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2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28화
45. 강신(2)
한편, 아몬드 팀의 본진 성소에선 누군가 밝은 빛과 함께 부활했다.
아몬드 팀의 미드 라이너, ‘베트콩식 원딜’이다.
“아. 탑 괜히 갔어.”
그는 인상을 구기며 누가 들으라는 듯이 외쳤다.
“병신 트롤 새끼. 대기실에서 시비 걸 때부터 알아봤지.”
역시 빈 수레가 요란했다.
‘크로이사신’이 아이디였던가?
시작부터 1레벨 유저에게 욕하더니, 막상 자신도 별 실력이 없었다.
“중2병 아이디일 때부터 알아봤지.”
나이는 몰라도, 지능은 15살 아래일 거다.
얼마나 대줬길래 적 탑 라이너가 3 대 1을 이길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3 대 1이 말이 되냐. 3 대 1이?”
트리플킬을 먹었으니, 이제 더 괴물일거다.
[전장의 지배자! 스메부!] [스메부 → 크로이사신]마침 울려 퍼지는 소리.
아군 크로이사신이 죽는 소리다.
“하…… 미드 포탑도 날아가고, 탑도 날아가겠네.”
스메부는 적 탑이다.
그가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은 그냥 괴물이 되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 게임은 슬슬 터져가는 듯했다. 그런데…….
[망나니 용사 더블킬!] [전장의 지배자! 망나니 용사!]또 다른 전장의 지배자가 등장했다.
“뭐야…… 아까 그 레이나?”
레이나였다.
아까 바텀에서 잘 크더니, 지금 꽤 세진 모양이다.
적은 탑이 희망이라면 이쪽은 바텀이 희망인 셈이다.
계정 레벨 1짜리가 희망이 되어버리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못하는 레이나가 킬 먹으면 후반에 불리한데…….’
‘베트콩식 원딜’은 본인의 주 포지션이 원딜이기에 누구보다 잘 안다.
초중반엔 누구나 킬을 먹고 조금 잘나갈 수 있다.
그냥 얻어걸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런 거품은 중후반 한타에서 다 걷힌다.
대미지 딜링 능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러면 게임이 상당히 불리해진다.
‘어쨌든 미드 포탑은 지켰네.’
그래도 아직까지 결과는 좋았다.
미드는 지켜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베트콩식 원딜은 미드로 복귀했다.
* * *
서포터가 입을 떡 벌리며 외쳤다.
“와! 용사님! 정체가 뭐예요!?”
그는 굉장히 흥분한 듯 마구 침을 튀겼다.
“이, 이건 진짜 어나더 레벨인데?!”
방금 아몬드가 보여준 플레이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미드, 정글을 상대로 2 대 1 싸움을 저렇게 하는 원딜이 어딨단 말인가?
릴은 피지컬로 극복하는 데 한계가 명확한 게임이다.
저런 구도로 적 둘에게 물리면 죽는 게 당연하다.
특히 원딜러라면 반드시 죽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나머지 둘을 죽여 버렸다.
적들이 실수한 건 딱히 없었다.
전격 마법사 카이자드가 아몬드의 페이크에 낚였던 게 그나마 실수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실수마저도 사실 아몬드가 만들어낸 것이니, 전부 아몬드의 순수 실력이다.
“……당신 혹시 생체 코드 버그 쓰는 거예요?”
서포터는 달라붙어서 계속 물었다.
-저 쉑 듀오 각 재는 거 같은데 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ㅉㅉㅉ 이래서 도구들은~~
-서폿 입장에선 듀오 하고 싶지 ㅋㅋㅋ
“……아뇨.”
“그럼 인생 2회 차신가? 어떻게 이렇지?”
“하하…… 미드나 밀죠.”
-서포터랑 말 좀 해줘 ㅋㅋㅋㅋ
-서포터 불쌍해 ㅠㅠ
-도구가 어딜 원딜 왕자님에게 말을 걸어? 헡!
아군 미드 라이너 베트콩식 원딜까지 합류한 후.
아몬드는 적의 미드 포탑을 쉽게 밀어냈다.
또 큰돈이 들어왔다.
[귀환]잠시 성소로 귀환하여, 아이템을 구비했다.
그냥 레이나의 추천 템 위주로 맞췄다. 훨씬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이제 널 막을 만한 적은 없을 거야. 적의 탑 라이너 정도를 제외하면.〕
강해진 게 맞다는 레이나의 첨언이 더해졌다.
이후로, 조금은 평화로운 파밍 시간이 찾아왔다.
탕. 탕.
그저 병사들의 체력이 다 닳아갈 때쯤 화살 한 발씩을 꽂으면 되는 거다. 그나마 릴에서 가장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이 틈을 이용해 아몬드는 소통을 시작했다.
“아. 이제야 좀 게임이 조용하네요.”
릴은 배틀 라지와는 밀도 차이가 확연했다.
한 판에 수십 번 교전이 일어나고, 교전 심리전은 수백 번이 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와중에 방송까지 챙기는 건 초보인 아몬드에겐 무리였다. 그나마 생기는 이런 막간 파밍 시간에 방송을 해야 했다.
-이제야 소통하네ㅋㅋ
-풀집중하니 별수 없잖어ㅋㅋㅋ
-첫판이라 긴장해서 그럼.
-아하! 아몬드 하이!
-아까 너무 멋있었어요!!
아몬드가 다시 소통을 하자 시청자들의 채팅이 마구 늘어났다.
“아, 아까 미션금 5만 원 감사합니다. 스푸라이트 님.”
아몬드는 아까 미처 전하지 못했던 감사 인사도 전했다.
[스푸라이트 님이 ‘5만 원’ 후원했습니다!] [5만 원 갖고 뭘…… 더 가져가시죠!]-????
-이럴 수가
-ㅋㅋㅋㅋ어 ㅋ
-인사를 늦게 했더니 돈이 복사가 된다?
“연이은 후원 감사합니다. 무슨 소리예요. 5만 원도 크죠.”
-영혼 좀 넣어봐.
-어이 망나니 용사. 양심 좀 챙기라고.
-아몬드(광고 3개 진행 중) : 5만 원도 크죠.
아몬드가 5만 원을 고마워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말도 맞았다.
더 이상 5만 원은 그에게 중요한 액수가 아니긴 했다. 망나니 용사 광고만 해도 5천의 단가를 받아내지 않았던가?
그러나 미션의 액수가 낮다고 대충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었다.
미션은 크고 작은 걸 떠나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맞았다.
「성공한 실력 방송 중에, 미션을 소홀히 하는 방송은 없어.」
주혁이 했던 말처럼. 미션은 실력 방송의 근간이다.
실력도 자연스레 보여줄 수 있고, 시청자도, 후원자도 모두 즐거운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아몬드도 미션을 받자마자 앞으로 구른 것이다.
“돈 문제가 아니라, 저는 미션은 무조건 다 열심히 합니다.”
아몬드는 진심을 담아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
[미션이 거절되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ㅋㅋㅋㅋㅋ
-1초 전에 뭐라 말했더라?
-대단하다! 아몬드!
“예? 뭐가 있었나요?”
때마침 레이나가 그를 구원해 줬다.
〔계약자. 이제 탑으로 가자.〕
바텀과 미드를 밀었으니, 탑 라인을 밀 차례였다.
“아, 탑으로 가야겠네요!”
-(대충 입만 벌리면 구라라고 하는 음성)
-토끼 귀 해줘 ㅠㅠ
-아, 형 10만 구독자 이벤트로 하려고 아끼는 거지? 그렇게 믿을게!
* * *
우거진 수풀, 습하디습한 정글을 지나서 도착한 탑 라인. 이곳은 소위 남자들의 라인이라 불리는 외로운 공간.
5명 중에 가장 혼자 활동하는 빈도가 높은 라인이다.
그런데 오늘 아몬드의 탑 라인은 외로운 걸 넘어서 거의 삭막해 보였다.
휘이이이잉…….
어딘가 휑한 느낌. 마치 배틀 라지의 사막 맵을 보는 듯한.
“……여긴 뭔가 다른 느낌인데요?”
눈을 마주친 탑솔러, 크로이사신이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 그게…….”
자세히 보니 아까 욕했던 그놈이다.
“포탑이 밀렸습니다.”
“아…… 왜요?”
“…….”
아몬드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은 것이지만, 탑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서포터가 끼어들어 마저 설명했다.
“그냥 탑이 발려서 포탑이 밀린 거예요, 용사님. 아까 우리 적 바텀처럼요.”
“아…….”
적 바텀을 예시로 드니까 바로 이해가 됐다.
“바, 발린 것까진…….”
크로이사신은 한 줌 남은 명예라도 회복하고 싶었으나 본전도 못 건졌다.
“발린 거지 뭐야, 이게. 닥치고 라인에 몸빵이나 서세요.”
서포터는 아몬드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크로이사신에게 명령했다.
“……아, 예. 근데 저 몸빵 아닌데……. 딜러인데.”
“아, 그냥 가시라구요. 앞으로. 적 정글이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넌 뒤져도 되니까!”
“……아, 예.”
크로이사신은 그걸 또 끄덕이며 앞으로 걸어간다.
-꼴에 딜러냐고 ㅋㅋㅋ 그냥 든든~한 탱커나 하지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아니, 초반의 포스 어디 갔어
-이게 그 일찐 같던 탑이 맞냐? 가슴이 옹졸해진다…….
-예절 주입 똑바로 됐누 ㅋㅋㅋ
-꼴 좋다 ㅋㅋㅋㅋㅋ
-서포터 성깔 뭔데 ㅋㅋㅋㅋㅋ
“하아. 라인 겁나 밀렸네. 자, 자. 얼른 몸 대면서 나가요. 우리가 치울 테니까.”
“예…….”
전선은 한참 후퇴되어 있었다. 이걸 다시 앞으로 밀고 가는 것만으로도 일이었다. 전선을 밀다가 적들이 들이닥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니.
누군가는 앞에서 몸빵을 서야 했다.
그게 탑의 역할이다.
탑이 앞장서서 시야를 밝히고, 아몬드와 서포터는 뒤에서 병사들을 치웠다.
점차 전선은 북상해 나갔다.
약 2-3분 후.
드디어 적의 포탑이 보였다. 그리고 거기엔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다.
“어……!? 어?”
“아씨. 쟤네 또 여기로 왔어!”
마침 탑 포탑을 지키러 온 바텀 듀오.
부두술사 쿠이판과 폭주족 폴이다.
그들은 아몬드에게 PTSD가 발동했는지, 뒷골을 움켜잡고 있다.
“……?”
크로이사신은 왜 저들이 저렇게 심란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아몬드의 플레이를 눈으로 보지 못해서다.
‘바텀이 흥하긴 했는데. 저 정도인가?’
흥한 건 아는데.
솔직히 탑 털린 거에 비하면 바텀은 양반인데. 거의 거품을 물고 있으니.
크로이사신에겐 참 이상한 반응이었다.
“려, 력──겨운! 레이나! 정글 불러! 콜!”
“나, 나 여, 여기서 못 있을 것 같아…….”
둘은 무슨 진짜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다.
이게 정말 계정 레벨 1에게 보이는 반응이라니.
“빨리 밀어요. 그냥.”
아몬드는 그냥 적 듀오가 없다는 것처럼 포탑에 화살을 박기 시작했다.
펑! 펑!
포탑은 병사를 우선시해서 제거하기 때문에 계약자는 자유롭게 칠 수 있다.
다만 아군 계약자가 공격당하는 순간, 그 대상을 가장 우선으로 처치한다.
즉, 포탑에서 계약자끼리 싸움이 일어나면, 포탑이 있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포탑의 공격은 확정 타깃팅에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으니까.
그러나 그런 건 현재 의미가 없었다.
적 듀오가 애초에 전의를 상실하고, 주춤거리고만 있었으니 말이다.
퍼버벙! 퍼벙!
아몬드가 포탑의 단단한 벽을 점차 허물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그냥 눈 뜬 채 포탑이 밀릴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 듀오는 그냥 포기한 듯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
-쟤네 뭐 하냐 ㅋㅋㅋㅋ
-아니, 저렇게까지 쫀다고?
-렙차가 3렙 차나 나긴 함.
-하긴 서폿이 포탑 어그로 끌고 아몬드가 다이브하면 쟤네 죽을 듯
-아군 탑은 그저 어리둥절ㅋㅋㅋㅋ
-근데 적 탑은 어디 감?
채팅을 보던 아몬드도 의문이 들었다.
‘그나저나…… 적 탑 라이너는 어딨지?’
적 바텀 듀오는 몰라도, 탑은 조심해야 했다.
레이나가 경고했을 정도니까.
지이이이이잉……!
그때, 이상한 감각이 몰려왔다.
“……어?”
바닥의 울림이 심상치 않았다.
“바닥이 왜 이러지?”
“예? 뭐가요?”
다른 플레이어들은 느끼지 못했지만, 살아남아라 기록 보유자 아몬드는 달랐다.
‘뭐가 오는 것 같은데.’
모든 게임은 강력한 스킬 앞에 전조 현상이 있다.
특히 릴은 그런 설계가 잘 되어 있다.
이건 뭔가 오는 게 틀림없다고, 아몬드는 직감했다.
그 순간, 희미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계약자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그림자.
아몬드는 온 힘을 다해 뒤로 굴렀다.
타닥!
“피해──”
슈우우우웅……!
극명하게 들려오는 효과음.
하늘에서부터 떨어져 내리는 한 줄기 빛.
그것이 땅에 닿는 순간.
쿠우우우웅──!
대지가 파도처럼 출렁인다.
이어지는 엄청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휘이이이잉!!
뿌연 흙먼지가 그 충격파와 함께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그제야 보이는 거대한 신형의 정체.
[스메부] [발키리 – 굳건한 날개] [Lv.6]적 중의 가장 강한 라이너, 스메부였다.
촤르르륵!
검으로 만들어진 철의 날개가 마치 살아 있는 듯 등 위에서 펄럭였다.
강철의 날개를 무기로 삼아 싸우는 화신, ‘발키리 – 굳건한 날개’가 이 세상에 현신한 모습이었다.
“두둥등장! 똥 치우러 왔다. 버러지들아!”
* * *
스메부, 현재 그는 5킬을 기록 중이다.
게다가 강신 상태.
‘싹 다 치워주지.’
자신감은 최고조였다.
아군이 어떤 똥을 싸든, 내가 치울 것이라는 결의마저 들끓었다.
그러나 ‘똥’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던 그의 입꼬리가 점차 내려갔다.
어떤 붉은빛 때문이다.
“어? 뭐야……?”
〔피로 맺은 계약을 지금 실현하겠다.〕
레이나의 목소리와 함께, 시뻘건 핏빛이 범람했다.
파지지지지직──
아몬드의 신형을 감싸며 타오르는 붉은 기운.
“뭐야. 저거 설마 레이나 강신이냐? 대체 얼마나 푸짐하게 싸지른 거야?!”
탑이 6레벨인데, 원딜러의 레벨이 벌써 6을 넘었다니.
심지어 레이나의 강신 스택을 다 채웠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중이다.
[강신(降神) – 마궁수]“제기랄 이 빌어──”
그의 욕설은 다 이어지지 못했다.
[강신기(降神技) – 데미안의 해방된 화살]콰과과과광!!!!
한껏 쌓인 레이나의 스택이, 그녀의 화살에 담겨 날아왔으니까.
하얀빛으로 사방이 다 뒤덮이는 건 순식간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두둥퇴장!
-두둥퇴장 씹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등장과 동시에 퇴장 위기
-너만 강신 있냐!?
-강신기 : 누나 다 죽여어어어어ㅓ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