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1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19화
42. 게임 전환(1)
“이것으로 인터뷰는 마치겠습니다!”
유하연의 밝은 웃음과 함께 인터뷰는 끝났다.
“휴.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50만 원이나 주시고, 인터뷰 비용도 따로 주신다는데.”
아몬드도 웃으며 답변했다.
-그저 돈ㅋㅋ
-ㅋㅋㅋㅋㅋ 한결같다! 아몬드!
-엌ㅋㅋㅋㅋ
-하연찡이랑 합방 한 번만 해줭 ㅠㅠ
사실 아몬드는 돈 때문에 인터뷰를 한 건 아니다.
시작한 첫 한 달에 천만의 수익을 올렸고, 아직 광고비나 올튜브 수익 등 들어올 돈이 차고 넘치는 그가 돈 때문에 인터뷰를 했겠는가?
인터뷰는 판타지아와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돈을 장난삼아 언급하는 건 유하연과 선을 적절하게 긋기 위해서다.
유하연과의 친분 때문에 인터뷰를 해줬다거나 하는 소문이 돌 수도 있고, 이런 연예계 쪽 여자와 엮여서 별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합방을 더 진행해 달라는 시청자들도 많았지만, 아몬드는 여기서 이만 물러가기로 했다.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아, 네. 정말 감사했습니다.
유하연은 연예계 특유의 90도 폴더 인사를 하며 그를 보냈다.
“…….”
혼자 남은 판타지아의 디스 월드는 적막했다.
[휴. 인터뷰가 생각보다 길었다. 그쵸?]그 적막을 깨는 건, 유하연이 방금 튼 아몬드의 트리비 방송이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밥도 좀 먹어야 해서.]-허류ㅠㅠ
-뭐야 오늘 걍 수다 방송?
-릴 발표만 하고 끝이네 ㅎㅎ
-낼부터 릴 기대해도 되는 거지!?
아몬드의 방송도 금세 끝나 버렸다.
또다시 내려앉은 고요.
고요함 속에 유하연은 되새기듯 생각했다.
‘릴을 하는구나.’
아몬드의 행보를 기억해 두는 것이다.
왠지 앞으로 만나게 될 일이 많을 것 같았으니까.
* * *
치이이익──
익숙한 유압기 소리와 함께 캡슐의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상현이 기어 나왔다.
“후.”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아서 그럴까? 오늘의 아몬드는 나름대로 땀 없이 뽀송뽀송한 모습이다.
“야. 인터뷰 잘 봤다.”
“오. 일어났구나?”
“그래. 그렇게 그냥 질러 버릴 줄은 몰랐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릴 한다고 질러 버렸더라?”
주혁의 타박 아닌 타박에 상현은 피식 웃어넘겼다.
“어때? 반응은?”
“생각보단 괜찮아. 엄청나게 격렬하게 저항할 줄 알았는데, 그 정돈 아니더라.”
“굿. 아 배고프다.”
상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냉장고로 향했다.
“오늘 저녁 뭘 먹지…….”
주혁의 눈엔 저렇게 천하태평일 수가 없었다.
내일이 게임 전환이고, 오늘 갑자기 발표해 버렸는데. 아무런 걱정도 없는 걸까.
그러거나 말거나 상현은 냉장고 문이 삐삐 소리가 날 때까지 한참을 들여다본다.
‘감자…… 두부…… 냉동 차돌?’
대충 냉동 차돌박이와 감자, 두부 따위가 있는데.
차돌 된장찌개를 끓여볼까 생각했다.
물론 상현 본인이 끓이는 건 아니고, 주혁이가 잘 끓였던 기억이 난다.
‘끓여달라 할까?’
상현의 눈이 은근슬쩍 컴퓨터에 앉은 주혁의 등으로 향한다.
주혁이가 과연 끓여줄까? 매번 부탁하기도 좀 그런데……라는 고민을 하며 턱을 매만지는 사이.
주혁이 등을 돌린 채 또 말을 걸어왔다.
“아, 근데 인터뷰는 어쩌다 한 거냐.”
“그거 판타지아 채널에서 인터뷰 의뢰한 거야. 갑자기 후원하더라고.”
주혁은 일 중이다. 찌개를 끓여달라고 하면 좋은 소리가 나올 것 같진 않다.
상현은 계속해서 냉장고를 더 뒤졌다.
‘뭐 더 없나…… 간단한 거…….’
간단하고 먹기에 좋은 레토르트 제품이라도 없나 기대해 봤지만 이온 음료 따위나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삐이이, 삐이.
냉장고 문을 이만 닫으라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진다.
그제야 보다 못한 주혁이 외쳤다.
“야, 인마. 끓여줄 테니까 그냥 닫어.”
“……어? 그래? 하하. 그, 그럼 그럴까?”
상현은 마치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재료 뭐 뭐 있냐.”
“감자, 차돌, 두부 있더라. 차돌 된장 먹자! 냉이도 있어!”
“얼씨구.”
주혁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놀란 척하더니, 메뉴 선정이 너무 빠른데?
주혁은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속내는 별로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이 자식. 이제 맛 들었군.’
맨날 시리얼이나 아몬드 같은 어이없는 것들로 끼니를 때우는 놈이, 집밥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세웠던 주혁의 원대한 ‘아몬드 입맛 바꾸기’ 계획이 슬슬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요리할 테니까. 넌 저기서 릴 화신들이나 보고 있어. 내가 정리해 놓은 게 있다.”
“오. 알았다.”
상현은 흔쾌히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맛난 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니 몸에 활기가 돌았다.
* * *
상현은 컴퓨터 앞에 앉아 멍하니 스크롤을 내렸다.
‘어디 보자…….’
화면엔 봐도 뭐가 뭔지 모를, 낯선 일러스트들이 주르륵 떠 있었다.
[사나 : 빛의 선율] [레오나드 : 사자왕] [어비스 : 심연의 지배자] [호세아 : 깊은 바다의 수호자].
.
.
이들은 전부 ‘릴’이라는 게임에 나오는 화신들이었다.
아몬드는 스크롤을 한 번 더 쭉 내렸다.
몽환적인 색감의 일러스트들이 수도 없이 주르륵 튀어나왔다.
드르르륵.
드륵.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다.
‘역시 엄청나게 많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 화신들의 숫자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마 총 100개가 넘는다던가?
심지어 이 100개가 넘는 화신들이 여러 개의 스킬을 구사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정말 알아야 할 게 많은 게임이다.
상현은 일단 주혁이 추려놓은 추천 화신들만 보기로 했다.
‘사나…….’
그중 가장 높은 순위에 정렬되어 있는 건 ‘사나’라는 화신이었다.
빛으로 된 활을 쏠 수 있게 해주는 화신인데.
랜덤으로 생성되는 타깃에 정확히 맞히면 자신을 포함한 주변에 치유 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고 한다.
“음…….”
설명을 읽자니, 단 하나의 화신인데도 알아야 할 게 많았다.
상현은 그냥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기로 했다.
상현의 성격상 그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영상은 당연히, 이 업계 최고인 전자파의 것을 골랐다.
그런데…….
‘근 3년간 영상이 없네.’
그의 영상은 다 너무 오래됐다.
릴은 패치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변화가 급진적인 게임이라 3년 전 게임은 지금의 게임과 상당히 달랐다.
프로 레벨에선 아예 참고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그래도 한번 볼까?’
메타가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도.
상현은 프로도 아니고, 사나는 별다른 패치도 없었다.
아마 초보자 입장에선 별 차이 없을 것이다.
상현은 최고 권위자의 영상을 한번 보고 싶었다.
그가 왜 전설이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 * *
“…….”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얼마만큼이 흘렀을까?
‘벌써 시간이?’
코끝에 구수한 된장 냄새가 흘러온다. 이미 요리가 거의 다 완성되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뜻이다.
하나만 보려고 했었는데, 무려 3편이나 봐버렸다.
전자파의 플레이는 어딘가 모르게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하고 담백한 군더더기 없는 진짜 고수 같은 느낌.
그 정적인 강함이 사람을 매료시켰다.
전자파가 플레이했던 화신 사나는, 상현이 설명을 읽었을 때 상상했던 사나와는 전혀 달랐다.
힐러에 최후방에서 싸우는 화신이지만, 훨씬 공격적이고 주도적이었다.
‘이게 이해도의 차이인가?’
아무리 3년 전 영상이라지만, 상현은 일단 참고하기로 했다.
그때, 뒤쪽에서 귀가 간지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몬드.”
화들짝.
여기서 들려올 리가 없는 여자 목소리인지라, 상현은 깜짝 놀랐다.
“왜 그리 놀래요.”
“지, 지아? 언제 왔어?”
지아였다.
“배틀 라지에서는 무슨 인간 레이더 같더니. 몰랐나.”
“현실에서 그게 될 리가…….”
“그렇구나. 저 주혁쓰가 불러서 한 20분 전부터 있었는데요. 전자파 보시나 봐요.”
“아. 어. 지금 릴 준비하거든.”
“오…….”
지아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그때, 주방에서 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와라!”
지아는 가방을 내려놓고 쪼르르 식탁으로 달려갔다.
그녀가 식탁에 앉으니까 4인용 식탁이 그나마 좀 채워지는 느낌이다.
뭔가 기분이 좋았다.
뿐만 아니라 음식도 훌륭했다.
탁.
주혁이 두툼한 오븐 장갑을 끼고 뚝배기를 내려놨다.
“우와.”
상현이 원하는 이상적인 차돌 된장찌개였다.
“자. 승우 엄마표 된장찌개에, 내 노하우까지 곁들인 ‘차된이 mk2’라고 한다.”
“……뭐냐 그 SF스러운 네이밍은.”
“버전 투라고 하면 좀 안 살잖아.”
“잘 사는데…….”
“아, 거참. 그냥 미래적인 찌개라고 하자. 오늘 협상 성공을 기념해서.”
푸핫.
상현은 오늘의 그 협상이 생각나서 웃었다.
확실히 그 협상은 ‘미래적인’이라는 말로 기념할 만하지.
“음. 또 아재들만 아는 얘기하네요.”
“그런 게 있다. 꼬맹아.”
“그렇구나.”
지아는 딱히 삐지는 기색도 없이 그냥 곧바로 차돌 된장을 퍼먹기 시작했다.
사실 누가 뭔 얘기를 하든 관심은 없었던 모양.
그녀의 뒤통수를 보며 상현이 물었다.
“그나저나 지아는 어떻게 불렀어?”
“그냥 불렀어. 맨날 밥 먹을 때마다 신나서 따라오길래. 밥 먹으러 오라고 하면 좋아할 것 같았거든. 어차피 양도 많고.”
“좋아. 밥 맛있어요.”
지아가 다음에도 부르라는 듯이 찌개를 퍼먹으면서도 바로 대답했다.
상현도 차돌 된장을 조금 퍼서 호호 불어 입에 넣었다.
구수한 된장 맛이 짜릿하게 혀를 자극하고, 고소한 소기름이 감싸준다. 그 느끼한 맛은, 후에 냉이의 향긋함이 쓸어내린다.
된장, 소고기, 냉이.
이 세 가지 재료의 조화가 참 좋다. 서로를 잘 보완해 주는 느낌이랄까.
상현이 감상을 내뱉었다.
“잘했다.”
“그치? 맛있지?”
상현의 눈은 사실 열심히 허겁지겁 먹고 있는 지아를 향해 있었다.
“아니, 지아 부른 거 잘했다고.”
“뭐야…….”
주혁은 실망한 듯했다.
그러나 굳이 찌개가 맛있다는 말은 입으로 내뱉을 필요가 없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수저가 이미 그 맛을 증명하고 있었다.
된장찌개가 피워 올리는 포근한 수증기 사이로, 세 사람의 팔이 이리저리 오가고, 점점 찌개는 사라져갔다.
주혁은 자신의 요리 실력이 승우 엄마보다 나아진 것 같다고 헛소리를 시작했고, 지아는 전자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전혀 주혁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상현뿐이었다.
서로 아무 말이나 마구 해대는 광경을 번갈아 보며, 그는 지금 이 풍경을 하나 빠짐없이 눈에 넣고자 했다.
왠지 모르게 꽉 차 있는 듯한 이 느낌까지.
기억하고 싶었다.
* * *
다음 날 아침.
바사삭.
상현은 아몬드 플레이크를 아침으로 먹고 있었다.
주혁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됐다.
‘지독한 놈. 아직인가…….’
그러나 포기하진 않았다.
‘저놈이 아침에도 된장찌개를 부르짖을 그 날이 언젠간 올 것이다.’
띠링.
나쁜 소식이 있다면, 좋은 소식도 있는 법.
메시지가 도착했다.
[펑크 오 실장 : 판타지아 쪽에서 연락 왔습니다. 메일 확인 부탁해요! 자세한 사항은 거기에 있어요. ㅎㅎ]판타지아에서 광고비 책정을 마친 모양이다.
주혁은 얼른 메일을 열었다.
메시지를 받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려서, 이젠 펑펑 발로 차는 것 같았다.
‘얼마지…….’
광고비로 얼마를 불렀을까.
쿵쿵 뛰는 심장과 함께 열어본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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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추가 협상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만족하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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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자체에는 내용이 없었다.
“에라이.”
주혁은 김이 확 새서, 난색 했다.
첨부파일을 열어야 했다.
[광고 모델 계약서.pdf]PDF로 첨부되어 있었는데.
쭈욱 읽어보니, 계약 내용은 다 똑같았다.
다른 건 오직 하나.
[금액 50,000,000원]금액이다.
“……오천?”
“?”
아몬드 플레이크를 먹던 상현도 천천히 고개를 들어 물었다.
“뭐가? 설마…….”
그도 직감했다.
방금 그 숫자가…….
“광고비. 광고! 광고비 미친! 오천이야!”
광고비라는 걸.
“우, 우…….”
상현은 자리를 박차고 두 손을 치켜들었다.
“……우와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
주혁도 똑같이 벌떡 일어나 포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