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6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60화
57. 빛과 그림자(1)
아무래도 레이나의 목소리 같았다.
믿기진 않지만, 그녀가 지금 자신을 안 골라줬다고 무언(?)의 항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엌ㅋㅋㅋㅋㅋㅋ
-무쳤냐고 레이나!!!
-아니 선택해 줄 때는 안 하더니 이게 뭔 횡포야ㅋㅋㅋㅋ
-레이나 골라줘 제바류ㅠㅠ
레이나가 항의를 한다고 해도, 혹여 피켓 시위를 한다고 해도 아몬드는 레이나를 고를 순 없었다.
‘안 되지.’
새로운 화신을 연습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대회까지는 단 3주가 남았고, 연습해야만 하는 건 산더미다.
게다가 지금 코치인 타코야끼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원딜러 포지션을 따내려면, 레이나 하나로는 안 돼.’
같은 포지션을 두고 경쟁 중인 상대는 마스터 티어다.
아몬드는 딱히 원딜러 포지션을 고집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냥 지는 게 싫었다.
“사나로 그대로 갈게요.”
즉, 아몬드는 오늘 사나로 게임을 이긴다.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나쁜 남자 아몬드
-ㅋㅋㅋㅋㅋ레이나 찡 ㅠㅠ
-아 스토리 모드 그거 다 해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곸ㅋㅋㅋ
-레이나 다시 친밀도 내려가는 거 아님? ㅋㅋ
어찌 됐든 노말 게임은 시작됐다.
이번엔 팀 간의 불화 같은 것도 없이, 아주 깔끔한 판이다.
이런 게임은 반드시 이기고 넘어가야 했다.
그래야 최대한 빠르게 레벨 10, 아니, 레벨 30까지 찍고 랭크전도 플레이할 수 있을 터다.
‘이기자.’
아몬드는 숙지했던 사나의 스킬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승리를 다짐했다.
* * *
“자. 아몬드 님 피드백 방송 시작합니다.”
타코는 익숙한 방송 톤의 목소리로 운을 떼었다.
“제가 아몬드 님과 딸기슈터 님을 비교해서 우리 팀 포지션을 정하게 될 겁니다. 아셨죠?”
사실 이렇게 말하면서도, 타코는 말이 안 된단 걸 알고 있었다.
‘당연히 딸기슈터가 원딜로 가겠지.’
사실 이 피드백 컨텐츠는 아몬드에게 어울리는 다른 포지션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와아아아아
-(대충 박수)
-대머리 쉑 간만에 돌아와서 하는 짓이 모기짓?
-아이고 웬 겨울에도 모기가…….
-딸기슈터랑 비교가 되냐?
“아니, 모기라뇨? 제가 시청자 수 더 많은데요?”
-기세로는 님 넘을 게 뻔한데영
-무슨 소리예요. 모발 수는 아몬드가 더 많은데.
-당연히 모발 수 말하는 거죠. 웬 시청자 수???
-ㅁㅊㅋㅋㅋㅋ
타코의 시청자들은, 만만치가 않다.
‘빌어먹을 놈들.’
아몬드나 풍선껌 시청자들은 이에 비하면 성자 수준이다.
하지만 이 또한 타코 본인의 업보다.
애초에 이런 컨셉을 잡은 건 자신이니까.
“모발을 어떻게 모기 빤다는 거야. 그거 할 수 있음 진작 했지. 팬미팅 가서 다 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보! 팬미팅에 모발 도둑 출현!
-ㅋㅋㅋㅋ님 팬들에게 뺏을 게 있을까……?
시청자들과 티격태격하는 사이.
게임이 시작됐다.
“자, 일단 지금 아몬드 님이 사나를 골랐지?”
-해설자 모드 on!
-공식 해설(이었던)자의 위엄
-아몬드 레이나 원툴이라 하지 않음?
“아몬드 님 레이나밖에 안 해보신 거 맞다. 근데 이번엔 사나를 골랐네? 대회를 앞에 두고는 다양하게 하는 건 무조건 좋은 선택이야. 근데 사나는 서포터빨을 좀 많이 받을 텐데. 지금 서포터랑 픽 조합이 괜찮지? 망치 전사 울테. 사나랑 아주 합이 좋거든. 사망 조합이라고 해서 바텀 라인전 그냥 박살 낼 수도 있어.”
-저 서포터 새끼 왠지 아몬드 팬 같음ㅋㅋㅋ 말이 안 됨. 노말에서 저렇게 해준다는 게
-노말에서 저걸 해주네
-ㅋㅋㅋㅋㅋ아 아몬드 제발 잘해라 타코 할 말 없게 ㅋㅋ
타코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몬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아.’
아몬드는 배틀 라지에선 분명 괴물에 가까운 녀석이었다. 하지만 릴에선 어떨까?
배틀 라지는 피지컬로 어떻게든 밀어붙이면 되는 게임이지만 릴은 아니다.
팀워크, 운영 능력, 심지어는 리더십까지 필요한 게임이다.
훨씬 복합적이란 뜻이다.
그냥 피지컬로 깨부수는 게임이 아니란 말이다.
‘특히 사나 같은 화신은 더더욱…….’
사나는 힐 능력이 붙은 대신, 공격력이 원딜러치고는 약한 편이다.
강신기 역시 아군을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보조해 주는 서포터와의 합이 중요했다.
‘레이나처럼 원맨쇼를 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니라고.’
타코는 관람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기본적인 구도 개념을 설명했다.
“자. 이거 봐요. 아군 서포터가 망치 전사에 내가 사나를 골랐잖아? 상대 조합보다 훨씬 세. 어떻게 해야 할까?”
-줘팹니다
-존나 때려!
-1렙부터 개 패야지!
-힐이 있으니까 마구 때려야지!
어떤 특정 조합은, 상대 계약자를 보자마자 마구잡이로 싸움을 걸어야 했는데.
그게 지금의 사나와 망치 전사 울테의 조합. 일명 사망 조합이다.
“역시 내 시청자들이야! 그스그시! 그래! 시작부터 존내 패야 하는데. 이걸 과연 저 망치 전사가 알까?”
-모를 듯
-너무 저랭크 구간…….
-그런 거 할 줄 알면 여기 안 있죠.
시청자들은 대부분 망치 전사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타코도 마찬가지였다.
계약자 레벨 1부터 교전을 시작하는 판단을 내리기엔 여긴 너무 저랭크 구간이었다.
“……어?”
그런데 웬걸.
망치 전사가 수많은 미니언들을 개무시하면서 앞으로 뚜벅뚜벅 걸었다.
-아니 뭐야
-형님 저 새끼 가는데요?
-???
타코도 순간 당황했으나, 이내 망치 전사의 움직임을 보고는 사태를 알아차렸다.
훙!
망치를 휘두르는 폼이 전혀 숙련되지 않았다.
[으아아악! 뭐야!?] [무친!]적들은 순간 당황하였음에도 공격을 모두 피했다.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다. 저런 공격은 맞으려고 해도 안 맞는다.
“이거 그냥 무지성 돌진이거든? 얘는 그냥 생각이 없는 거야. 전략 같은 거 없어. 그냥 박는 중이야! 이거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을 정도로 무식한데? 아몬드가 어떻게 대처할지?”
훙!
망치 전사는 다시 한번 달려가며 망치를 휘둘렀다.
콰아앙!
애꿎은 바위가 파열음과 함께 박살 나버렸다.
“아…… 최악인데요. 이거 서포터가 너무 깊게 들어갔어. 그냥 죽는 각인데…….”
타다당! 타당!
적 원딜의 기다란 총이 불을 뿜었고, 적 서포터의 발톱이 그를 유린했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지옥의 서막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아몬드는 아군 서포터가 부활하는 20초간 2 대 1로 싸워야 한다.
심지어 적은 킬을 먹고 더 강해진 상태다.
-ㅈ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우 ㅋㅋㅋ
-퍼스트 블러드는 역시 아군이지
-미치겠닼ㅋㅋㅋㅋㅋㅋ
-아몬드 불쌍해서 어카누 ㅠㅠㅠ
-혼자 남은 아몬두ㅠㅠ
“이거 게임 시작하자마자 20초 아웃은 거의 중반에 5분 아웃되는 거랑 비슷하거든? 터진 것 같은데.”
솔직히, 타코는 여기서 희망을 버렸다.
아몬드가 이번 게임에선 뭔가를 보여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이미 끝났네. 아몬드는 최대한, 진짜 최대한 사려야 돼. 살아 있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아몬드가 반격을 시작했다.
기리릭──
그의 화살촉이 적 플레이어를 향해 조준됐다.
타코가 다급하게 덧붙였다.
“잠깐. 이거 감정적으로 급발진해서 싸우면 안 돼. 사나는 혼자서는 힘든…….”
그러나 그 말을 들을 방법이 없는 아몬드는 활시위를 놓아버렸다.
피유웅!
“……데!? 저게 맞아!?”
푹!
타깃에 정확히 꽂히는 검은 화살.
펑!
타깃이 시원하게 터져 나간다.
-오아아!
-오
-좀 하는데?
그 거리에서 맞힐 줄 전혀 예상 못 하고 있었는지, 적은 당황한 표정.
타코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게 맞아? 어떻게 된 거지? 저 거리에 어떻게…….”
뭔가를 잘못 본 게 아닌가 생각됐다.
단순히 거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이거 미니언 병사들이 앞을 막고 있는데. 어떻게 맞힌 거야?”
-ㄹㅇ이네
-버근가? 화살이 휜 것 같은데ㅋㅋ
-ㄹㅇㅋㅋ
-좃버그
화살이 휘어?
그 순간, 아몬드에게 배틀 라지에서 당했던 장면이 머리에 스쳐 갔다.
릴 유저들은 잘 모를 거다.
아몬드의 커브샷.
“버그가 아냐. 이거 커브샷이네. 이게 여기서도 되는구나…….”
-그게 되는 거임?
-어디서 한 적 있음??
-아니 저게 뭔데. 씹덕아
타코는 당해봐서 안다.
아몬드가 쏘아대는 그 귀신같은 화살들을.
“레이나는 진짜 화살이 아니지만, 사나는 진짜라서 되나 보다. 좋은데?”
사나는 실재하는 화살을 쏘는 캐릭터다.
심지어 종류도 2가지. 그림자 화살과 빛의 화살이 있다.
그림자 화살은 대미지. 빛의 화살은 힐이다.
아몬드는 현재 그림자 화살을 쏴본 것이다.
그는 대충 사나라는 화신에 대해서 감을 잡아가는 중이다.
[음…… 이거 대충 알겠다.]그 순간──
아몬드의 화살이 3개가 더 날아갔다.
피유웅!!
“어?”
타코가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전부 타깃에 명중하는 화살.
3개를 연이어 쏜다고 해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일은 전혀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줄에 끌려가듯이 매끄럽게 꽂혀 버렸다.
[컥?!] [뭐야?]적들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당황했다.
[와. 사나 사거리 기네요.]아몬드는 사나의 성능에 꽤나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레이나 같은 거 하다가 사나 하면 속이 뻥 뚫리긴 하지 ㅋㅋㅋㅋ
-ㅋㅋㅋ아니 뭐 저리 빨라?
-화살을 저렇게 빨리 쏠 수가 있나요?
타코는 재빨리 해설을 곁들였다.
“벌써 4콤보나 맞았어. 잘 맞히는데?”
적은 타깃에 4개의 화살을 허용했다.
사나의 검은 화살은 타깃을 맞힐 때마다 ‘성녀의 저주’가 계속 쌓인다.
“4콤보면 성녀의 저주가 3스택이고. 그럼 속도가 느려져서 더 맞히기 쉬워. 이제 한 발 더 맞으면…….”
푸욱!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추가로 꽂히는 화살.
펑. 타깃은 또 박살 났다.
[으, 으어어 안 보이잖아 씹!] [병신아 그걸 다 맞냐?]성녀의 저주가 5개 쌓이면, 시야가 일시적으로 흐려진다.
“시야가 흐려지고. 이제 더더더 맞히기 쉬울 텐데?”
아몬드의 화살이 또 날았다. 진짜 귀신같은 속사였다.
퍼벙!
연이어 2개의 타깃이 더 터졌다.
7연속으로 맞히면 적은 1~3초간 기절한다.
쿵──!
묵직한 굉음과 함께, 적은 그대로 굳은 듯 기절해 버렸다.
“오!”
타코는 끝내 감탄을 터뜨렸다.
“피지컬 진짜 미쳤다!”
-와 눈 깜짝할 새에 8스택임?
-미쳤다 ㄹㅇ
-스턴 걸렸네 ㄷㄷ
“속도! 정확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타코 ㅈㄴ 흥분했네 ㅋㅋㅋㅋㅋ
-아니 코치가 저래도 되는 거냐?
-냉정한 평가 어디 감 ㅋㅋㅋ
-딸기슈터보다?
-근데 이거 괜찮은 거임? 게임은 질 거 같음.
이내 타코는 다시 목소리를 추슬렀다.
“자, 칭찬은 했지만. 좋은 플레이는 아냐. 정확히는 좋은 판단이 아냐. 이건 오히려 적한테…….”
[아니 대체 뭐냐고!!!]그때, 적 서포터 ‘야수’가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든다.
위험한 구도였다.
“……적한테 기회를 주는 거지.”
크아아아!
야수는 특유의 돌진기로, 순식간에 접근했다.
휘익!
털 갈퀴를 휘날리는 신형이 순식간에 아몬드를 들이받았다.
쿠우웅──
[윽.]아몬드가 뒤로 뒹굴며 쓰러진다.
야수는 튕겨 나간 아몬드를 향해 다시 발을 박차며 쫓아왔다.
맹수가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는 듯, 타액이 길게 늘어졌다.
사나는 이렇다 할 이동기가 없다. 피할 수가 없었다.
“아…… 이거 끝난 거 같은데? 적은 두 명이고 본인은 한 명이라는 걸 인지했어야지.”
이어서 야수가 아몬드의 위를 선점해 버렸다.
쿵.
야수의 양 무릎이, 아몬드의 양팔을 눌렀다.
“아, 양팔이 다 묶였어. 저게 야수가 짜증 나는 점인데…….”
아몬드는 몸을 비틀었으나.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야수는 피로 물든 손톱을 치켜들었다.
[죽어어어!]크르르!
세 갈퀴의 붉은 궤적이 아몬드의 상체를 유린했다.
촤아아악!
촤아악!
[주의! 체력이 3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몸이 약한 사나의 특성상 큰 대미지를 입었다.
야수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고 체력은 10%까지 떨어져 버렸다.
“아…… 이게 안 돼. 딜을 하려면 야수한테 거리를 줄 수밖에 없었어. 사려야 됐어. 괜히 감정적으로 플레이하면 이렇게 된다고.”
-쒯
-야수 ㅈ사기
-사나가 다 좋은데, 이동기가 없징
-서포터만 살아 있었어도…….
“그래도 시도는 좋았던 것 같아.”
타코는 이제 정말 끝이라 생각하고, 다음 피드백을 준비하려 했다.
지금도 충분히 훌륭했다. 사나 첫판에 이 정도라면 다음 판은 진짜 찢어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충분히 잘했어. 가능성이 보이네. 특히 아까 순식간에 7연발 꽂아 넣는 건 미친놈 같았다니까? 이번 게임은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아몬드도 죽겠지. 이제 체력이 10% 이하인데.”
그 순간, 아몬드의 팔 하나가 겨우 빠져나왔다.
계속 몸을 비튼 보람이 있는 셈이다.
그는 곧바로 빛의 화살을 빼 들었다.
“어?”
그래도 아직 한쪽 팔이 묶여서, 활을 당길 수 없을 텐데? 라고 생각했던 타코는…….
이어지는 플레이에 비명을 질렀다.
“미친?!”
* * *
[초보자 Tip : 알고 계셨나요? 사나의 빛의 화살은 타깃을 맞힐 때마다 아군과 자신의 체력을 회복시킨답니다. 단, 빛의 화살은 그림자 화살로 타깃을 맞혀야만 생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