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5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51화
52. 길었던 이야기(2)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설명이 되었으리라 생각해.”
어른이 된 레이나가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레이나는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아몬드는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유리아에게 먼저 당해버린 미니언이, 계속 마음에 밟혔던 것이다.
“모트는 결국 어떻게 된거야?”
“……그건 몰라.”
그녀의 시선이 떨궈지며 푸른 활로 향했다.
“모트도, 데미안도 어떻게 됐는지 몰라. 다만…….”
레이나는 자신의 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낡은 종이였다. 위에 뭔가가 복잡하게 그려진.
아몬드는 그게 뭔지 단박에 알아봤다.
‘지도…….’
“이 지도 덕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있었어.”
그녀가 꺼내 든 건 전장을 탈출하기 위해 만들었던 지도.
그녀가 뒷면을 뒤집어서 보여주었다.
Demian & Lucen
알아보기 어려운 필기체였다.
“처음엔 이게 무슨 글씨인지 몰랐어. 데미안의 이름을 듣고 나서야, 그러니까…… 탈출하고 나서야 알았지.”
새겨진 이름은 데미안과 루센.
루센은 레이나의 성이고, 데미안은 아몬드가 플레이했던 캐릭터의 성이다.
“나와 데미안은 예전부터 이걸 만들고 있었던 거야. 우연치 않게,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가게 되는 장소에 계속 숨겨두고.”
“…….”
데미안과 레이나는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저 지도를 준비했을까?
몇 번을 잃어버리고, 다시 기억이 지워지고를 반복하면서…….
레이나가 스토리 모드의 아몬드에게 필요 이상의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도, 무의식의 일환이었던 걸까?
아몬드는 한동안 멍하니, 아무런 대답도 꺼내지 못했다.
힘겹게 내뱉은 대답은 엉킨 감정의 실타래에 비해선 너무나 허무한 긍정이었다.
“……그렇구나.”
다시 잠시의 침묵.
레이나는 살며시 웃어 보였다. 슬픈 미소다.
아몬드가 재차 물었다.
“혹시 그 전장에 나중에 다시 찾아가 보지 못한 거야?”
지금의 레이나는 화신이다.
계약자보다도 월등한 존재, 말 그대로 전설적인 존재이다.
그깟 불법 전장 따위 순식간에 쓸어버릴 기회가 있었을 터다.
“나중에 다시 갔을 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어.”
역시, 레이나는 다시 돌아갔던 모양이다.
다만 전장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미니언들에서 그런 문제가 생겼는데, 계속 운영될 리가 없잖아.”
“그렇구나.”
“난 조금 졸리네.”
레이나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별로 좋지 못했다.
“들어줘서 고마워.”
그녀는 그 인사를 마지막으로 교류의 장에서 사라졌다.
“갔네.”
아몬드는 레이나가 사라진 그루터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결국 레이나는 자신이 왜 기분이 나빴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말해주지 않았다.
하나, 간단하게 몇 개의 단어를 조합해 설명해 내는 것보다도 더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자신의 가장 아픈 시절 중 하나를 공유해 주었다.
덕분에 한 문장으로 설명되지 않는 ‘레이나의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을 토대로, 아몬드는 나름의 문장으로 정리해 보고자 했다. 레이나의 이유를.
레이나가 전투 외의 목적으로 불려가는 걸 싫어하는 이유는 아마 그것이 미니언 시절의 삶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아무런 당위성도, 목적도 알려주지 않은 채 불러내 전투를 시켜도 싸워야 했던 노예 시절.
화신이 되어 계약자와 계약 관계가 됐어도, 그렇게 움직여지긴 싫었을 터다.
그녀는 동료로서 대해지고 싶었을 것이다.
마치 그녀가 다른 미니언들에게 그러했듯이.
‘요약하자면…… 날 소중히 대해달라는 건가?’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째 요약이 조금 이상하지만,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클리어했구나.’
짝, 짝.
그는 자신의 볼을 두어 번 때렸다.
데미안이 아닌, 아몬드로 돌아오기 위함이다.
데미안의 역할에 너무 몰입해 있었다. 채팅창도 한참 동안 보지 못했다.
다시 스트리머 모드로 돌아온 그는 두 손을 번쩍 들며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클리어했습니다!”
그러자 후원이 마구 쏟아졌다.
[가지볶음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와아아! 첫켠왕 성공!!! 추카추카!] [정수리단 님이 5만 원 후원했습니다!] [헐 ㅠㅠㅠ 진짜 아몬드 ㅠㅠㅠ 갓몬드ㅠㅠㅠ] [노원구 1.8진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제 동생 신발 팔아서 후원합니다!!!].
.
.
너무 많은 후원이 쏟아져서 읽는 데 한참 걸릴 정도였다.
-ㅊㅊㅊㅊ 켠왕까지 성공했네
-몬드 님 희생한 거 알고 한 거임? 그냥 한 거임?
-와 ㄹㅇ 3별 클리어!!!
-와 별 3개 ㄹㅇ 어질어질하네
-아니, 레이나를 탈출시키는 게 목적이라 그냥 클리어된 거자나 아만보들아.
-아는 만큼 보입니다~^^
채팅창엔 축하한다는 글만큼, 질문 글도 많았다.
-데미안인 거 어케 알았어?
-ㄹㅇ 데미안 갑자기 어케 앎?
-알고 희생한겅미? 희생밖에 답 없음???
다들 레이나 3별 클리어를 하고 싶은지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대체로 질문은 데미안이 성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는 것이다.
많은 힌트가 있었지만, 가장 직접적인 건 역시 머리에 들려온 소리였다.
“소리 못 들었어요?”
-소리?
-또 견소리하네.
-설마 무슨 심금을 울리는 소리로 알았다고 하지 마셈.
시청자들은 아몬드가 또 헛소리를 한다고 여겼지만, 그는 진지했다.
“레이나랑 ‘접촉’ 했을 때, 속삭이는 소리 같은 게 머리에 들려오더라구요. 게임 장치 같았어요.”
-왜 키스라고 말을 못 해
-데협한테 암살 위협을 느낀 아몬드
-아몬드의 살기감지
-갱회피 오지네 ㅋㅋ
-역시 살아남아라 최고 기록 보유자. 회피능력 오지네 ㅋㅋㅋ
-ㄹㅇ 소리가 들림???
-갓겜이네
“네. 진짜 들립니다. 그게 ‘데미안’이라는 소리였는데, 처음엔 데미안으로 들리지도 않고, 뭔 말인지도 몰랐어요. 나중에서야 뭔지 깨달았죠.”
-헐 데미안 소리가 들리게끔 설계되어 있었던 거야?
-릴 스토리 정성 보소 ㅋㅋㅋ
-와 밸런스 패치를 이렇게 해봐라 개가튼놈들아 ㅎㅎ
-와 그래서 데미안인 걸 안 거구나. ㄷㄷㄷ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희생 판단은 어케 한 거예요? 모르고 걍 한 거?]“아. 루비소드 님. 또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희생 판단은 아무래도 퀘스트 내용이 레이나만 탈출시켜도 된다는 뉘앙스이기도 했고…….”
아몬드는 시간을 체크했다.
‘다 이야기할 수 있으려나.’
켠왕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시간은 충분해 보인다.
‘썰을 좀 푸는 방송으로 가도 되겠네.’
아몬드는 기왕 이야기 시작한 거, 어떻게 희생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는지도 알려주기로 했다.
대체로 중견 이상의 스트리머들은 이렇게 큰 게임이 하나 끝나고 나면 뒤풀이 방송 같은 걸 한다.
지금 아몬드도 자연스럽게 그런 걸 하고 있는 셈이다.
[민초아몬드 처돌이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앞에 게임 다 못 봤는데. 아몬드가 썰푸는 걸 다 보네 ㅋㅋㅋㅋㅋ 개이득!]이처럼, 오히려 이런 방송을 좋아하는 시청자들도 꽤 있다.
“처돌이 님 감사합니다. 희생 판단 어떻게 했는지 얘기 좀 해드릴게요.”
-ㄹㅇㅋㅋ 아몬드 말 많아진 거 개커엽 ㅠㅠ
-3별 클리어해서 신난 듯 ㅋㅋㅋ
-데미안에서 아직 못 헤어나온 게 분명ㅋㅋㅋ
아주 좋은 현상이었다.
게임보단 역시 스트리머가 컨텐츠에 주가 되어야, 종합 게임 스트리머로 자리 잡기가 편하니까.
“희생 엔딩에 제일 큰 힌트는 데미안이 제 이름이라는 거였어요. 레이나의 활 이름이 데미안이잖아요?”
-신났네 ㅋㅋㅋㅋㅋ
-본인 자랑 on!
-아 3별 클리어하고 리딸은 못참짘ㅋㅋ
-데미안인 걸 알고 희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나 보다
“자기가 애지중지하는 활 이름이 데미안이라는 건, 데미안이 꽤나 소중했단 뜻인데. 만약 정말 소중하다면 지금까지 같이 있지 않겠습니까?”
-ㅇㅇㅇ 그렇네.
-ㄹㅇ이네
-그런 건 우린 몰라. 물어보지 마셈.
-소중한 사람? 그런 건 소년만화에나 나오는 거 아님?
-크큭…… 내겐 소중한 사람이 없어. 그렇기에 강하다.
-다들 사스케식 냉혈 미남들이라 그런 거 없답니다~ 입 닫아주세요~
“그런데 데미안과 함께 있지 않고, 활 이름만 데미안이죠. 데미안은 함께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구나…… 죽었구나…… 알게 된 겁니다.”
-와 ㅠㅠㅠ
-오 형 머리가 생각보다 좋네요!?
-오……
-아몬드 쉑 머리 좀 쓰네?
“그리고 퀘스트 내용을 떠올려보니까, 제가 아니라 레이나만 탈출시키는 거였죠. 그때, 데미안이 언제 죽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ㅜㅜㅜㅜㅠㅠㅠ
-ㅠㅠㅠㅠ
-데미안니뮤ㅠㅠㅠ
-데미안 좌……ㅠㅠㅠ
아몬드는 여기서 잠시 말을 쉬었다.
눈물바다를 이루는 채팅창을 구경하면서.
눈물이 어느 정도 멈췄을 때쯤. 말을 마무리했다.
“레이나를 탈출시키면서 죽어야 하는거죠. 그렇게 클리어했습니다.”
-ㅠㅠㅠ
-ㄷㄷ 능지 떡상 아몬드
-머리 안에 호두가 들어있던 게 아니었나요?
-환불해 줘! 이건 내가 알던 아몬드가 아니야!
-미션금 300만 원은 호두조차 돌아가게 만든다!
-속보) 사실 아몬드의 머리 안엔 호두가 없었다!?
“머리 안에 호두라뇨…… 믹스너츠도 아니고…….”
-믹스너츠 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맥주랑 먹으면 꿀맛이겠당
-엌ㅋㅋㅋ 믹스너츠 맞네! 밑에 피넛도 있으시잖아 ㅎㅎ
“밑에 피넛은 밴 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넛 밴ㅋㅋㅋㅋ
-무친련ㅋㅋㅋㅋ
-마카다미아는 어디 들어 있나요!?
-아니 막상 아몬드는 어딨음?
아몬드의 썰풀기는 여기까지였다.
이제 본업으로 돌아갈 차례다.
“여튼 이제 미션금을 좀 받을까요?”
씨익.
아몬드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깃들었다.
그럴 만했다. 누구라도 저 미션금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날 거다.
-ㅋㅋㅋ자본주의 미소
-ㅋㅋㅋㅋㅋ 와 개킹받네 저 승리의 미소
-헐 ㅠㅠㅠ 나 이거 스샷 찍어서 걸어둔다
-와 저게 다 얼마냐
미션금 총합은 약 280만 원.
3별 클리어 켠왕 미션에 200만 원이 모였고, 1트 클리어 미션이 80만 원까지 늘어나 있었다.
“미션 등록해 주신, 이건 못참지 님, 그리고 데협 님 감사드립니다. 나머지 얹어주신 분들도 천천히 이름 불러드릴게요.”
[미션 성공!]미션 성공 버튼이 눌리자, 수많은 후원자 이름이 지나갔다. 일일이 부르는 데만 5분 정도가 소요될 정도였다.
‘와. 300만 원.’
미션만으로 거의 300을 벌었고, 켠왕 성공을 축하하는 후원도 연이어 들어왔었기에, 오늘 번 돈은 숫자에 약한 아몬드가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대강 400만 원 이상의 매출이 나온 것 같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스토리 모드를 완수하고 다시 대기방으로 나가자, 온갖 보상이 쏟아졌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계정 레벨이 7이 되었습니다!]우선 레벨이 올랐다.
[일일 퀘스트 클리어!] [4,200코인을 얻었습니다!]거기에 코인을 얻었고.
[레이나와의 새로운 관계가 구축되었습니다!] [친밀도 → 신뢰도]레이나와의 새로운 관계 지수가 형성됐다.
현재로선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 지수다.
아무래도 뭔가 관계가 더 깊어진 걸까?
여기서도 끝이 아니었다.
[전설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갑니다.] [전설 이해도 최상(★★★)] [레이나의 스킬 ‘구르기’가 강화되었습니다. 이제부터 1초간 은신이 부여됩니다. 쿨타임 8초]레이나의 스킬이 강화되기까지 했다.
-와 미쳤다 구르면서 은신?
-헐
-개사기네
-이게 3별 레이나냐 ㄷㄷ
-와우 쒯
잘 모르는 아몬드가 봐도 굉장히 좋은 업그레이드였다.
구를 때마다 은신이 된다니. 적들이 대처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닐 것이다.
심지어 이 보상을 받은 플레이어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테고…….
빠바밤!
[한국 서버 최초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명예 테두리와 인장을 확인하세요!]한국 서버에선 단 1명이다.
-와아아아!
-ㅊㅊㅊㅊ
-한국 섭 최초 맞았네
-크 북유럽 바이킹 놈만 아니었어도 전체 서버 최초인데 아쉽 ㅋㅋㅋ
-와 ㄷㄷㄷ
-무쳤다……
최초 업적으로 인한 보상은 별거 없었다. 그냥 명예로운 테두리와 인장 같은 걸 주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게임의 형평성을 위해서인 것 같다.
먼저 스토리 모드 업적을 선점한 플레이어가 더 좋은 성능을 가지면 불공평하니까.
‘그래도 엄청난 보상이네. 오늘 릴은 이 정도면 됐겠지.’
아몬드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8시. 무려 10시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아무리 스토리 모드라지만, 10시간이라니. 이건 아몬드로서도 대기록이다.
내일 병원도 가야 하니, 몸에 무리가 가면 안 되지만.
그에겐 아직 할 일이 있다.
“진짜 오래 했네요. 릴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리액션은 해야겠죠?”
바로 후원 리액션이다.
[킹덤 무새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어? 아몬드 님. 근데 왜 배틀 라지를 켜고 있는 겁니까? 그럴 거면 킹덤을 켜주세요!]리액션을 한다던 아몬드는 배틀 라지를 실행하고 있었다.
-??? ㄹㅇ이네?
-뭐지?
-벌써 릴 손절?
-역시 리얼 활이 좋은감?
-리액션용이냐? 설마?!ㅋㅋㅋㅋ
-속보) 배틀 라지 리액션용 겜으로 전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