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3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34화
47. 촬영장(2)
“와! 아몬드 님. 메이크업 너무 잘어울려요.”
촬영장 쪽으로 가자 미호가 가장 먼저 반겼다.
상현은 고맙다는 뜻의 미소로 화답했다.
이에 미호가 무어라 더 말하려 했으나.
“어, 어…… 미호 씨. 지금 움직이면 안 돼.”
“아, 네…….”
사진 작가에게 한소리를 듣고 말았다. 이후로는 카메라 셔터가 쉬는 사이 시간에나 곁눈질로 상현을 볼 뿐이다.
“아몬드 님. 여기 잠시만 계세요. 곧 담당 사진 작가님 오십니다.”
“예.”
상현은 잠시 벽에 기대어 서서, 자신의 세트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렸다.
하얀 조명판들이 이리저리 오가며 금세 간이 스튜디오 하나가 완성되어갔다.
그 옆에선 풍선껌이 열심히 촬영 중이다.
상현은 잠시 그가 촬영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실제로 그를 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그는 미호만큼 프로페셔널한 느낌은 없지만, 분명 능숙했다. 그만의 방법을 찾은 느낌이랄까.
눈을 마주친 풍선껌이 슬쩍 눈인사를 건네주었다. 상현도 마주 웃어줬다.
톡, 톡.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상현을 건드렸다.
“?”
휙 돌아본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도 없었다.
“여기에요. 여기.”
밑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
“반가워요! 아몬드 님!”
아몬드도 그리 키가 크다고 할 수는 없는데.
인사를 건넨 사람은 정말이지 작았다. 150 초반대의 여자였다.
“제가 담당 사진 작가예요. 잘해봐요.”
목소리도, 생김새도 아직 앳된 느낌이 남아 있다. 그래서 사진 작가라는 말이 어색할 지경이었다.
“아…… 예. 반갑습니다.”
뭔가 괜히 프로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걱정이 된다.
본인도 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잘되려나…… 이거…….’
멀리서 지켜보던 오 실장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는 앞에서 열심히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고 팀장에게 말을 꺼냈다.
“누구야. 저 사람은. 아몬드 신경 쓴다더니?”
“뭐. 나 바쁜 거 안 보이냐? 신경 쓰고 있잖아.”
“아몬드 촬영 담당 말이야. 아몬드 생초보라서 베테랑 붙여달라고 했잖아.”
“……?”
고 팀장은 잠시 누가 붙었는지 확인하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오수영 씨? 베테랑 붙인 거 맞아, 오 실장.”
“……그래? 너무 어려 보이길래.”
“어리긴 하지. 근데 더 어렸을 때부터 하던 사람이고, 우리 커넥션 중에 남자 사진은 제일 잘 찍는 사람이야.”
이런 사람들도 찍었다니까? 라면서, 고 팀장의 입에서 유명한 이름들 몇 개가 나왔다.
만약 진짜라면 정말 실력은 있는 모양이다.
“흠…… 그래?”
그러나 오 실장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눈이다. 계속 그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자, 고 팀장이 털어놓듯이 덧붙인다.
“실력은 확실하지. 근데 성격은 좀…… 이상해. 아니, 그…… 취향에 너무 과몰입한다고 해야 하나.”
“?”
“좀 텐션이 높아. 그리고…… 피사체가 마음에 들면 상관없는데.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때려치우기도 하지.”
“뭐?! 그럼 어떡하나?”
“……그런 일이 생기면 우리 작업 시간이 늘어나는 거지 뭐. 다른 작가한테 연이어서 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으니. 오 실장. 방법은 다 있으니까. 신경 끄셔.”
오 실장은 인상을 찌푸렸으나 별말이 없었다.
그 정도 사고는 촬영장에서 비일비재한 정도였다.
다만, 저런 독특(?)한 작가를 굳이 아몬드에게 붙인 게 뭔가 찝찝했다.
고중석 이 자식이 괜히 초짜들 기를 죽여놓으려는 것 같아서.
* * *
찰칵!
“오우 쒯~~!”
상현의 촬영 첫 샷부터 울려 퍼진 소리다.
그리고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진짜 좋아요! 정말 잘생겼어! 우오오!”
찰칵!
“크으으으! 그림이네? 얼마 전에 찍은 배우 사진보다 더 그림이야.”
찰칵!
“쒯~~~~”
이게 모두 한 사람이 떠들고 있는 거였다.
“그으으으뤠잇!”
오수영.
그녀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한 일주일 치 에너지를 오늘 하루 촬영에 다 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녀의 촬영 방식은 좀 독특했다.
상현의 포즈는 거의 바뀌지 않고, 본인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마구 찍어대는 방식이었다.
초보자인 상현에게는 꽤나 편했으나, 운동 선수 출신인 그가 보기에도 오수영의 체력이 걱정될 정도다.
타다닥.
타닥.
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소리까지 지른다.
“쒜에에에~~~~엣! 너무 좋아. 이런 자세로 한 번만!”
그녀는 간단하게 한번 자신이 자세 시범을 보여준 뒤.
툭, 툭, 툭.
다가와서 상현의 자세를 직접 교정해 줬다. 근처에 오기만 해도, 몸에서 열기가 펄펄 솟는 게 느껴졌다.
눈이 똘망똘망했다.
오늘 피사체는 오수영의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이다.
“처음 촬영 맞죠? 그냥 서 있는 게 조각이네? 어색한 테가 거의 없어.”
딱히 대답을 바라고 묻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상현은 그냥 조용히 있었다.
찰칵! 찰칵!
어차피 그녀도 곧바로 카메라 렌즈에 얼굴을 박고 마구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너무 좋은데? 잘하고 있어. 진짜 섹시해. 이거 여성향 게임이야!? 나도 할래!”
그녀는 손, 발도 쉬지 않았지만. 입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조차 일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
“그냥 바로 연예인하세요! 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네.”
저렇게라도 계속 칭찬을 해주니까, 상현도 뭔가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잘되고 있는 건가 보네.’
상현은 대부분의 자세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고.
실제로 촬영은 굉장히 성공적으로 가고 있었다.
다만, 그는 역시 초보자이기에 난항을 겪는 구간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자, 그럼 자연스럽게 한번 웃어볼까? 자~~연스럽게! 화사하게!”
자연스레 웃는 표정이다.
초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거다.
무표정으로 카메라를 노려보는 건 어떻게든 하면 되긴 하는 느낌이지만.
자연스러운 웃는 표정은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자신이 웃는 게 어색해 보일까 걱정하는 순간, 정말 어색한 웃음이 나온다.
지금 상현처럼.
“음……? 무슨 취업 준비 증명사진이 아니잖아? 웃긴 거 한번 생각해 봐. 너무 웃긴 거 말고. 그냥 피식 피식 웃긴 거.”
상현은 곰곰이 떠올렸다.
배틀 라지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풍선껌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긴 했다.
“으으으음. 아냐. 아냐. 당신의 얼굴은 이보다 더 포텐이 있어. 지금은 화사~~~한 느낌이 없어. 좀 더 진심으로 웃겼던 거.”
대체 뭘 생각하란 말이지.
상현의 표정이 굳어버리자, 작가가 덧붙였다.
“웃긴 거라기보단 행복한 거 어때?”
행복했던 순간.
그 말을 듣는 순간, 거짓말처럼 즉시 떠오른 장면이 있었다.
주혁, 지아와 함께 밥을 먹었을 때다.
상현의 집 식탁이 거의 가득 찼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당시엔 별생각도 없었는데, 기억 저편에 있던 그 장면이 갑자기 날아들었다.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고, 눈이 자연스레 초승달을 그리며 접혔다.
“오오오오오우!”
찰칵!
사진 작가는 감탄을 내지르며 곧바로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쒯!”
찰칵! 찰칵! 찰칵!
‘근데 오른손이 좀 어색하네?’
몇 번의 촬영 끝에, 오수영은 상현의 몸이 어딘가 불편하다는 걸 눈치챘다.
딱히 큰 문제는 없지만, 오른손이 움직이는 순간에는 상당히 의식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말하기 싫었나?’
보통 촬영 전에 이런 부분은 합의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상현은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었다.
“멋져요!”
그렇다면 오수영도 굳이 그 부분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넘어가 주는 것이 예의였다.
“이번엔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고 가 볼게요!”
* * *
촬영은 어느새 막바지.
풍선껌과 아몬드, 그리고 미호는 셋의 합동 촬영까지 마쳤다.
“수고하셨어요.”
“아몬드 님 처음인데 잘하시네. 와하하.”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어. 잘하시네.”
스태프들이 다가와서 상현에게 칭찬을 건넸다.
처음 촬영치고 잘 진행돼서 기분이 좋은 듯했다.
‘괜히 걱정을 많이 했나?’
첫 촬영이라, 조금은 긴장됐던 상현이다.
아무래도 그의 삶은 이런 연예계적인 일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었기에.
그런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상황은 너무나 잘 흘러갔다.
‘생각보다 훨씬 재밌어.’
오히려 즐겁기까지 했다.
이 수많은 사람들과, 정신없이 돌아가는 촬영장, 그리고 온갖 포즈를 잡아가며 하나둘 포스터가 완성되는 게, 재밌었다.
이게 체질인가 싶을 정도로.
“자. 이제 마지막입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마지막 촬영이 하나 남아 있었다.
영상 촬영인데, 아마 실제 광고에서 가장 많이 쓰이게 될 것이다.
상현에게 주어진 임무는 간단했다.
저쪽 녹색 벽을 향해서 달려간 뒤, 그보다 멀리 있는 -CG 처리 후엔 거인으로 보일- 녹색 탑을 향해 활을 쏴주면 되는 것이다.
“간단하죠? 매일 하시는 일이니까.”
스태프 하나가 넌지시 물었다.
슥.
단순한 생김새의 리커브 보우를 내미는 스태프.
그를 보는 상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아몬드 님?”
상현의 대답이 늦어지자, 스태프가 재차 물었다.
‘병신이냐. 유상현.’
상현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바보같이 활을 쏘게 될 걸 생각하지 못했다니. 사전 회의를 했다고 너무 안심해 버렸다.
회의 때 모든 촬영의 디테일이 다 나올 리가 없잖아.
바보같이. 왜 이런 일을 예상 못했을까…….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옆의 주혁도 당황한 듯 끼어들었다.
“사전에 이런 건 고지 못 받았는데.”
“예?”
스태프는 당황한 눈치였다.
이런 걸 누가 일일이 고지해? 무슨 노출이 있는 촬영도 아니고, 활 쏘는 걸로 유명한 사람한테 활 쏴달라고 요구하는 걸 고지한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뻔했다. 주혁도 그걸 알고 있었다.
‘일단 어떻게든 안 된다고 밀어붙여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막무가내로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이상한 소문이 돌 수도 있었다.
그때 오 실장이 와다다 달려왔다.
“아이고. 잠깐, 잠깐 얘기 좀 합시다.”
그는 스태프를 잡고 고 팀장이 있는 곳까지 질질 끌고 갔다.
“어…… 어? 왜, 왜 이러세요!”
“아 거 잠깐이면 돼! 촬영은 잠시 쉬었다가 합시다~!”
오 실장의 난입으로 촬영은 잠시 중단됐다.
현재 미호와 풍선껌을 촬영하던 영상 감독은 의아한 듯 이쪽을 바라본다.
주혁이 상현 쪽을 일부러 가로막고 서며 말했다.
“실수했다. 그냥 광고 촬영한다는 거에 신나서 예상을…….”
“미안.”
“어?”
상현은 미안하다는 말만을 남기고, 뒤돌아 걸어갔다.
“야. 어디가?!”
“화장실.”
* * *
“아, 아니, 왜 그러세요?”
질질 끌려온 스태프가 오 실장에게 투덜댔다.
고 팀장도 갑자기 자기 직원을 끌고 온 오 실장을 보고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어. 고 팀장. 잠깐만. 내가 얘기 안 한 게 있어.”
“뭔데 스태프를 이리저리 끌고 다녀!”
“그…….”
오 실장은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려댔다.
‘아…… 뭐라 하지?’
일단 떼어놓고, 정신없게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뭐라 둘러대야 가장 자연스러울까.
“다름이 아니라 아몬드가 최근…… 물리치료를 받거든. 그…… 팔 쪽에.”
“팔? 물리치료?”
“어.”
“그런 건 사전 회의 때 말 안 했잖아?”
“너도 활 쏘는 건 말 안 했잖아. 그것만 아니면 팔은 문제없어.”
“멀쩡해 보이던데……?”
오 실장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니, 본인이 아프다는데, 뭔 말이 많아?
“아픈 것 같긴 하더라구요.”
그때, 옆에서 오수영이 끼어들었다.
상현을 촬영해 줬던 그 사진 작가다.
“아까 촬영할 때, 되게 의식하던데…… 불편해 보였어요.”
오 실장은 안도했고. 고 팀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하아…… 골 아프네. 아니, 무슨 캡슐 게임 스트리머가 팔을 다쳐……?”
“이 사람이 말하는 것 보게? 게임 스트리머는 뭐 게임만 하냐? 왜 다쳤는지까지는 알 거 없고! 여튼 이거 좀 무리라고!”
“끄응…….”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오 실장이 윽박지르자, 고 팀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아…… 물리치료 언제 끝나는데? 이거 장면 따야 돼. 아몬드 망나니 용사 캐릭터가 활 쏘는 건데…… 따로 다른 촬영에 스케줄이라도 배치해 놓을 테니까…….”
미친.
다른 스케줄로 옮겨서까지 한다?
오 실장의 이마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이런 건 생각 못 했는데?’
꿀꺽.
역시 급조한 말로는 한계가 있었나?
물리치료 끝나는 걸 기다려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 그게 하루 이틀 해서 될 게──”
쿵.
그때, 유리문이 열리며 상현이 들어왔다.
세수라도 했는지 얼굴이 물기에 흠뻑 젖은 채였다.
상현의 이야기를 하는 중에 상현이 들어왔으니,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상현의 시선이 스태프에게 옮겨갔다. 어딘가 결의가 담긴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