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1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16화
41. 저스트 채팅(1)
펑크 사옥을 빠져나가는 길, 상현은 주혁의 등을 한 대 쳐줬다.
“잘했다. 너 아니었으면 돈 올릴 생각은 못 했을 것 같아.”
“흥. 알면 됐다.”
주혁이 씩 웃으며 잘난 체 해 보였다.
상현은 냅다 주먹을 한 대 갈기고 싶었지만, 오늘은 실제로 잘난 짓을 했으니 넘어간다.
대신 즐거운 돈 얘기나 더 하기로했다.
“얼마 정도로 오를까? 비용.”
“광고? 음…… 난 최대 1천 정도 오를 것 같다.”
“그래? 그럼 3천?”
“응.”
3천만 원 짜리 광고라니.
믿기지 않는다.
천이 오르고 내리고, 이런 말이 술술 오가는 것도 참 기분이 이상했다.
이런 건 회사 자금 얘기할 때나 말하던 숫자이고, 내 월급하고는 상관도 없었는데.
“그래. 3천만 되면 진짜 좋겠다.”
상현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실실 웃었다.
“그나저나 우리 웃을 때가 아니다.”
“왜?”
“그야 우리 게임을 이제 슬슬 바꿔야 하거든.”
“아.”
이미 이전에 얘기한 적이 있었다.
이제 슬슬 배틀 라지에서 다른 게임으로 틀어야 할 때라고.
“그거 어느 정도 정해뒀잖아.”
“그걸로 가는 거야? 근데 이 게임 전환이 종겜 스트리머한테 가장 큰 리스크인 거 알지? 특히 초기엔.”
“응.”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경험해 보지 않고 대충 생각해 봐도 알 수 있었다.
상업적인 관점에서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음식점으로 따지면 메인 메뉴를 갑자기 갈아치우는 일이니까.
“전략을 잘 구상해야 돼. 그전까지는 그냥 모른 척 있어야 된다.”
“오늘 방송에서는 어쩌지? 오늘 시도할까?”
“오늘?”
주혁은 턱을 쓸어 만졌다.
“오늘 지아 영상이 올라가서 타이밍이 좋긴한데…… 어떻게 전환할지를 모르잖아. 내가 일단 풍선껌 님 매니저하고 말도 좀 해보고……. 아마 풍선껌 님 합방 활용하면 편할 것…….”
주혁의 말은 어쨌든 방송 전에 조금 더 좋은 전략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상현은 일단 알았다고 끄덕였다.
* * *
집에 도착한 후.
둘은 아무 데나 널브러져서 잠시 낮잠을 잤다. 아침부터 갑자기 스케줄이 생긴 바람에 피곤했던 모양이다.
먼저 일어난 건 상현이었다.
“으음.”
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기지개를 한번 켠 다음, 곧바로 지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영상이 엄청나다는 칭찬 메시지였다. 잠시 숫자 1이 없어지길 기다렸으나, 10분 정도가 지나도 그대로였다.
‘자나?’
그런 영상들을 한 번에 만들었으니, 모르긴 해도 아마 어제 하루 정도는 밤을 샜을 것이다.
상현은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냉장고에서 이온 음료를 꺼냈다.
꿀꺽. 꿀꺽.
차가운 이온 음료가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 정신을 번뜩이게 했다.
그러는 중 자연스레 시야에 들어오는 캡슐.
‘……3시네.’
아직 방송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한창 다이아로 직행할 땐 이때 방송을 켰었지만, 그 이후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 컨텐츠 소모도 심하기 때문이다.
“음…….”
그런데 상현은 희한하게 캡슐에 계속 눈이 갔다.
어차피 주혁은 자고 있고.
‘간만에 가볍게 한번 켜볼까.’
난생처음 방송을 할 때.
그땐 주혁도 없었고, 시청자가 단 4명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밌었다.
마음이 편하기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편했다.
‘왠지 그때 생각이 난단 말이야.’
풍선껌과의 합방도 끝났고, 다이아 랭크도 찍었다.
뭔가 일종의 휴식기 같은 지금.
상현은 방송이 하고 싶었다. 일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정말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
물론 그때만큼 가볍게는 못할 터다. 지금은 시청자가 7-8천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그래도 켜고 싶었다.
‘컨텐츠 소모가 심하면, 그냥 대화만 해도 되겠지.’
상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캡슐로 향했다.
치이이익──
버튼을 누르자 유압기의 압력이 빠져나가면서 뚜껑이 매끄럽게 열렸다.
허리를 숙이며 안으로 들어간 상현은 익숙한 손짓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5초 뒤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처음 이 글자를 보고 긴장했었던 때가 떠오른다.
‘그나저나 이렇게 그냥 막무가내로 켜는 건 처음이네.’
처음부터 스트리밍을 직업으로 생각했던 그는, 한 번도 뭘 할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방송을 켠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미세하지만 때아닌 긴장감이 올라온다. 그런데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대책 없이 방송을 켜고, 팬들과 이야기하면서 다음 게임에 대해 말해보면 재밌을 것 같았다.
[스트리밍이 시작됩니다!]방송이 시작됐다.
-???
-와우 3시 방송 개이득
-오후 3시 선정 가장 가치 있는 포브스.
-뭐야! 왜 3시부터 방송이야! 마스터 켠왕 가냐?!
-오오오오오
-아하아하
-오 버그 아니네? ㄷㄷㄷ 아하!
-아하하하하!
-아몬드 하이(아하라는 뜻)
.
.
.
갑작스러운 방송에도 몰려와 준 수많은 시청자들.
이들은 소위 0군이라 불리는 아몬드의 애청자들이다. 방송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몰려오는 자들.
인트로 음악을 천천히 감상하며서 아몬드는 그들의 채팅을 유심히 살폈다.
원래도 어지간한 채팅은 다 읽어줬지만, 오늘은 조금 더 소통에 집중하고 싶었다.
광고 단가를 보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 걸까?
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상현은 자신의 팬들과 이야기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부모님도 안 계시고, 주혁이를 만나기 전까진 친구도 거의 없이 지내야 했던 그에겐 이들이 친구인지도 몰랐다.
“트하!”
인트로 음악이 끝나고 아몬드의 얼굴이 등장했다.
-와아아아
-아하아하
-ㅠㅠㅠ 넘 잘생겼어 오늘도!
-하악 나 죽어!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크
-아하하하하하!
-아하!
휘리릭.
채팅창의 스크롤이 훨씬 더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루비소드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오늘도 배틀 라지 하심?]늘 그렇듯이 루비소드 님이 후원의 물줄기를 터준다.
“아, 오늘은…….”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배틀 라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이제 슬슬 게임을 바꿀 예정이었다.
거의 정해진 게임이 있었지만 아직은 발표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뭐 할지 아직 몰라요.”
-?!
-뭐임ㅋㅋㅋ
-????
-???
“뭐 할까요?”
-그걸 왜 우리한테 묻냐
-이게 뭐냐 대체 ㅋㅋㅋㅋ 엌ㅋㅋ
-방송 왜 켬??
-그럼 왤케 일찍 켰어 ㅋㅋㅋ
-엌ㅋㅋ 대박
“아. 그래. 소통. 소통하려고 켰어요.”
-갑자기?
-태세 전환 뭔데 ㅋㅋㅋㅋ
-대박사건
-ㄹㅇ?
-아몬드가 소통을!?
[가지볶음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이거 광고지?]광고를 의심하는 후원이 두 번째 후원이었다.
피식.
아몬드도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들켜서 웃는 거임?ㅋㅋㅋㅋ
-엌ㅋㅋ 광고 ㅋㅋㅋ
-이번엔 또 뭐야!
-속였어! 이건 광고잖아!
“가지볶음 님 감사합니다. 근데 광고 아닙니다.”
[말도안돼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만 년 전통 오강우 김치찌개 플래카드 터져 나올까 봐 겁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신
-엌ㅋㅋㅋ
-구천지옥 씹ㅋㅋㅋㅋㅋ
-악몽 같은 상상이네 ㅅㅂ ㅋㅋㅋ
김치찌개를 먹을 때를 제외하면 딱히 소통 방송을 한 적이 없던 아몬드다. 성격 자체도 채팅을 잘 읽어주긴 하지만 딱히 ‘소통’을 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와. 불신이 대단하네요. 말씀드렸다시피 광고는 아닙니다. 하지만 또 그런 재밌는 광고가 있으면 진행해 볼까 해요.”
아몬드는 딱히 준비한 말도, 컨셉도, 주제도 없이 그냥 말을 마구 하기 시작했다.
마치 친구와 수다를 떨듯이.
“혹시 이런 광고가 재밌겠다 하는 거 있나요?”
아몬드는 자연스레 그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소통이었다.
-자낳괴 쉑…… 보통 게임을 추천받지 않냐?
-본업 : 광고, 부업 : 게임
-엌ㅋㅋㅋㅋㅋㅋ
-난 구천지옥 잼썼는데 ㅋㅋㅋㅋ 노잼 겜 하루 종일 하는 광고보다 훨 나음.
[난 땅콩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핏 좋으니까 옷 광고!?]“땅콩 님 감사합니다. 옷 광고도 제의가 오긴 했어요. 근데 무슨 배너 같은 걸 덕지덕지 붙여달라길래 안 할 것 같아요.”
-오 신념
-하긴 그거 ㅈㄴ 격 떨어져 보임
[풍풍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풍선껌 님이랑 합방 썰 풀어줘!!]아. 그래.
이 후원을 보니 아몬드는 떠올렸다.
최초로 했던 소통 방송 비슷했던 게 아마 아몬드 해체 분석기에 나간 다음이었다.
이런 합방 같은 게 꽤 좋은 이야깃거리인 듯했다.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고.
“아, 네. 그 이야기도 나중에 좀 할까요? 음…….”
채팅을 좀 더 읽어보려던 아몬드는 눈을 찌푸렸다.
‘채팅 진짜 빠르네?’
채팅이 너무 빨라서 읽기 힘들었다.
슈퍼 플레이를 했을 때나, 도배되는 채팅이 많아서 이런 속도가 나오는데.
대체 뭘까.
그제야 아몬드는 하단의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어차피 8천이 넘어간 뒤로는 굳이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
[현재 시청자 1.5만]놀랍게도 신기록이 또 갱신되어 버린 모습이다.
어떻게 된게 풍선껌과의 합방 때보다 더 많이 왔다.
“왜 이 방송을 1.5만이나 보고있죠?”
-ㄹㅇㅋㅋ
-ㅋㅋㅋㅋㅋ본인도 놀라는 중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어지간해선 시청자 수를 언급하진 않지만 이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다이아 켠왕을 할 때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보는 걸까?
“나…… 혹시 소통에 재능이 있을지도?”
-그건 아님 ㅋ
-신기록 올튜브 영상 올라갔잖어 ㅋㅋㅋ
-올튜브 영상 리액션 해줘요! 너무 멋있던데!!!
-올튜브 유입입니당. 정신 차리세요.
-외국인들도 꽤 있음ㅋㅋㅋ
“아. 그렇군요. 기록 경신 때문이겠네요.”
아몬드는 민망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전자파의 신기록을 깬 영상이 올튜브에 업로드됐다.
올튜브만 보는 시청자들은 전자파의 기록이 깨진 걸 오늘에서야 알게 됐을 터다. 그래서 오늘 몰려온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화제를 노렸다는 듯이 갑자기 이런 후원이 들어왔다.
빠밤! 빠바밤!
[판타지아_Official 님이 무려 ‘5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전자파 기록 경신 인터뷰 진행 고? (유하연 아나 대기 중!)]-와 50만 원!
-캬 그냥 돈으로 진짜임을 증명 ㅋㅋㅋㅋ
-진심이 느껴지는군요!
-바로 인터뷰 비용 선불 입금!
-헐 유하연
-누나아아아아아
-제발 하자 형! 제발!
‘어. 뭐야. 판타지아?’
판타지아와 인터뷰라니.
진짜인가 싶었는데, 후원 가격으로보나 계정 상태로 보나 진짜 같았다.
‘어차피 여기랑 광고도 하는데.’
지금 아나운서가 대기까지 하고 있다는데 딱히 광고주의 요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몬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50만 원 감사합니다, 판타지아 님. 그럼, 한번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