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5화
6. 퍼펙트샷(3)
킹덤 에이지는 듀오 플레이가 가능했다.
다만 듀오 플레이에 딱히 대단한 장점은 없었다.
오히려 난이도가 조금 더 상승해 버려서 불편하다고 하는 자들도 많았다.
듀오 플레이는 그러니까 순수 재미 용도였다.
함께 합을 맞추며 적들을 쓰러뜨리는 용병이 된다! 이런 로망을 충족시켜 주기 위한.
후에 DLC가 나오면 5인 팀플레이 용병 팟도 나올 거라고 하니, 꽤 기대가 되는 콘텐츠이긴 했다.
“자. 일단 아몬드 님의 진행 상황에 맞게 들어왔어. 그러니까 내가 여기에 도우러 온 거지.”
-꼽사리라고 하는데, 그런 걸.
-ㅋㅋㅋㅋㅋ 버스 승객도 아니고, 자해 공갈 보험 사기꾼.
-ㅋㅋㅋㅋ자해 공갈단.
-공갈묵.
도토리묵도 분명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종합 게임 스트리머지만, 아몬드 앞에서는 승객 취급도 받지 못했다.
시청자들 대부분이 도토리묵이 배포한 합방 ‘티저 영상’을 보고 왔기 때문이다.
그 영상은 사실상 아몬드의 매드무비였다.
-영상 보고 왔는데, ㄹㅇ 지리더라.
-사람이 맞나 싶음.
-그게 최적화가 안 된 거라니. ㅅㅂ.
-활 챌린지를 진짜 성공할 것 같은 유일한 1인.
활 챌린지를 3화 만에 그만뒀던 게 도토리묵이다. 그러니 다들 그를 승객 취급도 안 해줄 수밖에.
“이봐요. 나 활 안 들고 앞에서 탱커할 거야. 참내.”
도토리묵은 잠시 투덜거린 후, 아몬드에게 간략히 설명을 시작했다.
“아몬드 님. 퍼펙트샷 조건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도토리묵은 자신의 이마 정중앙을 가리켰다.
“이 망할 게임은 같은 급소라도 양궁 과녁마냥 점수가 있습니다. 급소 판정이 이렇게 원형이라면, 거기에 더 작은 원들이 더 있는 식이죠.”
-또 시작.
-전설의 시작.
-ㅋㅋㅋㅋㅋ이거 몇 번째 듣는 거야.
-어우.
채팅창에선 반발이 일어났지만, 늘 그렇듯이 싹 무시한 채로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일단 그 정중앙을 맞히는 게 가장 첫 번째 조건.”
“알겠습니다.”
“이거부터 헬이죠? 근데 여기서 하나 더. 항상 첫 트라이에만 이 판정이 뜬다는 점.”
“아, 그렇군요.”
도토리묵은 무시무시한 공포영화처럼 설명했지만, 아몬드는 덤덤했다.
-아, 네.
-아, 진짜?
-아…… 네.
-ㅋㅋㅋㅋㅋㅋ
-??? : 그게 어려움?
도토리묵의 무안한 얼굴을 놀리는 채팅들이 올라온다.
‘하기 매번 퍼펙트샷을 하는 사람인데. 이 조건들이 놀라울 리는 없지.’
도토리묵도 예상했던 반응이다.
그리고 원했던 반응이다.
‘잘하면 진짜 좋은 캐릭터가 나오겠어.’
그는 아몬드의 태도나 말투, 그리고 그 능력에서 나오는 어떤 캐릭터적 시너지가 있다고 여겼다.
스포트라이트만 제대로 받으면 대성할 법한.
‘이러니까 벌써부터 저런 매니저가 붙은 걸까.’
그는 엄청난 이력의 매니저였던 김주혁을 떠올린다.
퍽.
그때, 그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자가 있었다.
“신참. 멍 때리지 마라.”
중대장 로만이었다.
아. 게임이 시작됐었지.
-ㅋㅋㅋㅋㅋㅋ
-로만 on
-크엌ㅋㅋㅋ
-무샅! 트뼐과정!
로만의 살벌한 눈이 도토리묵을 심장까지 서늘하게 만들었다.
“멍하니 쳐다보지도 마.”
“아, 알겠습니다.”
툭.
그는 어깨로 다시 한번 도토리묵을 치고 가면서 다른 병사들 앞에 섰다.
“오늘 임무를 설명하겠다.”
일전에 마적들을 전부 처단하고, 아몬드는 이제 다른 임무로 넘어간 상태였다.
“에밀리아 영애께서 우리에게 하나의 임무를 더 맡기셨다. 저번 작전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지.”
일전에 호위를 받았던 에밀리아가 임무를 하나 더 맡겼다는 전개다.
“이 근방에서 고블린 굴이 발견되어 농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말이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람이 아닌 몬스터와의 전투였다.
“우리는 그걸 찾아내서, 전부 소탕한다. 간만에 좋은 일이다. 열심히 임해라. 그리고 결과를 내라. 저기 아몬드처럼. 알았나?”
“예!”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컷 신이 등장하고, 도토리묵은 감탄을 뱉었다.
“와. 진짜 로만, 저 새끼 너무한 거 아냐?”
기가 찼기 때문이다.
-아몬드는 칭찬하는데, 도토리묵은 어깨빵ㅋㅋㅋㅋ
-진짜 태도 차이가 크네 ㅋㅋ
-ㄹㅇㅋㅋㅋ
-개웃겨 ㅋㅋㅋ
어찌 됐든 마차는 고블린 굴 앞으로 당도했다. 시간은 저녁.
몇몇 용병들은 횃불을 들어 시야를 밝혀줬고, 로만이 선두에서 통솔했다.
“조용히 잠입한다.”
스르륵.
로만의 명령에 따라 선두로 들어갈 정예병들이 자세를 숙였다.
거기엔 당연히 도토리묵과 아몬드도 포함이었다.
“드가자~!”
도토리묵은 방송용 멘트를 치면서 슬그머니 앞으로 나아갔지만.
퉁!
또 로만에게 후려 맞았다.
“조. 용. 히.”
“죄, 죄송합니다.”
“대답도 하지 마. 반으로 갈라 버리기 전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ㅋ
-미치겠네. 역시 방송 천재누ㅋㅋㅋ
-로만이 방송 천재 같은데?ㅋㅋㅋ
졸지에 방송 천재가 된 로만은 아몬드를 가리키며 조용히 읊조렸다.
“아몬드. 선두에 서서 여기 띨빵한 신참에게 기습이 뭔지 보여줘라.”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가장 먼저 고블린 굴의 입구까지 기어갔다.
‘움직임이 훨씬 쉬워.’
아몬드는 최적화로 향상된 게임 환경을 확실하게 체감하고 있었다.
본래 움직일 때 느껴졌던 아주 미세한 위화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졌다.
이제 다시 최적화 전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블린이다.’
보초를 서고 있는 고블린 몇이 발견됐다.
기리릭…….
그는 자세를 최대한 숙인 채로, 활시위를 당겼다.
해보지 않던 자세이지만, 활시위는 입술의 중간에 정확히 안착했고, 홀딩 역시 완벽했다.
흔들림 없는 오른손이 활시위를 놓자,
피융!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고블린이 쓰러진다.
-와!
-씹…….
-오진다.
-슈팅 자체가 다른데?
영상으로 보는 것과 라이브로 시청하는 건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더군다나 도토리묵은 바로 옆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히익.”
그는 또 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다행히 이번엔 로만에게 들키지 않았다.
‘장난 아니잖아?’
눈썰미가 좋은 도토리묵은 알 수 있었다.
‘더 발전한 거 같아.’
상현의 슈팅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가볍다는 것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지만 분명 더 가볍다.
‘심지어 기습에 맞게, 활시위 소리도 조절하고 있어.’
항상 풀 드로우로 당기던 습관이 있던 아몬드. 그러나 이젠 그도 사냥용 활에 최적화되었다.
피잉……!
휘익……!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힘 조절을 해서 쏘는 중이다.
피익!
바람 새는 소리가 날 때마다 고블린들은 하나씩 쓰러져서 결국 모든 보초들이 전부 사라졌다.
“훌륭하군. 아몬드.”
“와…….”
“저게 아몬드 선배야…….”
로만뿐 아니라 다른 용병들도 선망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도토리묵도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얘들아. 봤어? 개미쳤네. 진짜로. 저게 퍼펙트샷이야. 즉사랑 그냥 죽는 거랑 다르다고.”
본래 용병단 전체가 합심해서 쓸었어야 할 첫 번째 스테이지가 아몬드 1인에 의해 클리어되어 버렸다.
-이거 원래 이렇게 진행되는 거냐?
-아니ㅋㅋㅋ 개혈전인데 원래ㅋㅋㅋ
-스나이핑도 존내 잘하겠다.
-근데 퍼펙트샷인진 모르겠는데ㅋㅋㅋ
-걍 헤드샷인 듯.
“불을 지펴서, 연기를 들여보내라.”
이제 용병들은 동굴 앞에 연기를 피우고 입구를 짚으로 틀어막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매캐한 연기가 동굴을 꽉 채워서 모두 질식사시키는 전술이다.
만약 안에 일반적인 고블린뿐이라면 연기에 당황해 서로 부딪히며 오두방정을 떨다가 전멸한다.
그러나 지휘하고 있는 보스가 있다면 달랐다.
“키애애애애액!”
시뻘건 안광이 연기 사이에서 뛰쳐나왔다.
[챔피언 고블린]오크만큼이나 거대한 몸집의 고블린, 그는 철가면 같은 것을 쓰고 있었고 양손엔 서슬 퍼런 쌍검을 장비하고 있었다.
“끼애애애액!”
“변종이……?!”
로만도 당황할 정도의 거대한 고블린.
놈이 용병대를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연기에서 하나둘 고블린들이 튀어나오더니, 어느새 수십의 고블린들이 붉은 안광을 쭉 늘어뜨리며 내달린다.
“방패병!!!”
로만이 고함치고, 도토리묵이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선다.
기리릭.
‘급소 정중앙. 첫 트라이.’
상현은 도토리묵이 했던 말을 되새기며 챔피언 고블린을 조준한다.
-진짜 퍼펙트샷 되냐?
-이제 알겠네. 보스로만 구분되니까.
-오, 쒯. 바로 보스 조준하는데?
-대박 ㅋㅋㅋ
그때.
상현은 잠시 멈칫했다.
‘어?’
기리릭.
그는 팽팽하게 당겼던 활시위를 다시 풀었다.
‘저 가면 뭐야.’
그가 항상 노리던 이마 정중앙. 그 부분이 가면으로 가려져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나무가 아니라 철 가면 같았다.
화살로 뚫을 수 없는.
-뭐야 왜 멈춰.
-ㄷㄷ 첫 트만 된다 해서 긴장?
-아몬드도 인간인가?
첫 트라이에만 가능하다 했으니, 가면을 뚫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볼 수도 없다.
잠시 고민하던 상현은 하늘 위를 조준했다.
-위로?!
-설마 누가 10만 원 후원했냐? 저거 10만 원 방종 리액션인데!
-ㅋㅋㅋㅋㅋ 뭐임 ㄹㅇ
-갑자기 트롤?
상현은 눈을 감고, 피부에 닿는 바람을 감지했다.
휘이잉…….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피융!!!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시위 튕기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하늘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