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5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50화
52. 길었던 이야기(1)
전신이 묶인 채.
기리리릭…….
강하게 목까지 조여오는 포박 밧줄.
“케엑……! 켁!”
유리아의 눈이 점차 희게 변했다.
정신이 나가고 있었다.
“먹힌다! 먹히고 있어!”
레이나가 외쳤다.
화신의 가호가 깃들었지만, 이것이 곧 불사를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계약자도 성소의 축복이 없다면 죽는다.
화신의 가호와 성소의 축복. 이 둘이 합쳐져서 불사의 반신인 계약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나라도 없다면…….”
레이나가 이번엔 아예 밧줄을 직접 잡고 더 강하게 당겼다.
“너희도 죽어!”
파드드득……!
그녀의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유리아의 발버둥도 더욱 빨라졌다.
아무리 된통 당한 후라도, 유리아는 궁수였다. 그녀의 팔 힘은 미니언 하나를 으깨버릴 수도 있을 터다.
그녀가 예쁜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으르렁거렸다.
“이…… 이것들…….”
파지지직!
하얀빛이 다시 그녀의 손으로 모여들었다.
파앗!
밧줄로 묶여 있던 그녀의 손이, 빠져나왔다.
묶인 위치가 너무 하반신 쪽으로 치우쳐져 있던 탓이다.
“손! 손을 묶어! 발을 풀고!”
“제, 제기랄, 안 풀려!”
갈고리끼리 엮여서 꽁꽁 묶인 포박 밧줄이 마음대로 풀릴 리가 없다.
유리아의 손이 목을 조이는 밧줄을 붙잡았다.
“너흰…… 다 죽었어…… 아니, 곱게 죽지도 못할 줄──”
그 순간이었다.
피융!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유리아의 왼손이 튕겨 나갔다.
펑!
아몬드의 화살이었다.
“그대로 둘 줄 아냐.”
그 말과 함께 또 다른 두 개의 화살이 날아갔다. 하나는 그녀의 이마 정중앙으로, 하나는 오른손으로.
퍼벙!
오른손이 뒤로 튕겼다. 그러자 밧줄이 다시 유리아의 목을 조였고.
“커헉……! 너…… 너어어!”
유리아는 열심히 눈알을 부라렸으나, 후광이 크게 옅어졌다. 화신의 가호가 옅어지는 것이다.
‘승기를 잡았다.’
아몬드는 화살 통에 있는 화살 전체를 땅에 박아넣었다.
승기를 잡은 지금 끝까지 퍼부어야 했다.
“아, 아몬드! 여기!”
다른 미니언들, 홀리와 줄리아도 각자의 화살을 아몬드의 앞에 꽂아주었다.
본래는 그들이 직접 쏴야 하지만. 아몬드의 실력을 눈앞에서 본바, 이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맙다는 대답은, 아몬드의 오른손이 대신했다.
척.
그 손깍지엔 어느새 4개의 화살이 끼어 있었고, 그것은 곧장 활시위로 옮겨갔다.
“흐이……익! 힉!”
유리아는 이제 궁지에 몰린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자신의 목을 조이는 밧줄을 풀어내려 했으나, 이미 화살이 쏘아진 뒤다.
아몬드의 화살은 한 치 오차도 없이, 유리아의 두 손을 또 튕겨냈다.
퍼벙!
다시 축 늘어지는 유리아의 두 팔.
“끄으으윽……!”
그럼에도 다시 유리아는 밧줄을 움켜쥐려 했고, 아몬드는 계속해서 튕겨냈다.
유리아가 손을 움직여 밧줄로 가져가는 속도보다 아몬드가 연사로 그 두 손을 떼어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 뻔한 공방이 반복될수록, 유리아의 안색은 파랗게 물들어갔다.
산소가 슬슬, 부족할 것이다.
이들도 숨을 쉬는 인간이니까.
아몬드는 연사하는 중에도, 얼굴 혹은 명치 등의 급소에 화살을 하나씩 꽂아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퍼버버벙!
퍼엉!
그럴수록 후광은 더 옅어졌다.
“히이익…… 흐익……!”
유리아는 뭔가를 느꼈는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온몸에서 빛을 뿜어 몸을 비틀었다.
“주, 죽여! 죽여 버리겠어어!!!!”
유리아의 눈이 아몬드를 씹어삼킬 듯 부라렸다.
그러나──
그 예쁜 두 눈엔, 곧장 아몬드의 화살이 날아들 뿐이었다.
펑!
한쪽 눈엔 푸른 폭발이 일어났고.
푸욱!
“!”
다른 눈엔 화살이 박혔다.
유리아의 왼쪽 눈에서, 시뻘건 피가 끈적하게 튀었다.
“끄, 끄아아아아아아아아!!!”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어……!?”
“바, 박혔어?”
“화신의 가호가……!”
“계, 계약자도…… 피, 피를 흘려!”
아이들이 얼떨떨하여 중얼거렸다. 그런 와중에도 힘주어 당기고 있는 밧줄은 절대 놓지 않았다.
본인은 방심할지라도, 몸에 각인된 계약자에 대한 공포는 방심하지 않았다.
“놓으면 안 돼!!”
“더, 더 당겨! 거의 다 죽었다!”
“포박이 없는 놈들은 칼로 베어 넘겨! 아니면 수리검!”
아이들이 흥분하여 외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고.
포박 담당이 아니던 줄리아와 홀리가 빠르게 달려나갔다.
이게 그들의 일이다.
“유, 유리아…… 죽어!”
“우릴 속였어!”
울분이 담긴 눈에선, 분노보단 슬픔이 흘러나왔으나.
어찌 됐든 그들의 검엔 살의가 충분히 넘치도록 담겨 있었다.
푸욱!
푹!
두 개의 검이 교차하며 유리아의 복부를 찔러 갈라내었다.
대량의 피가 그들의 안면으로 튀어버렸다. 새하얀 아이들의 얼굴에 피 얼룩이 잔뜩 끼어버렸다.
그것이 아이들을 더 미치게 만들었다.
“우린 대체 얼마나 죽은 거야!? 너흰 뭐야!”
“날 몇 번이나 죽였어! 유리아아!!!”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찔리는 듯 비명을 질러대며 연이어 다른 검을 꽂아 넣었다.
이미 꽂은 검을 다시 뺄 근력은 없으니, 새로운 검을 계속 꽂아 넣는 것이다.
무슨 불쾌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 마냥.
푸욱! 푹!
푹! 푹! 푹! 푹!
장비했던 모든 철붙이를 전부 저 하얗고 부드러운 유리아의 살갗에 꽂아버렸다.
이젠 그녀의 몸에 빨갛지 않은 곳은 없다.
그럼에도 유리아의 질긴 숨은 붙어있었다.
그녀의 눈 역시도 아직 특유의 하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도 그때까지였다.
촤악──
아몬드의 신형이 스쳐 가며 유리아의 목이 날아갔다.
아몬드는 유리아의 목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두 아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만.”
목이 날아간 뒤에도 계속 칼을 박아넣던 아이들이 멈췄다.
“……허어…… 허억…… 헉.”
“하아…… 하아…….”
눈물과 피로 범벅된 채로 흥분을 못 이겨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그것이 우는 것인지, 지쳐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유리아는 죽었어.”
레이나의 말에 의하면, 계약자들은 늘 한 명씩만 저 문을 지킨다고 했다.
그들은 전장이 없는 동안은 이곳에 남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성소의 빛이 없으니 그렇겠지.’
전장이 없을 땐, 성소가 빛을 잃는다. 그러면 계약자들은 불사신이 아니게 된다.
불사에 너무 익숙해진 그들은 그 강한 힘을 갖고도 조금의 위험조차 꺼리기에, 늘 한 명씩만 여기를 지키는 것이다.
“끝났어. 이제 나가자.”
유일하게 지키고 있던 그 한 명을 치웠으니 이제 탈출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흐으윽…… 흑…….”
“흐아아앙! 흐아아아앙!”
끝났으니 나가자.
그 말에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나가기 전까진 모르니까. 나중에 울자.”
아몬드는 그들을 한 명씩 잡아 일으켰다. 본 미션은 레이나를 탈출시키는 것이지만. 이 녀석들에게도 어느새 정이 든 것이다.
아이들은 훌쩍이며 아몬드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타다다닥.
금발의 소녀가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몬드!”
그녀는 곧장 아몬드를 끌어안았다.
레이나 역시 눈물로 범벅된 얼굴이었다.
“지, 진짜 될 줄은…….”
레이나의 체온을 느끼는 순간, 아몬드는 아까 머리에 스쳐 간 희한한 소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레이나.”
“……응?”
축축하게 젖은 그녀의 눈과 마주쳤을 때, 더 완전하게 깨달았다.
“데미안.”
그의 성이 무엇인지.
“그게 내 성이야. 이제야 기억났어.”
레이나는 곱씹듯이 그 이름을 한 번 더 말해본다.
“데미안.”
그녀는 활짝 웃었다.
“좋은 이름이다.”
“이제 나가자.”
레이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고개는 동시에 문 쪽을 바라봤다. 지키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얀빛만이,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루비소드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이, 이거 끝난 거죠!? 축하드려요!] [도비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와!! 아몬드!! 이 무친놈아아아아!] [데협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비록 데협으로서 레이나를 뺏어간 아몬드가 밉지만 이번엔 눈물 짜며 봤습니다 헝헝……].
.
.
후원금이 마구 터져 나왔다.
채팅창을 안 보고 있었는데, 후원은 채팅과 다르게 보지 않아도 이렇게 화면에 떠버린다.
대체로 클리어를 축하하는 후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스토리는 이런 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쿵……!
육중한 굉음이 문 쪽에서 울려 퍼지더니.
거대하고 듬직한 검은 인영이, 포효했다.
“한바탕 난리를 쳐놨구나! 제군들!”
철괴, 바트였다.
미니언들의 얼굴에 시퍼런 공포가 깃들었다.
이제 포박 밧줄도 다 사용해 버린 터다. 유리아에 묶인 걸 빼 올 시간도 없다.
“이제 나랑 놀아보지 그래? 어?”
한껏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하고 있으나.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 음성에 서린 분노를.
아몬드는 레이나의 등을 밀쳤다.
“어서 가!!!”
아몬드가 판단을 내린 것이다.
“뛰어! 내가 시간을 끌게!”
레이나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반문했다.
“뭐……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라고 외치려 했던 것 같았으나.
레이나는 아몬드가 뭘 들고 있는지 본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어서. 내 목숨을 헛되이 쓰게 하지 마.”
그는 유리아의 활을 들고 있었다.
계약자급이 아니라면 아무도 손대지도 못할 텐데.
파지지지지직……!
그의 손으로, 놀랍게도 하얀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나 300] [뭔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유리아를 죽인 후.
그에게 엄청난 양의 마나가 축적되었다.
‘계약자를 죽이는 게, 계약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군.’
미니언을 죽이면 겨우 1 차오르는데.
계약자를 죽이니 300이다.
그리고, 느낌상 화신이 반응하고 있었다.
아마 계약자 그 비슷한 거라도 된 것 같다.
“어서 가! 레이나! 부탁이야! 아이들을 다 죽일 셈이야!? 모트도 죽었어!”
레이나와 아몬드의 눈이 다시 한번 서로를 바라봤다.
레이나는, 그 예쁜 얼굴을 다 일그러뜨리며, 오열하였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쓰러진 아이들을 잡아당겼다.
하나, 둘, 레이나를 따라 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허? 그게 될 성싶으냐? 미니언──!”
바트가 으르렁대며 돌진했다.
콰아앙!!
발을 박찬 대지가 흙으로 부서져 버렸다. 그만큼의 속도로 바트는 날아가고 있었고.
아몬드도 활시위를 당겼다.
‘한 번에 맞혀야 해.’
당김과 거의 동시에, 유령처럼 조용히, 그의 손이 시위를 놓았다.
쉬이이익──
아몬드의 화살이 날았다.
과거 유리아의 것이었던 화살이.
낚아채듯이, 아이들을 향해 달려가는 바트를 들이박았다.
콰과과과광!!
바트의 신형이 저 멀리 밀려났다.
하얀빛이, 사방을 뒤덮었다.
[Loading……]그 순간 게임이 종료됐다.
-???
-된 거야?
-아몬드는?
-헐! 진짜 됐나!?
-본인이 죽었는데 어케 됐누?
-와…… 뭐야 설마 리트각?
아몬드의 생사는 불명이었으나.
목적은 달성되었다.
[레이나를 이 전장에서 탈출시켜라!-완료]레이나를 탈출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거기에 아몬드는 포함되지 않는다.
[성취도 ★★★]새하얀 빛이 점차 사그라들며, 그루터기에 앉은 금발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젠 어른이 된 레이나였다.
“얘기하다 보니, 너무 길었네.”
푸른 활 데미안을 내려보며 슬피 웃는 그녀의 얼굴에, 어린 시절의 레이나가 겹쳐 보였다.
[스토리 모드 완료]* * *
[초보자 Tip : 여러분이 활동하는 전장은 ‘건전한 규율’을 따르는 곳이니, 안심하고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