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4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41화
49. 미니언(2)
스토리 모드.
화신에게 직접 전해 듣는 그들의 전설, 영웅담이다.
전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계약자는 화신의 힘을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다.
즉, 릴에서는 똑같은 화신일지라도, 계약자에 따라 전투력이 다를 수 있다.
어찌 보면 불공평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개발진은 이 또한 릴이란 게임의 실력 요소라고 밝혔다.
‘이건…… 좋은데?’
그런 전말을 알고 있는 주혁은, 지금 아몬드가 얼마나 좋은 기회를 잡은 건지 알아봤다.
계정 레벨 2로 스토리 모드를 발견했다는 건, 초반부터 전설 템을 하나 먹고 시작하는 RPG 같은 것이다.
‘이대로 넘기기 아쉽지.’
현재 시청자는 5천 명 안팎.
분명 이보다는 더 이슈를 끌 수 있다.
다만 아침 시간대라 사람이 없기도 하고, 아몬드가 지금 방송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라 화력이 안 나온다.
주혁은 휴대폰이 어디까지 버티는지 보려는 듯 엄지로 휴대폰 액정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대체 뭐 해요.”
대체 순대국도 다 안 먹고 뭘 하는 건지, 지아가 보다 못해 궁금해서 물었다.
“매니저 일이지.”
“……애니팡 같은 거 아닌가.”
“애니…… 무슨 소리야.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꼬맹아.”
주혁은 그렇게 일갈하며 자신의 일에 계속 집중했다.
[현시각 노말 한 판 하고 레이나 스토리 연 새끼 ㅋㅋ] [뭐?! 얼굴로 레이나 친밀도 100을 찍는 게 가능함?.gif] [입 털어서 레이나 친밀도 100 찍는 법.gif] [릴 역사상 최강의 기만자.gif] [활 실력만 좋으면 레이나는 친밀도 걍 퍼줌. 니들이 못하는 거.gif].
.
.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매니저 일(?) 하고 있는 주혁이었다.
릴프로뿐 아니라, 킹덤과 배틀 라지에도 화력 지원을 받고자 어그로를 끌었다.
이들은 릴이 배틀 라지나 킹덤보다 열등한 게임이길 바라기 때문에, 아몬드가 릴에 가자마자 또 신기한 일을 해낸다는 걸 누구보다 좋아할 터다.
-ㅋㅋㅋㅋ 결국 릴도 아몬드한테 따이네
-“릴이 어려운 게 아니다. 아몬드가 아직 안 했을 뿐이다.” by 트수
-레이나 스토리? 배틀 라지 유저는 한 판 만에 하는데. 릴 하는 놈들은 다 머저린가~~~?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이 유치한 경쟁심이, 릴 프로에서의 빅(추천) 수치를 하나둘 올려주기 시작했다.
“오…… 오.”
어느새 뒤에서 보고 있던 지아가 올라가는 추천 수를 보며 작은 감탄을 뱉었다.
‘되나?’
추천은 순간 화력이 중요했다.
‘되냐!?’
이 기회를 놓치면 정말 갈 수 없을지도 몰랐다.
타다다닥.
그는 여러 게시물에 들러서 댓글에 링크를 달며 홍보까지 해댔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처음 게임 전환을 하고서는 별수 없었다.
-아 홍보 오지게 하네 ㅋㅋㅋ
-구걸해서 ‘릴’ 드림 ㅅㅂ넘아
-불쌍해서 빅 줬다. 빅프로 내가 보냄 ㅅㄱ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빅(추천) 수치가 높은 게시물만 갈 수 있는 빅프로에 들어가게 됐다.
[빅!] [입 털어서 레이나 친밀도 100 찍는 법.gif]“오!”
“됐어!”
짝.
지아와 주혁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활짝 웃었다.
‘……뭔가 자괴감이.’
‘좀 이상하긴 하네.’
커뮤니티 주작으로 이렇게 기뻐할 수 있다니.
기분이 이상하긴 했다.
“크흠. 얼른 밥이나 먹죠.”
“그래…….”
어차피 목적은 달성했으니. 주혁은 다시 밥을 열심히 먹었다.
물론 한쪽 눈으로는 계속 달리는 댓글을 확인하면서.
-아몬드?
-이거 아몬드네.
-뭐야. 이거 실시간이야? 아침에 아몬드 푸레이크 절대 못 참지! 당장 간다!
-오 스토리 모드? 레이나? 못 참지 이건.
-ㅁㅊ 아몬드는 릴에서도 희한한 짓거리 하누
-와! 아몬드! 아시는구나!
* * *
“아몬드라고 했지?”
어린 레이나가 아몬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앞에 나갈 자신이 없어서 활을 드는 거라면 관둬.”
뭐라는 거야. 쪼그만 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몬드도 지금 어린 모습이다.
-레이나 어릴 때부터 똑같네 ㅋㅋㅋ
-헉 레이나랑 손을 잡다니. 업계 포상……!
-나도 활 잡을걸! 레이나랑 손잡게!
“활 잘 쏴서 잡는 건데.”
“아, 그래.”
말은 긍정이었지만, 레이나의 표정을 보면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았다.
아 그래,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의 느낌이다.
어찌 됐든, 아몬드는 상관없었다.
일단 활만 가져가면 그만이었다.
“그럼 내가 가져…… 응?”
그런데 레이나가 활을 놓지 않았다.
“다른 거 가져가.”
“……왜.”
“이게 제일 좋은 거거든.”
“그래서 가져가려는 건데?”
“시체도 못 옮기는 주제에 활을 볼 줄은 알아?”
“너보다 10년은 더 쏴봤을걸.”
갑자기 활 실력으로 자존심을 건드리는 레이나에게, 아몬드는 진심을 담아서 내뱉었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엔 어린애들 말다툼 같았다.
-아몬드 님? 혹시 너무 몰입을 하신 게…….
-아니 ㅋㅋㅋ 님 게임 해본 지 1달 되셨는데요!?
-경력? : A Decade
-엌ㅋㅋㅋㅋ 아몬드: 16살로 추정 경력: 10년
-실제로 어려진 거냐곸ㅋㅋㅋ
푸하.
레이나가 보기 드물게 웃음을 터뜨렸다.
“10년을 더 쏴봐? 엄마 배 속에서부터 활을 잡았니?”
“내놔. 그냥.”
아몬드는 힘을 주어 활을 당겼다. 직감적으로 이 활을 써야 한다는 느낌이 왔다.
아까 전 퀘스트 창에서 1차 목표는 생존이었다.
그다음은 적을 섬멸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레이나의 이유’다.
“싫어……!”
“내놓으라고!”
레이나를 살려야 한다는 말은 없다. 어차피 그녀는 여기서 살아나간다. 이건 그녀의 과거 기억이잖은가. 그러니까 레이나에게 활을 양보할 필요는 없다.
“어이. 거기.”
그때, 덩치 큰 병사 하나가 다가온다.
쾅!
“컥!”
갑자기 아몬드를 걷어차 버렸다.
“그 활은 레이나에게 줘라.”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아몬드는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다.
“넌 이걸 써.”
덩그렁.
그는 누가봐도 싸구려인 듯한 활을 아몬드의 앞에 던져뒀다.
“왜, 왜요! 내가 먼저 잡았잖아요!”
“……?”
병사가 고개를 돌리더니, 험악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미니언. 넌 이번이 첫 전투다. 레이나는 벌써 5승째야. 그래서 레이나가 우선이다. 불만 있나?”
그런 설정이구나. 아몬드는 이번이 첫 전투였다.
빌어먹을, 처음부터 비교가 안 되는 경력이었던 것이다.
“……없습니다.”
아몬드는 별수 없이 싸구려 활을 집어 들었다.
-ㅠㅠㅠㅠ
-아몬드가 여기선 이런 취급이라니 ㅠㅠ
-ㅋㅋㅋㅋㅋ 나 혼자 뉴비 ㅠㅠ
-레이나가 주인공인데 별수 있냐곸ㅋㅋㅋ 견과류 쉑아 진즉 포기할 것이지
-활 성애자 아몬드;;
그래, 레이나가 주인공인 걸 어쩌겠어. 아몬드는 대충 속으로 대충 타협하며 화살을 최대한 많이 챙겼다.
이거라도 많이 챙겨야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던 중, 병사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전열 집합 30초 전!!!”
우루루루!
아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죄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몬드는 활을 늦게 집는 바람에, 화살을 더 채우느라 조금 늦었는데.
레이나는 상당히 앞에서 뛰고 있었다.
‘궁수인데 왜 저렇게 앞에 있지?’
* * *
“집하아압!!!”
병사들이 정해준 집합 장소는 전자의 포탑 밑이었다.
아까 한참 동안 시체를 치우던 그곳이다.
이 언덕에서는 전장을 어느 정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보아하니 역시 릴에서 보던 공성전의 전장과 닮아있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눈이 쌓여 있다는 것과, 여긴 훨씬 더 넓고 진짜 같다는 점. 그리고 이번엔 계약자가 아닌 미니언의 입장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계약자님들이 오신다! 양쪽 정렬!”
척.
아이들은 병사의 명령에 맞춰 양쪽으로 정렬해 대기했다.
아몬드도 대충 눈치껏 정렬해서 섰다.
전부 옮겨서자, 가리고 있던 대로가 드러났다.
여기로 계약자들이 지나가야 하는 모양이다.
‘여기도 계약자가 있구나. 유저는 아니겠지?’
원래 게임에서는 유저가 계약자를 하지만, 여긴 스토리 모드니까 유저는 아닐 거다.
스토리상 이 시점에 이미 위대한 힘을 얻은 자들일 것이다. 어떤 캐릭터일까?
아몬드는 누가 오는지 궁금하여 빤히 성소 쪽을 바라봤다.
게임이 시작되면 보통 저기에 계약자들이 소환되니까.
쿠우웅!!!
하얀 빛줄기 5개가 떨어져 내리면서, 계약자들이 등장했다.
마치 천사가 강림하는 듯한 모습이다.
미니언의 시선에서는 말이다.
“와…….”
“멋지다.”
“나, 나도 커서 계약자가 될 거야.”
아이들은 저마다 감탄을 내뱉는다.
군기를 빡세게 잡던 병사들도 지금 만큼은 통제하지 않았다.
‘미니언들이 나중에 계약자가 되는건가?’
릴의 기본적이 스토리조차 모르니, 아몬드는 이런 말 하나하나에서 유추해 낼 수밖에 없었다.
아마 될 수 있는게 맞았다.
레이나도 무려 ‘화신’이 되었는데, 지금은 미니언이잖은가.
“와!!”
“계약자님!”
“고마워요!”
계약자들은 미니언들이 양 옆으로 정렬한 대로를 지나가며 손을 흔드는 식으로 응대해 주었다. 입맞춤을 날리는 여인도 있었다.
“와아아! 저도 커서 꼭 계약자가 될래요!”
“유리아! 여기 봐줘요! 유리아!”
“와아아아아아!”
그 여인이 지나갈 때 가장 큰 환호성이 터졌다.
‘활…….’
활을 들고 있다.
아몬드는 어린 레이나의 반응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유리아 님! 멋있어요!!!”
아무리 레이나라도, 애는 애였다.
저런 식으로 소리를 지르는 레이나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는데.
참 묘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계약자들 중에 활을 쏘는 계약자를 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레이나가 저 계약자가 되는 건가?’
레이나가 감탄하는 대상을 다시 봤지만. 활을 들었다는 공통점 외에는, 나중에 냉혈의 마궁수가 되는 레이나와 너무 달랐다.
화신과 계약자는 너무 다른 존재이니, 일단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꼭 이번에도 이길게.”
어린 레이나는 자신이 잡은 활에게 입을 맞추며 그리 다짐했다.
-장래 희망 : 레이나의 활
-헉 나, 나도!
-난 화살도 좋음
-장래 희망에 레이나의 활을 적다. ‘후회없는 선택’
보아하니 계속 저 활을 썼던 모양이다.
저쯤 되면 그냥 레이나에게 소유하게 해도 될 텐데, 안전 문제 때문에 매번 뺏는 것 같다.
여러 생각들을 하던 중.
계약자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다시 병사들이 앞에 서며 군기를 잡았다.
“미니어어어어언!”
“예!”
쿵.
모두들 하나인 듯 발을 구르며 대답했다.
아몬드도 대충 눈치껏 입 모양만 따라 했다.
“전투 시작 30초 전! 다시 진격 대열로 정비하라!”
쿠구구궁!
수많은 아이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갑옷의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하도 요란하여 나무 위의 새들이 놀라 날아갈 정도다.
“1열!”
척.
1열이라고 불린 미니언들은, 각자의 무기를 앞으로 세우며 전력으로 달릴 준비를 했다.
흑…… 흐으윽…….
뒷열에서는 우는 녀석도 있었다.
아마 1열에 아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진격!”
병사의 깃발 신호에 맞춰, 1열의 미니언들이 진격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아아!”
함성이라기보단, 비명에 가까운 소리들.
그 안엔 레이나도 껴 있었다.
‘저래서 살 수 있나?’
릴 공성전 게임이 돌아가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처음 생성되는 미니언은 반드시, 모두 죽는다.
그런데 레이나는 1열이었다.
아무리 궁수라지만, 처음 생성된 미니언이 전투가 끝날 때까지 살아날 수 있을까?
걱정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두었다.
‘레이나니까 살겠지.’
레이나가 마궁수의 화신이 되는 건 기정 사실.
레이나를 걱정할 게 아니었다.
아몬드는 당장 제 코가 석 자였다.
“다음! 2열!”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2열이 불려 나갔다.
그들도 비명 소리와 함께 달려나갔다.
1열이 어떻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3열!”
“4열!”
점차 아몬드의 차례가 오고 있었다.
아몬드는 8열이다.
“8열!”
척!
아몬드의 양옆에 있는 아이들이 달려나갈 준비를 마치며 자세를 낮춘다.
“진격!”
간단한 명령과 함께, 8열 전체가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끄으으아아아아아!!”
“죽어어어어어!’
귀가 멍멍할 정도의 고함들.
아이들은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저기다!”
“저, 적군이다!”
적의 미니언들과 마주쳤다.
용기 있게 달리던 아이들도 주춤하여 우왕좌앙하는 순간.
‘뭐하는 거야.’
기리릭──
아몬드가 가장 앞으로 뛰어나가며 활시위를 당겼다.
* * *
[초보자 Tip : 공성전에서, 미니언들을 죽이면 경험치와 골드를 얻습니다. 경험치는 쌓이면 레벨이 올라 스킬을 배울 수 있고, 골드는 쌓이면 좋은 아이템을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