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2화
5. 미션 임파서블(2)
보스를 한 방에 골로 보낼 시 10만 원.
이 미션은 사실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근데 보스가 어케 한 방이 남? 헤드샷 떠도 안 되잖아.
-부르카는 죽었는데?
-부르카는 걍 엘리트 몹 판정일 수도 있음.
그간 아몬드의 활약을 봤던 시청자들도 이번 미션은 조금 힘들어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안전 자산이네. 저거 ㅋㅋㅋ
-아몬드 불쌍ㅎ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네.
-아몬드는 아몬것도 몰라. 아가야.
-아아가 씹ㅋㅋㅋ
-아아갘ㅋㅋㅋ
미션으로 10만 원을 투자한 게 안전 자산이니, 아몬드가 불쌍하다느니 하는 의견까지.
그러나 상현은 파이팅이 넘쳤다.
헤드샷으로 사실 보스를 죽일 수 있고 없고를 떠나, 미션이 걸렸다는 자체로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님. 꼭 10만 원 받아내 보죠!”
상현은 루비소드의 이름을 강조하여 언급하며 감사 인사와 포부를 전달했다.
‘10만 원 미션이 터져서 다행이다.’
사실 이게 불가능한 미션이든 아니든, 상현은 루비소드에게 10만 원 이상의 고마움을 느꼈다.
흔히들 ‘바람잡이’라고 한다.
앞에서 누군가 큰돈으로 후원금을 올려놓으면, 뒤에 후원하는 사람들도 갑자기 심리적 장벽이 많이 사라진다.
루비소드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이다.
[가지볶음 님이 ‘2천 원’ 후원하셨습니다.] [화이팅!]스트리머도, 미션도 아닌 처음으로 단순 잡담형 후원이 등장했다.
‘좋아.’
상현은 이게 좋은 신호라는 걸 알고 있었다. 미션은 방송 진행을 위해서 좋다면, 이런 잡담형 후원은 수익에 가장 이상적인 후원이다.
“감사합니다. 가지볶음 님. 열심히 할게요!”
그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착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이름을 꼭 언급하는 걸 잊지 않는다.
-사람 이름이 가지볶음ㅋㅋㅋㅋ
-우우욱…….
-가지 무시하냐? 튀기면 존맛탱인데.
-이름 모자이크 좀.
다른 짓궂은 시청자들이 그의 닉네임을 갖고 조금 놀리긴 할지라도, 가지볶음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후원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 이 방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까.
그 많은 관심과 호응은 2천 원 값어치 이상을 분명히 한다.
레게노란 레전드란 뜻이다. 대체 왜 저걸 레게노라고 부르게 됐는지는 상현도 모른다. 하지만 대충 뜻은 알기에 대답은 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오레게노 님. 레게노 플레이…… 노력해 볼게요.”
아직 게임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두 번의 후원이 들어왔다.
‘진짜 잘되려고 이러나?’
상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누군가는 고작 푼돈 갖고 호들갑 떤다고 할 수도 있지만, 후원은 액수 자체보단 자연스럽게 터지면서 방송에 녹아드는 게 더 중요하다.
1만 원 후원 한 번보다는 1천 원 후원 10번이 훨씬 낫다는 얘기다.
지금 상현의 방송은 그런 형태로 조금은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상현의 머릿속에선.
띠링.
[미션 : 마적단 보스 한 방 컷] [110,000원] [저도 1만 원 보탭니당!]미션금이 11만 원으로 상승하기까지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됐다.
파앗.
하얀 플래시가 터져 나오고, 푸르른 숲 한복판에 소환되었다. 그 녹음의 향연과 대비되는 화사한 금발의 소녀가 다가왔다.
“정말 감사드려요.”
일전에 마적단으로부터 공격받을 뻔했던 귀족 영애다. 그녀가 직접 감사를 전한 것이다.
에밀리아라는 이름의 이 캐릭터가 히로인인 모양이다. 아니면 히로인 중의 한 명이든가.
[1. 별거 아닙니다. 용병이 하는 일인걸요.] [2. 감사하면 보수로 보여주시죠. 그게 용병이 원하는 겁니다.]선택지가 등장했다.
채팅창에서는 ‘2222’를 외치는 자들이 많았지만, 상현은 실제로 그따위 선택지를 고르면 방송 진행이 어렵다는 걸 알았다.
그는 무난하게 1번을 골랐다.
“별거 아닙니다. 용병이 하는 일인걸요.”
에밀리아는 아몬드의 대답에 ‘그래도 감사드려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캬.
-킹쁘긴 해.
-이쁘다~!
역시나, 1번을 골라도 뭐라 하는 시청자는 없다.
“영애님.”
그때, 로만이 끼어들었다.
“포로를 심문해 파악한 결과, 이 산맥 일대에 해당 마적단이 전부 포진하고 있을 위험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특별 공격대를 보내 마적을 아예 토벌해 없애고자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퀘스트가 시작되려는 징조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땐 말도 안 되는 무리수다. 앞서 보여준 용병단의 실력으로는 다 가도 모자랄 판인데, 병력을 나눠서 토벌한다니.
-방금 아몬드 아니었음 다 털릴 뻔한 놈이 두목을 친댘ㅋㅋㅋ
-엌ㅋㅋㅋ
-로만이 킹덤 최고인데. 억까 ㄴㄴ
-킹덤 최고 거품이지.
-ㅋㅋㅋㅋㅋㅋ
채팅창도 웃긴 전개란 걸 알고 있지만, 어차피 다들 킹덤이란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이니 그저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간다.
“좋아요. 그대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감사드릴 따름이죠. 저희는 이곳에서 야영 준비를 해야 할까요?”
“그건 여기에 남는 수비대가 알아서 진행할 겁니다.”
“예. 저도 도울게요.”
에밀리아는 일반적인 귀족 영애 같진 않았다. 보통 뒤로 빠져서 명령에 집중하는 게 귀족의 일인데. 솔선수범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캬. 에밀리아 인성도 고와.
-너무 좋다. 사실 에밀리아 때문에 킹덤 켜지 ㅋㅋ
-모솔 쉑들…… 킹덤은 로제니타지.
-ㅋㅋㅋㅋㅋ 로제니타가 쩔긴 해~
‘에밀리아 말고도 더 있구나.’
상현은 채팅을 관찰하며 다른 히로인이 있음을 알아챘다.
아무래도 남성향 오픈 월드식의 게임에선 흔한 구성이긴 하다. 고전 게임 위쳐 시리즈에서도 늘 그렇듯이.
“자. 출발하자.”
다그닥. 다그닥.
로만과 아몬드는 에밀리아와 수비대들을 뒤로하고 말을 달렸다.
약 20명 남짓한 병력이었다.
[마적의 보스를 소탕하라!]임무가 큼지막하게 떠오르면서, 약간의 컷 신이 등장했다.
스르륵.
어두운 수풀을 헤치고 가는 장면.
공격대는 어느새 모두 말에서 내린 상태였고, 커다란 달만이 어렴풋이 적진을 비추고 있었다.
선두엔 로만이었다. 그가 조용히 주먹을 들어 올린다. 접근을 멈추라는 뜻이다. 이내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대한 접근해서, 한 번에 뒤에서 몰아칠 거다.”
아몬드 외 다른 공격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부채꼴의 대형으로 넓게 진형을 펼쳤다. 아몬드 역시 알아서 위치로 움직였다.
“후우…….”
아몬드의 숨소리가 하얀 김을 타고 올라갔다. 상현은 이게 자신의 숨인지 아몬드의 숨인지 헷갈렸다.
‘생각보다 긴장되는 연출이네.’
역시 게임이라고 무시할 건 못 됐다. 풀 다이브 게임의 현실감은 그야말로 현실 그 자체였으니까.
스릉!
그때, 로만의 검이 달빛에 번뜩이며 뽑혀 나왔다.
“돌겨어어어어어억!!!”
맹수와 같은 고함소리와 함께 용병대 깃발이 이곳저곳에서 솟구쳤다.
숫자를 최대한 많아 보이게 해서 적들을 혼란시키려는 전술이었다.
“우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아몬드 역시도 고함을 한껏 내지르며 활을 당겼다.
‘바로 한 명 컷.’
피융!
“커헉!”
앞에서 보초를 서던 하나가 아몬드의 화살에 곧바로 시체가 되어버렸다.
-캬~!
-와……. 뭐가 잘 보이지도 않는데.
어두운 와중에 횃불이 이리저리 오가고, 눈엔 잔상이 잔뜩 남는다. 거기에 온갖 고함 소리에 정신이 사납게 될 터다. 하지만 그게 상현의 집중력을 방해할 정도는 못 되었다.
피융!
그의 화살은 다시 적군 하나를 완벽하게 요격했다.
피융! 피융! 피융!
그의 슈팅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스킬. 고속 연사. 발동!]스킬이 개발된 것이다.
현실감을 중요시하는 게임이라지만, 이런 보조 스킬 정도는 개발된다.
각 무기당 몇 개씩 편의적인 스킬들이 존재했다.
활은 고속 연사가 그 스킬이었다.
푹! 푹! 푹!
빠르게 날아간 화살이 하나씩 전부 상대의 머리를 뚫어버린다.
-미친…….
-고속 연사를 진짜 다 맞히는 놈이 있네.
-벌써 스킬이 개발됐어?
-오졌다.
다만 고속 연사는 활이 쓰레기라고 불리게 된 원인 중 하나인데. 일단 발동 조건으로 3연속 헤드샷을 요구한다. 이 조건부터가 진입 장벽이다.
근데 더 큰 문제는 기껏 발동시켜 놔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속도가 너무 빨라지다 보니 조준이 하나도 되질 않는다.
그러나 상현만큼은 그에 대해 예외였다.
-미쳤다!
-와아아!
-혼자 다 죽일 작정임?ㅋㅋㅋㅋ
-??? : 이거 이렇게 하는 거 아닌데…….
슈슈슈슉!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로 화살이 날아가는 와중에도 전부 헤드샷으로 정확히 적중했다.
-탈인간이다.
-도랏맨…….
이는 상현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의 성취였다.
‘아니, 이게 가능해?’
당연히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현실에선 이런 속도로 활을 쏴볼 일이 없다. 당연히 맞혀본 적도 없고.
이 고속 연사를 쓰기 전만 해도 상현은 사실 팔만 멀쩡하다면 현실에서의 양궁에 더 자신이 있었다.
‘미친…….’
그런데 스킬로 강화된 속도, 그리고 게임적 허용으로 인한 물리법칙의 무시를 직접 몸으로 체험해 보니, 현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오로지, 머리의 집중력으로 활을 쏠 수 있었고, 생각의 속도로 활을 조준할 수 있었다.
푹! 푹! 푹!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활과 몸이 하나 된 듯했다.
“커허억……!”
“으악!”
마적들은 현대 화기에 쓸려가는 원시인들마냥 푹푹 쓰러져댔다.
그 와중에도 상현은 미칠 듯한 집중력으로 전부 이마 정중앙에 화살을 꽂아 넣었다.
푸욱! 푹! 푹!
상현조차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의 무아지경이었다.
-아니, 고속 연사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빨라?
-그럴 리가 있나.
-고속 연사 그냥 자기가 컨트롤 가능한 만큼 빨라지게 되는 거임.
이 연사 속도 역시 상현의 집중력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한 속도였다.
[스킬 종료]10초간의 연사가 끝나고, 남은 마적들은 없었다.
그리고 상현은 플레이어들이 들으면 복창이 터질 만한 말을 했다.
“여러분. 킹덤에서 활, 생각보다 좋은데요?”
-그거 너한테만 좋은 거야.
-아몬드 앙뚜아네트…….
-ㅋㅋㅋㅋㅋㅋ씹ㅋㅋㅋ
-활 챌린지 하다가 포기한 스트리머가 몇인데…….
채팅창엔 온갖 욕과 부러움, 질타가 올라왔다.
[초롬한 슬라임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기만러…….] [가지볶음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진짜 처음 하는 거 맞음?] [서른모솔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제발 여자 친구는 없다고 해줘.]“여러분. 도네 감사합니다. 모솔 님. 여자 친구 없습니다. 안심하세요. 초롬한 슬라임 님 감사합니다. 가지볶음 님 또 후원! 감사합니다.”
상현은 감사 인사를 하면서도 실실 웃었다.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진짜 재밌다.’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이 풀 다이브 가상현실 게임의 진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거기에 수많은 칭찬들까지 곁들여지니, 그 누구라도 기분이 좋지 않을까.
“아몬드. 자네 진짜 대단하군?! 이 정도면 제국 최고 경지가 아닌가!”
그 까탈스러운 고참이라는 로만도 상현에겐 늘 천사나 다름없었다.
-로만 알고리즘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함.
-저 쉑…… 말투 왜 저럼?
-뭐야 대체 ㅋㅋㅋ
-유입들 개놀라네 ㅋㅋㅋㅋ
새로 온 시청자들은 늘 로만이 상현을 대하는 모습에 놀라기 바쁘다.
[초롬한 슬라임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어? 근데 왜 벌써 끝남? 보스는?]“어……?”
상현도 아차 싶었다. 분명 보스를 잡아야 했는데, 왜 벌써 끝나가는 분위기인 걸까.
그때였다.
“중대장님! 여기에 두목으로 보이는 자의 시체가 있습니다!”
한 병사가 마적단 두목의 시체를 들어올렸다.
그의 이마 정중앙에는 화살 단 한 발이 꽂혀 있었다.
-엥?
-????
-X발……
-오, 말포이…… 닥쳐 제발.
-말도 안 돼.
-우소!
채팅창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반응.
아예 현실을 부정하는 자들도 많았다.
-에이, 설마 헤드샷 한 방 뜬 건 아니겠지 ㅋㅋ
-보스는 헤드샷 불가능함.
-헤드샷을 한 다섯 방 맞았겠지. 절대 한 방 안 뜸.
그들이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었다. 킹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보스는 헤드샷 한 방에 안 죽어’라는 격언이 있었기에. 그걸 근거로 삼았다.
-근데 어케 보스가 보이지도 않고 죽어 있냐 ㅋㅋㅋ 오지긴 한다.
-그래도 한 방에 죽은 거 아니면 미션 무효 아님?
-ㄹㅇ…….
-애초부터 불가능한 미션.
그러나 그런 근거는 풍문으로만 떠돌던 퍼펙트샷이란 개념에 의해 무너져 버린다. 그것도 꽤나 권위 있는 자의 증언을 통해서.
[도토리묵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한 방에 죽은 거 맞음. 퍼펙트샷은 보스도 한 방임!]실존 논란이 있는 퍼펙트샷의 언급, 거기에 합방 소문이 도는 도토리의 후원.
이 날 채팅창은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그딴 게 어딨음ㅋㅋㅋ
-쟤 아직도 저거 미네.
-아휴 포기 좀 해라 도토리 쉑아…….
-ㅋㅋㅋㅋㅋㅋ퍼펙트샷은 실존한다!
-퍼펙단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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