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2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25화
44. 노말대전(2)
“……어, 어떻게 하신 거예요?”
정글러의 입에서 절로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이 게임의 승패보다도 정글 플레이어로서 레이나의 성능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였던 거다.
“혹시 레이나 정글이 꿀인가?”
전형적인 유리 대포 원딜러인 레이나로 정글 포지션을 가면 몬스터에게 얻어맞아 죽는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7~10초 이상 소비되는 정글 몹을 거의 2초 안에 잡아내지 않았던가?
이러면 고려해 볼 법도 한 것 같았다.
어쩌면 숨겨진 꿀 캐릭터일 수도 있다.
“아…… 그냥 타깃을 좀 많이 맞혔더니. 이렇게 됐네요. 죄송합니다.”
아몬드는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첫 번째 정글 몬스터를 뺏기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다.
“허…… 그러시구나…… 그냥 타깃을 많이 맞히면…….”
어이가 없는 노하우다.
정글러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봤다.
뭘 해야 할지 목표를 상실한 인간 같았다.
“난 이제 정글링 어떡하냐…….”
이에 서포터가 의견을 제시했다.
“이렇게 된거 제가 정글분이랑 같이 다니면서 사냥 도울게요. 레이나님은 잠깐만 혼자서 버티세요. 레벨이 높으니까. 조금은 가능할 겁니다.”
그럴듯한 말이었다.
‘혼자서?’
다만 아몬드는 첫 게임, 첫 라인전을 혼자서 해야 한다는 게 걸렸다.
〔얼른 움직여. 병사들이 전장에서 격돌하기 직전이야.〕
결정을 빨리 내려야 했다.
아몬드는 까짓거 버텨보기로 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갈게요.”
첫 게임부터 혼자서 다수를 상대하다니.
이거 왠지 데자뷔가 느껴진다.
-프로 솔로 아몬드…….
-배틀 라지도 첫 판 솔쿼드로 하더니 ㅋㅋㅋ
-첫 판부터 바텀 2 대 1 라인전 ㄷㄷ
-앜ㅋㅋㅋ 이게 스타성이짘ㅋㅋㅋ
* * *
쿠웅! 카앙!
도착해 보니 이미 병사들은 서로를 둔기로 후려치면서 접전을 벌이고 있었고.
“어? 왔다.”
“한 명?”
적의 원딜과 서포터는 이미 아군 병사들을 쳐죽이고 있었다.
그들은 아몬드가 다가오자 저들끼리 뭐라 쑥덕거렸다.
〔계약자. 타깃팅 몇 개 할까?〕
적들을 발견하자 레이나가 곧바로 물어왔다.
아까의 늑대 스틸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인 듯했다.
아몬드는 고민했다.
‘개수가 많아질수록 너무 작아졌었지.’
엄지 손가락만 한 타깃을 맞히는 것도 가능하긴 했지만. 살아 움직이는 실제 유저들을 상대로는 조금 크기를 늘리는 게 좋았다.
“10개 정도로.”
15개에서 10개로 줄였다.
〔10개. 알았어.〕
스르륵.
적 병사들과 계약자들의 몸 위로 10개의 푸르스름한 타깃이 생성됐다.
이번엔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연사로도 맞힐 수 있을 법했다.
* * *
적 바텀 듀오들은 의아해했다.
“어? 뭔 타깃을 이렇게 많이 하냐?”
“그러게. 이게 되긴 하는 거였나?”
말했듯, 레이나는 아무에게나 이만큼의 타깃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이러면 오히려 망하지 않냐?”
적 원딜러가 키득댔다.
타깃 숫자가 많다고 절대 좋을 건 없다.
오히려 콤보가 끊겨서 대미지가 확 낮아지기만 하는 경우가 대다수.
〔적은 둘이니까. 조금은 수비적으로 싸우는 게 좋아.〕
레이나가 아몬드에게 첨언했다.
〔한 명이 널 견제하는 데만 집중하면, 굉장히 곤란해지거든.〕
그녀의 말대로였다.
서포터를 담당하는 적 계약자가 중간선을 넘으면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는 아몬드에게 맞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말했다.
“무슨 깡으로 혼자 왔냐? 경험치도 못 먹게 해주지.”
주위에 아군 병사가 잔뜩이지만,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흐아압!”
“으으억!”
그들은 저들끼리만 피 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당연했다. 병사들은 기본적으로 병사들하고만 싸우게끔 프로그래밍 되어 있고, 아군 계약자가 피해를 입어야만 그제야 반응한다.
“자. 보자 보자~ 어디 보자~~”
상대 서포터는 거대한 지팡이 같은 걸 들고 있었다.
[쿠이판 – 유황늪의 부두술사]화신은 쿠이판, 부두술사.
아몬드도 알고 있는 화신이었다.
기분 나쁜 소환수들을 만들어서 상대를 괴롭히는 게 주된 전술이다.
“으헹~!”
그리고 꼭 소환할 때는 저런 기분 나쁜 소리를 낸다.
푸지직.
아몬드의 앞에, 거대 몬스터의 변과 거의 구분할 수 없는 검은 늪이 생겨났고.
거기서 하반신 정도까지 올라오는 크기의 두꺼비가 하나 튀어나왔다.
“크르룩!”
부두술사가 크하하하 웃어댔다.
“력─겨운 두꺼비 맛 좀 봐라. 레이나!”
“으…….”
늪지 두꺼비.
보기만 해도 별로 다가가고 싶지 않게 생긴 녀석이고.
실제로 가상현실에서 눈앞에 마주하니 진짜 기분이 별로였다.
-으……ㅇㅈㄹㅋㅋㅋㅋ
-아몬드 형 비위가 별로 안 좋누
-아 씹 못 참겠다! 햇반 가져와!
-저거 비비면 밥 한 그릇 뚝딱인데. 뭘 모르누 ㅋㅋㅋㅋ
비위 좋은 시청자 몇이 그를 조롱했지만. 그렇다고 아몬드의 찌푸려진 미간이 풀리진 않았다.
그때, 두꺼비가 아몬드에게 뭔가 역겨운 것을 뱉어냈다.
꾸에에에엑!
“!”
저게 침인지, 늪지대 흙인지, 아님 토사물인지 뭔지 모르지만.
일단 전혀 맞고 싶지 않게 생긴 건 확실했다.
타악!
아몬드는 재빠르게 반응해서 몸을 좌측으로 날렸다.
치이이익…….
아몬드가 있던 자리엔 산성이 타들어 가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파앙!
그 직후, 아몬드의 푸른 활시위가 조용히 진동했다.
화살이 쏘아진 것이다.
푹!
그건 두꺼비의 미간에 정확히 꽂혀 들어갔고.
체력이 낮은 소환수인 두꺼비는 그대로 사라졌다.
“오. 제법인데?”
부두술사는 전혀 당황한 모습이 아니었다.
두꺼비는 어차피 무한 리필이었다.
저 부두술사의 마나가 있는 이상, 계속 뽑아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또 주문을 외운다.
또 다른 두꺼비가 늪에서 튀어나왔다.
쿠에에엑!
똑같이 토사물을 쏜다.
반복된다.
마치 리플레이를 돌린 것처럼.
‘빡센데…….’
견제가 너무 심했다.
적 병사들 막타를 쳐서 돈을 수급해야 하는데.
두꺼비를 넘어서 가면 체력을 너무 손해 볼 것 같았다.
“쿠루룱!”
두꺼비는 또 튀어나오고.
아몬드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그 공격을 피하고, 두꺼비를 쏴서 두꺼비를 없앤다.
버티고는 있었지만 이런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치이이이익…… 치이이이익…….
산성 액이 어느새 주변을 다 잠식해 가고 있었다.
‘점점 행동 반경이 주는구나.’
움직일 공간이 줄어든다.
이러면 언젠간 저 토사물을 맞을 거다.
-아 저거 바닥 생기는 거 개역겨워 ㅋㅋㅋ
-오우 쒯
-반응은 진짜 빠른데 ㅋㅋㅋ
-2 대 1이라 좀만 참자
-력겨운 두꺼비련 ㅋㅋㅋㅋㅋ
-어우…….
저 산성 바닥을 밟으려면 밟을 수는 있다.
다만 거슬릴 만큼의 체력 저하, 그리고 이동속도가 느려진다.
그러면 적 원딜러와 서포터의 합동 공격에 큰 피해를 입을 거다.
‘그럼 이대로 계속 피할 수가 없네.’
최대한 버티라는 주문을 받았었다.
2 대 1이다 보니 먼저 싸움을 걸면 불리하다고.
그런데 이렇게 버티다가는 그냥 늪지대로 다 변해 버린 땅에 빠져서 죽어버릴 것이다.
거기에 병사 막타를 못 쳐서 골드도 수급도 멈췄다.
이대로 죽으면 아무런 아이템도 못 살 거다.
그랬다간 게임 전체가 흔들린다.
“표정 좋구만? 으하하하! 어때? 더럽지? 어?”
부두술사는 아몬드의 찌푸려진 인상이 마치 해당 업계의 포상이라는 듯 좋아했다.
“레이나 짜응 더 인상 써줘~~!”
그럴 만했다.
이런 일그러진 표정을 보려고 저 화신을 고르는 것일 테니까.
-무친련ㅋㅋㅋㅋ
-아 게임 재밌게 하네 ㅅㅂㅋㅋㅋ
-노말에선 저렇게 해야 맛이 나긴 하짘ㅋㅋㅋ
〔지금 이동기를 가르쳐 줄까?〕
레이나가 질문해 왔다.
아까 레벨 업하고 아직 스킬을 배우지 않았었는데.
지금 상대가 사거리를 재면서 견제를 하니 이동기를 추천하는 것 같다.
〔이동기가 있으면 부두술사 쪽으로 이동해서 놈을 요격할 수 있어. 물론…… 상대 원딜러 계약자가 널 노리겠지만.〕
이동기라…….
좋을 것 같긴 한데.
지금 배운다고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방식은 간단해. 인지 행동이 곧 스킬이거든. 앞으로 구르면, 알아서 발동해. 훨씬 더 빠르게 구르면서 추가 이동속도와 공격력을 얻는 거야.〕
“이동기라는 게…… 구르기야?”
-ㅋㅋㅋㅋㅋㅋ 역시 똥캐 구르기가 스킬…….
-아니, 텔레포트라도 알려주는 줄 알겠습니다.
-엌ㅋㅋㅋㅋㅋ 레이나 찡 ㅠㅠㅠ
-그래. 똥캐는 구르는 거야…….
-“구른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다.
아몬드는 이 이동기에 한번 걸어보기로 했다.
“그래. 배울게. 그리고 타깃을 전부 부두술사 위로 바꿔줘.”
〔알았어.〕
아몬드는 이동기(구르기)를 배운 후.
부두술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하하하! 어때!? 어? 햇반 두 개 돌려와! 얼른!”
부두술사는 자신의 입조차 이 게임 스킬의 일부라는 듯이 마구 떠들어댔다.
입은 촐싹대지만, 자리는 묵직하게 지키고 있다.
일정선 이상을 절대 넘지 않는다.
레이나의 사거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안 닿겠는데.’
파앙!
아몬드는 일단 시험 삼아 활을 쐈지만.
잘 날아가던 화살은 부두술사의 바로 앞에서 사라진다.
“크으으으하하하! 사거리를 몰라? 원딜러가!?”
아무리 아몬드가 활로 날고 기어도, 이 게임에서 정해진 사거리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기회는 한 번이겠다.’
아몬드는 두꺼비가 오든 말든 오물 한번 뒤집어쓸 각오를 하고, 땅을 박차며 앞으로 뛰었다.
타악──
“……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쿠이판이 멈칫한다.
궁수가 갑자기 앞으로 돌진할 줄은 몰랐던 모양.
그러나 놀란 표정은 이내 조소로 바뀐다.
씨익.
두꺼운 입술이 커다란 호를 그리며, 말했다.
“뭐야 자살이냐? 야 폭주족! 서포트!”
그는 아군 원딜 ‘폭주족’에게 지원 요청을 했다.
적이 일정 거리 이상을 다가오면, 아군과 함께 아몬드를 같이 패서 죽이면 그만이었다.
그냥 버티기만 했으면 목숨은 부지했을 텐데.
저 레이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타살인데?”
아몬드가 조소를 띄우며 내뱉는다.
어느새 부두술사의 몸 위로 드리운 수많은 타깃들.
〔타깃팅. 20개.〕
20개의 엄지손톱만 한 작은 타깃들이다.
‘미쳤나? 이만큼 작게 만든다고?’
분명 미친 트롤짓이다.
이 작은 타깃을 어떻게 맞히나?
그런데 본능적으로, 쿠이판은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피융!
거리를 좁힌 아몬드의 활시위가 튕겨졌고.
퍼엉!
순식간에 타깃 하나가 박살 났다.
그리고, 다음.
파아앙!
두 개가 박살 났다.
곧바로 이어서 세 개.
퍼벙!!!
3연타로 인해 추가 대미지, ‘마력 피폭’이 발생했다.
[체력 30% 손실]쿠이판의 시야에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컥! 무, 무슨 이렇게 빨리…….”
순식간에 3타가 터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적은 최대 사거리에서, 최대 공속으로, 100%의 정확도로 타깃을 박살 내고 있었다.
푸른 마나의 활시위는 마치 파도가 된 듯 요동쳤고, 그야말로 쉴 새 없이 화살을 쏘아댔다.
퍼버버버벙!
4개, 6개, 9개…… 순식간에 11개의 타깃이 박살 났다.
퍼어엉!
2차, 3차 피폭이 일어났다.
[체력 80% 손실]쿠이판의 심장이 덜컥했다.
마지막 한 대를 더 맞으면 끝날 것 같았다.
“야, 야! 이 씹새야 CS만 처먹지 말고 와서 도와!!!”
쿠이판은 비명을 지르며 두꺼비를 소환해 놓고 뒤돌아 뛰었다.
두꺼비가 아몬드를 가로막는다.
아몬드는 개의치 않았다. 그대로 따라 뛰었다.
우웨에엑!
두꺼비가 뭔가를 토해냈다.
‘지금이다.’
지금이 구르기를 쓸 때였다.
아몬드는 지체없이 바닥으로 몸을 던지며 굴렀다.
후두둑…….
두꺼비의 토사물이 뒤쪽에 떨어지고, 아몬드도 체력에 피해를 입었으나.
[스킬. 구르기. 발동.] [추가 이동속도 20%] [추가 공격력 30]바닥을 구르고 일어나는 그 순간, 버프가 생겨났다.
아몬드는 이 기세를 실어, 활시위를 끝까지 당겼다.
기리리릭──
조준하는 곳은 도망치고 있는 쿠이판의 뒤통수에 그려진 타깃.
푸른 마나의 화살이 밝게 타오르며 그의 시위에 깃들었다.
우우웅……!
격하게 구른 후인데도, 언제나처럼 오른손은 미동도 없이 부드러운 릴리즈를 선사했다.
파앙!
도망치는 쿠이판의 뒤로 푸른 빛의 화살이 날았다.
“야아아아! 도우라고!”
“간다, 가! 근데 너 체력이 대체…….”
적 원딜러의 고함이 차마 다 뱉어지기도 전.
타아앙──!
12번째 타깃이 박살 났다.
강력한 마력 폭발과 함께, 펑!
부두술사의 머리가 터져 버렸다.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이게 팀의 첫 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