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5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58화
56. 준비 시작(1)
포지션이 겹친다.
스트리머 대회에선 흔한 일이다.
이럴 땐 보통 코치로 임명된 사람이 최종 조율을 해야 한다.
[타코 : 제가 일단 우리 팀의 코치를 맡았으니, 제가 정해도 되겠습니까?]역시나 타코가 나섰다.
다들 찬성했다.
[타코 : 당연한 말이지만, 누가 원딜을 갔을 때 가장 승률이 좋은가로 판별을 해야겠죠.]정론이었다.
어찌 됐든 팀의 승리가 제일 중요하니까.
[타코 : 일단 현재로선 당연히 원딜을 딸기슈터 님이 더 잘하실 겁니다. ‘마스터’ 티어이시고, 아몬드 님은 이제 노말 한 판을 돌린 ‘초보’시니까.]이 또한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게 정할 순 없었다.
비교 우위를 생각해야 한다.
[타코 : 하지만 이 게임은 한 명의 구멍이 4명의 에이스를 ‘압도’합니다. 아몬드 님이 원딜 이외의 다른 포지션을 갔을 때 더 승률이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험을 해봐야 하는데…….]요지는 아몬드가 원딜일 때와 딸기슈터가 원딜일 때를 비교해 보자는 것이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정석적인 방법이다.
[타코 : 사실 그렇게 해도 완벽한 비교는 힘듭니다. 뭐가 더 낫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습니다. 아무래도 마지막엔 제가 ‘판결’을 내야 할 테죠. 동의하십니까?]모든 사람들이 동의했다.
[타코 : 대회 2주 전까지는 포지션을 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최소 2주간 팀 연습이 되니까.] [타코 : 이제 대회까지 3주 남았습니다. 원래 준비 기간이 한 달인데, 우리는 1주가 날아갔어요.]팀원 하나가 펑크가 나는 바람에 1주가 날아간 걸 말하는 것 같다.
[타코 : 아몬드 님은 원딜 1주밖에 안 남으셨어요. 폼을 끌어올릴 시간이 1주뿐입니다.]이래서 오 실장이 급하게 구했구나. 생각하며 아몬드는 일단 가만히 지켜봤다.
[타코 : 아몬드 님. 3일 전에 릴 처음 시작하셨다고 했죠?] [아몬드 : 네.] [타코 : 역시나 마스터 티어에 비교하면 너무 약합니다.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죠.] [아몬드 : 네.] [타코 : 약하다면 ‘노력’을 해야겠죠. 1주일 안에 레벨 30을 찍어오는 게 어떻습니까? 랭크전을 돌릴 수 있는 최소 레벨입니다.] [미호 : 30레벨이요? 그걸 어케 1주일 만에 해요!]그게 어려운 주문이었나 보다.
미호가 놀라서 나무라듯이 말한다. 그러나 타코는 의지가 굳건하다.
[타코 : 매일 5~6시간씩 한다면 충분히 가능해. 승률이 높으면 계정 레벨은 금세 올라간다. 연승 보너스 경험치가 있거든.] [풍선껌 : ㄷㄷ 얌마. 너무 빡센 거 아니냐?] [타코 : 지금 우리 ‘템포’에 맞추려면 이 정도는 해야죠. 형님.] [아몬드 : 괜찮아요. 제가 아직 초보인 건 맞으니까요.] [타코 : 그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아몬드’ 님. 일단 레벨 10을 찍고, 원딜 포지션을 두고 ‘경쟁’을 해보죠.] [미호 : ㅋㅋㅋㅋㅋㅋ 오빠 따옴표 자제 좀ㅋㅋㅋ 컨셉에 잡아먹힌 거?] [딸기슈터 : 맞아 오빸ㅋㅋㅋㅋ 아몬두 님한테 왜그램] [미호 : ???] [아몬드 : 그럼 1주일 후에 30레벨로 뵙죠.]이렇게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아니, 되는 줄 알았다.
띠링.
[타코 : 아몬드 님.] [타코 : 혹시 전화 가능하신가요?]타코가 이런 개인 메시지를 보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상현은 대답할 것 없이 타코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네 아몬드 님. 반갑습니다. 타코야끼라고 합니다.
“네. 반가워요. 무슨 일이시죠?”
-아, 다름이 아니라, 컨텐츠 하나를 생각해 보는 중인데요.
타코의 요지는 이러했다.
아몬드가 아직 초보자이니까, 코치인 자신이 오늘부터 관전을 하면서 피드백을 해주는 게 어떻느냐.
이렇게 되면 아몬드의 입장에선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전 프로의 코칭을 일대일로 받는 셈이니까.
“그렇게까지 가능하시겠어요?”
-물론 가능합니다. 다만…….
다만 여기엔 타코도 이득을 보는 구간이 있어야 할 터다.
그건 바로 컨텐츠였다.
-제가 방송 송출을 하고, 거기서 실시간 피드백과 끝난 후 요점 정리를 할 거예요. 마치 중계하듯이요. 저도 컨텐츠가 생기는 거죠.
좋은 얘기 같았다.
어찌 됐든 이 스트리머 대회도 스트리머들에겐 하나의 컨텐츠다. 결국 재미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저런 컨텐츠라면, 아몬드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보니 상당히 구미가 당겼다.
-근데 제 화면에 아몬드 님의 화면이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거기엔 당연히 아몬드 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전 괜찮습니다. 대회 전까지는 어차피 서로 화면은 자주 노출될 테니까요.”
대회 연습 기간엔, 각자의 방송이 각자의 방송이 아니게 된다.
거의 합동 방송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근데 1주일 만에 렙 30 가능하시겠어요? 패배 거의 없이 연승으로 쭉 찍으면 가능한데. 상당히 어렵거든요.
“아까는 가능하시다고…….”
-그거야 코치로서 가오잡으려고…… 하하.
그런 거구나.
어쩐지 굉장히 컨셉이 잡힌 말투 같았는데. 진짜 컨셉이었다니.
“연승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죠.”
-예. 알겠습니다. 그럼 방송하실 때 메시지 한 번만 주세요.
“예.”
서로 수고하신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전화는 끝났다.
‘생각보단 괜찮은 사람이네.’
처음엔 이상한 사람 같았는데. 막상 전화로 얘기하니 괜찮았다.
‘이런 스트리머도 있었구나.’
상현은 타코야끼가 누군지도 몰랐다.
배틀 라지에서 자신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던 사람이라는 것조차 전혀 기억을 못한다.
상현은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운동이나 하고 오자.’
어차피 잠도 다 깨버렸는데 더 누워 있어 봐야 좋을 건 없을 터.
의사가 당부했던 대로, 다시 아침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는 운동복에 바람막이 하나를 걸쳐 입고 밖으로 나섰다.
“뭐야. 아침 안 먹냐?”
거실의 식탁.
주혁은 토스트와 계란 후라이를 먹고 있었다.
“운동하고 와서 먹을게.”
* * *
아침 출근 시간.
정확히는 출근 후 뭉그적대다가 일을 시작하기 직전의 시간.
이쯤 되면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아몬드에 대한 글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한다.
주혁은 그래서 늘 습관적으로 여러 개의 커뮤니티를 모니터에 띄워놓고 관찰하곤 하는데.
토스트를 입에 하나 물고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모양새가 꼭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급이다.
[릴프로]현재 하는 게임이 릴이니까.
가장 먼저 들어가는 건 릴프로다.
[오늘은 아몬드 방송 언제 켬?] [레이나랑 키스하고 볼장 다 봤다 이거냐?! 왜 안 켜냐!] [레이나 평생 책임져! 레이나 평생 책임져!]릴프로에서는 역시나 레이나 스토리 모드가 아직도 화제였다.
[나도 레이나 3별 클리어 도전해 봄]아몬드를 따라서 이런 시도를 해보는 유저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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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는커녕, 쌍욕 비슷한 거 듣고 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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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첨부된 게시물이었는데. 주혁은 어린 시절의 레이나도 저렇게 욕을 할 수 있었구나. 처음 깨달았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야 어린애한테 왜 욕을 하게 하냐
-ㅁㅊ ㅈㄴ 웃기넼ㅋㅋㅋ
-같은 데미안이 맞나요?
-레이나찡 ㅠㅠ 그냥 다음 생의 데미안이랑 탈출해 ㅠㅠ
이렇듯, 방법을 알아도 3별 클리어는 쉬운 게 아니었다.
[아 3별 클리어 이거 활을 존내 잘 쏴야 하던데? 지금 몇트째인지 모르겠다…….] [내 레이나는 나한테 말도 안검!!!] [뒤지게 어려움 3별 클리어] [레이나!! 제발 나 좀 살려줘!]하소연을 하는 게시글들도 상당히 많다.
“레이나랑 키스하는 게 쉬울 줄 알았냐!”
주혁은 자기가 한 것도 아니면서 킬킬대며 웃었다.
[킹치만]그다음은 킹치만이다.
여기는 그 어느 커뮤니티보다 아몬드에게 우호적이고, 한때는 거의 개인 카페처럼 쓰여졌던 공간이었다.
킹덤과는 거리가 멀어진 요즘은 아몬드에 관한 글이 자주는 안 올라오지만, 그래도 간간이 올라온다.
‘……뭐야. 이건.’
아니나 다를까.
주혁의 눈길을 사로잡는 글이 하나 있었다.
1위) 지하철에서 킹덤 빌런을 만난 아몬드.avi
이슈글 1위로 활활 타고 있는 글이다.
아몬드가 킹덤 그만둔 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가 1위를 먹는다는 게 한편으론 부담스럽기까지 했지만.
‘뭔 일이 있었나?’
제목이 심상치 않다.
딸깍.
클릭해 보니 동영상이 첨부된 게시물이었다.
지하철에서 만난 아몬드에게 “킹~ 너네 나 못이겨! ~덤!”을 외치는…….
“와…….”
관종도 이 정도면 감탄이 나온다.
-미친ㅋㅋㅋㅋㅋ
-으엌ㅋㅋㅋㅋㅋ
-무7련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곀ㅋㅋㅋ
댓글은 당연히 ‘ㅋㅋㅋ’로 도배가되었고, 주혁도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몬드 표정 봐 ㅋㅋㅋ
-망연자실한 표정 실화냐?
-아몬드 : 이, 이게 내…… 팬?
-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
-??? : 앞으로 킹덤은 없습니다.
화면 속의 상현은 잠시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이 영상 덕분일까?
릴프로에서도 안 나오는 대회 이야기가 킹치만에서 흘러나왔다.
3위) 아몬드 스트리머 대회 ‘난트전’ 입성!!
어떤 팬 하나가 기사를 따온 게시글이었다.
벌써 기사가 나간 것이다.
‘거참 발 빠르네.’
기자도 그렇고, 저 팬도 그렇고, 오 실장도 그렇고.
세상에 발 빠른 사람 투성이다.
-와 ㄹㅇ?
-미호 ㄷㄷㄷ
-미호 결국 아몬드랑 같이 해보넼ㅋㅋㅋ
└ㄹㅇㅋㅋ 배틀 라지 초기부터 같이 하자고 하더니
└아몬드가 철벽침. 여친이 있나?
└없겠냐 ㅋㅋ
-와 풍선껌 ㅠㅠ
-야 C조에 도토리묵도 잇는데? 클라쓰 있는 종겜스는 다 나가나 봐
└ㄹㅇ 이번에 릴로 많이들 틀었네. 돈 좀 뿌렸나?
미호 얘기가 많다.
아몬드의 팀원 중, 유일한 여자 스트리머라서 그런 것 같았다.
「아몬드 님을 가장 추천한 게 미호 님이에요.」
오 실장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고마운 사람이긴 했다.
상현이 딱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여러모로 신경 써준달까.
‘미호의 매니저라…….’
그렇기에 더 고민이 되는 문제였다.
끼익.
그때 조깅을 나갔던 상현이 도착했다.
“후아. 죽겠네. 뭐 하냐.”
“아. 커뮤니티 좀 보고 있었다. 대회 기사가 벌써 떴더라.”
“아, 그래?”
“어. 오늘 시청자 좀 나오겠는데?”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상현은 그제야 생각난 걸 말했다. 아침에 타코와 통화했던 내용을.
“오……? 타코 님이 코칭을? 그거 좋은데? 재밌겠다.”
상현은 안심했다.
‘저놈이 저렇게 생각할 정도면, 수락하길 잘했네.’
주혁은 사업적인 감이 좋다.
그건 아성을 다닐 때부터 그랬다.
잘될 것 같은 프로젝트는 귀신같이 알아본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식은 잘 못 하는 편이지만.
어쨌든 주혁이 저렇게 반응한다는 건, 상업적으로 좋은 신호다.
“타코야끼 님은 어떤 것 같냐?”
“아. 안 그래도 찾아봤어. 타코야끼 님 보니까 시청자도 너보다 더 많고, 릴 프로 시절엔 우승 경험도 있는 사람이라 코칭도 효력이 있을 거다. 여러모로 좋은 거 같다.”
“굳.”
상현은 그렇게 대답하며 주방으로 향했다.
주혁은 설마 저 녀석 요리를 하는 걸까, 생각하며 관찰했지만.
상현은 찬장을 열어 아몬드를 꺼내 들었다.
오드드득.
팝콘 먹듯이 입에 마구 털어 넣더니, 우유를 꿀꺽꿀꺽 들이켠 후.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오…….’
주혁은 왠지 열이 받았다.
* * *
이날 저녁.
“야. 나 이제 방송한다.”
“음. 너무 퇴근 정시 아니냐?”
방송은 퇴근, 점심, 출근 혹은 아예 새벽 시간대가 정석이다.
지금은 좀 애매한 5시.
그러나 언제부터 상현이 그딴 걸 신경 썼던가.
“요즘엔 이때가 컨디션이 좋더라고. 타코 님한테도 말해놨어.”
“오키. 나도 준비한다.”
상현은 캡슐로, 주혁은 데스크톱으로 향했다.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이젠 거의 기계적인 동작으로 실행시키는 방송.
인트로 음악이 나오고…….
-1!!!
-오 방송
-ㅇㅎㅇㅎ
-오늘은 저녁이냐?
-아하!
-견과류쉑 지 멋대로 방송 켜는 건 정말 꾸준하네
-ㅋㅋㅋㅋ 규칙적인 불규칙
.
.
.
시청자들이 몰려왔다.
[현재 시청자 7천]‘7천?’
상현은 순간 눈을 의심했다.
무슨 방송을 켜자마자 저런 숫자가 나온단 말인가?
아직 인트로 노래도 끝나지 않았는데.
[현재 시청자 9.2천]노래마저 다 끝나니, 9천.
그리고…….
[현재 시청자 1.5만]점점 늘어난 시청자는, 이내 1.5만을 기록했다.
“와! 뭐야!?”
캡슐 안쪽에서도 주혁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아몬드도 동감이었다.
‘뭐야…….’
이게 대회의 화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