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6화
6. 퍼펙트샷(4)
도토리묵은 퍼펙트샷이 급소의 정중앙에만 들어가면 된다고 했다.
급소 중 가장 맞히기 쉬운 건 머리다.
가장 과녁이 크다.
그리고 가장 직관적이다.
어느 생물이든, 두개골이 박살 나고 뇌가 화살에 꿰뚫리면 죽으리라.
그래서 굳이 머리를 노리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나…….
‘저 가면…….’
상현은 가면이 거슬렸다.
다만 챔피언 고블린은 수상한 가면 따위를 쓰고 있었다.
나무 재질도 아닌 철 재질이었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 가면은 뚫을 수 없었다.
푸욱!
그렇다면 가면이 가리지 못하는 정수리를 노린다.
그게 상현의 해법이었다.
물론 포물선을 크게 그려서 위에서 내리찍듯이 맞힌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화살은 허망할 정도로 정확하게 정수리 중앙에 꽂혔다.
-와, 씨!!
-미쳤다ㅋㅋㅋㅋㅋ
-포트리스냐? 도랏맨ㅋㅋㅋ
-왘ㅋㅋㅋ
-과연 죽나?
그가 하늘로 화살을 허비하는 줄 알았던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감탄했다.
챔피언 고블린은 휘청거렸다.
“키이이…… 애액…….”
푸슛!
녹색 피부 위로 뿜어지는 붉은 피 분수.
챔피언 고블린의 육신이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상현은 차분히 활을 내리고 기다렸다.
괜히 여기서 추가 슈팅을 하면 논란을 잠재울 수 없을 테니까.
“끼애애액! 끼액!”
“끼액?!”
보스의 이상을 눈치챈 고블린들이 당황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
-!?
-지, 진짜 죽는 거임?
5만 명 가까이 보는 채팅창조차 긴장감에 잠시 얼어붙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쿵……!
챔피언 고블린의 머리가 땅에 부딪힌 후에야 모두가 참아왔던 환호를 내질렀다.
“우아아아아아아!”
우선 귀청이 떨어질 듯 소리치는 도토리묵이 먼저였다.
-와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닼ㅋㅋㅋ
-도토리묵 소원성취!!!
-ㄹㅇ 있었네?!
-이걸 해내네, 시발. 원트 만에!?
-미친 거 아니눜ㅋㅋㅋ
-도랐어. 정수리를 쏘네?!
-ㅊㅊㅊㅊㅊㅊㅊㅊㅊ
-와아아아아아아
-ㄹㅇ 오졌닼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
.
.
.
수도 없이 쏟아지는 채팅.
[치도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굉장합니다!] [루비소드 님이 ‘20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드에게 전해…… 내가 졌다고.] [소름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소름…….] [보름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보름…….] [도미노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와! 축하해요!] [퍼펙트샷 존버단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퍼펙트샷! 꿈은 이루어진다!]너무나 많은 후원. 방송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러 결국 게임은 중단됐다.
* * *
“후아.”
상현은 땀이 범벅된 채로 캡슐에서 일어났다.
최신 캡슐도 냉방은 시원찮은 모양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푹 젖은 모습의 상현이 걸어 나온다.
뒤이어 도재묵도 캡슐을 빠져나왔다. 그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모습이다.
이어서 그는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나연아~! 어떠냐! 증명했다아! 으하하하!”
“와. 대단하네.”
나연은 별로 진심 같지 않은 말투로 도재묵에게 대꾸한 후, 상현에게 달려와 수건을 건넸다.
“저…… 진짜 굉장했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도재묵에게 툴툴댔다.
“채팅이랑 후원 때문에 게임 송출 꺼졌어. 알고 있지?”
“그래. 봤다! 채팅창이랑 후원창 때문에 마비가 되다니. 이런 적은 또 처음이네. 으하하하!”
도재묵은 그저 신났다.
그때 김주혁이 다급하게 외쳤다.
“후원은 계속 받고 있습니다. 화면은 나갔지만, 방송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카메라 앞으로 자리를 옮겨서 후기 인터뷰 진행하면 후원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속사포처럼 몰아치는 정보지만, 또박또박한 발음과 탄탄한 논지가 귀에 팍팍 꽂힌다.
“아. 그러죠.”
도재묵은 대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트리머에게 이런 후원 기회는 흔치 않으니 받을 수 있을 때 받는 게 옳다.
게다가 이번 후원은 상현과 반으로 나눠야 하기 때문에 욕심을 내서 두 배로 땡겨야 본전이다.
“세팅됐어요!”
나연이 카메라 각도를 조절하고, 상현은 수건으로 땀에 젖은 머리를 말렸다.
“잠시 머리 좀 말릴게요. 조금만 있다가…….”
“그거 그대로 나가도 될 것 같아요.”
“괜찮으시겠어요?”
“네……. 그, 그것도 오히려 멋지거든요.”
나연은 고개를 푹 숙이며 그렇게 대답한 후 카메라 전원을 눌렀다.
잠시 후, 방송 화면이 다시 송출되기 시작했다.
“아. 트하! 반갑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벗어던진 도토리묵입니다.”
도토리묵은 상현을 바라봤다.
인사를 해달라는 뜻이다.
“트하. 퍼펙트샷 진짜 있네요. 몰랐는데.”
상현의 인사와 동시에 다시 채팅창이 켜졌고, 텍스트가 로켓마냥 폭주했다.
-쒯~!
-ㅋㅋㅋㅋㅋㅋ
-오 다시 켜졌다.
-채팅 후원 폭발해서 방송 꺼진 거 레전드네.
-왘ㅋㅋㅋㅋ
-신궁이다.
-ㄹㅇ 주몽의 부활이다.
-NPC피셜 로빈 훗의 부활이라 함 ㅋㅋㅋ
-도토리묵 성불하겠눜ㅋㅋㅋ
팬 전용 채팅으로 돌려놨음에도 불구하고, 채팅의 화력은 굉장했다.
후원 세례 역시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도란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서인하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간장게장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
.
“워워. 여러분. 후원을 다 읽어드리진 못해요. 그렇지만 감사합니다.”?
도토리묵은 후원을 보내지 말라는 듯이 얘기했지만, 능숙한 방송인인 그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더 후원이 폭발한다는 걸.
-후원금으로 괴롭히자!
-ㅋㅋㅋ돈으로 패버려!
-입 벌려, 돈 들어간다아아
-ㅋㅋㅋㅋㅋㅋㅋ
-후원금 전부 아몬드한테 줘라, 묵 쉑아.
-설마 이거 양심 없이 반 나누냐?
채팅창 역시도 신이 나서 후원을 더 부추기는 분위기.
“감사합니다. 주원 님. 소원성취 님. 간장게장 님…….”
결국 도토리묵은 거의 40분간 후원 메시지만 읽어야 했다.
목이 아플 법도 하지만, 그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물론 그걸 반 나눠 먹을 입장인 상현도 마찬가지였다.
‘와…… 저게 얼마냐.’
그의 방송에서는 상상도 못 할 금액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저 모습이 언젠가 자신에게도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하자, 설레는 감정이 끓어오른다.
“어어?! 서지아 님. 무려 100만 원!”
그중 100만 원을 후원한 사람이 있었다. 제대로 큰 손이 등장한 것이다.
‘100만 원……?’
‘미친. 하루에 100만 원…….’
상현과 주혁은 나란히 부장과의 사투를 벌이던 대기업 시절을 회상하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와. 서지아 님. 처음 보는 분인데, 정말 감사합니다. 아…… 상현 씨 잘생기셨다고 꼭 좀 전해달라고요. 아…….”
도토리묵은 자괴감이 느껴진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ㅋㅋㅋㅋㅋㅋ
-결국 아몬드 후원
-ㅋㅋㅋ이건 솔직히 아몬드 줘라.
-아몬드 존잘인 건 ㅇㅈ이자너~
-ㅋㅋㅋㅋㅋㅋㅋ
-오빠 사랑해! 머리카락 젖은 거 너무 섹시해!
-하악. 오빠!
-아몬드 오빠! 나 한 번만 불러줘!
-도순이들이 이렇게 많았냐?
-개웃기넼ㅋㅋ
서지아라는 사람은 연이어서 후원을 했다.
“아니, 서지아 님. 또 10만 원! 감사합니다. 상현 씨 보고 너무 잘생겼……. 이거 아까 한 말이잖아요? 돈이 남아도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토리묵 질투하네 ㅋㅋㅋ
-얼굴이 전부다!
-ㄹㅇㅋㅋ
-아아! 아까도 잘생기고 지금도 잘생긴 걸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도토리묵의 호통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채팅창. 그는 이때다 싶어 얼른 인터뷰로 화제를 전환했다.
“자. 인터뷰할게요! 이제 그만!”
곧바로 개인 화면을 체크하는 도토리묵.
화면엔 투표 순위대로 나열된 질문 목록이 떠 있었다.
“인터뷰 첫 번째 질문입니다. 지금 제 개인 팬 사이트에 투표가 되어 있는데, 피부 관리는 어디서 하느냐고…….”
“아. 안 하는데…….”
“티, 틴트는 무슨 색이냐고…….”
“안 바르는데요.”
“안 한댄다! 이런 거 좀 묻지 마라! 저기 팬티 색 물어본 항목도 지워! 어떻게 이런 게 1, 2위냐!”
도토리묵의 호통에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했다.
-엌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도토리단에 여자들이 이렇게 많았나?
-도토리쉑 방송할 땐 티 안 내더니, 아몬드 오니까 다 커밍아웃하누 ㅋㅋㅋ
-와 개부럽다……ㅋㅋㅋㅋ
-인기 존내 많네…….
-인싸의 삶.avi
-쒯. 화면 꺼지고 내 얼굴 보일 거 생각하니까 개빡침.
-엌ㅋㅋㅋㅋ
질문들은 대체로 상현의 개인사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여자 친구는 있느냐, 키는 몇이냐, 원래 뭐 하던 사람이냐 등등…….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런 수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상현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이게 방송의 재미란 거구나.’
그는 어쩌면 게임도, 방송도…….
그에게 꼭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 *
아몬드와 도토리묵은 듀오로 서너 시간 정도 더 플레이한 후에 방송을 마쳤다.
“하아.”
상현은 또 땀이 범벅된 채 테이블에 착석했다.
“여기요.”
나연이 기다렸다는 듯이 수건을 가져다줬다.
“감사합니다.”
“매번 이렇게 땀을 흘리세요? 냉방이 되는 제품인데.”
“아…… 집에서 할 때보단 덜 흘리긴 하네요.”
“아, 오빠. 이거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냐?”
“야. 넌 내 걱정을 좀 그렇게 해봐. 그냥 집중력이 워낙 높으셔서 그런 거지.”
도토리묵도 투덜대며 그의 옆에 착석한다.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요. 이렇게 흥한 방송은 저도 진짜 처음이라니까?”
“저, 저도요. 우리 오빠보다 훨씬 잘되실 것 같아요!”
도토리묵은 나연을 째려봤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방송이 워낙 흥했으니.
“초대해 주셔서 저희가 감사하죠.”
주혁이 멀끔한 미소를 지으며 상현 옆에 착석한다. 그리고 그는 가방에서 선물 상자 두 개를 꺼냈다.
“이거 방송 시작할 때 경황이 없어서 못 드렸는데. 선물입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구요.”
“와…… 무, 무슨 이런 걸.”
“헉. 감사합니다!’
도토리묵과 나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별것 아닌 쿠키 세트지만,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담아놓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역시 수완이 좋아.’
상현은 미처 생각지도 못하는 부분들을 주혁이 커버하고 있었다.
“이거 맛있어 보이는데, 다과로 차랑 같이 드시죠.”
“그럼 감사하죠.”
“제가 해올게요.”
나연은 쿠키 상자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고, 도토리묵은 패드에 화면을 하나 띄웠다.
“나연이가 준비하는 동안 어디 행복한 계산을 한번 해봅시다. 바로 후원금 계산!”
그가 패드에 띄운 건 오늘 받은 총 후원 금액이었다.
“!”
액수를 본 상현과 주혁.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을 떡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