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3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36화
47. 촬영장(4)
목표물에 나란히 꽂힌 화살.
나름대로 4발이 전부 맞긴 했다. 얼토당토않게 빗나갈 정도로 최악은 아니었다.
물론, 본래 실력에 비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접한 결과물이다.
이걸 해냈다고 다시 활을 쏠 수 있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 상현은 현실을 모르지 않았다.
이 활은 정밀하게 설계된 양궁 선수용 활도 아니고, 목표물은 양궁 규격보다 20배는 더 크고 거리는 2배 이상 가까웠다.
오른팔은 덜덜 떨려서 주머니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으며 땀은 비 오듯이 웃통을 적셔서 협찬받은 옷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상현은 그래도, 웃었다.
‘이렇게라도 되긴 하는구나.’
그래도 쏠 수가 있었다.
도전해 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 상현은 만족했다.
* * *
“와!”
“대박…….”
소란스러워진 분위기에 나와본 고 팀장.
그의 눈길이 4개의 화살이 주루룩 박힌 녹색 탑으로 향한다.
‘분명 오른손에 부상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거짓말은 아니었을 거다.
오 실장이 없는 말을 지어낼 인간은 아닌 데다가, 사진 작가도 그리 말했으니.
‘그렇다면…… 굳이 도전한 건가?’
그렇다면 아몬드는 부상당한 채로 굳이 지금 촬영을 끝내겠다고 달려들어서, 보란듯이 원테이크로 끝낸 모양이다.
일반인에게는 꽤 힘들 법한 액션씬인데. 단 한 번에 끝내버렸다.
고 팀장의 눈길이 지금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아몬드에게 향했다.
“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는 채로, 오른손은 주머니에 들어가 있다. 앉은 채로 어색하게 쑤셔 넣은 게, 꼭 열심히 가리려는 것 같았다.
덜덜 떨리는 오른손, 거칠게 몰아쉬는 숨, 주르륵 흐르는 땀방울.
누가봐도 지쳐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물고 있었다.
‘미소가…….’
미호와 다른 스태프들은 그의 미소에 그저 열광하며 환호했으나.
고 팀장은 어딘가 가슴 한구석이 따끔거렸다.
저 미소가 마냥 기쁨에 의해 우러나온 것은 아니라는 걸, 인생의 쓴맛 단맛 다 본 연령대인 고팀장은 느낄 수 있었다.
‘넌 또 어디서 뭘 겪은 거냐.’
이제 막 30살이 된 녀석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런 미소가 우러나오는 것일까.
저런 미소를 지을 거라면, 왜 도전한 건가.
후우.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며, 아몬드에게 걸어갔다.
“이봐요. 아몬드 님. 괜찮으십니까?”
“아, 예.”
고 팀장이 오자 상현은 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중에도 예의는 차리는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말해주세요. 병원으로 곧장 갈 수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별거 아니에요.”
별거 아니라면서, 오른손은 끝내 주머니에서 빼지 않았다. 예의 꽤나 차리는 성격이, 저 상태를 유지한다는 건 뭔가 가리고 싶은 것이다.
고 팀장은 부러 그곳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아몬드의 눈을 바라봤다.
흠뻑 젖은 눈.
땀인지 눈물인지…….
“알겠습니다. 아몬드 님. 오늘 정말 수고하셨어요. 처음 하는 사람들 중에는 제가 본 모델들 중 최고입니다.”
“예?”
갑작스러운 칭찬에 커지는 눈.
“아, 처음 하는 사람들 중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
촬영 내내 무미건조하게 굴던 고 팀장.
그는 분명 상현을 좋게 보지 않았다. 생초보인 데다가, 늦게 합류했으며, 묘하게 윗선의 이쁨을 받는다.
누가 고 팀장의 자리에 왔더라도 고깝게 봤을 터다.
고 팀장도 당연히 마찬가지였는데.
분명 그랬는데…….
“뭘 놀라요.”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고 팀장의 눈빛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일에 찌들어 있던 그 건조한 눈이 아니었다.
“오늘 아주 훌륭하게 해냈어요.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우리 대표님이 와도.”
“감사합니다.”
“아냐. 내가 고마워요.”
“……?”
처음 카메라를 직접 잡았던, 처음 셔터를 누르던 그 감각, 비록 잠시라도 그때의 열기가 깃든 눈이었다.
아몬드를 보고 있자면, 그때의 열기가 스멀스멀, 저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올랐다.
이젠 단순하게 뜨겁기만 한 열정은 아닐, 어딘가 아련함이 묻은 그 열기.
“그냥. 아몬드 님을 보니까, 좋았을 때가 떠올라서.”
“……”
“여튼 오늘 훌륭했어요.”
씩.
고 팀장은 웃으며 상현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물러간다. 아몬드 우유를 흔들어 보이며.
“다들 좋게 기억할 겁니다.”
* * *
“와아! 보셨어요!?”
미호가 보기 드물게 흥분해서 마구 떠들었다.
“아몬드 님, 실제로도 운동하시던 분인가요? 어떻게 저런 걸 원테이크에…….”
웃긴 점은 막상 가장 좋아해야 할 주혁은 가장 심각한 표정이었고, 그 다음 좋아해야 할 오 실장은 그다음 심각한 표정이라는 것이다.
오 실장이 주혁의 눈치를 보다가 미호를 끌고 갔다.
“아, 알았으니까. 넌 다음 촬영 얼른 준비나 하자.”
“예……?”
다 같이 기뻐할 줄 알았던 미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의문을 품으며 아몬드를 다시 돌아보려는 때.
오 실장이 그녀의 고개를 다시 슥 돌려 버렸다.
“너 스캔들 나고 싶냐?”
“……예에에!!!?”
너무 크게 소리치는 바람에 스캔들을 모르던 사람들도 다 알 정도였다. 만약 그런 게 정말 있다면.
“어이구. 이런 애가 어떻게 여태 방송 일을 하냐.”
“무, 무슨…… 그냥 대단한 장면…….”
미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 순진한 반응에 오 실장은 미안함을 느꼈지만, 지금은 미호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너 매니저는 얻다 팔아먹고 왔어?”
“……”
미호는 시선을 떨궜다. 정확히는 오 실장의 눈길을 피한 것이다.
“어디 휴가 보냈다며. 왜 보냈어.”
“그…….”
“그 좋은 차는 왜 집에 박아두고.”
“그, 그건 제가 운전을 잘 못…….”
“얼씨구? 잘하진 않지만 못하지도 않잖아.”
“…….”
“다음부터는 매니저 같이 안 오면, 스케줄 펑크낸 걸로 생각할 거다.”
오 실장의 이 말은, 단순히 주의를 돌리려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
미호는 다른 스트리머들과는 다르게 매니저가 필수적이다.
일단 여성 스트리머다 보니 이상한 팬이 접근할 때 막아줄 가드 역할은 당연하고. 이 녀석의 가끔 튀어나오는 이상한 돌발 행동도 막아주는 쌍방향 가드다.
그런데──
“휴가 보낸 거 아니에요.”
갑자기 미호가 축 처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휴가…… 제가 보낸 거 아니라구요.”
“그럼? 풍선껌 님이 보냈냐?”
“아뇨. 아저씨는 그런 거 직접 관여 안 하시죠.”
하아.
미호가 천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판 싸웠어요.”
오 실장은 이야기를 더 듣지 못했다.
“미호 씨! 지금 와주세요!”
촬영이 준비되고, 그녀는 이제 카메라 앞에 서야 했다.
* * *
다시 대기석으로 돌아온 상현에게 주혁이 곧바로 달려와 물었다.
“야. 너 설마…… 다시 되는 거냐?”
단어가 생략됐지만, 뭘 묻는지는 뻔히 알 수 있었다.
‘다시 된다라…….’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구나.
상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게 된 거로 보이나…….”
상현의 눈길이 향한 거인 역할의 녹색 탑엔 4발의 화살이 위아래로 나란히 정열되어 꽂혀 있었다.
확실히 이렇게 놓고 보니 그럴듯해 보이긴하네.
하지만 양궁 코치한테 저게 프로 선수 같냐고 묻는다면 뒤통수를 후려맞겠지.
“처음엔 좀 이상했는데, 나중에 된 거 아냐? 그게 아니면 어떻게 한 건데?”
“저런 정확도로는 어림도 없다.”
“아, 아니, 쏘기라도 했잖아. 그것도 여러 발! 연습하면…….”
“아냐. 양궁식이랑, 내가 배틀 라지에서 쓰던 방식이랑 많이 달라. 실전 궁술은 활시위를 엄청 짧게 당기고 여러 번 쏘는 데 특화되어 있거든.”
“……그래서?”
“그래서는 뭐 그래서야, 이 팔을 적게 써도 된다는 거고, 그래서 많이 쏜 거지. 양궁식으로는 2발도 제대로 못 쏴.”
“아…….”
“양궁은 한 발이라도 10점에서 빗나가면 치명적이니까…… 솔직히 불가능해.”
“그렇구나.”
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이상 캐묻진 않았다. 대답하는 상현의 기분이 좋진 않을 것 같았다.
툭.
그는 그냥 그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여튼, 수고했다. 원테이크 좋더라.”
“그래.”
“우리는 이제 끝이니까 쉬자.”
“좋지.”
약 1시간쯤이 지나서야, 모든 촬영이 끝났다.
건물 밖으로 나온 스트리머 셋은 상당히 피곤한 얼굴이 되었다.
“술이라도 좀 마시고 싶은데. 아무래도 무리 같죠?”
“하하…….”
풍선껌이 은근슬쩍 제안했으나, 역시나 다들 너무 지쳐 있었다.
“그럼 다음 기회로 하죠.”
풍선껌은 매니저와 함께 자신의 차로 돌아가고, 오 실장과 미호, 상현 그리고 주혁은 올 때처럼 똑같이 밴에 올라탔다.
“수고들 했습니다.”
예~ 하며, 형식적인 대답이 오간 후.
차는 은은한 엔진 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창밖이 점차 어두워졌고, 지나가는 차의 헤드라이트들이 점점 밝아졌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오후 8시.
퇴근이 한참 계속될 법한 시간이었다. 차가 막혀서 짜증이 나려나, 오 실장은 걱정되는 마음에 옆을 슥 살펴봤는데.
모두 다 세상 모르고 골아떨어진 상태였다. 이들에겐 오히려 차가 막히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까지 생각됐다.
“어디부터 들를까요? 어디로 먼저 가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운전을 맡은 직원이 물었다.
미호네 집으로 먼저 갈지, 상현네 집으로 먼저 갈지 물은 것이다.
그 말은 누구와 마지막에 남는 게 낫겠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았다.
“후계 쪽으로 먼저 가줘.”
“예.”
오 실장은 미호네 집을 나중에 들르기로 했다.
그녀에게 아직 다 듣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다.
* * *
“자. 다 왔습니다. 후계.”
툭, 툭.
어깨를 건드리고 나서야 깨어나는 둘.
주혁은 무테안경을 고쳐 쓰며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아이고. 거 잠도 열심히 자시네요.”
“아……! 이런,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원래 이러라고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하는 거지.”
주혁은 설마 자기가 오 실장이 옆에 있는데 자버릴 줄은 전혀 몰랐다.
그만큼 오늘 촬영은 피곤했다.
한 칸 더 뒤에 있는 상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아직도 입을 멍청하게 벌린 채 자고 있었다.
주혁이 이마를 퍽 밀고 나서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엥…….”
“뭘 엥이냐. 일어나. 다 왔어.”
상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별말도 없이 그냥 슥 내렸다.
그리 놀란 기색도 없어 보였다.
하여간 볼수록 행동거지가 신기한 놈이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다음에 또 볼 일이 있으면 봅시다!”
오 실장이 문을 닫으며 밴은 떠나갔다.
부우웅…….
아침부터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서 그런가, 떠나가는 엔진 소리가 뭔가 허무하다고까지 느껴진다.
딸깍, 딸깍…….
오렌지 빛 가로등이 수명을 다해가는지 깜빡이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밑에 비추는 것은 지옥 같은 계단.
“……하.”
“가자.”
상현은 자기가 언제 자고 있었냐는 듯이 슝 앞장서서 걸어갔다.
뭔가 얄미울 정도의 체력이다.
터벅, 터벅 앞장서서 먼저 걸어가던 상현이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어…… 야. 정산서. 올튜브 정산서 오늘인가 봐. 방금 왔어.”
“……?”
헉헉대던 주혁이 상현을 올려봤다.
그렇구나. 정산 일이 오늘이다.
주혁은 미처 못 봤다. 올튜브는 상현 이메일로 되어 있어서 상현과 관리자인 지아에게만 메일이 갈 것이다.
“그, 그렇네. 근데 나중에 확인하면 안 되냐? 제기랄…….”
주혁도 누구 못지않게 돈을 좋아한다.
정산서를 보는 기분이야 당연히 좋겠지만. 이 달동네 계단은 그런 마음까지 싹 다 지워 버릴 정도로 지옥이었다.
상현이 피식 웃는다.
“아, 그래. 저질 체력이었지. 나이가 30이 넘어서 그런가…….”
“아니, 이 미친 새끼──”
주혁이 멱살이라도 잡고 싶다고 생각한 그때.
-꺄아아아아아!
갑자기 여자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둘.
“!?”
“……?”
옆을 바라보니, 익숙한 대문이 보였다.
지아네 집 문이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얼마 전 지아의 앞을 서성이던 남자가 생각나면서.
“……뭐, 뭐야.”
“무슨 일 난 거야?”
주혁과 상현이 휙 뒤를 돌아 뛰어가려는 찰나.
또다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대애애애애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