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2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23화
43. 튜토리얼(3)
주혁의 무테안경 위로, 푸른 화살이 만들어낸 유성우(流星雨)가 쏟아져 내렸다.
약 15개의 화살을 순식간에 쏟아낸 장면.
심지어 그게 전부 타깃에 맞았다.
매번 아몬드의 방송을 보는 주혁마저도, 입을 떡 벌어졌다.
절로 감탄을 자아내는 퍼포먼스다.
“……허.”
채팅창도 난리가 나면서, 스크롤이 마구 위로 솟구쳤다.
〔좋아…… 강신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게.〕
꽤나 까탈스러운 화신으로 보였던 레이나도 결국 속전속결로 강신을 알려주기로 한다.
‘친밀도가 오른 것 같은데.’
릴은 단순한 AOS 게임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섞여 있다.
특히 화신들에게 각각 존재하는 친밀도가 대표적이다.
같은 실력으로 싸울 수 있어도, 화신과의 친밀도가 낮으면 불리했다.
친밀도를 높이는 것도 역시나 실력 중의 하나.
이 친밀도는 사실 그 화신을 다루는 숙련도와도 같았다.
다만 그 숙련도를 인정해 주는 존재가 바로 그 화신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까탈스럽게 굴던 레이나가 제법 친근하게 바뀐 건 아주 좋은 신호였다.
-와 레이나랑 벌써 친해 보인다.
-난 레이나랑 이 정도까지 와보지도 못했는데 ㅠㅠ 어케 튜토에서…….
-흥. 애초에 똥캐라서 별로 부럽진 않아!
-튜토에서 이 정도면 나중엔 어케 되는 거야?
시청자들도 주혁과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다들 아몬드의 압도적인 실력을 벌써부터 체감 중이다.
튜토리얼에서부터.
“튜토에서부터 기강 잡고 가는구나. 좋았다.”
아몬드의 릴 첫방은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될 것 같았다.
[현재 시청자 7.5천]시청자가 어느새 1천가량 회복된 것도 그 징조 중 하나였다.
짝! 짝!
주혁은 박수를 치며 기합을 넣었다.
“좋아. 다시 1만 찍어보자.”
할 수 있을 거다.
아니, 해내야 했다.
게임을 바꾸고, 일주일 안에 어떻게든 원래의 시청자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봐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주혁의 눈길이 오른쪽 화면에 떠 있는 통계 프로그램으로 향한다.
그는 다시 펜을 잡고, 수첩에 주요한 통계들을 적어냈다.
이번에 들어온 시청자들이 어떤 성향인지, 어떤 방송을 같이 보는지.
그걸 토대로 전략을 짜내야 했다.
그게 주혁의 일이다.
* * *
〔강신뿐 아니라, 모든 액티브 스킬에는 ‘인지 동작’이라는 게 있어…….〕
한편, 레이나가 설명을 하는 중.
상현도 채팅창의 시청자 수를 파악하고 있었다.
‘7.5천이라…… 회복되고 있네. 아니면 새로운 유입인가?’
6천대에서 7천대로 상승했다.
아직 튜토리얼만 하는 중인데도 이런 상승력이라면 나쁘지 않았다.
다만 떠나갔던 배틀 라지 유저들이 돌아온 것인지, 새로운 릴 유저들이 유입된 건지는 알 길이 없다.
이건 아마 주혁이 알아서 통계를 내줄 것이다.
〔계약자. 듣고 있는 거야?〕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아. 예. 물론이죠. 인지 동작을…….”
〔하아. 이건 두 번 설명 안 해줄 거야. 알았어!?〕
“예!”
이러면 안 되는데.
아몬드는 반성했다.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놀라기도 했다.
시청자 축소에 생각보다 더 흔들리고 있었다.
이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왜 이러지.’
저도 모르는 사이, 이미 그는 완전한 방송인이 되었다.
이제 그에게 시청자들은 너무 소중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연연하는 것이다.
이미 시청자가 줄 걸 알았으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아몬드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정신 차리자. 점수판만 보다가 볼을 안 보면 경기를 어떻게 이겨.’
농구하던 선배가 늘상 하던 말을 되새기며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지금 있는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게임 퍼포먼스와 방송을 선사해 주는 것.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거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샌가 시청자들은 모두 다시 돌아와 있을 터다.
공에 집중하다 보면 전광판의 점수는 어느새 바뀌어 있는 것처럼.
〔……알았지? 자. 한번 해봐.〕
“……?”
이런.
또 못들었다.
〔……야!〕
* * *
아몬드는 정말이지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의 강의를 듣는 데에는 재능이 없었다.
아몬드의 주장에 의하면, ‘한 귀로 흘려 버리는 재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재능은 양궁을 할 때는 매우 유용했다. 활을 쏘는 순간엔 오로지 그것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 차서, 어떤 방해 요소도 그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 ‘뛰어난 재능’이 레이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야!〕
레이나는 결국 고함을 내질렀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
-나왔다 레이나 샤우팅!
-업계 포상 ㅋㅋㅋㅋ
-오히려 좋아!
그래도 화신으로서의 체통을 지킨다고 언제나 차분한 목소리를 구사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일반적인 화가 난 여자의 목소리였다.
〔너 나 무시하는 거야!? 아님 귀머거리야?!〕
“그, 그게 아니라…….”
-ㅋㅋㅋㅋ아 개웃곀ㅋㅋㅋ
-아몬드 혼쭐나는 거 커엽
-아몬드…… 나랑 똑같구나. 수업 못 듣는 거.
-학업 성취도가 느껴집니다. 형님.
-원래 천재들이 자기 생각에 빠지면 이래ㅋㅋ
아몬드가 이렇게 혼쭐이 나는 걸 처음 본 시청자들은 한껏 웃어댔다.
아몬드 특유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아무도 완전 고결한 인간을 보기 위해 스트리밍을 보진 않으니, 오히려 이런 포인트들이 방송에선 긍정적이었다.
〔하…… 진짜…… 못하겠네.〕
“그, 그럼 그냥 그만둘까요? 다음에 다시하죠.”
아몬드는 거의 진심인 듯 보였다.
레이나는 어차피 게임 캐릭터니까 껐다 켜면 다시 화가 나지 않은 레이나로 돌아오겠지……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친놈이 여기서 방종각을 잡는다고?
-야 튜토리얼은 깨고 나가!!
-아니 ㅋㅋㅋㅋㅋ 도랏냐고!
-와 이제 레이나 ㄹㅇ 폭주하겠는데
-형 이거 저장 다 된다구!
방종각을 킬각처럼 볼 줄 아는 아몬드이기에, 시청자들도 화들짝 놀랐다.
더군다나 저런 포기성 발언은 레이나가 가장 싫어하는 발언.
아마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전부 빗나갔다.
〔뭐, 뭐!?〕
레이나는 되려 화들짝 놀라며 반문한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왜 그만둬?〕
“못 하겠다길래…….”
〔그, 그건…… 됐어.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야. 잘 들어.〕
갑자기 다시 수업을 진행하는 레이나.
그녀는 의도치않게 수많은 갈고리를 수집해 버렸다.
-????????
-???
-레……이나?
-속보) 레이나 얼굴 인식 기능이 패치된 것으로…….
-누, 누나 나한텐…….
-이게 뭐누?
아무리 레이나라도, 아몬드 같은 계약자를 놓치긴 싫었던 모양이다.
* * *
레이나는 다시 한번 강신에 대한 수업을 마쳤다.
〔요즘 너 정도 되는 계약자는 별로 없어서 특별히 다시 알려준 거야. 이젠 진짜 한번 해봐.〕
들어보니 그리 대단한 설명은 없었다.
단지 아몬드의 수업 집중력이 대단했을 뿐이다.
‘정해진 인지 동작을 만들어내면 그 즉시 발동이구나.’
인지 동작.
풀다이브 형식의 게임에선 스킬을 눌러서 발동시키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일단, 단순히 키보드가 없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가상 키보드를 띄워서 버튼을 누르게 해야하는데.
너무 느리다.
다음은 ‘사고 인지’ 방식이 있다.
생각만 하면 저절로 발동되는 방식이다.
이건 가끔 채택되는 방식이다. 킹덤 에이지가 대표적인 예.
그러나 사고 인지 방식은 복잡한 난전 중에는 제멋대로 나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람의 생각이라는 게 한 결로만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킹덤 같은 솔로 게임이라면 모를까, 난잡하게 얽혀 싸우는 멀티 플레이 게임에서는 쓸 수 없는 방식이다.
그래서 릴이 채택한 방식은 ‘인지 동작’ 방식이다.
어떤 특정한 동작을 취하면, 그 스킬이 나가는 것이다.
인지 동작들은 우연히 취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면서도, 빠르게 취할 수 있는 것들을 택하는데.
대체로 손가락을 통한 복잡한 움직임이 자주 쓰였다.
‘손날이랑, 검지 중지를…….’
예를 들어 레이나의 방식은,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왼손의 손날과 X 자로 교차시키면 강신이 발동된다.
‘이렇게?’
아몬드가 그 동작을 구현하자,
쿵──
묵직한 굉음이 울렸다.
[강신(降神) – 마궁수]눈앞에 붉은 피 같은 글씨가 떠올랐다.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의 기분 나쁜 글씨였다.
〔피로 맺은 계약을 지금 실현하겠다.〕
아까의 친근한 레이나와는 다른, 웅혼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내──
콰과광!
끈적하고 검붉은 핏빛이 전방에서 범람했다.
피로 만든 용암 같았다.
그리고 그 용암 안에서 점차 형체를 드러내는 누군가의 뒷모습.
매캐한 잿가루와 검붉은 용액과 대비되는.
하얀 피부, 푸른 망토, 은발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눈부신 금발.
“드디어 불러냈구나. 계약자.”
뒤를 흘겨보는 벽안에, 올려보는 아몬드의 얼굴이 비추었다.
눈을 마주친 레이나의 붉은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레이나아아아아!
-크, 레이나 강신은 언제 봐도 간지
-이게 갓겜이지
-쒯~~~!
-스킬, 누나 다 죽여! 발동!
다시 고개를 돌린 레이나는 전방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기리리릭──
휘날리는 푸른 비단의 로브와 금발, 그리고 정확한 자세의 드로우.
그 자체로 조각상으로 만든다면 억만금이 될 것 같은, 눈이 부신 자태.
그 위로 푸른 마나의 기운이 태동했다.
우우웅……!
커다란 활에 마나가 모여들었다.
주변의 공기가 벌벌 떨기 시작했다.
푸른빛은, 모이고 모여서 스파크를 만들어냈다.
파지지지직……!
그야말로 순수한 에너지의 응축.
그 거대한 에너지는 오로지 활대를 잡은 레이나의 손에 달려 있었고.
하얗고 가는 손가락은 이내 그것을 놓아주었다.
타앙──
야생이 다시 돌아간 거친 말처럼 달려나가는 에너지의 융합체는,
──콰아아아아아아아!!!
전방의 모든 것을 먹어치워 하얀 빛으로 휩쓸어버렸다.
태양처럼 강렬한 빛에, 계약자인 아몬드마저도 눈을 감아야 했다.
“…….”
쿠구구…….
대지는 아직도 그 충격을 다 흡수하지 못한 듯, 메아리처럼 흔들린다.
‘……와.’
연기가 걷히니, 적진 포탑 체력의 절반이 사라져 있었으며, 언덕에 포진해 있던 적 궁수, 달려오고 있던 병사들도 전부 없었다.
죄다 빛으로 타올라 죽은 것이다.
“이게 내 강신기다. 강신된 직후 한 번 발동하지.”
꿀꺽.
아몬드는, 막상 레이나의 강신기를 눈앞에서 보고서야 느꼈다.
‘이거다.’
이 화신이 어쩌면 사나보다 자신에겐 더 잘 어울리지도 모른다고.
아몬드의 표정을 확인한 레이나의 입가엔, 싱그러운 미소가 걸렸다.
조소 같은 게 아니었다.
“아직 다 가르친 건 아니지만. 이쯤이면 실전에 나가봐도 될 것이다. 계약자.”
“이제 스킬을 다 배운 건가요?”
“아니. 아직은 아냐. 다만, 말로 일일이 설명하기엔 많다. 원래 얻어터지면서 배우는 거지.”
씨익.
그녀는 한 번 웃어주었다. 안심하라는 듯이.
그 후, 레이나는 눈 녹듯이 사라졌고 튜토리얼도 끝이 났다.
-누나 가지 마 ㅠㅠㅠ
-누나 나 죽어어어어어
-누나 다 죽여어어어!
-와 존예 보스 ㅠㅠ
-ㄹㅇ 이래서 레이나 하지 ㅋㅋㅋㅋ
[튜토리얼을 완료했습니다!] [실제 전장을 도전해 보세요!]* * *
아몬드는 큐를 잡는 대기 공간으로 다시 소환되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텍스트가 떠오른다.
[계약자의 이름을 설정해 주세요.]닉네임이다.
아몬드는 당연히 아몬드로 하려고 했지만, 이미 누군가 주인이 있었다.
[해당 닉네임은 이미 사용 중입니다.]-엌ㅋㅋㅋ아몬드 뺏겼네
-아몬드는 뭐 뺏길 만도 하지.
-견과류 어떰
견과류도 시도해 봤지만, 그것도 이미 있었다.
‘장난 아니네.’
배틀 라지와는 차원이 다른 유저 수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음…… 별수 없네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거로 가겠습니다.”
[망나니 용사]아몬드는 자신이 광고하기로 되어 있는 모바일 게임의 이름을 적었다.
[계약자의 이름이 ‘망나니 용사’로 설정되었습니다.]“오. 됐네요.”
다행스럽게도 망나니 용사는 성공했다.
이건 광고를 하라는 신의 계시 같았다.
-무친놈…….
-날 속였어! 이건 광고잖아
-이 와중에도 광고를ㅋㅋㅋ
-혹시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마케팅 부서였습니까!?
-이게 뭐임?
-집념 오지네 진짜 ㅋㅋㅋㅋ
-광고의 신.
이제 아몬드는 얼른 전장에 가고자, 큐를 돌렸다.
[계약자 레벨이 너무 낮아, 랭크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랭크는 안 된단다.
-ㅋㅋㅋㅋ뉴비 컷
-민증도 없는 게 으딜 랭크야!
-ㅋㅋㅋㅋㅋㅋ엌ㅋㅋ
-아몬드 랭크도 못하누ㅠㅠ
“아…… 맞다. 저 쪼렙이군요.”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민폐겠구나.’
애초에 화신 겨우 하나 쓸 줄 아는 채로 랭크를 진행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레이나가 밴(Ban, 금지)되면 아몬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테니까.
팀원들에게 어떤 욕을 먹게 될지 모른다.
“음. 그럼 가볍게 노말 대전 해보죠.”
노말 큐는 5초 만에 잡혔다.
쉬이이이익!
순식간에 풍경이 바뀌더니, 어떤 마법적인 공간에 도달해 있었다.
거기엔 다른 4명의 계약자들, 그러니까 유저들이 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아몬드는 릴이 어떤 게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아 씨발. 레벨 1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