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6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61화
57. 빛과 그림자(2)
시뻘건 선혈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퍼억! 퍼억!
붉게 물든 시야가 이리저리 돌아갔다.
‘이게 뭐야.’
야수에게 한번 물리면 이런 꼴을 당하는구나.
아몬드는 정신없이 맞는 와중에 생각했다. 그리고 되돌아봤다.
어쩌다 야수에게 공격권을 내주게 된 것인지.
‘거리를 몰랐어.’
일단 거리를 몰랐다.
야수라는 화신이 어떤 놈인지는 알지만, 직접 만나본 건 처음.
당연히 거리를 완벽히 잴 수가 없었다.
‘이동기도 없고.’
둘째로 사나는 이동기가 없었다.
이를 간과했다.
레이나가 익숙한 터라, 당연히 다가오면 그때 대처하면 되리라 여겼는데.
사나는 미리 알고 피해야 하는 화신이었다.
[주의! 체력이 3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체력이 쭉 떨어졌다.
레이나도 그렇지만, 모든 원딜러 포지션의 화신들은 체력이 정말 약하다.
‘어떻게 해야…….’
야수의 강력한 발톱에 맞아 머리가 이리저리 돌아가는 중에도, 아몬드는 해결책을 강구했다.
[위험! 체력 20% 이하!]눈앞에 있는 야수의 아가리에서 흐르는 타액이 공포스러울 지경이었지만. 어차피 이건 게임이다.
크르르.
상대는 상당히 몰입해 있다. 정말 야수라도 된 듯 고함을 내지르며 아몬드를 마무리하려 했다.
“죽어어어어!!”
-와씨 끝났나?
-여기서 죽으면 게임 진짜 힘든데 ㄷㄷ
-아몬드도 첨하는 화신은 별수 없나?
-아까는 진짜 잘했는뎅
적도, 시청자도 그가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몬드만 아니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는 몸을 비틀어대는 걸 멈추지 않았고, 결국 팔 하나는 빼내는 데 성공했다.
-오 팔!
-팔 나왔어
-굳굳!
-근데 팔 하나로 뭐 하누 궁수가 ㅅㅂ ㅋㅋ
그 팔 하나로 빛의 화살을 꺼내 든다.
빛의 화살은 개수가 무한정이 아니다. 그림자 화살로 -상대 신체에 랜덤으로 생성되는- 타깃을 맞힐 때마다 하나씩 생겨난다.
타깃은 마침 야수의 오른쪽 눈 위.
그는 결단을 내린다.
화살을 역으로 쥔 채,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동시에, 야수의 날 선 발톱이 그의 안면에 붉은 궤적을 쭈욱 그려냈다.
촤아아아아악!!
* * *
타코는 끝이라고 여겼다.
이미 야수에게 저렇게 파운딩을 당하는 구도에 처해지면 죽음은 기정사실이다.
다른 화신도 아니고, 체력이 약한 사나다.
희망은 없었다.
“아…… 아쉽네. 이건 솔직히 너무 판단이 초보라서 그래. 그래도 시도는 좋았던 것 같아.”
그때 울려 퍼지는 사나의 음성.
〔신성의 영역을 펼칠게요.〕
“어……?”
아몬드의 주변으로 밝은 녹색의 기운이 퍼져 나간다.
우우웅……!
이럴 수가 없는데.
타코의 눈이 흔들렸다.
“아니. 살았어?”
어떻게 된 건가 했더니 화살을 들고 찔러 버렸다.
야수의 오른쪽 눈에 빛의 화살이 박혀 있다.
타깃이 터지면서 빛의 화살은 이내 공기로 사라졌지만, 상처는 남았다.
-와 씹ㅋㅋㅋㅋ
-화살을 그냥 들고 찔렀네
-응용력 ㅁㅊ다
-이런건 최소 플래 이상급 센스 아님??
-ㄷㄷㄷ
저 상황에 빛의 화살을 들고 찌를 생각을 했다.
오늘 사나를 처음 플레이하는 주제에.
‘믿기지가 않네.’
단순히 피지컬만 뛰어난 게 아니었던 걸까?
순간적인 판단 능력이 상당했다. 망설임이란 게 없다.
그 뒤로 야수와 아몬드의 공방이 더 이어졌다.
야수는 발톱으로 계속 그를 찢어버리려 하고, 아몬드는 계속 빛의 화살로 체력을 회복했다.
푹! 푹!
야수의 왼쪽 가슴, 복부, 왼팔에 나누어진 타깃을 어떻게든 타격해 냈다.
그럼에도 체력은 제자리였다. 줄지도 차오르지도 않았다.
“자. 혹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알려주자면, 빛의 화살은 적의 몸에 생성된 타깃을 맞히면 사나 주변으로 신성의 영역이 생성돼요. 그 안에 들어가면 아군의 체력이 회복되죠. 근데 이 빛의 화살은 아군을 맞힐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그 아군 주변으로 신성의 영역이 생겨. 오키?”
-MC 타코 ㄷㄷ
-랩하냐?
-ㄷㄷㄷ 말 속도가 화살 찌르는 거보다 빠름 ㅋㅋㅋ
“자! 그런데 빛의 화살은 개수 제한이 있죠? 그다음은 어쩌려나?”
빛의 화살은 제한이 있지만, 야수의 발톱은 제한이 없다.
아몬드는 이번엔 그림자 화살을 들고 찔렀다.
푹!
그리고 생겨나는 빛의 화살을 곧바로 찔렀다.
“아니, 이걸 이렇게 번갈아서 이렇게 빨리?!”
마치 매일 10번씩은 연습한 것마냥,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두 화살을 번갈아 찔렀다.
그것도 한 손으로.
“미친 거 아냐!?”
푹! 푹!
그림자 화살까지 번갈아 찔러오자, 몰아붙이던 야수는 주춤했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여긴 것이다.
살 궁리를 하는 그 찰나가, 오히려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펑! 펑! 펑!
아몬드는 몸을 더 비틀어 내빼며 그의 몸에 생긴 타깃에 그림자 화살을 찔러넣었고.
“어?! 지, 지금 이거 저주 스택!”
[성녀의 저주×7] [기절!]그는 결국 기절해 버렸다.
-와 미쳤다 ㅋㅋㅋㅋㅋ
-헐 저주 스택이 여기서 ㅋㅋㅋ
-캬~~~!!
-아몬드가 타코보다 나은데?
-야수도 좀 병신이긴 한데 ㅋㅋㅋ
“아니. 이거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저레벨 라인 전투가 왜 이리 스펙타클해?”
그때였다.
타앙──
아몬드의 어깨에 탄알이 박혔다.
적 원딜러, 소총수가 쏜 탄알이다.
“엇. 지금 적 원딜러가 합세했죠? 이제 또 2 대 1이야. 이거 되나?”
2 대 1은 무조건 진다고 말하던 타코였다만. 이젠 의문부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타앙! 탕!
총알이 계속 아몬드의 몸에 박혔지만.
[체력 9%]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얼른 빛의 화살을 빼 들 뿐이었다.
야수가 기절로 물러난 지금, 그의 두 팔은 자유로웠다.
기리릭──
곧바로 활시위를 당기는 아몬드.
“아! 이제 두 팔 자유야! 활 쏜다! 이거 빗나가면 죽을지도!”
피융! 타앙!
방아쇠가 당겨지는 것과 활시위가 놓이는 것은 동시였다.
적의 총알은 아몬드의 어깨에 박혔고, 화살은 적의 머리 위 타깃을 뚫었다.
퍼엉!
“와씨. 또 맞혔어!”
-이 상황에 한 번을 안 빗나가는 거 실화냐?
-진짜 무쳤다 ㅋㅋㅋ
-또 체력 오른다 ㅋㅋㅋㅋㅋ
-한 번만 빗나가도 죽을 뻔
〔신성의 영역을 펼칠게요.〕
빛의 화살이 하얗게 타올라 사라졌다. 아몬드의 체력은 차올랐다.
[체력 22%]“근데 적도 스킬 쓴다! 저거 못 피하겠는데?”
그때, 상대의 총에서 강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콰광──!
아몬드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대신 다시 빛의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아몬드 오히려 피하는 게 손해라는 마인드! 지금 그냥 맞고 난 힐 받겠단 생각인가!?”
-타코 그냥 해설로 전향함? ㅋ
-피드백한다며
-???: 피드백? 비켜! 지금 존나 재밌으니까!
빛의 화살 3개가 날았다.
이번 목표는 기절한 야수였다.
아몬드에게 가만히 있는 적을 맞히는 건 너무 쉬웠다.
퍼버벙!
야수의 오른팔, 복부, 오른 다리에 있던 타깃이 하얀빛으로 터져 나갔다.
연이어 타깃을 3번 적중시킨 힐량은 어마어마했다.
[체력 48%]체력이 거의 절반 가까이 차올랐다.
“와! 야수 쏘는 판단 아주 좋았어. 소총수는 거리가 멀고, 이동기가 있거든 혹시 빗나갈지도 몰랐다고. 지금 한 번이라도 빗나가면 뒤지는 상황이라, 야수 치는 판단 굳! 근데 지금 야수가 달려들죠!?”
크아아아!
기절에서 깨어난 야수는 다시 달려들었다.
“지금 빛의 화살 몇개지? 얼마 없을 것 같은데. 이번에도 화살 계속 바꿔가면서 슈퍼 플레이하나?!”
타코의 바램을 전해 들은 듯, 아몬드는 이번엔 그림자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달려드는 야수 앞에 한 치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저 활시위를 걸고, 놓는 것만을 반복했다.
펑! 펑! 펑! 펑!
달려드는 야수의 몸 곳곳에 그림자 화살이 박힌다.
“순식간에 저주 스택 다 쌓이면서 야수 시야 또 없어졌죠!? 근데 지금 야수 몸 위에 타깃이 다 터졌어. 지금 아몬드가 타깃이 생기는 거보다 더 빨리 쏘고 있어!”
야수는 시야가 또 사라졌지만, 거대한 앞발을 휘둘러 머리를 가격했다.
퍼억. 머리가 휘청했으나.
아몬드는 아랑곳않고, 빛의 화살을 쏜다.
“빛 화살 쏜다! 근데 타깃이 없는데?? 아! 이번엔 원딜한테!?”
그의 화살이 날아간 곳은 적 원딜의 머리.
펑!
그 위에 있던 타깃이 터져 나가며, 다시 잃은 체력이 차올랐다.
“미쳤다! 야수 몸에 타깃 다 박살 내더니, 이젠 원딜한테 맞힌 거야?! 이제 야수 몸에 슬슬 다시 타깃 생겼고!”
그림자 화살은 다시 야수에게 박혔다.
퍼엉.
방금 생긴 타깃이 터져 버렸다.
“지금 동시에 둘을 상대하고 있죠? 타깃이 다시 생기는 속도보다, 화살이 더 빠르니까 이게 더 효율적인 거야!”
그사이, 야수가 발톱으로 후려쳤고. 소총수도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두 명의 일제 공격!
콰광!!
아몬드의 체력이 내려갔다.
[체력 6%]아슬아슬할 정도의 체력이다.
“이, 이거 또 위험한데? 하나로 되겠어?”
둘이 동시에 때리니, 대미지가 감당이 안 됐다.
그러나 아몬드는 타개책을 금세 찾아냈다.
기리릭.
두 개의 화살이 시위에 걸렸다.
“잠깐. 저게 돼!?”
퍼벙!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두 개의 화살이 오른팔, 왼팔 각각의 타깃에 정확히 명중했다.
“힐이 더블로 들어온다!”
아몬드는 그렇게 적 서포터, 원딜을 번갈아 타격해 대며 유린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적을 쏘는 중에도 한 번 빗나가는 일이 없었다.
-ㄷㄷㄷㄷ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죠?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앗…… 여기가 아닌가?
적의 체력은 점차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고.
아몬드의 체력은 떨어졌다 올랐다를 반복하며 아슬아슬하게 버텼다.
타코는 잔뜩 흥분하여 목이 갈라졌다.
“힐 받는 타이밍이 예술이야! 일부러 체력 10% 이하일 때 힐을 받아서, 힐을 최대 효율로 받고 있다고!”
사나의 힐은, 체력이 낮을수록 높은 효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체력이 80%일 땐 빛의 화살로 신성의 영역을 만들어 봐야 3~4%로 차오르지만.
체력이 2%일 땐 거의 20% 가까이 차오른다.
그걸 극한까지 활용해, 아슬아슬한 체력에서만 빛의 화살로 적을 쏘고 있는 게 지금 아몬드의 플레이.
-돌아부렸누
-타코 익어요오오옷!!
-근데 진짜 피지컬 미쳤다
-ㄹㅇ 저게 되네.
-와씨 ㅋㅋㅋㅋ 난 봇 상대로도 못 할 듯
-아무리 노말이어도 쩔긴 하네
결국 야수는 쓰러지고 말았다.
[적을 처치하였습니다!]사나의 미약한 대미지로 솔로킬을 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진짜 이건 숟가락으로 팬 거지? 거의…….”
-진짜 ㅋㅋㅋ 개억지로 잡았다
-바늘로 천 번 찔러 죽이누 ㅋㅋㅋㅋ
-???: 죽여줘……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더블킬!]적 원딜러도 그 직후에 죽어버렸다.
사나로 혼자 더블킬을 낸 것이다.
그 시체 위엔, 단순히 힐 공급을 위해 번갈아 맞히던 화살이 어느새 20발이 넘게 꽂혀 있었다.
“와…… 이걸 그냥 2 대 1로 붙어서 이겨 버리네…… 사나 이렇게 하는 거 아닌데…….”
-저거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절망편 ㅋㅋㅋ
-ㄹㅇ 사나가 그냥 움직이질 않누
-약간 이해를 다르게 한 듯ㅋㅋㅋㅋ
-근데 저렇게 타깃 다 맞히면 뭐 하러 움직옄ㅋㅋ
* * *
결국 게임은 아몬드 팀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한 라인이 밑도 끝도 없이 터져 버리니, 당연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적 바텀 둘이 내부 분열이 일어났다.
[승리]결국 아몬드 팀이 승리했다.
경기 시작 약 20분 만의 쾌거였다.
타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듯 웃었다.
“와 재밌었네. 역시 저랭크 구간이 게임은 재밌어.”
-엌ㅋㅋㅋㅋㅋ ㄹㅇ
-진짜 피 터지게 싸우더라 ㅋㅋㅋ
-아몬드 플레이 스타일 개꿀잼임 ㅋㅋㅋ 탱커형 원딜러 ㅋㅋㅋㅋ 타코쉑 퇴물이네
-아몬드가 얼굴도 더 잘생기고 머리숱도 더 많고 키도 더 크고 게임도 더 잘하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타코 님?
-나 아몬드 보러 감. 타코 ㅃㅇ
아몬드의 플레이에 감명받은 시청자들은 장난처럼 이제 타코 방을 떠날 거라 선언하기까지 했다.
실실 웃는 타코.
그러나 그 웃는 얼굴 뒤엔 근심이 하나 생겨났다.
‘그나저나 큰일이네.’
타코는 딸기슈터가 당연히 더 원딜을 잘할 거라는 가정을 하고 있었다.
아몬드가 못하는 것을 적당히 꼬집어, 포지션을 옮기길 추천하려 했다.
이제 겨우 2일 차 플레이어인데. 포지션 옮기는 게 어렵지도 않을 테니까.
그런데…….
‘설마하니 이렇게나 잘할 줄은…….’
노말 게임이라 판단이 잘 안 되지만, 어쩌면 딸기슈터보다도 더 잘하는 원딜일 수도 있었다.
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 거다. 지금은 노말 게임이니까.
그러나 전 프로였던 타코에겐 보였다.
스타 플레이어가 갖춰야 하는 모든 요소들이 아몬드 안에 깃들어 있다는 것이.
……곤란했다.
* * *
[초보자 Tip : 아군과의 불화는 그 어떤 적보다 강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