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4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45화
50. 레이나의 이유(2)
오늘 게임엔 상당히 많은 금액이 걸려 있었다. 별 3개 클리어 미션 보수만 125만 원이었고. 큰 손의 등장으로 켠왕에 대한 후원도 받았다.
‘스토리 모드가 이렇게 흥할 줄이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레이나 3별 클리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까? 보통 스토리가 있는 게임은 후원도, 시청자도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은데.
오늘 방송은 꽤나 흥하는 편이다.
[현재 시청자 : 9천]어느새 1만 가까이 도달한 시청자.
아침 시간대에 이만큼의 시청자는 매우 고무적이다.
상현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열심히 하면 다들 알아봐 주는구나.’
아침부터 방송을 켜고 릴을 연습할 생각을 했던 게 좋게 작용했다. 적어도 상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주혁이 커뮤니티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모른 채로.
‘별 3개 클리어. 그것만 집중하자.’
이미 방송은 성공적이었고.
상현은 게임 플레이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스토리 모드] [이어서 하시겠습니까?]* * *
다시 보이는 2차 포탑의 폐허.
‘2차 포탑까지 밀었었지.’
2차 포탑까지 밀었다면, 이제 성소 앞의 두 개의 탑만 남은 셈이다.
타다닥…… 타닥…….
모닥불 소리와 함께 전해져 오는 온기.
그가 있는 곳은 근처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였다. 이곳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 아이들이 여럿 보인다.
블루팀의 미니언들이다.
대부분은 추워서 혹은 전쟁의 공포 때문에 바들바들 떨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만, 레이나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가장 어린 미니언들이 모여있는 모닥불에 장작을 더 많이 던져주고,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귀에 대고 무어라 속삭이기도 했다. 이 거리에선 들리지 않았다.
아몬드는 생각했다. 역시나 다시 봐도 이상하다고.
‘미니언들을 엄청 아끼고 있어.’
그리고 그는 되새겼다.
스토리 모드가 시작할 때 레이나가 했던 말을.
「내가 그런 걸 싫어하게 된 이유가 있어.」
무슨 뜻일까?
‘그런 거’라면 레이나를 강신시켜 우스꽝스러운 일에 써먹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기억은 그런 장난스러운 소행과 어디 하나 연결 지점조차 없다.
‘좀 더 생각해 보자.’
굳이 연결 지점을 찾는다면 있을 수 있다. 아마 미니언으로서의 삶은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
노예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존재들이다.
레이나는 이때의 기억 때문에 ‘사용되어 버리는’ 느낌을 싫어하는 걸까?
‘이거랑 관련이 있나.’
아몬드는 꽤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
분명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만약 이런 삶을 살았다면 그런 일에 예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충분히.
그는 혹시 이게 정답인가 싶어서 중얼거려봤다.
마치 게임 시스템에게 말을 걸 듯이.
“미니언의 삶이 레이나의 이유인가?”
상식적으로 이렇게 별 3개 클리어가 될 리가 없다만, 아몬드의 게임 지식은 상식 이하다.
그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해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연관은 있습니다만.]놀랍게도 답이 돌아왔다.
물론 꽝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자식이 날로 먹으려 하네
-되겠냐고 ㅋㅋㅋㅋ
-아니 난 대답이 돌아온 게 더 신기한데? ㅋㅋㅋ
-와 이게 신입의 패기인가 뭔가 그거냐? 무장색 패기보다 낫네 ㅅㅂ
-아무도 생각 못 한 참신함!
-이래서 신입은 꼭 패기라는 말이 있는 거군요.
실패했으니, 온갖 조롱이 날아오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아몬드는 이걸 실패로 보지 않았다.
‘연관이 있어?’
가만히 있었다면 전혀 알 수 없었던 정보를 얻었다. 미니언의 삶이 정답은 아니지만 연관은 있다는 정보. 그리고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하면 시스템이 가끔 답을 해준다는 정보까지 얻었다.
[시간이 흐릅니다.]갑자기 시간이 흘러버렸다.
“어?”
그 이후 눈 앞에 펼쳐진 건 진격을 준비하고 있는 아군의 미니언들.
“이번엔 집합 씬은 넘어갔네요?”
-그냥 지겨울까 봐 넘긴 듯
-뭔가 이유가 있으려나?
-아까처럼 시스템한테 물어보셈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손들고 물어봐
손을 들고 물어보라며 놀리는 시청자들, 미안하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1열!! 뭐 하나!! 뛰라고!!”
쿵!
잠시 멍하니 있던 아몬드를 누군가 뒤에서 거세게 밀었다.
정신 차려보니, 옆에 있던 동료들이 다 뛰어나가고 있었다.
‘아, 또 1열이었나?’
아몬드는 그제야 허겁지겁 뛰어가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레이나의 금발 머리가 보인다.
‘이번에도 레이나랑 같이 싸워야겠다.’
레이나 옆에서 싸우면 생존에 불리하겠지만, 몇 번 싸우다 보니 익숙해졌다.
생존은 이제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1열에 가더라도 레이나를 계속 관찰하는 게 이 게임의 중요 포인트 같았다.
“레이나!”
“아몬드? 왜 이리 늦게 와.”
어린 레이나가 투덜대듯 말했으나, 처음 마주쳤을 때에 비하면 많이 친근해진 말투다.
-어린 레이나마저…….
-어이, 어이, 얼굴이 아니라 활 실력이라고?
-ㅋㅋㅋㅋㅋ
-이건 어른 레이나의 수작질이야. 어린 레이나마저 아몬드를 좋아할 리가 없어!
아몬드는 왜 늦었는지, 해명할 틈도 없었다.
“계, 계약자다아아!”
계약자.
적군의 계약자가 도착해 있었다.
‘미친.’
그러고 보니 적 계약자를 이렇게 빨리 마주친 건 처음이다. 그것도 아군 계약자도 없는 채로.
‘미니언들에겐 일상 같은 상황일 텐데.’
그간 운이 좋았던 것일 뿐.
미니언은 언제든지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적 계약자는 암살자 계열의 화신이 빙의된 채였다. 릴 자체를 잘 모르는 아몬드로서는 누군지 추측하기도 어렵고, 해봐야 소용도 없었다.
펑!
계약자의 신형이 순식간에 그림자와 함께 사라졌다.
“!”
불길한 감각을 느낀 아몬드는 몸을 굴렸다.
촤아악──!
아니나 다를까, 시뻘건 피 안개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뭐야?’
무슨 일인지 파악이 안 됐다.
눈으로 미처 따라가기도 힘든 속도. 이게 미니언의 시선에서 보는 계약자들의 힘이다.
검은 안개가 한번 슥 지나간 후.
아몬드가 보게 된 건, 그저 바닥을 굴러다니는 동그란 머리들.
미니언의 머리들이었다.
그중 한 머리가 아몬드에게 말을 걸었다.
“아, 아몬드…….”
“테오? 미친……!”
육성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순간 이게 게임이라는 걸 잊을 뻔했다.
“나…… 너, 너처럼 되려고…… 1열에 왔…….”
아몬드에게 레이나 다음으로 말을 먼저 걸고, 그의 이름을 연호해 주던 그 아이다.
-헐 ㅠㅠㅠ
-테오야아아아ㅠㅠㅠ
-누나가 미안해 ㅠㅠ
-헉ㄷㄷ 전개 무쳤다.
-레이나는 어딨어?
레이나가 안 보인다.
‘레이나? 그러고 보니 어딨지?’
아몬드는 정신 차리고 주위를 살폈다.
‘어딨지?’
둘러봐도 레이나는 보이지 않았다. 레이나뿐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동료 미니언도 없었다. 눈 깜짝할 새에 궁수 미니언들의 목이 다 날아가 있었다. 일격에 7~8명의 아이들이 죽어버린 것이다.
미니언이 계약자를 맞닥뜨리면 벌어지는 일이었다.
슥──!
검은 그림자가 한번 스쳐 간 것일 뿐인데.
앞쪽의 방패병 미니언들도 순식간에 갑옷이 반파되며 쓸려나갔다.
“커억……!”
“윽!”
미니언들은 그럼에도 계약자에게 반격해 볼 생각조차 못 한다. 다만, 아몬드의 시선만이 계약자를 향했다.
일렁이는 그림자.
그것을 바라보는 아몬드의 눈엔, 약간의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는 홀린 듯이 활시위를 당겼다.
조준하는 건 당연히, 상대 계약자.
“피, 피해! 아몬드!”
“뭐 하는 거야!?”
미니언이 아닌 계약자를 조준하자, 저 멀리 있던 아군 미니언들까지도 고함을 내질렀다.
“아직 적 미니언이 남았잖아! 계약자부터 쏘면 어떡──”
그게 무슨 대단한 규율이라도 되는 것마냥, 무어라 소리 지르고 있었다만.
아몬드에겐 닿지 않았다. 무어라 할 틈도 없이, 어느새 그의 손은 시위를 놓았다.
피융!
화살이 곧게 날아갔다.
이내, 계약자의 머리에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퍼엉!
명중한 것이다.
“멍청아! 계약자는 ‘화신의 가호’를 받아서 우리 공격엔 거의 영향을 안 받는다고!”
그제서야 들려온 레이나의 목소리.
그녀는 어디서 된통 구르다가 온 건지 온몸이 진흙투성이였다.
“얼른──”
얼른 도망가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아몬드의 화살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팡! 팡! 팡! 팡!
쉴 새도 없이 계약자를 쏘아댔다.
계약자의 신형 주변으로 그림자가 다시 피어올랐다. 그는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스으으윽……!
다시 나타난 신형은, 어느새 아몬드와 레이나 뒤쪽.
그는 검은 환영 같은 검을 들고 베었다.
후웅!
하나 이미 거기엔 아몬드가 없었다. 그는 앞으로 구른 지 오래였다. 이미 뒤에서 나올 걸 느꼈기 때문이다.
화살은 쉬지 않았다.
펑! 펑! 펑!
구르는 것과 동시에 날아가는 3발의 화살.
계약자가 다시 한번 그림자로 들어가며 아몬드를 쫓았으나, 똑같은 일이 벌어질 뿐이었다.
피하는 것에선 세계 최고 레벨을 측정받은 아몬드다. 미니언의 몸이라고 해도 그 능력만은 살아 있다.
계속 쫓아도, 맞는 건 계약자뿐이었다.
약 서너 번 반복될 무렵.
쿵.
계약자가 뒤로 주춤했다.
“……마, 말도 안 돼.”
미니언이 계약자를 뒤로 물러나게 하다니. 레이나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계약자라는 존재는, 미니언으로선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태양 같은 것이었다.
한데 아몬드는 지금 그 태양을 조준하면서도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는 그저 똑같이, 마치 들짐승을 사냥하듯이 화살을 활시위에 매겼다.
그 화살은 미니언을 향할 때와 똑같이 계약자에게 향했다.
퍼버벙!
계약자는 그의 화살 세례를 맞고, 다시 한번 뒤로 주춤했다.
모든 공격을 피하고, 모든 공격을 맞히면 이긴다.
이 간단한 명제를 무식할 정도로 극한까지 끌어내는 플레이였다.
-와 미친
-이거 이렇게 하는 거 아닌데요?
-님 그러다 버그 걸림ㅋㅋㅋ
-피지컬 ㄹㅇ 무쳤누 ㅋㅋㅋ
-이게 우리 미니언이면 난 벌써 챌린저였지~~
-아 ㅋㅋㅋ 블루팀 사기 맞다니까?! ㅋㅋㅋㅋ
그러나 결국 아몬드도 미니언이다.
‘없어…….’
마나도 없고, 화살도 떨어졌다.
계약자는 이때다 싶어 달려든다.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며 휘둘러지는 검은 그림자.
아몬드는 도망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어이쿠! 이런. 너 그때 그놈 아니냐!?”
카아앙!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더니, 상대 계약자의 공격을 쳐냈다.
아군 계약자, 철괴의 바트였다.
[시간이 흐릅니다.]그 순간 장면은 넘어가 버렸다.
* * *
‘뭐지.’
전투 중에 장면이 넘어가 버린 건 처음이었다.
그가 지금 있는 곳은 모닥불 근처도 아니었다.
그는 울창한 수풀에서 몸을 숨긴 채로,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그 녀석이 계약자를 몰아붙였어.”
바트의 목소리였다.
“음…… 이건 위험한 이레귤러인데.”
활을 들고 싸우는 계약자, 유리아였다.
그 외에도 다른 계약자들이 모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훌륭하긴 하지만, 이상할 정도라고. 레이나보다 더.”
“레이나도 얼마나 신경을 써서 ‘기억 관리’를 해주고 있는데. 또 이런 녀석이…….”
아몬드는 오늘 블루팀의 승리를 이끌 만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런데, 계약자들은 오히려 싫어하고 있다. 정상적인 반응일까?
내가 뭔가 밉보였나?
그렇다 해도 이상하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장에서, 미운 녀석이 활약한다고 싫어한다?
-??!?
-와 이거 뭐임
-소름 돋네
-머리가 띵하누 ㄹㅇ
-뭐지? 뭐지?
시청자들도 같은 생각인 듯, 놀라워하고 있다.
그리고 아몬드는 한 가지 너무나도 당연했던 사실을 깨닫는다.
‘목숨을…… 안 걸잖아. 쟤네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미니언들 뿐. 계약자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잠깐. 여기 어디지?’
그는 주변을 다시 체크했다.
울창한 숲이었으나, 계약자들이 모인 곳은 공터다.
낯이 익은 공터.
‘시체 소각장.’
미니언들이 전투가 끝나고 나면 늘 시체를 소각하러 오는 그곳이었다.
“어쨌든 오늘은 이쯤하고, 내일 더 지켜보자.”
유리아가 대화를 마무리하며, 시체 소각장에 뭔가를 발동시켰다.
우우웅……!
밝은 빛이 타오른다. 당연히 시체들을 태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
시체는 어딘가로 전송되어 버렸다.
시체가 사라지니 보였다. 바닥에서 빛을 뿜어내던 건 타오르는 불이 아니라, 마법진이었다.
마법진은 다시 밝은 빛을 내더니, 이번엔 시체들이 다시 생겨났다. 대부분 빨간 옷을 입은 게 레드 팀의 시체 같았다.
그리고……
‘뭐야. 대체.’
시체들이 몸을 일으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시체가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동공에 빛이 없었지만, 살아 있었다.
그들은 계약자의 명령에 따라 옷을 갈아입었다.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그렇게 아주 간단하게 블루팀 미니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