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2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22화
43. 튜토리얼(2)
레이나의 급발진으로 인해 수십 개의 타깃을 마주한 아몬드.
-아니, 이건 뭐임?
-이게 튜토……?
-시, 시발 이게 아몬드식 튜토냐? 이런 걸 시키네
-인싸식 튜토리얼 씹ㅋㅋㅋㅋ
튜토리얼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전개였다.
보통은 하나의 타깃을 만들어서 플레이어를 익숙해지게끔 하는 게 맞았다.
다만 레이나는 아몬드를 당황시켜 기강을 잡으려는 듯했다.
후임이 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시켜서 일부러 혼낼 건수를 만드는 나쁜 선임들이 더러 있다.
레이나도 본질은 전장에서 활동하는 군인이기에, 이런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흡.”
그러나 아몬드는 슈팅을 위해 가볍게 호흡을 머금을 뿐.
레이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레이나의 목소리가 처음 들려왔을 때 더 크게 당황했지, 여러 개의 타깃 같은 건 아몬드에게 당황할 만한 건덕지가 되지 못했다.
애초에 그는 이 튜토리얼의 본래 난이도를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았을뿐더러 그에겐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냥 원래 이렇구나, 하면서 평소처럼 활시위를 당길 뿐이었고.
평소처럼 시위를 놓았다.
팡!
-?!
-벌써 쏨?
-캬
-거의 뭐 조준도 않고 쏘네
언제나처럼, ‘벌써 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간단하게, 가볍게, 쏘아진 화살.
화살은 부드럽게 날아 목표한 지점에 정확히 도착했다.
푹!
푸르스름한 타깃의 정중앙으로.
펑!
타깃이 터지면서 추가 대미지가 들어갔고, 병사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남은 체력이 얼마 없었던 모양이다.
〔운은 아니었나 보네? 하지만 다음 것들도 다 맞혀야 해. 이 타깃은 시간 제한이…… 음?〕
그 바로 다음 순간, 그 뒤에 있던 또 다른 병사의 타깃에도 화살이 꽂혔다.
펑!
재차 추가 대미지가 들어가면서, 병사의 체력이 절반가량 깎여나갔다.
“으억!”
병사가 비명을 지르는 사이, 또 하나의 화살이 날았고, 이번엔 그의 복부에 있는 타깃을 터뜨렸다.
퍼엉!
푸른 빛이 발광하며 굉연한 소리를 내었다.
〔그래. 타깃을 연속 세 번으로 맞히면…… 더 강한 마력이 기, 깃들어 피해량이 커지지…….〕
레이나는 자신의 패시브인 ‘마나 피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타깃을 맞힐 때마다 화살의 마력이 상승하고, 3번째 타격 시에는 마나가 체내에서 폭발하며 더 큰 대미지를 준다.
다만, 그녀는 설명을 해야 하니까 하긴 하는데, 영 탐탁지 않은 목소리였다.
펑!
또 다른 병사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이번에도 푸른 타깃의 정중앙에 화살이 박힌 것이다.
이제 무려 네 번째 타깃이 터져 나갔다.
〔하……? 네, 네 개라…… 음. 운이 좋네? 네 번째부터는 피해 상승량이 줄어…… 하, 하지만 ‘강신’ 스택을 쌓을 수 있어…….〕
퍼엉!
퍼엉!
이젠 병사들은 맞으면 그냥 한 방에 터져 나갈 정도의 대미지가 뿜어져 나왔다.
팔을 맞은 병사가 몸 전체가 마나로 타들어가면서 죽어버리고, 몸통을 맞은 병사의 몸은 터져 나갔다.
아몬드는 계속 활을 쐈다.
뭐에 홀린 것처럼, 그의 귀에는 레이나의 새침한 목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았고.
오로지 푸르스름한 타깃과 그걸 조준하는 자신의 활만이 세상에 존재했다.
〔강신이 뭐, 뭐냐면…… 전설의 존재인 날 현세계에 강림시키는…….〕
퍼어엉! 펑!!
쏠 때마다 터져 나가는 타깃.
마치 어렸을 적 하던 격투 게임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활을 쏘는데도, 내공이 잔뜩 담긴 주먹으로 후려치는 듯한 감각.
그것에 취해 아몬드는 활 시위를 계속 당겼다.
화살을 뽑아 들 필요도 없이 당기기만하면 되니, 연사 속도도 비현실적이었다.
퍼버버버벙!
이게 배틀 라지와 릴의 가장 큰 차이일 터다.
비현실성.
초월적인 힘.
아몬드는 지금 그 극명한 차이를 극한까지 체감하고 있었다.
〔내가 강신하면 너도 더 큰 히, 힘을 쓸 수 있고…… 나, 나도 널…….〕
휘이이익!
순식간에 대여섯 발이 연사됐다. 그 뒤에도 쉬지 않고 또 연이어 화살이 날았다.
십수 개의 타깃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갔다.
퍼버버벙!
본래 서른 개는 되어 보이던 타깃은 이제 거의 10개 아래로 줄어들고 있었다.
‘9개.’
이제 육안으로도 남은 갯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몬드의 활에서 순식간에 푸른 빛줄기가 뿜어져 나간다.
퍼버버벙!
타깃 다섯 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4개’
남은 건 4개.
기릭──
길게 한 번 시위를 당겼을까? 라고 생각한 순간.
파앙!!
마지막 4개는 눈을 한 번 깜박이는 사이에 전부 터져 나갔다.
거의 동시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4연사였다.
아니, 범인의 눈으로는 그냥 동시와 다르지 않았다.
동시에 4개가 터진 것이다.
〔널…… 도와서 함께 싸울 거야. 이…….〕
그쯤되서야 레이나의 강신에 대한 설명도 다 끝났다.
〔……이럴 수가.〕
마지막엔 레이나의 감상평도 덧붙여져 있었다.
-이럴 수가 ㅋㅋㅋㅋ
-킹럴 수가 ㅋㅋㅋ
-엌ㅋㅋㅋ
-아니, 레이나 찡 항복이야?
-사실상 항복선언
-레이나 굴복 ㄷㄷ
-와 역시 아몬드네요 ㅠㅠㅠ
흔치 않은 광경에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정신없이 쏘던 아몬드는 그제야 채팅창을 들여다본다.
‘어? 끝났어?’
그리고 레이나의 설명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고 있다는 걸 인지했다.
‘설마 이게 튜토리얼 끝인가?’
아몬드의 입장에선 뭐 배운 것도 하나 없이 끝나 버렸다.
레이나가 뭔가를 설명한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는데,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질 못했다.
교수님 수업 내용을 다 들었지만, 기억나는 건 하나 없는 대학생 같은 꼴이었다.
“저기요. 레이나 님.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는데. 다시 좀 말해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도 안 듣고 있었누 ㅋㅋㅋㅋ
-??? : 아 레이나가 하는 말 들어서 뭐 해! 그냥 다 피하고 다 맞혀!
-엌ㅋㅋㅋ
-다시 해주겠냐고 ㅋㅋ
-예상 답변 : 꺼져 벌레야.
-레이나한테는 그런 거 안 통해 형…….
-아몬드 수업 집중력 실화냐? ㅋㅋㅋㅋ
빠드득.
왠지 모르게 레이나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역시 다시 안 해주려나. 공략 글이나 찾아볼까 생각하려는 찰나.
〔……간만에 만난 쓸 만한 계약자니까. 특별히 한 번만 더 설명할게.〕
그녀는 무려 수업을 반복해 주겠다고 선언했다.
-?????
-버그 아님? ㅅㅂ
-??
-ㄹㅇ버그 리폿 가자 이건
-내, 내 레이나가 이럴 리가 없어!!!
-버그 리폿감 ㅅㄱ
-레이나도 얼굴 보냐? ㅂㄷㅂㄷ
-더러운 얼굴…… 피토 하는 나…….
〔강신은……〕
* * *
강신(降神).
이는 릴 내의 모든 계약자들이 쓸 수 있는 일종의 궁극기다.
자신의 몸 안에만 깃들어서 힘의 일부를 발휘하는 전설적 존재들을, 직접 이 현 세상에 소환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신이 내리는 것.
당연히 다른 계약자의 스킬과는 결이 다른 파괴력을 갖고있다.
그렇다보니 이 강신을 언제 쓰느냐가 전장에서의 승리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강신을 하기 위한 조건은 화신의 종류마다 다른데.
“아. 그러니까 타깃을 연속으로 많이 맞히면 강신을 빠르게 쓸 수 있다는 거죠?”
〔그래. 총 100스택을 쌓으면 강신을 쓸 수 있어.〕
냉혈의 마궁수, 레이나는 강신 조건이 랜덤하게 생성되는 타깃을 4연속 이상으로 맞히는 것이다.
3연속까지는 대미지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4연속부터는 대미지가 소폭 증가하며 명사수의 자긍심이라는 ‘스택(Stack)’이 쌓인다.
현재 아몬드는 명사수의 자긍심 27개를 모았다.
아까 전 타깃들을 전부 맞히면서 생긴 것이다.
27개의 타깃을 맞힌 게 아니라, 30개의 타깃을 연속으로 맞혀서 생긴 것이다.
이 스택을 쌓으려면 4콤보 이상으로 타깃을 맞혀야 했다.
난이도가 상당하다. 확실히 ‘명사수의 자긍심’이라 불릴 만도 했다.
근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이걸 무려 100회나 반복해야 100스택이 쌓이는 건데.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
이에 레이나가 미리 답을 했다.
〔일반 병사는 1스택, 레어 등급 몬스터는 5스택, 에픽 몬스터, 계약자는 10스택이야.〕
다행히 무식하게 1씩 쌓는 방식은 아니었다.
계약자를 4콤보 이상으로 때리면 10배로 스택이 쌓인다. 이론상 계약자를 상대로 딱 13콤보만 성공하면 강신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레이나는 제대로 플레이하려면 늘 계약자를 때려야 한다. 그래야 강신을 자주 쓸 수 있는 구조다.
꽤나 호전적인 화신이라고 할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전장이 진행되는 동안 강신을 한 번 써보는 걸 목표로 해봐.〕
레이나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스택이 초기화됐다.
[명사수의 자긍심×0]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적진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쿵──
일반 병사들보다 훨씬 과장된 몸 크기, 은은하게 빛나는 후광, 화신의 효과로 활활 타오르는 불꽃 머리를 갖고 있는 남자.
척 보기에도 일반 병사가 아니라 계약자였다.
“네가 내 상대냐?”
당당하게 외치는 그 남자의 정체는…….
[하급 봇] [이그탄 – 요동치는 불]연습용 봇이었다.
“뭐야. 깜짝 놀랐네. 무슨 하급 봇 따위가 저렇게 당당하죠?”
-엌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글킨하네 ㅋㅋ
-봇 혐오를 그만둬주세요 ㅠㅠ
-아몬드 진짜 당황한 표정인뎈ㅋㅋㅋ 개웃겨 ㅋㅋㅋ
아몬드의 순수한 반응에, 시청자들은 웃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급 봇, ‘이그탄’은 아니었다.
“건방지구나!”
화르르륵!
이그탄은 온몸에서 불을 뿜으며 달려들었다.
“죽어라!”
이그탄이 돌진하자, 적 병사들도 사기가 올랐는지, 더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게 전장에서 계약자가 갖는 힘이었다.
실제 전쟁에서 장수들이 먼저 달려나가면, 군의 사기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처럼.
그러나──
이그탄의 몸 위로, 푸른 타깃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몬드가 활시위를 당겼다.
딱 거기까지가 눈으로 인지 가능한 단계였고, 그 다음부터는 무슨 일인지 알기 어려웠다.
그저, 볼 수 있는 건…….
활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줄기의 향연.
어둠 위를 수놓으며 쏟아지는 유성우(流星雨).
마나 화살의 고속 연사.
아니, 폭주였다.
수없이 날아간 화살들은 전부 자석이라도 붙은 듯 수많은 타깃을 찢어버리며 이그탄의 몸에 박혔다.
퍼버버버벙!!
수많은 화살이 박힌다.
활활 타오르는 붉은 불꽃의 몸 위로, 푸른 가시가 솟아 오른다.
대체 몇 개인지 일일이 셀 엄두도 안 나는 숫자다.
진한 농도의 마나가 이그탄의 몸을 휘감았고.
퍼어엉──!
급작스레 터진 폭발.
3연속 타깃을 터뜨리면 발현되는 레이나의 ‘마나 피폭’ 능력이다.
콰과광!!
폭발은 몇 번을 더 이어졌고.
청회색의 진하고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라 사방을 덮었다.
휘이잉…….
폭발의 여운이 일으킨 바람으로 연기가 걷히는 순간. 검은 인영이 비틀거리며 기었다.
그것은 이내──
“미, 미친…….”
털썩.
쓰러져 죽어버렸다.
-????
-와 아무리 하급 봇이라도 이 속도가 가능한 거임???
-미친? 그게 유언이냐?
-또라이네 ㄹㅇ
-근데 쟤 방금 미친이라 함?
-엌ㅋㅋㅋㅋ
-아니 죽은 거야?
-헐ㅋㅋㅋㅋ
-그만큼 미쳤다는 거지~
순식간에 꺼져 버린 이그탄의 불길을 보며 아몬드는 생각했다.
‘이야. 게임 재밌네.’
* * *
〔이…… 이럴 수가.〕
레이나는 이번엔 놀란 기색조차 감추지 못했다.
방금의 연사는 뭐란 말인가?
“이제 강신하면 되나요? 근데 어떻게 하는 거죠?”
하나 이 계약자는 그저 앞으로 나아갈 생각뿐이었다.
〔뭐? 안 돼. 강신은 100스택을 쌓아야…… 어?〕
[명사수의 자긍심×120]100스택은 이미 쌓여 있었다. 심지어 20스택이 더 있었다.
〔바, 방금의 그 난사가 전부 타깃에 맞았다고……?〕
레이나는 뒤늦게서야 아까의 난사가 단순히 대미지를 때려박은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하나하나 전부 타깃을 맞힌 것이다.
-어!? 120스택? ㅋㅋㅋ
-정신 나갈 것 같애!!
-뭐냐 이거. 오늘 점심은 나가서 먹는다.
-그게 전부 타깃에 맞았어???
-돌았냐고 아몬드! 돌았냐고 아몬드! 돌았냐고 아몬드! 돌았냐고 아몬드!
-아우 시원해 이게 아몬드지.
-엄마 나 커서 이그탄이 될까 봐 무서워요! 엄마 나 커서 이그탄이 될까 봐 무서워요!
레이나는 결국 순순히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좋아…… 강신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