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2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20화
42. 게임 전환(2)
2천으로 잡혀 있던 광고비가 5천으로 올랐다.
그때의 협상으로 무려 3천의 이득을 본 것이다.
상현과 주혁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신나서 소리를 질러댔다.
“크아아아아!”
“우아아아아아아!”
짝!
서로 하이파이브를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크. 오졌다. 혁.”
“너야말로, 현.”
씨익.
함박웃음과 함께, 서로에게 인색하던 칭찬도 서슴없이 튀어나왔다.
그야 무려 5천만 원이 들어오게 생겼으니까!
‘와…….’
소위 정신이 나갈 것 같다는 말.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았다고 상현은 생각했다.
‘5천이라니. 미쳤다.’
주혁은 곧장 휴대폰으로 오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를 전했고.
“아. 실장님. 메일 봤습니다. 잠시 전화 가능하시죠? 아, 아뇨. 그냥 감사 인사나 전하려구요. 하하…….”
상현은 주혁 대신 판타지아에 답장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어제 협상이 좋은 쪽으로 풀려서 다행이군요…….]너무 기뻐하는 티는 내지 않되, 신경 써준 금액에 대한 감사는 확실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손가락이 닳도록 쳐댄 깔끔한 비즈니스용 이메일.
띠링.
[저희야말로 감사드립…….]메일은 금세 다시 답장이 왔고. 그 안엔 예상되는 미팅 날짜와 촬영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광고 진행 일정.pdf]‘다행히 안 겹친다.’
다음 주에 가야 하는 병원 스케줄과도 겹치지 않는다.
으흐흐.
웃음이 계속 새어 나온다.
‘정말 모든 게 잘 풀리려나 봐.’
지이이이잉.
그때 상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주혁이면 모를까, 상현의 휴대폰이 이 시간에 울리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디스월드 메시지]디스월드 메시지?
상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언제 휴대폰하고 연동됐었지.
기계치인 그로서는 의아할 정도로 편리한 연동이다.
그는 휴대폰이 시키는 대로 잠금을 해제하고 메시지를 열어봤다.
[풍선껌 : 소식 들었어요!]“오!”
풍선껌의 축하 메시지였다.
[풍선껌 : 광고 확정 났다며! 잘해봐요!] [아몬드 : 옙! 잘 부탁드립니다! ^^7]상현은 차마 소리까진 지르지 못하고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리며 좋아라 했다.
풍선껌이 먼저 메시지를 보내다니!
* * *
상현과 주혁.
그 둘은 오늘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바로, 점심으로 피자를 시켜먹는 것.
그것도 신제품 피자로 화끈하게 질렀다.
“배달 시켜 먹으니 이렇게 편하네.”
주혁이 치즈를 주욱 늘려 먹으며 말했다.
“배달원은 좀 불쌍하지만.”
“아. 맞아. 여기 오면 욕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지…….”
“그래도 맛있다.”
배달원에게 미안한 건 한순간이고, 피자는 계속 맛있었다. 둘은 킬킬대며 순식간에 피자를 해치웠다.
콜라까지 한 통을 다 마시고, 부른 배를 통통 두들기며 꿀 같은 휴식을 즐겼다.
“으어. 배부르다.”
“하. 확실히 30대는 예전 같진 않네. 누군 20대일지 몰라도.”
“크, 크흠…….”
“형은 목욕 좀 한다.”
주혁은 갑자기 반신욕을 하겠다며 욕조에 들어갔고, 아몬드는 ‘소인배 새끼’라고 중얼거리며 소파에 누워 릴 동영상을 시청했다.
이번에는 전자파의 것을 보지 않았다. 전자파는 말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상현 같은 생초보가 보기엔 별로 적합하지 않았다.
실력을 올리기 위해선 강의식 영상을 보는게 좋았다.
[대협]그중에서도 대협이라고 하는 채널이 가장 유명했다.
그간 풍선껌 방송이나 봐서 전혀 모르고 있던 라인 관리 요령이라든가, 왜 시야 싸움이 중요한지…… 등등. 초보들도 이해할 수 있게 빠짐없이 잘 설명해 주었다.
다만…….
“……하암.”
문제가 있다면, 아몬드는 강의를 듣는 데에는 영 재능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눈이 스르르 감기고, 잠시 후 다시 떠졌다.
해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음?”
이게 대체 뭐지. 아직도 내가 디스 월드인가? 머리를 긁적이던 아몬드는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거의 3시간을 내리 잔 것이다.
상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 이럴 수가.”
역시 난 그냥 직접 해보는 게 최고다.
그는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잠시 몸 이곳저곳을 스트레칭해 준 후.
캡슐로 곧장 걸어갔다.
까짓거 그냥 바로 플레이해 보지, 뭐.
언제부터 일일이 공부하고 들어갔었나?
시청자가 많다고해서 초심을 잃을 수는 없다.
아몬드 방송의 핵심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몬드가 냅다 들이박고 보는 게 핵심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잘할 거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릴은 배틀 라지에 비해 진입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은 게임이다.
설마 나한테 이것도 잘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진 않겠지. 생각하며 커뮤니티를 켰다.
[와 아몬드 오늘 릴 함? ㅈㄴ 기대되누 ㅋㅋ] [ㄹㅇ 릴로 넘어감? 활쟁이 화신 고르겠네. 피지컬 존나 타는 레이나 같은 거 하면 쩔듯.] [근데 걔 피지컬 좋은 거 맞냐? 활만 쏘잖어] [VNS 수치가 존나 높으니까 릴도 개쩔 듯] [이제 ㄹㅇ 전자파 본진으로 쳐들어가는구나 ㄷㄷ]“…….”
잠시 커뮤니티를 확인한 상현은 할 말을 잃었다.
어이가 없게도, 이 자식들은 난생처음 릴을 하는 사람에게 엄청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아.’
아몬드는 이유를 깨달았다.
‘여기가 배라 31이어서 그렇구나.’
지금 여기는 릴 커뮤니티가 아니라 배라 31 커뮤니티다. 그러니까 다들 릴보다는 배틀 라지를 주로 즐기는 사람들이고, 아몬드에게 애정이 깊은 사람도 많다.
아몬드의 주력 게임이 한동안 배틀 라지였으니까. 배틀 라지를 잘하는 아몬드가 당연히 릴도 잘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자기 게임이 더 어렵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싶을 테니까.
‘릴로 가보자.’
그는 릴 관련 커뮤니티 중 가장 큰 곳으로 가 보기로 했다.
[릴프로]릴프로(Lil Pro)라는 커뮤니티인데.
원래는 이름처럼 프로 지망생들이 활동하던 커뮤니티다.
준프로들이 활동하는 곳이니 공략 글의 퀄리티가 상당했는데.
덕분에 일반 유저들도 들어와서 공략을 많이 보곤 했다.
근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 역전이 되어서, 그냥 일반적인 유저들이 훨씬 많아졌다. 현재는 릴 커뮤니티 중 가장 큰 사이트다.
특이한 점은 그래도 프로 지망생들의 커뮤니티로 시작한 곳인 만큼 그 어느 커뮤니티보다도 선수들이나 스트리머들의 실력에 까다롭게 군다는 점.
‘아직 내 얘기는 없네.’
일단 눈에 보이는 글 중에는 아몬드 얘기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배라 31 플레이어가 아니고서야 아몬드에 대해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나.
아몬드는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서 찾아보기로 한다.
아마 배라 31 커뮤니티 사람들이 여기에다가도 글을 쓸 테니. 몇 마디 구설수는 있을 것이다.
‘역시…….’
어제오늘 전체를 합해도 열댓 개 정도의 게시글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별로 좋은 말은 아니었다.
[아몬드라는 듣보쉑이 릴 온다는데?] [배라에서나 좀 하던 놈이 이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크큭…….] [ㅋㅋㅋㅋㅋㅋ내가 볼 땐 골드 찍고 승리 스킨 받았으니 만족합니다~ 하고 빤쓰런함.] [배라 챌린저도 안 가고 여기로 온거 보면 뻔하지 실력ㅋㅋㅋ] [풍선껌이랑 듀오까지 하면 ㄹㅇ 가관이겠네].
.
.
매콤한 맛이다.
“이게 릴이구나.”
릴이 빡센 게임이라는 건 워낙에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다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확실히 따끔따끔거린다.
‘뭐 어때, 어차피 할 거잖아?’
치이익──
아몬드는 캡슐 안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릴 하냐?”
그때 뒤에서 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오늘 릴 해야지.”
“그럼 나도 분석 들어가야겠네. 오늘 시청자 좀 많이 털릴 테니까. 빡세게 분석해서 다시 올려야지.”
주혁은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털어놓듯이 말했다.
“야. 솔직히 좀 긴장된다.”
“네가 왜?”
“게임 전환하다가 망하는 스트리머들 꽤 많거든. 오늘 꿈에서도 네가 망하는 꿈 꿨다.”
“재수 없는 말 하지 마, 인마. 반응 좋았잖아?”
“그걸로는 모르잖냐. 막상 실제로 하면 어떨지.”
“……하긴.”
바로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이 시장이다.
“어쩌겠냐. 부딪혀야지.”
“그래.”
상현은 엄지를 척 들어 올리고는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키잉.
[풀 다이브 시스템 가동]수많은 별빛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고.
아몬드는 순식간에 가상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그 가상 세계에는 여러 아이콘들이 둥둥 떠다녔다.
아몬드는 그중에서, 어제 밤사이에 다운 받아놓은 릴을 실행시켰다.
[LIFE IS LEGEND!]인생 레전드다! 라는 문구가 등장하며, 게임이 실행됐다.
아마 그가 아는 대로라면 튜토리얼이 시작될 것이다.
말했듯이 릴은 게임 자체가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반드시 튜토리얼을 거쳐가게 만든다.
아마 그것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스트리밍…… 켤까?’
튜토리얼부터 보는 걸 과연 사람들이 좋아할까? 답답해할 텐데.
아몬드는 잠시 고민했다.
‘켜자.’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튜브라면 모를까, 생방은 누가 뭐래도 ‘날것’의 재미가 중요했다.
아무리 게임을 잘하는 사람도 실수 한두 번은 하게 되어 있고, 처음 하는 게임은 못하게 마련이다.
그런 걸 다 볼 수 있는 게 생방의 묘미이다.
무엇보다 릴로 게임이 바뀌어도 따라오는 시청자들이라면, 아몬드 자체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
그들을 위해서라도 방송 시간을 더 늘려주는 게 좋았다.
[스트리밍을 시작하시겠습니까?]아몬드는 스트리밍 기능을 켰다.
평소엔 바로 여기서 방송을 시작하지만 오늘은 추가 작업이 있다.
[태그 변경]태그를 바꿔야 했다.
[배틀 라지 → 라이프 이즈 레전드]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다.
[방제 : 경력 있는 신입, 아몬드의 릴 튜토리얼]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 *
치익.
새빨간 담뱃불이 타올랐다.
노을이 진 붉은 하늘로, 회색 연기가 피어오른다.
마치 자기 자신도 구름이 되고 싶은 듯 높이, 더 높이, 올라가지만.
이내, 흩어져 사라진다.
“후우.”
간만에 연기를 뱉으니 한결 나아진 기분이었다.
이번 제품이 만족스러웠는지 여자의 눈길이 손에 걸린 시가로 향했다.
쿠바에서 들여온 수제 시가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머리가 아찔해지고, 몸이 더렵혀지는 듯한 배덕감이 밀려오지만, 그만큼 맛이 좋다.
“아가씨. 병원에서 나오시고 바로 그런 걸 피우시면 무슨 소용입니까.’
“……아. 맛 떨어지게.”
여자는 표정을 구기며 집사를 노려본다.
“매일 피우는 것도 아니잖아.”
“크흠…….”
그녀는 손가방에서 머리띠를 꺼내 흐트러진 머리를 위로 정리해 올렸다.
‘머리는 단정히 했으니 담배는 마저 피울게’라며 마치 그게 정당한 교환인 양 담배를 한 모금 더 깊이 빨았다.
다시 한번 퍼져 나가는 연기.
치이이익…….
시가의 앞부분은 서서히 타들어가 어느새 재가 뚝뚝 떨어진다.
여자는 옆에 놓인 재떨이에 담배를 털어냈다. 머리 색 때문인지, 흩날리는 잿가루는 꼭 자신과 닮았다.
활활 다 타버렸다는 게…….
나 같아.
여자는 시커멓게 쌓인 재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다음 진료는 언제야.”
“아. 다음 주로 예약했습니다.”
“그래. 결과가 좋으면 좋겠네.”
표면적 의미와는 전혀 상관없이, 막상 내뱉어진 문장엔 희망이 없었다.
“좋을 겁니다. 언젠간 다시 원래부터 공백은 없었던 것처럼 정상에 서 계실 테죠.”
위로의 말은 전혀 닿지 않았다.
“난 여기서 좀 더 태우다 갈게. 차에 가 있어.”
“알겠습니다.”
집사는 물러갔고.
여자는 시가를 들지 않은 한 손으로 휴대폰을 집었다.
‘릴 한다고 했지.’
아몬드의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겨우 튜토리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연 어떨까?
릴에도 재능이 있을까?
‘쉽지 않을 텐데.’
그녀는 아몬드를 높이 평가하는 편이지만.
릴에서만큼은 물음표가 생긴다.
이건 그가 이전에 했던 게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거든.
게임이 시작되고.
치이익…….
담뱃불은 훨씬 더 빠르게 타들어갔다.
그녀가 내뱉는 잿빛 연기 사이에서.
[와…… 경관이 좋네요.]아몬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깎아지른 협곡을 구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