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2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21화
43. 튜토리얼(1)
방송이 시작되고.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얼마나 올까.’
저번 방송 때는 시청자가 1만이 넘었었다.
유하연과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1.5만까지도 갔었다.
‘그때랑 비교하면 곤란하지.’
다만 그 시청자들은 전부 올튜브에서 세계 기록을 격파한 장면을 보고 유입된 자들이다.
그러니까 평소에 아몬드를 보는 ‘팬층’이 아니다.
주혁의 분석에 의하면 아몬드의 팬층은 7-8천 정도의 숫자다.
그 외에는 전부 다이아 승격전이나, 인터뷰 등의 이벤트로 인해 유입된 거품이다.
이들도 언젠간 팬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자들.
그러니까 기준을 7-8천에 두고 잡아야 했다.
릴로 전환했을 때, 이들 중 몇이나 따라오는지를 봐야 했다.
아무리 팬이라고 해도 결국 ‘배틀 라지를 하는’ 아몬드를 보던 팬들이니까.
‘최소 절반으로 잡아야 한다고 했지.’
아마 절반 가까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4천 시청자로 게임을 할 수도 있었다.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해도 별수 없다.
릴과 배틀 라지는 상당히 다른 게임이기에, 사실상 방송 성장을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봐야 한다.
어차피 또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인트로가 끝나고.
시청자가 표시됐다.
[현재 시청자 6.3천]채팅창을 확인한 아몬드는 나름 안도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일단 4천보다 2.3천 명이나 더 많지 않은가.
아마 튜토리얼을 진행한다는 걸 보고 들어오지 않은 시청자들도 많을 것이다.
내일이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라고 아몬드는 계속 머릿속으로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그는 저도 모르게 시청자 수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얼마 안 줄었다고 자위를 해도 사실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듯했다.
머리 한쪽에선 계속 ‘6천이라니, 너무하잖아!?’라고 외치고 있었다.
‘미쳤냐. 집중하자.’
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휘휘 저은 후, 채팅창에 신경을 집중했다.
-아하아하
-진짜 릴로 감?
-배틀 라지 안 행? ㅠㅠ
-허류ㅠㅠㅠ
-배틀 라지 버려!? 니 팀 버려!?
-아하아하아하!
-아몬드 하이!
-와 ㄹㅇ 릴 하네?
-릴을 아예 틀어놓고 있는데?
“예. 제목대로 오늘은 릴을 합니다.”
-허류ㅠㅠㅠ
-배틀 라지ㅠㅠㅠ
-으규ㅠㅠ
-잘가 ㅠㅠ 배라…….
[여눈누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저 오늘 생일이에요. 그, 그렇다고 킹덤을 해달라는 건 아니에요……ㅎ]“여눈누 님! 생일 축하합니다! 킹덤은…….”
-ㅊㅊㅊㅊㅊ
-와! 생즈! ㅊㅊㅊㅊ
-연눈누 ㅊㅊ!
-킹덤은 뭐? 말을 해!
-ㅋㅋㅋ말잇못…….
-열린 결말 씹ㅋㅋㅋㅋㅋ
[배지터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배틀 라지 앞으로도 안 함?]“배지터 님 감사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동안은 안 할 것 같은데요. 릴이 해보고 싶어졌어요.”
진심이었다.
아몬드는 현실 기반 게임에서, 이제 판타지적인 게임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현실에선 가질 수 없는 그 초월적인 육체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물론 현실적 게임을 좋아하는 배라 팬들 중에선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였다.
-으ㅠㅠㅠ
-그 막장 똥겜을 왜 하냐! 배틀라지 하라고
-배틀 라지가 훨씬 웰메이드인데…….
-병신아 웰메이드로 따지면 킹덤이지 장난함?
[킹치만 협회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흥. 킹덤을 버릴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이제 조금은 알겠습니까? 여러분?] [루비소드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드 릴에서도 화이팅염]“루비소드 님 화이팅! 감사합니다. 킹치만 협회 님. 킹덤 버린 거 아닌데요?”
-야 그냥 버렸다고 해!
-그럼 하든가, 이 새끼야!
-어장관리 돌았누
-로제니타는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미 릴 튜토리얼 돌려놓고 무슨 ㅋㅋㅋㅋ
“진짠데…….”
아몬드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뭐, 어쨌든 튜토 시작해 볼까요? 화신을 골라야 하는데…….”
음?
아몬드는 시청자 수 이후로 한 번 더 당황했다.
원하는 화신을 골라서 전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부분이 스킵되어버렸고.
아몬드는 그냥 냅다 전장으로 투입된 상태다.
그러니까 지금 화신이 없는 맨 인간의 몸이었다.
“어? 사나 어떻게 고르죠?”
-엌ㅋㅋㅋ 뉴비쉑…….
-하악 뉴비의 향기 아, 아름다워!
-왘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 이걸 모르나 ㅋㅋㅋ
-와중에 사나는 또 알아보고 온 게 졸커 ㅋㅋㅋ
-사나하려 했구나 ㅋㅋㅋ 그러나 어림도 없지! 바로 기궁성!
-사나 좀 애매한데. 처음엔 그냥 닥치고 1티어 화신 하세염
생각해 보니 화신은 게임머니로 돈주고 사서 써야 한다.
튜토리얼부터 쓸 수는 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딱 3개였다.
촤르륵!
[기사] [궁수] [성직자]흔히들 ‘기, 궁, 성’이라고 말하는 직업 카드가 눈앞에 펼쳐졌다.
[원하는 카드를 골라주세요.]“아…… 이렇게 진행이 되는군요?”
다른 플레이어들은 여기서 많은 고민을 하는데, 아몬드는 솔직히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직업 – 궁수]궁수 카드가 밝게 빛나더니, 새로운 카드로 바뀌었다.
[레이나 : 냉혈의 마궁수]튜토리얼에서 쓸 수 있는 궁수로는 레이나가 선택됐다.
-레이나 어서 오고 ㅋ
-아 레이나라니 ㅋㅋㅋ 아몬드 기강 씨게 잡히겠네.
-크 ‘조교’당하겠구만 아몬드.
-사나보다 더 똥캐 ㅋㅋㅋ
-레이나 4티어 아님? ㅠㅠ
-역시 아몬드의 운…….
-레이나 누나아아아아
-누나 다 죽여! 아몬드도 죽여! 다시 배틀 라지 하러 가게!
-레이나님 아몬드 기강 잡죠!
채팅을 보아하니 레이나 말고도 다른 궁수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었나 보다.
그리고 레이나는 사나보다도 평가가 2티어나 낮은 궁수였다.
근데 기강은 뭔 말인가? 너무 구려서 기강이 잡히나?
“근데 왜 기강이 잡힌다는──”
[화신 레이나의 전설이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쿵.
“──헉?”
묵직한 울림이 몸 안에 퍼져 나갔다.
효과음인 걸까?
아몬드는 순간 당황했다. 왠지 이게 게임 효과음이 아닌 것도 같았다. 그 정도로 현실감이 있었다.
우우웅……!
양손에 밝은 푸른 빛이 감돌았다.
더 크게 발광하기 시작하더니.
푸른 빛망울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위로 치솟았다.
이내 그것은 어떤 형태가 되어 아몬드의 손에 다시 내려앉았는데.
묘한 푸른빛을 흘리는 활이었다.
아몬드는 홀린 듯이 그 활을 쳐다봤다.
‘와…….’
멍청한 표정이 되어버린 아몬드를 보는게, 시청자들은 즐거웠다.
-ㅋㅋㅋㅋㅋ이런 장르 처음인가?
-뉴비 졸커 ㅠㅠㅠ
-ㅋㅋㅋㅋ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뉴비향 첨가 ㅋㅋㅋㅋ
-경고! 곧 있으면 바로 썩은 내가 날 것입니다!
[뉴비사냥꾼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하악…… 가, 간만에 뉴비의 향기가…….]“아. 뉴비사냥꾼 님. 감사합니다. 너무 뉴비 티 났나요?”
-ㅇㅇㅋㅋㅋ
-좀 더 티 내줘!
-놀라는 아몬드 커여워! ㅎㅎ
너무 신기해하는 티를 내버린 모양이다.
방송으로 여러 번 보긴 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하는 건 전혀 느낌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때.
〔이봐, 계약자. 뭐 해?〕
머릿속으로 이런 음성이 들려왔다.
“!?”
또 한번 화들짝 놀라고 난 뒤에야, 이게 몸에 깃든 화신의 음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레이나의 목소리였다.
-ㅋㅋㅋㅋㅋㅋ 또 놀라네ㅁㅊ
-오늘 놀라기 매드무비임?ㅋㅋㅋ
-아몬드 놀래미 매드무비 요청(1/100)
-목소리 뭐야……ㄷㄷㄷ
〔뭘 멍청하게 서 있냐고. 적진으로 가야지.〕
이처럼 릴은 게임의 기본적인 상황을 내게 깃든 화신이 중계해 준다.
〔이번 계약자는 정말 답답하네. 이거 등신인가.〕
이렇게 욕도 한번 해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
-이거지!
-여윽시 이게 레이나의 기강이지
-저 까칠한 목소리! 녹아내린다 ㅠㅠ
-누나 욕해줘! 욕 더 해줘어어어
“크, 크흠. 캐릭터가 좀 맵네요. 시간을 너무 지체했나 봅니다. 일단 가 보겠습니다.”
아몬드는 활을 들고 길을 따라 쭉 앞으로 내달렸다.
적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옆에서 중무장한 병사들이 함께 뛰고 있었다.
철컥. 철컥.
그들은 아몬드를 향해 인사도 건넸다.
“계약자님. 좋은 아침!”
“안녕하십니까!”
“오늘 저녁은 지옥에서 먹겠슴다아아!”
씩씩한 목소리와 함께 누구보다 먼저 적진을 향해 뛰는 병사들.
그들을 따라서 뛰다보니 슬슬 적진이 보인다.
‘저긴가?’
정확히는, 적진의 ‘포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적 진영의 병사들도 뛰어 오고 있었다.
우리 병사들과 색깔만 다를 뿐, 어디 하나 다른 곳 없이 똑같은 병사들이었다. 심지어 얼굴마저도.
뭔가 섬뜩했다.
그들은 만나자마자 서로 눈을 시뻘겋게 번뜩이며 칼질을 해댔다.
“죽어어어어!”
“빌어먹을 새끼들!”
캉! 카앙!
둔기와도 같은 거대한 칼들이 갑주를 후려쳤다.
은빛 갑주가 은박지마냥 찌그러지기 시작할 때.
뒤쪽에서 병사들이 추가로 도착했다.
“조준!”
병사들 중 가장 앞에선 자가 외쳤다.
그러자 일렬로 늘어선 병사들이 한발씩 앞으로 걸었다.
이들은 모두 활을 들고 있는 병사들이었다.
“조준!”
적진에서도 똑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똑같은 행동을 했다. 마치 거울처럼.
“발사아아아아아!”
피유웅! 피융!
궁수 부대 하나가 일제히 화살을 쏜다.
그 화살 전부가 적 돌진병에게 명중했다.
그는 고슴도치가 되어 맥없이 쓰러져버렸다.
처음에 씩씩하게 달려갔던 우리 쪽 진영 병사 하나도 쓰러졌다.
〔멍청하게 있지 말고, 병사들을 돕지 그래? 활을 한번 당겨봐.〕
갑작스레 벌어진 전투에 넋을 놓고 있자 레이나가 말을 건다.
아몬드는 그제야 자신의 활을 슬쩍 당겨봤다.
피이이잉…….
마력으로 만들어진 푸르스름한 실이 진동하며 소리를 내었다. 마치 현악기처럼.
‘묘하네.’
당길 때 반드시 있어야 할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력으로 당기는 화살이기 때문이었다.
일반인들은 이게 더 편할지 몰라도, 아몬드에겐 위화감이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그러나 어찌 됐든 이젠 이 감각에 적응을 해야 할 것이다.
〔어때? 데미안이라는 특별한 활이야. 마력만 있다면 지나가는 할머니도 당길 수 있어. 물론 내 마력에만 반응하지만. 한번 끝까지 당겨봐.〕
아몬드는 그녀의 말대로 활시위를 끝까지 당기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은 가만히 서서 쏘는 입장이니, 가장 정석적인 양궁 자세를 택하기로 한다.
허리를 곧게 펴고, 팔을 수평이 되게 한 뒤, 최대한 흔들림 없이 현을 몸에 붙이면서 당긴다.
〔그나저나 활을 어떻게 당기는 줄…… 어?〕
기리릭──
푸른 실이 늘어지면서, 아몬드의 윗입술에 살포시 얹어진다.
그 순간 푸르스름한 마나의 화살이 생겨났다.
레이나가 감탄한 듯 했다.
〔뭐야. 곧바로 화살을 만들어내다니. 쓸 만한 녀석인가?〕
-벌써 기강 해제?
-이, 이런 분이 아닌데…….
-뭐죠. 이 밝은 목소리는?
-ㄷㄷ
-자세만 보고 칭찬을 한다라……. 혹시 얼굴 때문이 아닐지 의심해 봅니다…….
까칠한 것으로 유명한 레이나가 쉽게 반색하자 시청자들이 격분했다.
그걸 듣기라도 한 듯 레이나가 말을 바꿨다.
〔음. 아냐. 첫 계약자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냥 겉멋만 든 머저리겠지.〕
-레이나 현실 곧바로 현실 부정ㅋㅋㅋ
-코럼코렇지 ㅋㅋㅋ
-이게 맞지 ㅋㅋㅋ
-크 시원해! 이게 레이나지!
-엌ㅋㅋㅋ
-갑자기 머저리행ㅋㅋㅋㅋ
-이게 레이나의 인성이지.
〔뭐, 제법 잘 당기긴 하는데. 어디 제대로 맞히는지 한번 볼까? 내가 가리키는 곳을 쏴봐.〕
적 병사 하나의 머리 위로 푸르스름한 타깃이 생성되었다.
아몬드는 아무 지체도 없이 시위를 놓았다.
그가 자랑하는 유령 같은 릴리즈는, 화신인 레이나마저도 인지하지 못 할 정도였다.
조준하고, 각을 재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반사적인, 동물적인 감각.
그저,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활이 날아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타깃의 중앙에 박히는 것이다.
파앙!
타깃이 타격음을 내며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어……?〕
단순한 타깃의 중앙이 아니라.
완전한 정중앙이었다.
이는 마치 손으로 수학적으로 완벽한 원을 그려내는 묘기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정밀한 슈팅이었다.
레이나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잠시 침묵했다.
-엌ㅋㅋㅋ레이나 누나 버그 걸림?
-그야 신체 정보상 오늘 처음 켜는 놈이 ㅈㄴ 잘 쏘니까 ㅋㅋㅋ
-활몬드 ㄷㄷ 여기서도 클라스 나오네
-레이나 : 어케했누 씨ㅂ련아!
잠시 후.
〔……운이 좋군.〕
그녀는 그걸 운이라고 판단해 버렸다.
-엌ㅋㅋㅋㅋㅋㅋ
-킹이갓군ㅅㅂㅋㅋㅋ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끝까지 인정하기 싫다는 듯, 졸렬한 레이나의 대처에 채팅창은 웃음바다가 되어버렸다.
레이나는 이를 악문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건방진 표정 하지 마, 계약자. 지금부터가 진짜야. 어디 한번 이걸 맞혀봐.〕
“제가 언제요…….”
파지지지직!
레이나가 독기라도 품은 걸까?
아몬드의 말은 싹 무시하고, 타깃을 수도 없이 늘려 버렸다.
적 병사의 머리마다, 심지어는 저 멀리에 있는 적 궁병들에게도 타깃이 띄워져 있었다.
심지어는 전부 머리를 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병사는 허리와 다리를 맞혀야했고, 어떤 병사는 두 팔을 맞혀야했다.
왠지 모르게 보이지도 않는 레이나가 씩 웃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아몬드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그저 평소와 똑같은 자세로 활시위를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