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2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29화
45. 강신(3)
발키리는 기본적으로 탱커다.
체력과 방어력이 꽤 높다.
레이나의 강신기 한 방으로 죽을 리는 없었다.
그런데……
[주의! 막대한 피해!] [체력의 50% 이상이 소모되었습니다!]삐이이!
경고문이 떠오를 정도의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50% 이상, 반 피가 날아가다니.
탱커가 입는 피해치고는 너무 심했다.
그는 억울한 목소리로 오열했다.
“이 빌어먹을, 팀운 좃망겜!”
아군이 레이나를 입혀주고 맥여주고 재벌집 외동딸마냥 잘 키운 덕이다.
방금의 강신기는, 100스택 강신이 아니었다.
“어떻게 지금 레이나가 150 스택이야!”
이런 대미지라면 150 스택 이상은 쌓아야만 가능했다.
그의 눈길이 뒤쪽의 바텀 듀오를 향한다.
버럭.
목에서 절로 튀어나오는 고함.
“대체 얼마나 처맞아준 거야!? 7레벨에 150 스택짜리 레이나가 말이 되냐! 봇전에서도 이렇겐 못하겠다!”
벌레 같은 두 명의 바텀 듀오.
원딜과 서폿.
[부두술사 – 쿠이판] [Lv.4] [폭주족 -폴] [Lv.4]쿠이판과 폴이 그래도 변명이랍시고 입을 연다.
“그, 그게 무슨…… 우린 딱 두 번만 죽었어!”
“미드 정글이 또 대줘서 그렇지! 우린 6렙 전에 죽었다고!? 그러니까 스택이랑은 상관없잖아!”
하.
스메부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저건 변명이 아니라 거의 자수였다.
“6렙 전에 나란히 두 번씩 죽어? 사람 새끼들이냐?”
퍼엉!
그때, 스메부의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레이나의 사격이다.
‘뭐? 포탑 어그로도 무시하고?’
아직 우리 포탑이 살아 있는데도, 다가와서 쏜다.
거의 모든 화신들은 포탑보다도 사거리가 짧다.
그러나 레이나가 강신을 쓰는 동안은 예외.
실체화한 레이나의 도움으로, 마나 화살의 마력은 한층 더 끓어올라서 훨씬 길게 날아간다.
‘그랬었지. 레이나의 강신…… 평타 사거리도 늘어나지. 하도 오랜만에 봐서 까먹었네.’
발키리는 일단 공격을 막기로 했다.
촤르르르륵.
등 뒤의 거대한 날개가 앞으로 감싸지며, 자신의 계약자를 보호했다.
촘촘한 칼날이 시야를 덮었다.
이러면 원거리 공격은 대부분 막힌다.
그러나──
“!”
펑!
여전히 화살은 들어와 꽂혔다.
‘뭐야?’
칼날과 칼날 사이의 틈.
이 촘촘한 틈을 조준해서 날아오는 것이다.
저 먼 거리에서, 이 실낱같은 틈을 노려 마나 화살을 쑤셔 넣고 있다.
‘뭐, 뭔 이런 버그 같은…….’
가끔 게임에서, 맵이 뚫려 버리는 버그 같은 게 자주 있다.
그런 버그로 오인받기 딱 쉬운 장면이었다.
퍼버벙!
체력이 또 10% 이상 소실됐다.
일방적으로 처맞고 있다.
피유웅!
푸른 빛이 또 순식간에 도달한다.
퍼엉!
어떻게 막아도, 화살은 어떻게든 뚫고 왔다.
퍼벙!
심지어 두 개씩 날아온다.
강신된 레이나 역시 계약자를 따라 같이 활을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미지는 2배, 아니, 3배 이상이었다.
퍼어엉!
[체력이 4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한 번도 아니고, 몇 번째 같은 방식으로 화살이 꽂힌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실력 차이가 압도적이다.
벽이 느껴진다.
일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달려오는 트럭을 멍하니 보는 멍청한 드라마 속 주인공 같았다.
〔뭣하는 것이냐. 계약자. 날지 않고?〕
화신, 발키리가 참다못해 다그쳤다.
〔나를 짊어지고, 고작 저런 시퍼렇고 요망한 년에게 질 셈이냐?〕
스메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나 강신 중이잖아?’
상대의 실력에 압도되어 잠시 잊었다.
그는 강신 중이다.
심지어 그의 화신은 현재 압도적인 1티어 성능으로 평가받는 발키리.
발키리는 강신했을 시, 거대한 철의 날개가 되어 계약자에게 들러붙는다.
본인이 직접 실체화되지 않고, 자신을 대표하는 전설의 상징인 날개로서만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날개는 말 그대로 만능이었다.
뛰어난 보호막도 되며, 화려한 공격기도 있으며, 무엇보다…….
날 수 있다.
척!
그는 손바닥을 위아래로 엇갈려 맞대며, 인지 동작을 만들어냈다.
[비행]촤르르륵…….
철의 날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본래 계약자의 힘으론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천근의 무게. 그것이 위, 그리고 아래로 펄럭인다.
무모하리만치 거대하고, 수백의 칼날이 겹쳐 흉측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날개가, 마치 깃털처럼 부드럽게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는 건,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훙!
후우웅!
모랫바닥에 동그란 파동이 퍼져 나갔다.
후웅!!!
한 번 더, 그것이 강하게 바닥을 박찰 때.
타아악!
빛으로 타오르며 위로 솟구치는 신형.
‘왜 발키리가 사기캐인지 보여주지.’
그는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끝이 아니었다.
그의 손가락이 교차하며, 또 다른 인지 동작을 만들어냈다.
[칼날비]촤르르르륵.
날개를 이루고 있는 칼들이, 하나둘 그의 앞으로 정렬된다.
날은 전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 * *
‘날아……?’
아몬드는 조금 당황했다.
다시 날아오를 줄은 몰랐다.
현실적인 게임만 하던 그에겐 전혀 익숙지 않은 상황.
“아, 미친. 비행 – 칼날비 콤보다! 그냥 튀자……. 여기 포탑은 나중에 밀어!”
“용사님? 이거 그냥 물러가는 게 좋겠습니다. 솔직히 발키리 같은 좃사기캐가 강신했을 땐 한 번 산 게 다행이라구요. 심지어 옆에 저 머저리가 킬도 어지간히 헌납해서…….”
아군이 절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망쳐야 한단다.
아몬드도 왜인지 짐작은 됐다.
대강 훑어봐도, 상대하기 까다로워 보인다.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칼을 비처럼 뿌린다니.
‘도망칠까?’
도망가려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왜일까?
하필 그때 불현듯 코치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예로부터 명궁은 하늘을 나는 새도 맞힌다고 하였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활 실력.
이 말은 굳이 양궁을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흔히 쓰이는, 특별할 것도 없는 관용구였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궁수.
이 문장은 오래전부터 어떤 명예처럼 자리를 잡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땅을 뛰어다니는 것들보다, 하늘을 나는 것을 잡는 게 배는 더 어려워서다.
예로부터 활잡이들끼리는 나는 새를 맞히는 것은, 큰 자랑거리였고, 늘 그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목표였다.
‘하늘을 나는 새…….’
현재 상현의 얼굴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 발키리의 신형.
저것 역시 하늘을 날고 있다.
‘하늘을 나는 걸 쏘는 건…… 상상해 보지 못했어.’
땅 위를 뛰는 것을 쏘는 상상은 많이 해봤다. 그 정도는 실생활에서 접하기 어렵지 않았다.
근데 하늘을 나는 것은?
두근──
심장이 크게 울렸다.
“용사님! 어서요! 용사님 킬 많이 먹어서 죽으면 돈 퍼준다구요!”
다시 재촉하는 서포터.
“굳이 비행 – 칼날비 타이밍에 상대할 필요 노노입니다!”
확실히 그렇다. 도망가는 게 옳다.
적은 강신 상태고, ‘칼날비’라는 큰 기술을 쓰는 중이다. 칼날이 비처럼 내려오는 기술.
소나기는 피하는 게 옳다.
한데, 심장은 왜 이리 뛰는 걸까?
두근─ 두근─
‘쏘고 싶은데.’
여기서 도망치면 적의 비행은 끝난다.
그렇다면 이 설렘도 끝날 터다.
비행을 하는 중에 쏘고 싶었다.
아몬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상현은 저 위, 한 줌 점이 된 발키리의 신형을 조준했다.
“요, 용사님?!”
“이 기회를 놓치긴 싫어서요.”
“기회…… 요……?”
서포터는 멍청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에겐 위험으로 보이는 것이, 아몬드에겐 기회로 보이고 있다.
“도망치려면 쳐요.”
아몬드는 처음 양궁 과녁장에 섰을 때를 상상하면서 그는 푸른 마나를 잡아당겼다.
파지지지직……!
이때부터 그의 귀엔 아무것도 안 들렸다.
콰앙──!
묵직한 시전음과 함께, 새빨간 텍스트가 위에 떠올랐다.
[칼날비]‘온다.’
촤르르르르륵!
칼날이 비처럼 쏟아졌다.
날카롭게 벼려진 강철이 하늘을 융단처럼 덮었다.
그리고, 전부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에라이! 뭔 소린진 모르겠지만 일단 막아봅니다!”
서포터는 결국 아몬드에게 달렸다. 그리고 자신의 방패를 한껏 위로 들어 올렸다.
척!
하나 그 방패에 칼날이 닿는 순간은 오지 않았다.
아몬드가 활시위를 튕기기 시작했다.
화살이 하나둘 날아가더니.
점차 빨라진다.
수도 없는 숫자의 마나 화살이 날았다.
활이 푸른 불을 뿜는 것 같았다.
옆의 레이나의 활도 마찬가지로 고속으로 화살을 쏴댔다.
각각의 화살이 전부 각각의 칼날을 쳐내기 시작했다.
캉! 캉! 카강!
화살과 칼날은 수도 없이 부딪혔다.
붉은 칼날과 푸른 화살이 만들어내는 전선(戰線).
그 경계에서 불꽃이 튀었다.
화르르륵!
전선은 점점 하늘 위로 솟구쳤다.
“……뭐?”
서포터의 입이 떡 벌어졌다.
발키리의 칼날비가, 밀리고 있었다!
카가가가강……!
수도 없이 많은 칼날을, 수도 없이 많은 화살이 쳐내고 있었다.
-ㄷㄷㄷㄷㄷ
-내가 지금 뭘 보고있는 거누
-전 버그 리폿하러 갑니다.
-와……
-헐ㅋㅋㅋㅋ
-그냥 이해하기를 포기했습니다. 형님. 리폿이나 먹으세요.
-오늘 무조건 레이나한다 쓰읍…….
결국, 전선은 끝까지 위로 밀렸다.
수많은 칼날을 뚫고, 하나의 화살이 처음으로 발키리에게 닿았다.
펑!
푸른 타깃이 터지며 폭발이 일어났다.
고고한 항성처럼 떠 있던 발키리의 신형이 휘청였다.
“!”
이리저리 파리처럼 휘청거리는 모양. 이 거리에서도 발키리가 당황한 게 느껴졌다.
그렇다 해도 맞히기가 쉽진 않았다.
3차원으로 이리저리 움직여대는 타깃을 정확히 맞히는 건, 아몬드에게도 하나의 도전이다.
-아오 저 사기캐 ㅋㅋㅋ
-또 발작하네
-ㅂㄷㅂㄷ……
-저게 말이 되냐? 성능이?
-X대로 해도 X사기임
발키리가 사기캐?
아몬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되려 그는 좋았다.
그걸 잡으면 오히려 빛나는 건 자신일 테니까.
기리릭──
빠르고, 부드럽게, 그리고 미동도 없이 당겨지는 풀 드로우.
그리고, 릴리즈.
파앙……!
이리저리 8자를 그리며 날던 발키리가 휘청였다.
퍼엉!
연이어 자비 없이 쏘아진 화살이 또 꽂혔고.
다시 아몬드의 릴리즈가 이어졌다.
한 번, 두 번…… 다섯 번.
퍼어엉! 퍼버벙!
약 5연사가 전부 적중했다.
와중에도 점처럼 보이던 파란 타깃을 터뜨리면서.
“저, 정체가 뭡니까 선생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탑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와 동시에 발키리가 땅으로 추락했다.
쿠우웅──
[망나니 용사는 전설적입니다!] [망나니 용사 → 스메부]전설.
이 게임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탑 도게잨ㅋㅋㅋㅋㅋㅋㅋ
-탑 쉨ㅋㅋㅋㅋㅋㅋ 도게자해서 봐죠따
-와…… 이걸 라이브로 본 내 인생이 ㄹㅇ 레전드. 라이프 이즈 레전드…….
-아몬드는 전설이야! 아몬드는 전설이야! 아몬드는 전설이야!…….
-개무식한데 개잘하네 ㅋㅋㅋ씹ㅋㅋㅋ
-아니, 이걸 다 쳐내면 어떡합니까 형님. 그러라고 만든 스킬이 아닌데…….
-나 진짜 리폿하러감 ㅡㅡ 이건 버그임.
-지능? : 0, 피지컬? : 100, 게임? : 승리. 불만 있나?
비록 계정 레벨은 1이지만, 아몬드는 이 게임에서만큼은 전설이었다.
여기서 게임은 크게 기울어버렸다.
* * *
이후엔, 아몬드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지 못했다.
〔지금은 에픽 몬스터를 잡으면 좋아.〕
〔이제 다시 미드로 가서 쭉 밀어.〕
〔적의 성소를 지키는 두 개의 탑이야. 조심해.〕
그저, 레이나가 시키는 대로, 서포터가 말하는 대로 따라가서 딜을 쑤셔 박았더니.
게임이 거의 끝났다.
“고지가 머지않았네요!”
“이걸 이기네…… 크하하.”
쿠구구궁──
성소 앞의 마지막 두 개의 탑까지도 무너졌다.
〔이제 성소만 부수면 우리의 승리야!〕
첫 번째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되는 순간이었다.
아몬드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첫 승리] [35만 원]어느새 첫 승리 미션금도 저만큼이나 쌓여 있었다.
-캬 첫판부터 노데스 승리…… 이게 재능인가?
-풍선껌 : 내가 아몬드보다 릴은 잘하지!
-풍선껌 오열 ㅋㅋㅋㅋ
-껌 ㅠㅠㅠ
빠바바밤!
그때, 간만에 울리는 트럼펫 소리.
[아이유어파더 님이 무려 7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와~~ 아몬드 님~~^^ 방송 너무 잘 보고 있어요~~~ 월급날인데 마침 릴 첫 승이시네요~~~ 축하합니다아아~~~]70만 원.
미션금도 합치면 105만 원이나 된다.
이런 금액이 들어오면 아몬드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와! 아이유어파더 님 감사합니다!”
뭔가 활기차진 목소리에, 시청자들은 불안에 떨었다.
-노데스 승리? 절대 못 참지! 도네로 죽어버리기~!
-방종 안 돼!
-방종! “멈춰!”
-앗…… 그러고 보니 이, 이 액수는…….
-아몬드…… 그를 죽일 수 있는 건 도네뿐이지.
-아몬드 정수리 엔딩? 스으읍. 군침 도네.
-근데 릴에서 정수리가 됨?
-이번엔 어케 죽으려나……ㅎㅎ
그리고 그들의 불안은 적중했다.
아몬드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화살은 중간에 사라지는데…….’
어떻게 해야 자신의 정수리에 화살을 꽂을 수 있는지. 이 게임이 시작하고 최대로 머리를 쓰고 있는 아몬드.
고민하던 그의 눈길이, 슬쩍 하단의 스택으로 향했다.
[마궁수의 자긍심×114]“호오.”
아몬드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레이나가 반문했지만.
아몬드는 일단 그녀를 불러냈다.
[강신(降神) – 마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