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4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48화
51. 계약자 사냥(1)
“네가…… 아니, 우리가 계약자를 죽여야 돼.”
레이나가 진중한 표정으로 내뱉은 말.
-헐 계약자를 죽여?
-그게 가능함?
-이거 에밀리아보다 더하네ㅋㅋㅋ
-아니 ㅋㅋㅋㅋ 어케 죽임?
-ㅂㄷㅂㄷ 미션 클리어 볼 수 있냐?
시청자들은 스토리 모드 클리어의 난이도에 분노해 버렸다.
우리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흐름상 당연히 아몬드가 죽여야 했다.
아몬드도 순간 말문이 막혔음을 부정하긴 힘들었다.
‘계약자를……?’
계약자.
사실 미니언의 입장에선 신이나 다를 바 없는 존재다.
미니언은 인간의 육체 능력에서 크게 벗어날 게 없는 자들이었고, 계약자는 세상의 이치와 맞지 않는 힘을 쓰는 자들.
화신의 가호를 받기에, 급소를 몇번이나 맞혀도 쉽사리 죽이기 힘들다.
반면 미니언들은 그들의 공격에 스치기만 해도 빈사 상태가 될 터다. 그것도 운이 좋을 경우다. 보통은 눈 깜짝할 새에 즉사해 버린다.
인간과 병정 개미의 차이.
레이나는 병정 개미에게 인간을 죽이자고 제안하고 있었다.
“그래.”
병정 개미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턱으로 인간을 죽이겠노라고.
레이나의 눈이 큼지막해졌다가, 이내 반달처럼 감기며 화사하게 웃었다.
“응. 해보자.”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것이다.
-아까부터 손잡고 있었으면서 뭔 또 악수냐 ㅋㅋㅋ
-연애 “멈춰” 제발……
-“멈춰주세요.”
-손 안 잡으면 죽는 병 걸림?
아몬드의 손이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레이나가 말한다.
“난 레이나 루센.”
레이나 루센.
아마 루센이 성인 모양이다.
이에 따라 아몬드도 그의 성을 말해주어야 하는데. 아몬드는 당연히 성이 없었다.
“나…… 는…… 기억이 안 나네.”
“그렇구나.”
레이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기억이 없는 건 이 세계에서 흔한 일이다.
“내일 내가 지도를 한 장 더 만들어서 네게 줄게. 다시 여기서 보자.”
“그런데─”
“?”
“이 지도를 어떻게 그린 거야? 넌 그러니까…….”
넌 며칠 치의 기억뿐이잖아, 라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 이건 내가 다 그린 게 아니야.”
“뭐?”
“거의 다 그려진 걸 내가 주워서 마저 완성했어.”
주워? 저런 걸?
아몬드는 이상하다는 생각에 지도를 이리저리 뒤집어봤다.
뒤에 이상한 필기체의 글씨가 작게 써 있었지만.
‘데, 아니, 드인가……? 음…….’
알파벳 같은데, 너무나 악필에 지저분하게 찢어져서 무슨 뜻인지 알기 힘들었다
그는 그냥 게임 편의상의 전개로 납득하기로 했다.
그렇게 둘은 다시 수풀에서 나와 전장을 청소했다.
[시간이 흐릅니다.]장면은 순식간에 다음 날로 넘어갔다.
띠링.
[레이나의 지도]레이나의 지도가 생겨났고, 오른쪽 한구석에는 미니맵이 생성되었다. 마치 릴 공성전 멀티 플레이를 할 때처럼 말이다.
눈앞엔 레이나가 있었다.
“내 말 잘 들어.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끝이야.”
레이나는 탁, 지도 어딘가를 짚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게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야.”
그녀는 열정적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어떻게 안 들키고 빠져나갈지, 어디서 무기를 다시 탈환할지, 그리고…….
“계약자는…….”
어떻게 계약자를 죽일지.
“여기 있어.”
지도 위를 가리키는 그녀의 검지손가락이 덜덜 떨려왔다. 가리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는 듯.
“여기서부턴 정말 잘 들어야 돼.”
* * *
설명이 끝나고.
작전은 실행됐다.
아몬드와 레이나, 그리고 레이나가 불러모은 몇몇 미니언들이, 어두운 밤에 한 장소에 모였다.
모트, 홀리, 제이 등등…….
흔히 레이나 분대로 불리는 아이들이었다.
게다가 톰, 테오, 줄리아…… 어제 레드팀에서 블루팀으로 다시 바뀐 녀석들까지 모여 있었다.
이들은 기억이 없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계약자에 대한 막연한 공포도 없었기에.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고 설득하기 쉬웠다.
그들 모두가 이미 탈출에 대해 적극적이다.
“나만 잘 따라와. 조용히 하는 거 잊지 말고.”
“알았어.”
“다들 작전 설명한 거 기억하지?”
“응. 몇 번이고 반복했잖아.”
아몬드야 두 번 정도가 끝이었지만, 이 미니언들은 반복해서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 훨씬 좋은 세상이 밖에 있을 거야.”
훨씬 좋은 세상…….
어쩌면 그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아몬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여기보다 지옥이 밖에 있을 수도 있다고, 차마 그딴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정말이야. 아몬드?”
미니언 하나가 그의 옷깃을 잡고 물었다.
아몬드를 유독 더 따르는 ‘모트’라는 녀석이었다. 녀석은 무기도 활만 고집한다.
“응. 당연하지.”
웃으며 대답해 주자, 그도 따라 웃었다.
“그럼, 가자.”
* * *
어두운 밤.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하필이면 달도 초승달이었다. 이곳은 달이 3개나 있는데도, 제대로 밝게 비춰주는 것이 하나 없다.
“뭐 이리 보이는 게 없냐.”
무기고를 지키는 병사 하나가 하품을 하며 말한다. 안 그래도 졸린데, 옆에서 따뜻하게 쬐는 횃불의 온기와 타다닥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니, 졸음이 쏟아진다.
“한숨 자시죠.”
“크음…….”
후임 병사가 그리 말하자, 그는 못 이기는 척 잠시 벽에 등을 기대어 본다.
“그럴까?”
활을 매고 기대려니 거추장스러워, 그걸 옆에 풀어두고는 눈을 붙였다.
그게 잘못이었다.
그는 방금의 행동으로 아몬드의 첫 번째 표적이 되어버렸다.
스스슥.
바로 밑에 있는 수풀이 흔들렸으나, 옆에 서 있던 후임 병사는 저 하늘 위의 별자리나 세어보느라 제대로 눈치채지 못했다.
미니언의 크기가 워낙 작은 탓도 있었다.
스릉.
아몬드가 누워 있는 선임 병사의 작은 단검을 빼 들었다.
“어……?”
번뜩이는 달빛에 눈을 뜬 선임 병사. 그의 시야가 순식간에 거꾸로 돌아가 버렸다.
푸슛!
거꾸로 뒤집혀 버린 세상엔, 붉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자신을 내려보는 남자아이의 가랑이가 보였다.
후두둑…….
그는 그 붉은 비가 자신의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라는 걸 알아채고 비명을 질렀으나.
“……! ……!”
성대엔 헛바람만 들이칠 뿐이다. 바람 소리만 처량하게 새어 나왔다.
그의 비명은 후임 병사의 입에서 대신 흘러나왔다.
“뭐…… 으읏!”
푹!
아몬드의 단검이 그의 쩍 벌어진 턱을 찔러 올렸다.
단검이 아래턱을 부수고, 혓바닥을 꿰어내 입천장까지 뚫어버렸다.
“컥……! 허으어어……!”
병사가 헐레벌떡 뒤로 물러났다. 그는 분노와 고통으로 눈을 부릅뜨며 아몬드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아몬드는 단검을 사선으로 세웠다. 검면이 매끄럽게 검격을 흘렸다.
카가가강……!
흘려내긴 했으나 힘의 차이 때문에 덜덜 떨리는 검. 병사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다시 검을 들어 올린다.
“즈으거어……!”
캉! 캉!
검격이 반복될수록, 불리한 건 아몬드다.
그때, 아몬드가 그의 가랑이 사이로 선임 병사의 롱소드를 차서 날렸다.
톡.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 롱소드를 잡은 건, 뒤쪽 수풀에서 튀어나온 레이나다.
“으어……?!”
그녀의 존재를 눈치챈 후임 병사의 목이 뒤로 도는 순간.
레이나의 푸른 안광이 좌로 쭉 늘어졌다.
금빛의 머리칼이 휘날림과 동시에 순식간에 검집에서 빠져나오는 눈부신 달빛.
회전력을 더한 검격이 후임 병사의 상반신을 베어버렸다.
사아악──!
비록 미니언의 미약한 힘이지만 회전력을 더하여 베어내자, 상대의 몸은 정교하게 잘려나갔다.
상체는 천천히 미끄러져, 철퍽. 피 웅덩이를 만들어내며 수풀을 붉게 적셨다.
-와 둘이 팀플 실화?
-포브스 선정 대학생들이 원하는 팀플 1위
-조별과제 희망편
-와 개멋잇어 ㅠㅠ
-아몬드 칼도 잘쓰누
-레이나 진짜 ㅈ간지야 와
-레이나 이 장면만 돌려보고 싶다ㅠㅠ
척척 합이 맞는 둘의 플레이에 시청자들은 물론, 미니언들조차 놀랐다.
“헉.”
“이, 이럴 수가.”
“으……어?”
미니언들은 서로의 입을 틀어막으며 순식간에 죽어버린 병사 둘의 시체를 바라봤다.
후우…….
레이나도, 아몬드도 숨을 작게 내쉬었을 뿐. 별다른 감상평은 없었다.
레이나는 롱소드를 높이 치들어 자물쇠를 내려쳤다.
쾅!!
푸른 마나가 깃든 일격에, 무기고의 자물쇠가 부서졌다.
“여기. 무기들을 하나씩 집어.”
* * *
레이나와 아몬드는 화살 통에 화살을 가득 채웠다. 그것도 모자라 단검과 롱소드도 하나씩 들쳐 맸다. 화살은 언젠간 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레이나와 아몬드 모두 그런 상황까지 가정하긴 싫었으나, 이건 싫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니까.
아몬드는 최대한 자잘한 수리검까지도 챙겨놓으려 했다.
레이나가 하나씩 체크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부터.
“포박 석궁은?”
“챙겼어.”
미니언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좋아. 그럼 수리검?”
“챙겼어.”
작전에 가장 중요한 물건들만 확인한 뒤.
레이나는 이만 창고를 나섰다.
“너무 시간을 오래 끌면 안 돼. 병사들이 아무리 무능력해도 기본적인 순찰 규칙은 지키고 있거든.”
레이나는 병사들의 순찰 코스까지도 알고 있다. 그간 여간 준비를 해온 게 아니었다.
레이나는 지도를 펼쳐 어디부터 어딘가를 짚었다. 그리고 하늘에 뜬 별과 달을 보며 시간을 가늠했다.
“지금 시간으로는 이 구역은 순찰 중이고. 가장 숫자가 적은 건 여기.”
그녀의 손가락이 지도 위를 휙휙 오가며 말한다.
아몬드는 단숨에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다행히 미니맵 상에 그녀의 루트가 표시되었다.
“가자.”
레이나와 아몬드 그리고 미니언들은 무기고를 다시 그럴듯하게 닫아놓고 출발했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몬드는 체감상 실제 시간으로 30분은 이동한 것 같았다.
30분 정도 움직이는 거야 별것 아니지만 들키면 끝난다는 긴박감과 함께 이리저리 숨고 뛰어다니는 건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심했다.
‘슬슬 힘든데.’
이렇게 생각할 즈음이었다.
수많은 순찰 루트를 피해서, 한참을 기고, 뛰고,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서 도착한 곳.
‘저긴가?’
저 멀리에, 잘 보이진 않지만 커다란 횃불 두 개가 보인다. 마치 문인 것 같은…….
-와 저거임?
-오오오 문이다!
-미니언들아 제발 힘내 ㅠㅠ
꿀꺽.
아몬드는 마른침을 삼키며 레이나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문밖엔 계약자가 있어. 늘 반드시 한 명씩은 전장의 문을 지키고 있어.”
가장 중요한 곳을 지키는 건 역시나 병사가 아니라 계약자였다.
“레, 레이나…… 저, 정말 우리 되는 거야?”
“지,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흐아…… 흐아. 나, 나 힘들어.”
작은 미니언들이 힘겨워했다.
“조용히 해. 이 자식들아. 레이나가 여기까지 해줬는데.”
모트가 나서서 그들을 타박했다.
“조금만 버티자.”
조금은 성숙해 보이는 미니언 ‘홀리’도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위로했다.
레이나는 그들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아몬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몬드.”
“?”
“……이다음으로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
레이나가 아몬드의 손을 움켜잡았다.
“마지막일 수도 있어.”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평소보다도 더 반짝였다.
휴양지의 평온한 바다처럼.
“그래서 지금 말해두고 싶어.”
그 바다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깊은 저 바다에 빠지면 헤엄쳐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저 반짝이는 것 아래에 뭐가 있을지, 누구나 알고 싶을 터다.
“잊지 않을게.”
레이나의 입술이 아몬드의 입술을 덮었다.
머릿속에 어떤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몬드는 그것이 뭔지 지금은 알지 못했다.
진하고 촉촉하고 따뜻한 감촉이, 그의 사고를 잠시 멈추었다.
그녀의 눈이 푸른 바다라면, 입술은 따뜻한 태양 같았다.
하나 그것이 뱉는 약속은…….
“기억이 사라져도, 잊지 않을게.”
문장부터가 모순된,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
아몬드는 레이나에게 무어라 대답을 해주고 싶었다.
“어머. 남사스러워라. 기왕이면 몸까지 섞지 그래?”
뒤쪽에서 하얀 섬광이 번쩍이며 지나갔다.
──콰아아아앙!
순식간에 시야가 전부 하얗게 타올랐다.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삐이이이──
고막을 가득 채운 이명이 비명 소리마저 덮어버렸다.
온몸이 불에 데인 듯 뜨겁게 타올랐다.
아몬드는 일단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죽어라 몸을 굴렸다.
삐이이……
이명이 줄어들며 시야가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아, 아몬드…….”
그가 처음 보게 된 건, 거대한 화살에 뚫려 버린 미니언 ‘모트’의 머리.
“유… 리아야…… 도망… 쳐…….”
* * *
[초보자 Tip : 미니언은 계약자를 먼저 공격하지 않습니다. 적 미니언, 그리고 포탑이 가장 우선순위입니다. 아무도 공격할 대상이 없거나, 적 계약자가 아군 계약자를 공격했을 시에만 계약자를 공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