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2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27화
45. 강신(1)
〔전장에서 레벨 6이 되면 강신을 배울 수 있어.〕
레벨 6에는 강신을 배울 수 있다.
강신은 계약자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
그러니만큼 만약 혼자만 일방적으로 레벨 6을 찍었다면, 이때가 가장 이득을 많이 봐야 할 때였다.
〔지금 모든 계약자들 중에서 네가 유일한 6레벨이야. 현재로서는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걸? 역시 내 계약자다워.〕
-아니 레이나 버그 아니냐고요.
-말투 ㄹㅇ쌉버그 아님?
-갑자기 태세 변환이 너무 심하신데?ㅋㅋ
-레이나는 혹시 영혼이 바뀌었나요?
-누나! 나한텐 안 그랬잖아! 어떻게 된 거야? 어? 난 누나 입으라고 코스튬도 다 질렀는데!
-진짜 레이나는 트럭에 치여서 이세계로 감. 암튼 그럼. 이건 나의 레이나찡이 아님.
-레이나한테 안면 인식 기능 있답니다~~ 셔터 내려주세요~~ㅎㅎ
-그만큼 잘 쏘신다는 거지~
-거…… 서운하네. 레이나 양.
친근한 걸 넘어, 치근덕댄다고까지 느껴지는 현재의 레이나.
그 모습에 몇몇 시청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아마 레이나의 팬들일 거다. 레이나는 특유의 차가운 성격과 그에 걸맞은 수려한 외모 덕에 팬층이 탄탄한 화신이다.
저들의 웃긴 점은, 막상 랭크전에서는 레이나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러분. 진정하세요. 좋은 게 좋은 거죠.”
아몬드는 대충 얼버무리며 팬들의 화를 식혔다.
그러나, 그의 바람대로 좋은 게 좋기만 할 수는 없었다.
릴은 팀 게임이다.
혼자 잘한다고 게임이 잘 풀리진 않는다.
[스메부 더블킬!] [적이 학살 중입니다!]탑 라인에 있던 아군이 죽었다.
시작할 때 시비를 걸던 그놈이다. 제 친구인 정글까지 같이 죽었다.
그것도 모자라 미드까지 가서 목숨을 헌납한 것 같다.
[스메부! 트리플킬!]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트리플킬이라니.
게임이 휘청거린다.
탑, 정글만 죽은 거라면 모를까.
이러면 미드가 빈집이 돼서 아군 미드 포탑이 날아갈 수도 있다.
‘미드 포탑은 엄청 중요한 걸로 아는데…….’
막을 건 아몬드와 그의 서포터뿐이다.
〔우리가 미드로 가자. 그곳이 점령당하면 게임이 너무 불리해. 막아야 돼.〕
레이나도 마침 그리 제안한다.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포터에게 말했다.
“미드 갑시다.”
“예.”
이는 적 바텀 듀오, 폭주족과 부두술사에게 만큼은 큰 행운이었다.
“와, 씨……! 그 자식 미드 갔나 봐.”
다시 바텀 라인으로 돌아온 폭주족 폴이 대놓고 기뻐한다.
우락부락한 금발 깡패의 모습으로 저렇게 안심하는 꼴이 우습다고 느낄 법도 했으나, 옆의 부두술사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동료의 의견에 심히 동감할 뿐이다.
“크으~ 다행이네. 탑, 정글, 미드 새끼들…… 력─겨운 레이나한테 한번 당해봐라!”
“근데 보나 마나 우리 똥이 굴러왔다고 우리 욕할 듯…….”
“……쩝.”
둘은 잠시 멍청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이후, 그저 병사들을 죽이며 파밍에 전념했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파밍을 해둬야, 레벨이 비슷해질 테니까.
“근데…… 이 게임 지려나?”
“네~~버! 우리 탑 발키리 모름? 현재 메타에서 최고 력──겨운 놈이라고! 그놈이 트리플킬 먹었는데 지겠나?”
“아, 발키리. 요즘 티어가 높긴 했지.”
“그냥 높은 게 아니라 그 새끼는 릴 개발자의 딸이야! 내 두꺼비보다도 더러운……. 랭크였으면 필밴인데.”
* * *
레이나의 강신은 강력하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그녀를 불러내기 위해선 ‘명사수의 자긍심’을 100스택까지 꽉꽉 채워야 한다.
명사수의 자긍심은 타깃을 4콤보 이상 맞혔을 때 1스택씩 생기기 시작하며, 그 대상이 계약자인 경우엔 10스택으로 쌓인다.
그러니까 이론상 계약자에게 14콤보를 넣으면 곧바로 강신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스택이 미리 쌓여 있으면 좋은데.’
미드에 도착한 아몬드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지금껏 바텀 듀오를 두 번씩 죽이면서 당연히 이미 100스택도 넘게 쌓여야 했으나.
〔아직 날 강신시킬 수는 없어. 자긍심을 가득 채우도록 해.〕
현재 자긍심 수치는 0이었다.
이상하게도 레이나의 자긍심은 강신을 배우고 난 뒤부터 쌓이는 것이다.
이런 작은 디테일에서조차 레이나의 성능 평가가 안 좋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진짜로 성능이 모자라다기보단, 성능을 발휘하기가 너무 까다롭다.
이런 화신을 튜토리얼에서 추천해 주는 릴도 제정신은 아닌 셈. 하나 더 제정신이 아닌 건 지금 아몬드 앞에선 적팀의 미드라이너였다.
[투미드 고] [전격의 마법사 – 카이자드] [Lv.5]그는 조소를 띄우며 말했다.
“뭐야. 미드 막으려고 왔나? 어림도 없지.”
충분히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천천히 병사들 막타를 쳐내면서 계속 말을 건다.
“설마 레이나로 날 막으려고?”
보정 덕에 먼 거리에서도 또렷이 들리는 도발.
아직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진 않았기에 아몬드는 가만히 있었다.
“어디 막아봐.”
적은 손에 푸른 전격을 가득 담고 아몬드를 도발했다.
파지지직!
놈은 전격 메이지 계열의 화신, ‘카이자드’이었다.
와중에 놈의 눈이 계속 우측 수풀을 훑는다.
저 수풀 안에 누군가 숨어 있나?
“용사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서포터가 아몬드를 향해 조언했다.
“용사님. 가시면 안 돼요. 정글러가…….”
적 정글의 위치 파악이 안 되고 있다.
만약 저 수풀에 적 정글이 있다면, 원딜러 같은 저질 체력은 종이처럼 찢겨 나간다.
서포터는 이런 구도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저 원딜러에게 정보를 알려주며 조언하는 수밖에.
“……엥?”
그러나 서포터의 조언은 아몬드에게 닿지 못했다.
타악──
아몬드가 이미 앞으로 굴러버렸다.
[스푸라이트 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와! 저 띠꺼운 놈 죽이면 5만 원!]이 미션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 자본주의 구르기!
-엌ㅋㅋㅋㅋㅋㅋ
-미친 조금도 고민을 안 하누 ㅋㅋㅋ
-뭐? 미션? 구른다.
-이 스트리머는 5만 원에 구릅니다!
“요, 용사님!?”
사정을 알 리 없는 서포터가 당황했고.
적은 그 꼴을 보며 웃었다.
‘걸렸구나!’
그는 엄지로 손바닥 중앙을 누르며 인지 동작을 만들어냈다.
[전격 폭발]그의 손을 중심으로 푸른 전격이 피어오른다.
파직──!
푸른 전격은 몸 전체를 휘감으며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바닥으로 내리쳐졌고, 바닥을 따라 푸른 전격이 물처럼 흘렀다.
파지지지직…….
저걸 밟으면 상대는 체력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잠시 동안 발이 묶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 우측에서 뛰어오고 있는 정글러가 놈을 마무리할 거다.
“……?”
그러나, 놈은 전기를 맞지 않았다.
‘분명 굴러오고 있었는데?’
대신 날아오는 건 화살이었다.
이마 정중앙의 타깃이 터졌다.
퍼엉!
두개골이 흔들리는 느낌.
-와우! 앞구르기 뒤구르기 ㅋㅋㅋ
-페이크 오졌다
-카이자드는 스킬만 빼면 이기지
-캬~
마법사는 당황했다.
놈은 분명 앞으로 굴렀다가, 다시 뒤로 구르면서 활을 쐈다.
구르기를 두 번 써도 버프가 두 번 걸리진 않는다. 단지 스킬을 빼려고 심리전을 건 것이다.
그 속도와 판단력, 그리고 정확히 타깃을 터뜨리는 집중력.
이 3박자가 한 치 오차도 없이 맞아 들어갔다.
‘실력 상태가?’
이제야 바텀 듀오 폭주족 폴과 부두술사 쿠이판이 경고했던 게 생각난다.
「그 자식은 괴물이라고!」
「걔부터 막아야 된다니까?!」
‘진짜 고수라고?’
피유웅!
아니나 다를까 연이어 화살이 날아온다.
카앙……!
검은 그림자가 덮치며 화살을 전부 쳐냈다.
“뭐야! 왜 못 맞혀!”
등을 돌린 채 고함을 내지르는 망치 전사.
역시나 마법사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 역시 정글러 있었네 ㅋㅋㅋ
-뻔한 도발이었지 ㅋㅋ
-까비
“아…….”
전격 마법사 카이자드는 정신을 추스렸다.
“미, 미안.”
이길 수 있다.
정신 차리고 다시 마법을 맞히면, 정글러와 합공하면 이길 수 있다.
당연한 것 아닌가?
미드, 정글과 원딜, 서폿이 붙으면, 미드, 정글의 성능이 압도적이다. 특히 이런 초반엔 더더욱.
그는 망치 전사의 뒤에서 빠르게 인을 맺으며 다른 마법을 캐스팅했다.
[쇼크 웨이브]파지지직!
순식간에 푸른 스파크가 일직선으로 날았다.
이번엔 멀리 있는 대상을 맞혀 잠시 느려지게 하는 쇼크 웨이브다.
“!?”
타닥.
놈은 아주 간단하게 굴러서 피해버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활시위를 당긴다.
기리릭──
이번엔 망치 전사가 막아줄 수 없는 각도다.
언제 저런 데로 굴러갔는지 모르겠다.
푸른 화살이 날아와 명치에 꽂혔다.
푸른 타깃이 터져 나간다.
펑!
거기에 한 발 더.
이번엔 어깨다.
퍼엉!
이번이 세 번째 타격이다.
레이나의 마나 피폭까지 더해졌다.
콰아앙!
체력의 40%가 날아갔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구르면서 쏘는 화살로 타깃을 맞힌다니. 저렇게 할 수 있다면 레이나는 1티어 성능이다. 누구나 다 레이나를 하고 싶을 거다.
“비켜! 내가 죽이게!”
정글러가 나섰다. 그는 거대한 망치를 들고 하늘 높이 날았다.
레이나의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육중한 무게를 실은 일격이 대지를 박살 냈다.
쿠우우웅!!!
물처럼 출렁이는 땅. 뿌옇게 흩어지는 돌가루.
사방에 분진이다.
주변이 잠시 흐려졌다.
뿌연 먼지가 흩어진 후.
“!?”
적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기리릭──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레이나가 있었다.
망치 전사는 어이가 없었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은 이상, 어떻게 근접 전사형 화신 바로 앞에서 활시위를 당기는가.
튀어나온 간덩이를 다시 넣어주지! 이런 생각으로 휘두른 거대한 망치.
후우웅!
맞으면 그대로 납작한 호떡이 될 것 같은 일격.
그러나 망치는 허공만 갈랐다.
대신 팔에 묵직한 무게가 추가되었다.
아몬드가 망치 위에 올라탄 것이다.
활시위는 여전히 끝까지 당겨진 채였다.
망연하게 올려다보는 전사의 동공 속에서, 아몬드의 오른손은 시위를 조용히 놓았다.
퍼엉!
푸른 화살이 직격으로 꽂히며, 이마 위에 떠 있던 타깃이 박살 났다.
망치 전사는 휘청이며 망치를 놓쳐 버렸다.
“미, 미친.”
무기를 놓쳐 버린 전사는 생각보다 무력하다.
그는 등을 돌려 도망갔다.
충분히 멀어지면 무기는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레이나 앞에서 등을 돌린 대가는 처참했다.
퍼버벙!
등에 있는 타깃 3개가 순식간에 터져 나갔다.
콰앙!
마나 피폭이 터졌다.
전사는 앞으로 구르듯 휘청거렸다.
그래도 계속 달렸다.
망치가 다시 돌아올 정도로만 달리면, 승산은 있었다. 원거리 공격을 쳐낼 수 있는 스킬도 있으니까.
그러나 아몬드의 화살은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화살이 연이어 날아왔고, 그것들은 전부 타깃을 찢어발겼다.
[체력이 3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탱커인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3할 이하로 떨어진 체력.
그래도 전사는 계속 달렸다.
‘이거 망했는데?’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 되질 않았다.
그는 갱킹이 망했음을 직감했다.
그때.
파지지직!
카이자드가 마법을 다시 쏜다.
맞다. 난 혼자가 아니었다.
희망이 보였다.
그러나 금세 사라졌다.
“용사님!”
적도 혼자가 아니었다.
아몬드의 서포터가 방패를 세웠다.
터엉──
전격은 방패를 뚫지 못하고 허공으로 퍼졌고.
아몬드는 계속 사격에 집중했다.
순식간에 연사된 3개의 화살.
그의 화살은 놀랍게도 망치 전사가 아니라, 카이자드에게로 날아갔다.
“!?”
당연히 다 죽어가는 망치 전사를 노릴 거라고 생각했는지, 카이자드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맞다 나도…… 체력이 없지.’
3발이 전부 적중하며 마나 피폭이 터졌다.
콰앙!
카이자드는 그 자리에 없던 것마냥 시퍼런 불로 산화했다.
[미션 성공!] [스푸라이트 님이 5만 원 후원했습니다!]-ㄷㄷ 벌써 죽여 버리네
-미션이 거의 데스노트누. 걸리고 3분을 못 버티네.
-크!!
-앗…… 미션 지속 시간의 상태가…….
-돈을 내면 라이토가 될 수 있는 방이 있다?!
[망나니 용사를 막을 수 없습니다!]미드를 죽인 그 활은 이제 정글러를 향했다.
스르르륵……!
레이나의 작은 표적들이 수도 없이 그의 몸 위로 드리웠다.
정글러에게 그건 마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과 같았다.
그의 손엔 이제 망치가 들려 있었지만…….
‘망할.’
그는 인정했다.
희망은 없었다.
‘저놈이 더 잘한다.’
수많은 푸른빛이 그의 눈앞으로 쇄도하며 시야를 불태웠다.
타깃 연속 콤보로 축적된 대미지와 레이나의 연쇄 마력 피폭이 이어지며 그의 탄탄한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고…….
[전장의 지배자! 망나니 용사!]털썩.
결국 쓰러졌다.
‘망나니 용사……. 기억해 두겠다.’
그는 망나니 용사가 사실 광고용 닉네임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경외를 담아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