 반복적인 업무.
‘지루하네.’
갑자기 허무함이 밀려왔다.
콘서트장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공허, 우울. 얼추 그런 감정들이다.
이게 대체 뭐지.
오 실장은 나른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며 창밖의 햇살을 바라본다.
역시, 뭔가 허전하다.
띠링!
그러던 중, 알림이 울렸다.
[아몬드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음? 3신데?”
오늘은 방송을 일찍 켜는 모양이다.
본래라면 무시해야 맞지만.
‘라이브 시청자는 얼마나 늘었을까.’
세계 기록 격파 영상으로 구독자가 오전 사이에 3만이나 늘었는데.
라이브 시청자는 얼마나 늘었을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