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3화
6. 퍼펙트샷(1)
도토리묵은 퍼펙트샷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퍼펙트샷이 실존한다고 주장하다가 몰매를 맞은 기억.
-아, 또 약 파네, 이 새끼.
-게임사가 ㅄ임? 그런 걸 만들게?
-조건은 뭐 그리 까다로워.
-그런 게 있으면 직접 보여주시든가.
도토리묵은 억울했다.
‘그래……. 나도 보여주고 싶다.’
그는 기능이 있다는 걸 직감할 수만 있었을 뿐, 막상 그걸 보여줄 능력은 없었던 것이다.
결국 퍼펙트샷이란 건 그냥 도토리묵이 만들어낸 가설 같은 게 되어버렸고, 그가 활 챌린지를 그만두면서 서서히 기억에서 잊혀졌다.
현재로선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이 퍼펙트샷의 존재조차 몰랐다.
그러니 지금 아몬드의 채팅창이 이 모양인 것이다.
-도토리묵 또 퍼펙트샷 ㅇㅈㄹ하네.
-퍼펙트샷이란 게 뭔 기능 같은 거임?
-걍 감탄사 아님?
-사장님 나이스 샷 같은 거 아님?
도토리묵의 후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보는 자들도 있긴 했지만, 대개는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게 진짜 있는 거임?
-걍 풍문인 줄 알았는데.
-지금 저거, 도토리묵 찐임?
-그딴 게 어딨음ㅋㅋㅋㅋ 그냥 활 힙스터 새끼들이 지어낸 전래동화임.
-활스터 엌ㅋㅋㅋ
심지어 도토리묵이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는 자들도 있었다.
‘하. 답답하네.’
도토리 속으로 답답함을 토로했으나, 그 스스로는 방법이 없었다.
‘아몬드 님이 시원하게 말해주면 되는데.’
여기서 제일 좋은 방법은 상현이 직접 내가 퍼펙트샷을 쏜 게 맞다고 해주는 것이다.
도재묵은 그러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여태껏 진실을 말해왔음이 밝혀지길 원했다. 이제 드디어 그 퍼펙트샷을 마음껏 쏘는 인간이 등장했으니까.
그런데…….
“……퍼펙트샷이란 게 있어요?”
상현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말.
도재묵은 모니터 앞에서 잠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뭐지?’
충격적인 걸 넘어서 신비할 지경이었다.
‘아니,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쏘던 게 퍼펙트 샷인데 그게 뭔지 모른다고? 농담인 건가?’
안타깝게도 아몬드의 표정이나 이어지는 말을 보아하니 절대 농담 같진 않았다.
“그거 중요한 기능인가요?”
자기가 직접 퍼펙트샷이 있단 걸 몸소 증명해 낸 인간이 퍼펙트샷을 모른다니.
그럼 보스는 우연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퍼펙트샷은 보스 외의 다른 잡몹들을 잡을 때도 유효한 판정이다.
헤드샷과는 죽는 느낌이 아예 다르다.
헤드샷은 맞고 피해량이 계산되며 죽는 방식이라면 퍼펙트샷은 그냥 즉사다.
닿는 순간 죽는다.
이는 일반적인 플레이어에겐 아무 차이도 없는 것이지만, 1초 단위를 다투는 초고수들에겐 굉장히 큰 차이였다.
화살촉이 박히자마자 즉사하는 것과, 촉이 다 박히고 피가 나며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어버리는 건 전투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었다.
한 예로, 헤드샷을 맞고 죽으면 죽기 전에 활을 쏘고 죽을 수가 있다.
혹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버티다가 죽는 경우도 있다.
‘아몬드는 한 번도 그런 걸 안 당했지.’
도재묵이 아는 한 상현은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없다. 오늘 방송도 처음부터 지켜봤지만 전부 퍼펙트샷이었다.
[도토리묵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니, 퍼펙트샷 몰라요?]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모르니까.
“네. 그게 뭔데요.”
아니, 그것도 모르고 어떻게 일일이 퍼펙트샷을 쏜 거란 말인가?
도재묵은 기가 찼다.
‘하…….’
그러나 동시에 두근거렸다.
‘대체 얼마나 천재인 거야?’
퍼펙트샷의 존재도 모르는 채로 전부 퍼펙트샷을 때린다?
이건 천재들 중에서도 결이 다른 느낌이다.
‘이건 제대로 된 물건이야.’
도토리묵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능력 있는 신인과의 합방은 방송에 아주 긍정적인 요소였다.
‘이 타이밍에 홍보를 하면 될 것 같다.’
그는 슬슬 그 얘기를 시청자들에게 꺼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마침 퍼펙트샷에 대한 논란이 뜨거우니, 이걸 잠재우겠다는 명분이면 딱 좋으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토리야 포기해…….
-ㅋㅋㅋㅋㅋ퍼펙트샷 아직도 주장하고 있는 거였누 ㅋㅋㅋ
-도토리묵 개커엽네
-활 챌린지 그만둔 지가 언젠데 아직도 미련을ㅋㅋㅋ
-쟨 진짜 너드임. 진심이라고.
천천히 채팅창이 달아오르는 걸 기다리고 있던 도재묵은, 이쯤에서 후원을 넣었다.
[도토리묵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니. 퍼펙트샷 진짜 있다니까요? 제가 증명해 드리죠. 아몬드 님. 낼 합방 ㄱ?]합방 제안이 오자, 채팅창은 다시 한번 난리가 났다.
-와아!
-오 소문이 진짠가?
-ㄹㅇ 합방 하려나 봐.
-방송 켠 지 3일 만에 1티어랑 합방ㅋㅋㅋㅋ 무친 재능.
-ㄹㅇ 무생채 재능.
-퍼펙트샷 집착 오지네 ㅁㅊ
-ㅋㅋㅋ 도토리묵 처형의 날.
-이제야 밝혀지겠네. 그딴 건 없던 걸로……ㅋㅋㅋㅋ
* * *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채팅 스크롤을 보며, 상현은 바로 감이 잡혔다.
‘아. 지금 홍보하는 거구나.’
도토리묵은 역시 방송에 일가견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빌드업을 해서 홍보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다니.
‘이런 홍보 빌드 업을 위해서 퍼펙트샷 같은 걸 만들어내다니. 한 수 배운다.’
상현은 심지어 퍼펙트샷이란 게 도재묵이 이 빌드 업을 위해 일부러 있지도 않은 개념을 언급하며 논란을 만든 거라 여겨 버렸다.
아마 도토리묵이 이 말을 들으면 진심으로 돌아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는 상현을 통해서 그간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싶었는데, 상현마저 그걸 단순 상술이라 여기고 있으니.
“합방이요?”
상현은 모른 척 고개를 갸웃했다.
-거절하셈. 도토리단 묻으면 ㄹㅇ ㅈ됨.
-ㅈㄹ ㄴㄴㅋㅋㅋㅋ
-아 도토리묵이 누군데! 나 아몬든데! 꺼져!
-다람쥐 쉑들 유입 존나 되겠네 ㅅㅂ
채팅창에선 도토리묵의 팬층, 즉 도토리단이 유입될까 봐 걱정하는 말들도 있었지만.
상현이 보기엔 그들조차도 속으론 도토리묵과의 합방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합방에서 퍼펙트샷 증명하시면 10만 원 더 드림.]보스 원 샷 원 킬 미션을 걸었던 루비소드가 증명을 한다면 미션금을 2배로 준다고까지 공헌해 버렸다.
-와…… 큰손이네.
-단순 0군이 아니었어.
-ㄹㅈㄷ…….
상현은 여기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님. 저야 영광이죠. 합방 좋습니다.”
모두가 기다렸던 대답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키야.
-ㅈ됐다.
-기다려라, 도토리묵!
-도토리묵 시청자 다 뺏길 듯 ㅋㅋㅋ
-이제 도토리 말고 아몬드 먹어라 다람쥐쉑들…….
역시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도토리묵을 싫어하는 사람은 도토리묵이 아몬드의 피지컬에 처참하게 패배할 걸 기대하며 좋아했고, 도토리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냥 합방 자체가 좋았다.
[도토리묵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캬. 쿨하게 수락해 주시네.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연락드릴게요!]도토리묵은 마지막으로 만 원을 더 후원하고 퇴장했다.
-아. 그러고 보니 12만 원이나 쏘셨는데. 리액션 안 함?
-ㅋㅋㅋㅋ ‘그 리액션’ㅋㅋㅋㅋ
-10만 원 리액션 방종이야. ㅈㄹ하지마 얘들아 ㅡㅡ
-리액션이 방종ㅋㅋㅋ
“아. 그렇네요. 리액션 안 했네요. 도토리묵 님은 못 보시겠지만…….”
상현은 어차피 지금쯤에 방송을 끊는 게 좋다고 여겼다. 보스도 잡았고, 내일 합방으로 기대감도 최고조에 올랐다.
피융!
그는 화살을 저 하늘 위로 쏴 올린 뒤.
“트바!”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방송을 종료했다.
푹!
[사망]이번에도 역시나 캡슐은 강제로 튕기며 저절로 아몬드의 아바타는 사라졌다.
* * *
키잉.
캡슐 문을 열고 땀이 범벅된 채 나온 상현은 바로 찬물로 샤워를 시작했다.
쏴아아아.
“하아. 이거 근데 죽을 때마다 이렇게 튕기면 조금 위험한 거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뇌파를 직접 건드리는 기계인데, 이런 식으로 갑자기 튕긴다는 건 조금 불안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자 그를 반기는 건 휴대폰의 진동음이었다.
지이잉.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가까이 가 보니 주혁이었다.
[주혁 : 방송 봤다. 당장 내일 만나자는 것 같다. 어디서 모일래.]상현은 젖은 손으로 힘겹게 액정을 두들겼다.
[모여……? 뭔 소리야. 온라인에서 만나는 거 아님?] [주혁 : 저번에 만났을 때 뭐 들었냐? ㅡㅡ]주혁의 표정이 실제로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한숨을 푹 내쉬는 그 표정.
[주혁 : 캡슐에서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인터뷰 콘텐츠도 진행된대.] [주혁 : 아무래도 실제로 만나는 게 그림이 훨 좋을 것 같다고, 그때 얘기했잖아.]아, 그랬지.
상현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인터뷰도 하고 싶다고…….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로 하는 인터뷰가 아니라, 실제 얼굴이 나오는 인터뷰.
상현은 괜히 화장실의 뿌연 거울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는 묘한 자신감을 얻었다.
[아, ㅇㅋ. 후계 역에서 만나든가.]상현은 그렇게 답장을 하고는 커뮤니티 사이트 ‘킹치만’의 반응을 살폈다.
[도토리 쉑…… 그놈의 퍼펙트샷ㅋㅋㅋ] [오늘 아몬드 방송에 도토리묵 두둥등장] [아몬드 또 리액션으로 방종…….]대체로 아몬드의 방송에 대해 웃기다는 제목들의 글이었다.
그중에서 유독 추천 수를 많이 받은 게시글이 하나 있었는데.
[오늘 아몬드 방송 보스 한 방 컷 분석 영상]이건 상현도 궁금해지는 제목이어서, 눈팅만 하기보단 직접 들어가게 됐다.
첨부된 영상이 있었다.
상현이 고속 연사를 쓰는 모습이었다.
어느 순간 영상은 굉장히 느려진다.
저 멀리에 보스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상현은 그게 보스인지도 모르고, 본능적으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고, 화살은 역시나 거침없이 날아갔다.
푹!
보스 역시 예외 없이 정확히 이마 정중앙에 명중했다.
그리고 보스는 쓰러진다.
“이러면 퍼펙트샷이 된다는 건가?”
근데 문제는 너무 빠른 연사 속도다.
보스가 미처 쓰러지기도 전에, 화살이 한 발 더 꽂혔다.
사실 그 뒤에 다른 마적을 노린 건데, 보스가 휘청이면서 한 대 더 맞아버린 것이다.
-야. 저거로는 잘 모르겠는데.
-근데 한 대 맞고 ㅈㄴ 휘청거리긴 하는데?
-진짜 애매하네.
-덩치가 너무 커서 오히려 애매하네.
-그나저나 진짜 개잘맞힌다.
└ㄹㅇㅋㅋ
└저거 보이지도 않는 걸 헤드샷을 때리네.
└심지어 정중앙임. 소름이야.
└ㄹㅇ 급소도 정중앙으로만 때림.
댓글 반응 역시 상현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한대 맞고 쓰러진 건지, 휘청이다가 마지막 한 대를 더 맞고 쓰러진 건지.
[벌써부터 난리들이야. 내일이면 다 밝혀질 텐데. 내일 도토리랑 합방하잖아.] [ㄹㅇ 낼 방송이 기대되는 이유.txt] [아몬드 얼굴 예측.jpg] [아몬드 분명 씹돼지 추남임]이런 제목의 게시글들이 추가로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슬슬 글 리젠은 줄어들어서, 상현은 이쯤 보고 저녁을 차리고 있었다.
지잉.
그때 그의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주혁 : 야. 올튜브 봤냐? 미쳤다.]또 주혁이었다.
상현은 바로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저 내일 주몽이랑 합방합니다.」
이런 제목의 영상이었다.
[조회수 4.6만]주혁의 말대로 조회수가 벌써 4만대였다. 영상이 올라온 시간은 1시간 전.
그 영상을 켜본 상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이게 뭐야.”
합방 소개 영상이라지만, 사실상 상현을 위한 매드무비였다.
신나는 배경음과 함께 다각도로의 편집이 가미되어서, 단순히 활을 쏘는 것 이상으로 긴박감과 쾌감이 느껴졌다.
푹!
보스들이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장면은, 상현이 다시 봐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영상 말미엔 마적 보스가 화살에 쓰러지는 장면이 나오며, 이런 문구가 떴다.
[이게 퍼펙트샷인지, 아닌지. 내일 합방에서.]거기서 영상이 끊겼다.
댓글 1,200개. 그리고 계속 천 단위로 오르는 조회 수.
-와…… 진짜 낼 합방 꼭 본다.
-오졌네. 이게 신인임?
-도랏맨…….
-역대급 게스튼데?
-듣보라서 걱정했는데 ㅋㅋㅋ 발굴이었누.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다음 날의 합방을 고대했고.
다음 날.
도토리묵의 방송이 켜졌을 때.
“자. 방송 시작합니다.”
역대급 시청자 수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