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6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62화
57. 빛과 그림자(3)
타코가 잠시 진지한 얼굴로 가만히 있자, 시청자들이 재촉했다.
-피드백 안 해?
-끝나고 피드백해야딩
-할 게 없나?
-총평 해주세여!
‘아, 그렇지.’
타코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팀원 고르기가 애매해졌다고 해도, 지금은 방송 중이다.
그리고 아몬드는 게임 내내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18/0/43]18킬 0데스 43어시스트.
사나의 특성상 킬보다는 어시가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로 찍혔고, 심지어 팀 내 킬 관여율은 무려 93%다.
포지션 정글러가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한 수치.
‘노말 게임이라도 이 정도로 터뜨리는 건 실력이 맞지.’
짝짝짝!
타코는 텐션도 끌어 올릴 겸 박수를 치며 외쳤다.
“진짜 피지컬은 괴물이다, 괴물. 나이만 젊었으면 팀에서 모셔갈 듯.”
-헐 극찬이네
-ㄹㅇ?
-에이 프로는 아니지 ㅋㅋㅋ 그래도 ㅋㅋ
-프로 모셔간다는 거?
-그게 총평임? 피드백 총평 좀
“내가 봤을 땐, 피지컬만 놓고 보면 마스터 이상이야.”
-ㄹㅇ????
-헐 너무 과한 발언 아님?
-그럼 딸기슈터 넘었음?
-X 되게 잘하긴 했음 방금 ㅋㅋㅋ
-근데 노말이라 ㅋㅋㅋ 판단하기 어려울 텐데
역시 사람들은 인정에 인색하다.
특히 인방 쪽이 그런 경향이 강했다.
쉽게 관심을 받는 시장이니, 그만큼 명예는 가벼웠다.
‘뭐…… 사실 보는 눈이 없으면, 과한 발언이라고 생각하긴 하겠지.’
타코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일단 컨텐츠를 진행했다.
“한 판 끝났으니까, 방송 연결해서 피드백 가보자.”
이제 아몬드와 함께 리플레이를 보면서 피드백을 할 시간이다.
아몬드가 잘하긴 했지만, 피드백할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아몬드는 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도 현저히 떨어지는 듯한 움직임을 자주 보여줬다.
지금 그가 0데스로 게임을 마무리한 건 순전히 적들이 너무 못해서다.
* * *
[승리]이 두 글자가 떠오른 후. 아몬드는 씩 웃었다.
“이겼네요?”
-ㅁㅊ ㅋㅋㅋㅋ
-아몬드 세상을 다
-아들! 내일부터 아몬드만 먹거라! 아들! 내일부터 아몬드만 먹거라! 아들! 내일부터 아몬드만 먹거라!
-아몬드는 커서 포브스가 될래요! 아몬드는 커서 포브스가 될래요! 아몬드는 커서 포브스가 될래요!
-무쳤따
-사나 첫판에 이런 플레이가 가능한가?
-ㄹㅇ ㅈ댄다. 배틀 라지보다 더 잘할 것 같음
트롤 같은 서포터를 끼고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중간부턴 적들이 거의 포기하다시피해서 조금 뻥튀기된 것도 있지만, 딜량도 무지막지한 차이로 1등이었다.
“와. 님. 개잘하시네요. 진짜.”
“우리 팀 원딜이 터뜨렸네 걍.”
칭찬에 인색한 릴의 유저들도, 각각 한마디씩 보태며 아몬드를 칭찬할 정도였다.
“서폿 차이 지렸죠!?”
물론, 트롤은 끝까지 트롤이었다.
그는 서폿 차이라고 하며, 끝까지 적 팀을 약 올렸고.
결국 적 서폿과 1대1 미드 빵인가를 하러 간다고 떠났다.
-ㅋㅋㅋㅋ저 서폿쉑 진짜 개패고싶네
-아오 ㅋㅋㅋ
-쟤만 아니었어도 5분은 더 일찍 끝났음
-그래도 포탑 다이브는 잘하더라 ㅋㅋ
[미션 성공!] [튜토 없이 사나 첫판 1승] [27만 원]“와. 미션 걸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처음 ‘손큰콜로니’가 걸었던 20만 원 미션이 27만 원까지 상승해 있었다.
-ㅠㅠ처음에 서폿이 던지길래 안전자산인 줄 알았더니 ㅠㅠㅠ
-엄마아아아! 아몬드가 내 돈 뺏어갔어!
-빌어먹을 서폿 새끼 트롤을 할 거면 제대로 끝까지 책임을 지란 말이야!
-책임 없는 쾌락…… 그것은 트롤…….
7만 원을 얹은 시청자들은 서포터가 무식하게 돌진하는 걸 보고 이 미션이 실패라는 걸 확신했던 모양이다.
가끔 저런 부류들이 있다. 실패할 게 뻔한 미션에 돈을 올려서 스트리머를 약 올리는 사람들.
대단한 악의가 있다기보단 그냥 좋아하는 여자애를 괴롭히는 아이의 심정 비슷한 거다.
물론 아몬드의 실력은 그런 유치한 괴롭힘을 허락하지 않고, 다 먹어치웠다.
오히려 역으로 그들을 조롱했다.
“7만 원이 더 늘어 있네요? 꿀꺽!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꿀꺽 ㅋㅋㅋㅋ
-꿀꺽몬드 커엽… 저장….
-클립 존내 돌아다닐 듯ㅋㅋㅋ
-꿀꺽도 새로운 리액션으로 가는거냐?
-빌어먹을 견과류 쉑…….
[토해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사나 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그 상태에서 더블킬 딸 줄 누가 알았냐고 ㅋㅋㅋㅋ]-ㄹㅇㅋㅋ
-하긴 ㅋㅋ
-나도 한 1만 원 정도는 걸 뻔.
-그나마 아몬드가 더블킬을 일찍 따서 7만 원만 오른 거지. 나중에 역전해서 이겼으면 한 50은 벌었을 듯 ㅋㅋㅋ
“토해내 님, 후원 감사합니다. 사나가 근데 되게 좋네요. 쉽고 좋은 캐릭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레이나 오열 ㅠㅠ
-레이나는?! 레이나는???
-레이나가 더 좋아!!!
“어. 근데 지금 타코님한테 연결 요청이 왔는데. 아무래도 피드백 컨텐츠 중 하나인 것 같네요. 디스 월드로 잠시 가겠습니다.”
레이나에 대한 질문은 일단 무시한 채, 아몬드는 타코가 접속을 요청한 디스월드로 향했다.
“이야~! 아몬드 님!”
타코야끼가 포탈 입구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가상 현실에서라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몬드 님, 실물도 굉장하시네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둘이 왤케 어색함 ㅋㅋㅋ
-처음 봄?
-아몬드는 마지막에 결정된 팀원이라 급하게 들여왔다고 함ㅋㅋㅋ
-타코 쉑 왜 머리 밀었어?? 저거 걍 코스튬임?
“그때 배틀라지에서 뵙고 저 보는 건 처음이죠?”
“……배틀라지요?”
아몬드는 타코를 만난 걸 기억하지 못한다.
-엌ㅋㅋㅋㅋㅋㅋ
-가해자는 원래 기억이 없다
-미친 ㅋㅋㅋ 진짜 모르나바
-하긴 그거 올튜브 박제도 안 해놨더라
-딱히 영상이 인기도 없었음 타코는 올튜브에서 인기 없거던ㅋㅋㅋㅋ
“……아하하하하!”
타코는 이 무안한 분위기를 어떻게 해보려는 듯이 웃었다.
‘이럴 수가.’
물론, 얼굴은 웃고 있어도 머릿속에선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간 아몬드에게 복수하겠다며 칼을 갈고, 심지어 풍선껌이랑 술잔을 기울이며 한풀이까지 했는데…….
심지어 머리도 밀었는데!
‘기억을 못 하다니.’
어쩐지 올튜브에 대대적으로 박제를 안 하더라니. 아예 타코가 누군지도 몰랐던 것이다.
“그, 그러면 피드백 시작할까요?”
“네!”
아몬드는 기운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배울 땐 확실히 배우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타코는 그 태도에 만족스러워하며, 화면을 띄웠다.
“좋습니다. 우선 게임 시작 파트를 보죠. 여기서 사실 게임이 거의 다 끝나버렸거든요?”
시작에서 게임이 끝났다?
아몬드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프로의 시선이었다.
그는 게임 초반 단계가 릴 공성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흔히 스노우볼이라고 하죠? 눈덩이처럼 처음 얻은 이득이 불어나는 겁니다. 그러니까, 초반에 큰 차이가 벌어지면, 그 상대가 실수하지 않는 이상 역전하기 힘들죠. 이론상 불가능인데…….”
타코는 안심하라는 듯 웃으며 덧붙였다.
“보통 그렇게 실수 한 번 없이 완벽한 게임을 하는 경우는 프로 단계에서도 없습니다. 초반에 안 풀렸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죠. 아몬드 님도 사실 초반에 엄청 꼬이고 시작했는데, 이겼잖아요.”
타코가 손을 까닥하자, 아몬드의 서포터가 돌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보세요. 아군 서포터가 이렇게 허무하게 킬을 헌납했잖아요? 이러면 적이 경험치와 돈을 앞서갑니다. 그리고 그걸로 좋은 템을 사 오고. 다시 또 킬을 따내겠죠.”
“아…….”
“그럼, 또 돈과 경험치를 더 많이 먹겠죠? 그러면 또 킬을 따기가 한층 더 수월해요. 점점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거죠. 그게 스노우볼이 구른다고 하는 겁니다.”
“부익부 빈익빈 같은거군요.”
“그렇습니다. AOS 장르, 그러니까 공성전은, 엄청 빠르게 흘러가는 RPG 게임이라 보시면 돼요. 미리 현질 해서 자리 잡고 길드 만들어서 깽판 놓는 애들이 사다리 걷어차면 RPG 힘들죠?”
빠르게 흘러가는 RPG. 이렇게 말하니까 이해가 확 됐다.
확실히 그런 면이 있다.
그 안에서 몬스터를 잡고, 돈과 경험치를 얻어서 성장하고, 결국 적의 기지를 터는 공성전을 이겨내는 것이니까.
“이것도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아몬드 님이 엄청 잘하신 거예요. 바로 여기서요.”
타코는 아몬드가 반격하는 구간을 돌려서 잡았다.
처음으로 적을 기절시키는 순간.
“여기서 쫄지 않고, 적을 두들겨 팼죠? 이 플레이 덕분에 게임의 승기를 다시 가져온 겁니다. 여기서 아몬드 님이 2대1로 끝까지 버티면서 적을 패놨고, 우리 서포터가 다시 부활해서 합류하면서 게임이 터진 거죠. 진짜 잘했어요.”
-오 칭찬~ ㅋㅋㅋ
-첫 피드백인데 벌써 칭찬?
-전 프로의 인정 ㄷㄷ
-진짜 쌉재능러…….
아몬드 방의 시청자들은 타코가 게임 중에 칭찬하는 걸 듣지 못했었기에 신기해했다.
언랭크가 전 프로에게 칭찬을 받을 정도라는 게.
“엄청 좋은 플레이에요. 단?”
다만 타코는 칭찬만 하려고 여기까지 아몬드를 부른 건 아니었다.
“여기 이 부분.”
아몬드가 적 소총수를 때리다가, 야수에게 거리를 주면서 넘어지는 장면이 나왔다.
“야수에게 거리를 줘서 아주 위험했거든요? 슈퍼 플레이로 어떻게 살아남긴 했는데. 진짜 위험한 판단이었고, 적이 조금만 더 잘했어도 아몬드 님은 한 번은 죽었을 겁니다.”
“그렇군요.”
“예. 이런 줄타는 듯한 아슬아슬한 플레이를 하려면 상대 스킬의 사거리도 어느 정도 인지해야 하는데, 이건 너무 넘어버렸어요. 적이 별다른 소모값도 없이 그냥 돌진해서 박았잖아요. 여기선 차라리…….”
계속 이어지는 설명을 듣고 있으니, 아몬드는 뭔가 머리가 한층 더 트이는 느낌이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때의 감각이다.
‘이 게임이 이렇게 세세하고 체계적인 거였다니…….’
역시 전 프로는 달랐다.
더군다나 타코는 프로 중에서도 우승 경험이 있는 프로였고, 한때 코치로도 잠시 활동했던 사람이다.
-와 타코 본업을 하니까 ㅈㄴ 멋있어 보이누 ㅋㅋ
-이런 사람이 릴 왜 그만뒀던 거임?
-ㄷㄷㄷ분석력 미쵸따
-와씨 나도 배워가네 ㅋㅋㅋㅋㅋㅋㅋ
-괜히 프로 아녔네 ㅎㅎ
시청자들도 간만에 유익한 방송이라며 칭찬했다.
그도 그럴 게 타코는 결과에 상관없이 어떤 판단은 이래서 불리했고, 어떤 판단은 이렇게 됐어야 했다는 걸 딱딱 짚어냈다.
운이 좋아서 이긴 것과 판단이 좋아서 이긴 것을 확실히 구분해서, 다음 판에는 운이 아닌 판단으로 이기게끔 이끄는 것이다.
“……자, 여기까지 할게요. 그 이후로는 사실 의미가 없어요. 적이 게임을 거의 포기해서요.”
“와! 감사합니다!”
아몬드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타코가 당황했다.
“아, 아니, 뭐…… 별말씀을.”
그는 만질만질한 머리를 긁적이며 이만 자료 화면을 치웠다.
“그럼. 딸기슈터를 이길 때까지! 잘해봅시다!”
“예!”
* * *
다시 본인의 방송으로 돌아온 타코.
가상 세계에서나마 아몬드를 처음 만난 그는, 몇 가지 의외였던 점을 되짚었다.
‘엄청 예의 바르네.’
일단 굉장히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예전에 봤던 체대 출신 스트리머와 비슷한 정도였다.
또 의외라고 느낀 점은, 이해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생각 이상으로 강의 습득력이 좋았다. 본래 이미지상으로는 머리가 좋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여러분, 아몬드 님 생각보다 이해를 좀 잘하는 것 같지 않아?
-글쎄여
-알아듣는 척하는 거 아님? 니 말 듣기 싫어서 ㅋㅋ
-고개 끄덕이면 다 이해하는 거임?
-근데 솔직히 능지 낮으면 게임 그렇게 잘하기 힘들지 ㅋㅋㅋ 피지컬도 나름 순간 판단 능지 같은 건데.
-아몬드 나름 대기업 출신임.
“아몬드 님 대기업 출신? 누구 편집자였는데?”
-앜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친놈아 진짜 대기업ㅋㅋㅋㅋㅋ
-아성 출신이여
-스트리밍에 뇌가 절여진 남자…….
“아, 진짜 대기업 회사 말하는 거구나. 난 잘 몰랐어. 하지만…….”
그때. 타코는 책상을 탁- 내려치며 화제를 전환했다.
“겨우 한 판이었다~ 이 말이야! 만년 브론즈 실버인 풍선껌 형도 매드 무비 만들어보면 챌린저인 거 알지?”
-ㄹㅇㅋㅋ 맞지
-나도 개쩔 땐 전자파 넘지 ㅋㅋㅋ
-핵맞말
물론 타코는 아몬드의 능력이 겨우 한 판으로 반짝하고 끝나는 종류의 것이 아니란 걸 직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감은 직감이고.
코치로서의 그는 데이터에 입각한 판단을 해야 했다.
“다음 판 봅시다. 이번판은 더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릴은 또 모르거든, 이게.”
마침 아몬드의 다음 판 큐가 잡혔다.
그 판은 13분 만에 상대의 항복을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