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4화
6. 퍼펙트샷(2)
다음 날.
주혁과 상현은 마침내 도토리묵의 안내를 받으며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자. 저기 앉으시면 돼요.”
도토리묵이 상현이 대기할 곳을 말해줬다.
스튜디오에는 그때 봤던 매니저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아, 안녕하세요.”
그 매니저는 인사만 건네고 얼른 모자를 눌러쓴 채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아버렸다.
“안녕하세요. 와…… 넓네요.”
상현은 거대한 모니터들과 캡슐, 그리고 고가의 촬영 장비까지 갖춘 도토리묵의 스튜디오에 감탄했다.
‘이 사람도 잘 버는구나…….’
도토리묵은 사실, 종합 게임 스트리머들 중에선 독보적 1티어라고 불리긴 힘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수입이 상당해 보인다.
‘대체 풍선껌은 얼마나 버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도토리묵이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건넨다.
“지금부터 방송 켜고, 얼굴 보고 인사하면서 시작하려 하는데, 괜찮죠?”
“아, 네.”
“자. 그럼 켭니다. 시작할 때 보통 3, 4천 명 정도 들어와 있으니까. 바로 준비하세요.”
“네.”
도재묵은 안심시켜 주려는 듯 씩 웃어 보인 후.
손뼉을 쳤다.
짝.
모니터에 스트리밍 화면이 떠오르고, 방송이 시작됐다.
[현재 시청자 : 1만 명]시작부터 1만이다.
‘와. 이건 역대급인데?’
평소 시작점의 2배가 넘는 숫자다. 역대급이었다.
그만큼 오늘 방송이 기대가 된다는 뜻이다.
-도하.
-오오.
-ㅎㅇㅎㅇ
-안녕하세요!
-ㅋㅋㅋㅋ 절대 못 참지!
대기업 방송인답게 방송을 켜자마자 채팅창이 우르르 치솟아 올랐다.
도재묵의 방송에는 인트로 음악이 있다.
사람들이 다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한 용도였다.
그는 노련하게 잠시 카메라 쪽을 바라보며 마이크 테스트를 진행했다.
“아아. 마이크 체크. 울림 없죠?”
건너편에 앉은 나연이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이제 도재묵은 사라지고 도토리묵이 되었다.
“트하~”
그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며 채팅들을 읽어간다.
-아, 얼른 아몬드 꺼내! 시간 끌지 말고!
-너 보러 온 거 아님.
-ㅋㅋㅋㅋㅋ 도토리 옵빠 하이!
-도하!
-안녕하세여!
-도하도하!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본래 모든 도토리묵의 시청자들이 아몬드에 대해 알고 있진 않았다. 그는 200명 정도가 보는 소기업 스트리머니까.
모두 올튜브 채널에 올라온 티저 영상 때문에 그를 알게 된 것이다.
그 영상의 조회수는 이미 10만을 넘겼고, 지금 방송의 시청자는 도토리묵의 기록마저 갈아치우고 있었다.
[현재 시청자 : 3.3만 명]지금 방송을 켜고 10분이 지났을 뿐인데 시청자 수는 무려 3.3만 명.
‘와, 씨. 이 정도야?’
도토리묵도 긴장해 마른침을 꿀꺽 삼킬 정도의 관심이었다.
“크흠. 관심이 장난 아니긴 하네.”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시청자들은 더 닦달했다. 얼른 보여 달라며.
시청자가 4만 명에 육박할 때 즈음.
그는 드디어 운을 뗀다.
“자. 들어오시죠.”
도재묵이 상현 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상현은 천천히 뒤쪽에서 걸어 들어왔다.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두둥등장…….
-ㄹㅇ 아몬드임?
상현은 아몬드라는 아바타 외에는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 적이 없었으니 아무도 확신은 못 했다.
다만 이미 아몬드와 합방 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진 상태니 추측할 뿐이다.
더군다나 조명이 없는 쪽이라 너무 어두웠다.
“아몬드 님! 모셨습니다!”
촤악.
상현 쪽으로 조명이 쏘아졌다. 그제야 상현의 얼굴이 제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오오옹.
-꺄!? 존잘러야 왜!
-개실망이다.
-씨발…….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
-제길…… 기만자.
-트수1일 줄 알았는데…….
-ㅋㅋㅋㅋ 꺅!
-헐…… 어케…… 존잘이다.
남자들은 실망하고, 여자들은 환호했다.
“캬. 잘생겼죠? 저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니까?”
수도 없이 쏟아지는 칭찬에도 상현은 별다른 내색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칭찬에 익숙했다.
양궁 실력 말고, 얼굴 칭찬도.
“인터뷰부터 할까, 아니면 게임부터?”
-11111
-2222
-2222
-닥 게임이지.
-22
-아 퍼펙트샷 내놓으라고ㅋㅋㅋㅋ
-도토리의 구라 심판의 날.
-그냥 얼굴만 보고 있어도 되는데…….
도토리는 아량이 넘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좋아. 여러분. 일단 채팅 매너 지켜주시고. 아몬드 님. 최적화 코드 한 번만 알려주세요.”
“……?”
상현은 대답이 없었다.
“아몬드 님?”
상현은 그게 뭔질 몰랐다.
“아…… 그 최적화 코드란 게 뭔지…….”
“예? 캡슐 최적화요. 자기 뇌파랑 신체 구조에 맞게 하는…….”
도재묵이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의 희한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X발, 뭐야? 최적화도 안 한 상태로 게임을 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상태로 게임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정말 라이트하게 즐기는 유저들이나 해당되는 얘기다.
-최적화를 몰라?
-컨셉 에반데ㅋㅋㅋ
-에이…….
-다른 사람 몸으로 하던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거 최적화 안 하면 자주 튕길 텐데.
-어? 그러고 보니 죽을 때마다 튕겼잖아.
-헐 ㅅㅂ 그럼 진짜 안 하고 했다고?
최적화를 안 하고 게임을 했다는 건, 모래주머니 30킬로는 몸에 달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
그 상태로 그간의 퍼포먼스를 만들어냈다는 건 괴물이다.
“지, 진짜 없어요?”
“……네.”
상현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 멀리서 주혁이 자기 이마를 짚으며 ‘아, 맞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 * *
상현과 도토리묵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주혁이 움찔했다.
도토리묵의 매니저 나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왜 그래요?”
“……아, 맞다!”
김주혁은 나연의 질문은 듣지도 못하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김주혁은 상현에게 죄스럽기까지 했다.
‘사장 형이 나한테 신체 최적화 어쩌고 말해줬었는데……. 내가 까먹었구나.’
들어보니 저 최적화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
전달해 주는 걸 잊어버린 것이다.
그는 얼른 달려가서 도재묵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상현이 진짜 몰라요. 제가 전달했어야 하는데…….”
뒷이야기를 다 들은 도재묵은 경악했다.
그는 카메라 쪽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내비친다.
“와…… 자괴감이 드네요. 여러분.”
채팅창엔 ‘설마……’ 하는 시청자들이 대부분.
“상현 씨 캡슐을 중고로 구매하셨는데…… 그 최적화가 뭔지 모르는 채로 게임하셨답니다.”
중고 캡슐을 구매하면, 최적화 진행을 자동으로 하지 않는다.
최신형 캡슐은 신체 정보 싱크가 너무 안 맞으면 스스로 인지하고 최적화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상현의 것은 신형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그래서 튕겼던 거임, 설마?
수많은 채팅 중, 상현 방 시청자의 채팅으로 보이는 게 올라온다.
“튕겨요?”
도토리묵은 상현에게 되물었다.
“아…… 네. 죽으면 튕기더라구요.”
“킹덤 에이지가?”
“네.”
도토리묵은 여기서 또 경악한다.
“죽을 때 튕기면 킹덤 에이지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건데요?”
그 의문은 도토리묵뿐이 아니라 그의 방송을 주기적으로 보지 않는 모두가 똑같이 갖고 있었다.
-ㄹㅇㅋㅋ
-킹덤 에이지 허구한 날 죽는데.
-그렇게 많이 튕기면 뇌 녹는 거 아니냐.
-ㅋㅋㅋㅋㅋ
그러나 상현의 방송을 보는 자들은 알았다.
-안 죽으면 됨ㅋㅋㅋ
-사실상 한 번도 안 죽음. 그냥 지가 지 머리에 화살 쏴서 죽음.
-팡대적 죽음.
상현이 한 번도 적의 손에 죽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정말 궤가 다른 천재시군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상현은 천재라는 말이 익숙한 편이다.
-ㅈㄴ 태연하네ㅋㅋㅋㅋ
-프로 팡대네 저거 ㅋㅋㅋ
-ㅋㅋㅋㅋㅋ
-ㄹㅇ 진심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환호했다. 그들이 매체에서 접하고, 상상하던 뻔뻔한 천재의 모습 그대로니까.
다만 상현은 만들어진 게 아니라, 실제 살아 있는 천재였다.
‘이거 물건이네.’
도토리묵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상현은 놀라울 정도로 방송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비상한 실력, 이미 제대로 잡혀 있는 캐릭터성, 게다가 나이도 어리기만 한 게 아니라 어딘가 사람을 대할 때 노련한 구석도 있다.
“그럼, 여러분. 궁금하지 않아? 아몬드 님이 최적화를 거치면 어떻게 되는지!?”
-ㄹㅇㅋㅋ
-지금보다 더 잘할 수가 있음?
-한 번에 활 2개씩 쏘냐?ㅋㅋㅋ
-나도 모름ㅋㅋㅋ
시청자들은 당연히 궁금했다. 최적화 따위 없어도 날아다니다시피 하던 상현이, 최적화를 마치고 나면 어떻게 될지.
“그럼 따라오시죠. 제가 최적화 코드 만들어 드릴게요.”
도토리묵은 이제 상현을 이끌고 뒤쪽의 캡슐로 향했다.
* * *
최적화는 의외로 금세 다 끝났다.
[최적화 코드 Z-102938]상현은 자신에게 주어진 숫자를 곧바로 이메일로 발송했고, 이제 게임을 시작할 차례였다.
슝.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가상공간에 도토리묵이 나타났다.
“다 끝나셨군요.”
“네.”
“최적화 어떠신가요?”
“음…….”
상현은 대충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확실히 다르네. 이렇게까지 가볍게 움직이는 거였나?’
이미 이전 가상공간에서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현실과 거의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건 아예 다른 차원의 느낌이었다.
현실보다도 몸이 훨씬 가벼운 느낌.
아니, 가볍다 못해 사라진 느낌.
‘마치 몸이란 게 없는 듯한…….’
의식만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체감이 될 지경이었다.
“원래 가상공간이란 게 이런 거군요. 몸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예. 그렇죠. 의식만으로 움직이는 세계니까요. 최적화가 제대로 된 게 맞는 거 같은데요?”
도토리묵은 씩 웃으며 방송을 진행했다.
“여러분. 어때. 이제 진짜 퍼펙트샷이 있나 없나 봐야지. 그치?”
그 도발적인 말투에 시청자들은 뜨겁게 반발했다.
-키야. 무덤 드가자!
-ㅋㅋㅋㅋㅋㅋ
-아~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자너!!
-또 저러네…….
-거의 제갈량의 북벌.
-퍼토리묵ㅋㅋㅋ
대부분이 도토리묵의 시청자들이라 그런지 퍼펙트샷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았다. 모두가 조롱하기 바빴다.
‘진짜 있긴 한 거야?’
그걸 시현해 줘야 하는 상현도 퍼펙트샷의 존재 유무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 드가자아아!”
우습게도 오로지 도토리묵만이 퍼펙트샷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고, 자신감이 넘친다.
[킹덤 에이지. 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