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3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30화
46. 망나니 용사(1)
레이나의 화살은 마나로 이루어진 투사체라서 날아가다가 일정 거리 이상을 이동하면 사라진다.
게임 내에서 사거리를 제한하기 위한 설정이다.
그러니 당연히 하늘 위로 쏴서 자신의 정수리를 맞히는 퍼포먼스도 보여줄 수가 없다.
마나 화살은 그 중간에 사라질 테니까.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
[강신(降神) – 마궁수]아몬드는 급작스레 레이나를 불러냈다.
콰광!
붉은빛이 터져 나오면서, 강신된 레이나가 등장했다.
-???
-뭐임
-강신?
-이게 퍼포먼스?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레이나도 의문을 품었다.
“무…… 무슨 지금 날 왜 부르는 거야?”
이미 전장의 승리가 확실시되었을 때 강신을 하는 경우는 딱 한 가지다.
그냥 퍼포먼스로 부르는 것이다.
레이나는 그런 짓을 하는 계약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레이나 팬클럽들이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우리 레이나찡은 이런 거 싫어해 형…….
-애써 쌓은 친밀도 다 날아가게 생겼누
-도네 70만 원으로 친밀도 정수리 엔딩!
-씹덕 TMI) 레이나는 전투 외의 상황에 불려 나와 마치 상급자처럼 뭔가를 시키는 계약자를 혐오한다. 그녀는 매우 자존심이 강하…….
.
.
.
일명 데미안 협회.
데협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인데. 내 방에 이렇게나 많았다니.
아몬드는 잠시 시청자 수를 보고는 납득했다.
[현재 시청자 9.0천]시청자가 한껏 늘어나 있는 모습.
아마 간만에 보는 제대로 된 레이나의 플레이를 보려고 들어온 사람들일 테고.
그들은 데협 출신일 확률이 높을 터다.
‘레이나가 이런 걸 싫어하는구나.’
아몬드는 레이나의 취향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도네는 받았고, 이미 레이나는 불렀다.
“여러분. 무려 105만 원이나 받았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잖아요?”
그는 방송 톤으로 시청자들을 향해 운을 떼기 시작했다.
-ㄷㄷㄷ 온다. ‘그것’이.
-큰 거 온다!!
-네~!
-넘어갈 수 없어요! 못 참아요!
-으으으!!! 난 못 참아!
-ㅋㅋㅋㅋㅋㅋㅋ유치원임?
아몬드는 레이나의 강신기를 쓸 지점을 정했다.
보통은 레이나가 알아서 쏘지만, 이 역시도 인지 동작으로 지정할 수 있다.
검결지로 가리키면 된다.
척.
그의 검결지가 향한 곳은, 아몬드의 정수리였다.
“……그게 무슨 의미야?”
레이나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이, 이걸 물어봐?’
레이나의 AI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쏘라면 그냥 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미안해지는 기분이다.
“이건…… 음…….”
아몬드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성좌님들을 위한 의식이랄까…….”
“성좌?”
-레이나 표정 개정색하는데?ㅋㅋㅋㅋㅋ
-레이나가 정수리를 쏘게 한다고?! 업계 포상 데에에엠!
-정색하는 레이나? 오히려 좋아!!!
-근데 설마 레이나한테 죽으려는 거야? 그거 안 되지 않나……?
-성좌라고 하는 거 나만 웃김? ㅅㅂㅋㅋㅋㅋ 무친놈ㅋㅋㅋㅋ
-상상력 무쳤누ㅋㅋㅋㅋㅋ
-??? : 성좌가 뭔데 씹덕아
레이나의 표정이 어쨌건, 아몬드의 상상력이 어쨌건 그녀의 활시위는 당겨졌다.
파지지지직……!
농도 높은 푸른 마나가 하얀 손가락에 걸쳐, 화살의 형태가 되어갔다.
“뭐…… 좋아. 여튼 특별한 이유가 있단 거지?”
전혀 탐탁지 않은 표정에도 불구하고, 일단 해주긴 하는 듯했다.
-뭐야. 이걸 해줘?
-이로써 밝혀졌군요! AI의 발전은 이토록 무섭습니다! 얼굴 인식 기능과 이 시대의 미적 기준을 모두 딥─러닝 해버렸지요!
-레이나! 정신 차려!?!
-레이나 당신이 언제부터 계약자의 펫이었습니까?! 레이나 당신이 언제부터 계약자의 펫이었습니까?!레이나 당신이 언제부터 계약자의 펫이었습니까?!
시청자들은 잔뜩 심술이 났지만 팀원들은 세레모니를 하려는 줄 알고 신이 났다.
“……오! 원딜님! 세레모니? 이건 기다려야지!”
“크. 못 참지! 세레모니 못 참아!”
반면 저 멀리서 포기한 채 지켜보는 적팀은 빨리 끝내라며 고성방가를 일으켰다.
“아! 그냥 빨리 끝내 더러운 새끼들아아!”
“력──겨운 년들!”
열심히 외쳐보지만, 누가 패자의 말 따위를 들어준단 말인가?
아무도 그들의 성스러운 연결체를 때려주진 않았다.
“우오오! 가자 망나니 용사!”
“레이나 짜으으으응!”
“아~~! 탑 차이 오졌죠?!”
“정! 글! 차! 이!”
오히려 더 신이 나서 두 팔을 마구 흔들며 약을 올릴 뿐이었다.
그때, 레이나가 활시위를 놓았다.
콰과과과광!!!
일직선상의 경로가 새하얀 빛으로 타올랐다.
그야말로 가공할 위력의 마나 폭발.
“트바!”
아몬드는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그것을 받아냈다.
-?
-??
-뭐…… 함……?
-얘 바보임?
-연출임?
-??
-ㅅㅂ 혹시 했는데 ㅋㅋㅋ ㅋ역시 안 되누 ㅋㅋㅋㅋ
그러나 채팅창엔 물음표가 난무했고.
휘이이잉…….
레이나의 강신기가 지나간 후.
아몬드 아니, 망나니 용사의 아바타는 멀쩡하게 서 있었다.
‘……이거 난 안 맞는구나.’
항상 현실성에 기반한 게임만 해오던 아몬드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
이 게임에서 아군의 스킬과 공격은 아군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이게 다야? 계약자?”
레이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면…….
“와 세레모니 굳! 이제 깹니다!”
“두 팔은 왜 벌림? 여튼 이거 정글 캐리~~”
“탑 차이~~~”
팀원들은 그가 희한한 세레모니를 하는 거라 여기며 다시 연결체를 두들겼다.
펑……!
결국 적의 성스러운 연결체가 깨지고, 성소의 황금빛 호수는 빛을 잃어버렸다.
[승리]승리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게임이 끝났다.
‘아…….’
아몬드는 몸을 움직이고 싶었지만 게임이 끝난 직후에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마치 벌을 받듯이 가만히 두 팔을 벌리고 선 채로 ‘승리’라고 적힌 거대한 텍스트를 멍하니 올려다보게 됐다.
“난 네가 날 좀 더 중요한 곳에 쓰는 줄 알았어.”
뒤쪽에선 싸늘하게 식은 레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
-레이나 삐졌닼ㅋㅋㅋㅋ 오예
-졸라 개멍청햌ㅋㅋㅋㅋ
-아~~~ 이게 아몬드지! 솔직히 배틀 라지 마지막엔 너무 똑똑해져서 노잼이었다구~~
-아들 너 공부 안 하면 아몬드가 된단다?! 오히려 좋아요! 엄마! 아들 너 공부 안 하면 아몬드가 된단다?! 오히려 좋아요! 엄마!
아몬드는 이 뻘쭘한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 하나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이게 있었지.’
그때 기억난 가상 버튼.
언제나 쇼맨십을 위해 오른쪽 시야 상단에 박아 놓은 버튼이다.
지긋이 응시하면 시선만으로도 누를 수 있었다.
툭!
[스트리밍 종료]누르면 곧바로 스트리밍이 종료된다.
-????
-헐?!
-아니 설마 랜뽑함?
-아니 대체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이유가 뭡니까!! 선생님!!!
-헐ㅋㅋㅋㅋ
-왘ㅋㅋㅋ 지독하다 지독해~~~
-이거 변화구 빌드업이냐? 설마? 무쳤다…….
-이게…… 프로 정신?
-?????
-아니 무쳤냐고!!
-야아아아아아!!! 딜량은 보여주고가 무친놈아!
가상 버튼 시스템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랜뽑까지 하며 퍼포먼스를 한다고 오해했다.
가상 버튼 종료나, 랜뽑이나 거기서 거기지만.
“후우.”
아몬드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릴을 종료시켰다.
-어이! 아몬드 씨! 딜량은 보여주고 가!
-반전의 반전의 반전…… 포브스 선정 방송이 끝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스트리머.
-아니, 딜량! 딜량…….
이내, 남은 시청자들을 위한 여분의 시간마저도 종료됐고.
채팅창은 사라졌다.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이런 방송은 어떨까요?]시청자들에겐 추천 방송이 떠오르고, 더 이상 채팅은 칠 수 없게 됐다.
[1. 미호] [이번 게임 광고 착장 미리보기 ㄷㄷㄷ] [2. 풍선껌] [아몬드가 올려준 브론즈에서 고군분투. 브론즈에서의 나락 승부!] [3. 타코야끼] [폐관 수련 끝. 난 전진한다. 내 이마와 함께.]* * *
치이이익──
캡슐 문이 열리고.
평소보다 훨씬 더 축축해진 아몬드가 등장했다.
“……후아.”
이미 캡슐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릴은 다른 게임보다 체력 소진이 압도적이었다.
툭.
언제나처럼 주혁이 수건을 던져줬다.
이럴 때마다 꼭 복싱 선수 같다고 느낀다.
다른 게 있다면 코치 역할의 주혁이 낄낄대며 웃고 있다는 것 정도.
“이야. 너 게임 재밌게 하더라?”
“닥쳐라.”
“아니, 그래도 진짜 재밌게 하던데?”
놀리는 의미도 있었으나 주혁은 친구이기에 알 수 있었다.
오늘 아몬드는 방송을 떠나서, 그 게임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었단 걸.
특히 튜토리얼이 끝나고 노말 전장을 시작한 후에는 완전히 몰입한 상태였다.
배틀 라지를 처음 했을 때보다도 더.
“……그건 맞아.”
역시나 아몬드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릴은 재밌었다.
솔직히 앞의 게임들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느낀다. 적어도 순간의 파괴적인 재미로는 따라올 게임이 없었다.
피식, 주혁이 웃었다.
내가 본 게 맞았구나, 라는 생각에.
“너무 심취하진 마라. 겜돌아. 우리 양산형 겜 ‘망나니 용사’ 해야 할 날이 머지 않았다.”
“아…… 그런가?”
주혁이 휴대폰의 일정을 보여준다.
“일정 내일이잖아. 첫 번째 광고 촬영.”
“아……!”
그게 내일이었지.
그럼 내일은 릴을 못 하는 건가?
아몬드는 왠지 아쉬웠다.
“그래. 그래. 광고 해야지.”
어찌 됐든 광고는 좋다.
돈이 되니까.
그럼 주혁이도 좋고, 지아도 좋지.
아몬드는 이만 샤워를 하러 욕실로 향했다.
* * *
쏴아아아…….
닫힌 욕실문 너머에서 울려 퍼지는 물방울 소리.
주혁은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하기로했다.
‘아까 마지막에 9천까지 찍혔지.’
오늘 시청자는 클라이맥스가 9천이었다.
7천 언저리에서 시작했던 걸 생각하면 다시 복구되는 속도는 역시나 빨랐다.
애초에 시청자 4명으로 시작했던 방송을 여기까지 키운 그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
보아하니 복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다만, 릴을 하는 아몬드에 대한 반응이 중요했다.
일다 기존 팬층들이 있는 킹치만과 배라로 향했다.
[봤냐!? 이게 킹덤의 활이다!]이런 글을 발견했다.
아몬드는 더 이상 킹덤을 안 한 지 꽤 되었는데도, 이슈글 하단에 들어가 있었다.
충성도가 엄청난 팬층이다.
==== ====
1. 레이나가 킹덤의 활을 보고 놀라는 장면.
2. 릴신병자 쉑들이 킹덤의 활을 보고 감탄하는 장면.
3. 씹사기 화신인 발키리가 비행 상태일 때 킹덤의 활로 잡는 장면.
==== ====
사진과 움짤을 첨부한 자료 끝에 저렇게 제목을 붙여놨다.
푸핫.
주혁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저게 어딜 봐서 킹덤의 활이냐고.
그러나 댓글은 한술 더 뜰 뿐이었다.
-크 킹뽕 차오른다!!
-크으으으으 주모……! 여기 막…… 아니, 에일 한 잔!!
└주모가 에일ㅋㅋㅋㅋ
└주모 힙하누 ㅋㅋㅋ
└Lil-$umo ㅋㅋㅋㅋㅋㅋ
-이게 킹덤이지ㅋㅋㅋㅋ 암ㅋㅋㅋㅋ
-크. 킹덤 많이 컸네 하늘을 날아다니는 괴수도 구현하고?
-와! 킹덤! 아시는구나!
대체로 이런 댓글이 주류였고.
되레 사실을 말하는 댓글은 취급이 좋지 않았다.
-전부 데미안이라는 활로 보이는데…… 저게 킹덤의 활인가요?
└인싸
└삼도수군통제싸
└국선 변호싸
-죄송하지만 저거 킹덤의 활이 아니라, 레이나의 마궁 ‘데미안’이라는 거거든요? 데미안이 뭐냐면 마력의 정수로 빚어 만든…….
└찐인 척하는 찐.
└왜 목까지 오셨소 데협…… 두고 가시오.
└꺼져
그는 이번엔 배라31로 향했다.
여긴 킹덤보다 훨씬 크고, 바로 이전에 아몬드가 활동했던 무대였으나.
‘역시 충성 팬은 많지 않군.’
워낙 숫자가 많고, 메이저 게임이다보니 배틀 라지를 하지도 않는 아몬드에 대한 이야기가 이슈글로 올라가 있진 않았다.
다만 아몬드 관련 게시물의 개수는 압도적.
[아몬드 릴도 개잘하더라 봄?] [원딜러로 레이나 했는데 지렸어.] [붕신들 또또 노말 한 판 이긴 거로 염병하네] [아몬드 스톤즈 시절에도 다들 무시했었지. 하지만 결과는?] [아몬드 얘기 좀 치워 ㅡㅡ] [레이나 강신 상태로 발키리 강신이랑 싸우는 거 진짜 가슴이 웅장해짐 꼭 보셈.] [레이나는 원래 웅장해 병시나]게시판에서 약간의 싸움이 붙을 정도였다.
서로 댓글이 아니라, 게시물로 싸워서 여론을 선동하려는 것이다.
“흠…….”
주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런 글을 하나 작성했다.
[봤냐!? 이게 배틀 라지의 활이다!]아까전의 글과 똑같은, 이름만 바꾼 글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갑자기 뽕 오지게 차네
-뽕 좀 차긴 하네
-배라가 갓겜이긴 하지 ㅋㅋㅋ 회사가 ㅄ이라 그래
-오우…….
맨날 배틀 라지를 까는 이들도, 결국 배틀 라지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좋았고…….’
커뮤니티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를 축적한 주혁은 이제 릴프로로 넘어갔다.
아마, 여기가 본격적인 전쟁터일 터다.
“후…….”
이 커뮤니티는 릴 유저들의 그 사나운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주혁은 조금 긴장되는 마음으로 사이트를 클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