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6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63화
57. 빛과 그림자(4)
13분 전.
어찌 됐든 첫판을 잘 이겨내고, 두번째 판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아몬드는 또 사나를 픽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저 감 잡은 거 같아요.”
-아몬드 (1승) : 감 잡았다
-ㅋㅋㅋㅋㅋ 쩔긴 했음
-레이나 하다가 사나 하니까 숨통이 트여?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이거 완전 딱 맞잖아.’
아몬드와 사나라는 화신은 그야말로 찰떡이었다.
〔당신만큼 처음부터 내 힘을 잘 다루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계약자.〕
심지어 사나마저도 인정해 줬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막상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런 비슷한 류의 말을 레이나에게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나는 레이나보다 성격도 좋다.
-캬 역시 사나 누님. 칭찬도 아끼지 않는구만!
-근데 저런 칭찬은 잘 안 하지 않나? ㄷㄷ
-사나 누나아아아아아
-역시 사나가 좋지 ㅎㅎ
아몬드의 시청자들은, 게임이 시작되고 다시 아몬드가 상대 바텀 라이너들과 대치할 때에서야 저 칭찬이 빈말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다만 그 시작은 조금 이상했는데…….
“서포터님. 그냥 먼저 적 서포터부터 치세요.”
아몬드는 다짜고짜 서포터에게 돌진을 요구했다.
“……예?”
“그냥 그렇게 해주세요.”
-야 아몬드야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망치 전사도 아니잖아
-무친놈아 쟤는 깔작거리면서 뿅뿅 쏘는 포킹형 서포터라고 ㅋㅋㅋㅋ 박으면 뒈져
아몬드의 서포터는 ‘광휘의 마법사 – 루미온’이라는 화신이었다.
“저, 저보고 돌진하라구요?”
루미온은 어딘가 비실해 보이는 남성 마법사 화신인데. 장기는 뒤에서 번쩍이는 마법들을 쏘면서 적을 괴롭히는 것이다.
사거리가 긴 대신 당연히 몸은 약했다.
아몬드는 그런 사정을 일일이 헤아려주진 않았다.
“그냥 각 봐서 돌진하세요.”
-??? : 그냥 견적 봐서 미치세요 ㅋㅋㅋ
-무친놈앜ㅋㅋㅋ
-??? : 그냥 한강물 온도 체크하고 떨어지세요
“……아, 알았습니다.”
루미온은 아몬드의 단호한 말투에 뭔가 설득되어 버렸고.
적 계약자들과 치고받기가 약 2분 정도 이어진 후.
“지, 지금 갑니다아아!”
적이 아주 조금 욕심을 낸 타이밍을 캐치해서, 루미온은 달렸다.
“으아아아아아!”
그는 비명을 지르며 마법을 있는 대로 난사하며, 죽어라 달렸다.
-엌ㅋㅋㅋㅋㅋㅋ
-쟨 또 왜 말을 잘 듣냐고
-아몬드 말 듣지 마!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적들은 달려오는 루미온을 보며 당황했다.
“뭐야? 쟤 미쳤어?”
“뭐긴 뭐야. 공짜 킬이지. 죽여!”
당황도 잠시, 그들은 화력을 집중해 루미온에게 쏟아부었다.
불 마법과 강력한 샷건의 조화!
콰광!!!
루미온은 활활 타오르며 그대로 화마와 일체가 되었고.
화르르륵!
그렇게 산화되어 버렸다.
아니, 그래야 했었다…….
〔신성의 영역이 보호하리라!〕
“?”
우우웅……!
싱그러운 녹색 빛이 펼쳐지며 루미온의 체력이 치솟아 올랐다.
“살았어?!”
“사나가 살렸다! 제기랄! 다시 때려!”
콰광!!
루미온의 체력이 다시 깎였다.
순식간에 5% 이하까지 내려갔다만, 다시 고무공처럼 위로 튀어오른다.
[현재 체력 19%]‘살았어?’
살아 있었다.
그 이후로도 똑같았다.
적들이 공격해 체력이 내려가면.
〔신성의 영역이 당신을 보호해요!〕
〔신성의 영역을 펼칠게요!〕
〔신성의 영역이…….〕
사나의 대사가 연이어서 들려온다.
‘이, 이게 말이 되나?’
적은 죽어라 때리는데, 체력바는 계속 같은 영역을 사수하고 있다.
빛의 화살은, 한 발 빗나가는 일 없이 자신의 몸에 생성된 타깃을 맞히고 있었다.
심지어 팔다리 끝 같은 까다로운 부위도 전부, 같은 속도로 맞혀낸다.
노말 게임에서, 아니, 어디서도 보기 힘든 실력이었다.
‘게다가 빛의 화살은 왜 안 없어져?’
빛의 화살은 개수에 제한이 있다.
그림자 화살을 타깃에 맞혀야만 생성이 된다.
이런 막무가내식 플레이를 제한하기 위함인데.
아몬드에겐 별 의미 없는 제약이다.
펑! 펑!
아까부터 그의 그림자 화살은 적 미니언 위의 타깃에 완벽하게 적중하고 있었다.
적 계약자까지는 사거리가 닿지 않아서, 미니언 위에 생성되는 타깃들을 터뜨리는 것이다.
그렇게 미니언에게 그림자, 아군 서포터에게 빛을 쏘고 있다.
그런데 매우 빠르게.
‘이럴수가. 이게 그림자랑 번갈아서 쏘는 속도라고?!’
정확도는 차치하더라도, 일반인은 빛의 화살만 죽어라 당겨도 이 속도가 안나온다.
루미온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적들의 입도 쉬지 않고 떠벌거렸다.
“이, 이 새끼 왜 안 죽어!?”
“미쳤나 이거!”
“쟤는 어떻게 빛의 화살이 무한이야?! 버그 아냐?!”
“하 폴리스 이 짭새들…….”
“끝나고 시발 리폿해. 이 븅신들.”
적들 입장에선 아몬드가 빛의 화살을 무한히 쓰는 것마냥 보일 테니 그럴 만했다.
-또 신고당할 각 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신고당하면 대회는 우짜누
-속보) 아몬드…… 견과류가 아닌 벌레(버그)로 밝혀져!
그때 아몬드가 외쳤다.
“뭐해요! 그냥 계속 쏴!”
잠시 멍 때리던 루미온이 화들짝 놀랐다.
“아…… 예, 예!!”
너무 체력이 안 내려가니 현실감이 떨어져서 잠시 잊고 있었다.
지금 싸우고 있었잖아.
스킬 쿨이 다 돌아와 있었다.
루미온은 다시 마법을 난사했다.
퍼어엉! 퍼벙!
신고하느니 마느니 하며 패닉한 적을 맞히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더블 킬!]결국 루미온을 죽이려던 둘은 사이좋게 나란히 뻗어 누웠다.
-와우!
-루미온 더블킬ㅋㅋㅋㅋ
-난리났다
-크~ 이제 템 사오면 겜 터지죠?
-또블킬ㅋㅋㅋㅋ
이때부터 게임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갔다.
적들은 부활해서 돌아올 때마나 아몬드에게 죽어야만 했고…….
[승리!]결국, 게임 시작 13분 만에 적들은 만장일치로 항복해 버렸다.
게임이 끝난 후, 적 서포터가 한마디 했다.
“망나니 용사 새끼 게임 좃같이 하네. 그런 사기캐 노말 겜에서 하면 좋냐?”
욕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릴의 세계에선 극상의 칭찬이었다.
-극찬 ㄷㄷ
-릴계의 노벨상ㅋㅋㅋ
-사실상 연말 시상식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명예지.
-포아너! ㅋㅋㅋㅋ
-아몬드, 노벨 게임상 수상! 게임 좃같이 하네!
* * *
“아니.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타코는 이 말을 밖으로 흘리려 했던 게 아니다.
그냥 저절로 튀어나왔다.
마치 딸꾹질처럼,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13분 동안 폭풍처럼 싸워댄 아몬드의 플레이는 그만큼 놀라웠다.
‘두 판째에는 완전히 감을 잡아버렸잖아?’
두 번째 판은 마치 사나 장인의 플레이를 보는 듯했다.
아니, 장인이라는 말은 조금 핀트가 다르다.
‘그간 봐오던 사나의 플레이가 아냐.’
아몬드의 사나는 ‘특별’했다.
보통의 사나는 최후방에서 싸운다. 긴 사거리와 낮은 체력 등.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많다.
아몬드도 초반엔 같았다. 서포터를 앞세워서 힐에 집중하는 플레이.
그런데 중반부턴 달랐다.
본인이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저게 사나여 망치 전사여 ㅋㅋㅋ
-거의 돌덩이인데?
-돌았다 진짜 개웃겨 ㅋㅋㅋ
굳이 공격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무조건 힐을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누구보다도 전투에 앞장섰다.
그리고 실제로 죽지 않았다.
그의 사나가 넣는 힐량은, 적의 딜량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타코 고향 오사카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타코야. 사나 개사기 캐 아니냐? 사나만 시켜라]느릿하고 우스꽝스러운 말로 재생되는 후원 목소리.
이런 말 나올 줄 알았다.
타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렇게 하는 게 쉬우면 다 사나 했지.”
이래서 이 게임의 프로가 힘들다.
훌륭한 플레이를 해내도 그게 화신 성능 덕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았다.
“사나 티어 평가를 볼까?”
촤르륵.
그는 익숙한 동작으로 릴 프로의 통계 사이트를 열어 보여줬다.
“봐. 2티어야. 2티어면 대회에서 조커픽으로 활용되거나, 카운터 픽 정도로 쓸 수 있긴 하지. 그런데 정말 개사기캐냐? 라고 물으면 절대 아니거든?”
-ㄹㅇㅋㅋ
-사나 해본 놈들은 알지
-사나가 사기캐? 집에 릴 없는 놈들임
시청자들은 충분히 모를 수 있기 때문에, 타코는 더 자세히 설명을 덧붙였다.
“사나는 빛의 화살이 사기야. 그림자 화살은 디버프가 좋긴 한데, 걸기까지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대미지도 약하지.”
빛의 화살.
이게 사나의 메인 무기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군과 자신에겐 힐을, 적에겐 대미지를 주니까.
이보다 더 불공평하며 무자비한 매커니즘은 이 게임에 드물다.
“문제는 빛의 화살이 무한이 아니라는 거지. 일단 화살 통에서 빛의 화살을 딱딱 꺼내야만 하는 것도 굉장히 열받는데. 개수도 없어. 그림자 화살을 타깃에 맞혀야 1개 생겨.”
-ㅋㅋㅋㅋㅋㄹㅇ
-화살 통에서 꺼내는 거 ㄹㅇ 개 킹받는 거 ㅇㅈ
-실수로 잘못 꺼낸 적 존나 많음ㅋㅋㅋㅋㅋ
-글고 보니 아몬드는 한 번 실수를 안 하네.
“자, 이거 봐. 이거 한 번만 삑사리 나도 그냥 죽는 플레이야.”
그러면서 타코는 아몬드의 리플레이 하나를 보여줬다.
게임 시작 약 7분 즈음.
아몬드가 미드 쪽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었다.
적의 모든 공격을 흘리거나 받아낸 후.
아슬아슬한 체력으로 계속 그림자, 빛을 번갈아 가며 맞혀 살아나는 장면.
“이 전투에서 그냥 게임이 끝났지? 근데 만약 여기서 아몬드가 화살 빗나갔으면 어떻게 됐을 것 같아?”
분명 멋있는 장면이었다만.
저 화살 중 하나라도 빗나가면? 사이클이 끊겨서 이도저도 아니게 되고 곧바로 죽어버릴 터다.
저기서 잘 큰 아몬드가 허무하게 죽어버리면, 역전 각이 나온다.
“엄청 위험한 플레이고, 동시에 리턴도 큰 플레이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그런 줄타기 플레이를 아몬드는 게임 내내 보여준 셈이다.
“비유하자면, 코인을 단타로 계속 쳐서 하루에 1억 정도 버는 플레이야. 할 수 있겠어?”
-놉
-ㅋㅋㅋㅋㅋㅋㅋ할 수 있을 리가
-코인 매드무비 씹ㅋㅋㅋㅋㅋㅋ
-타코인;;;
-타코야 아직도 못 끊었냐?!
-오우 비유로 들으니까 어질어질하네.
-난 봇 상대로도 못 할 듯. 번갈아 꺼내다가 삑사리 나서 연속으로 그림자만 쏘고 바로 아웃 ㅋㅋㅋ
-ㄹㅇ 봇 상대로는 겨우 하겠는데 에바임
[타코 고향 오사카 님이 2천 원 후원했습니다.] [설명 감사. 근데 아몬드 님 피드백 안 해? 벌써 다음 판 큐 돌리는데?]“……아?”
타코는 설명에 열을 올리느라, 아몬드에게 피드백을 해준다는 걸 잊었다.
“근데 이번 판은 피드백할 게 거의 없던데.”
아몬드의 이번 플레이가 운영적으로 완벽했던 건 아니다.
다만 그의 사나 플레이는 너무 독창적이어서 타코가 무어라 언질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만의 길을 찾아낸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은 보통 마스터 티어 장인들한테나 받는 느낌인데…….’
“피드백은 한 번에 쭉 하지 뭐. 이번 판은 솔직히 할 게 없어. 34킬 0뎃이 스코어인데, 뭘 더 말해.”
-하긴ㅋㅋㅋㅋ
-와 34킬ㅋㅋㅋㅋ
-배틀 라지에서도 막 50킬 하고 그러던데 여기서도 장난 없네
-레이팅이 낮아서 ㅋㅋ 애들이 아몬드를 감당을 못해.
“자. 다음 판 보자. 과연 3일 안에 30을 찍을지? 겨우 2판 한 거로는 모르잖아?”
릴은 연승 시 보너스 경험치가 크다.
아몬드는 그날 하루.
레벨 20까지 쾌속으로 나아갔다.
“하……?”
타코는 말이 안나왔다.
숨도 안 쉬고 9연승을 달리다니.
이후 피드백에서 칭찬 외에 다른 말을 더 할 수가 없었다.
‘운영까지 보완되고 있어…….’
“수고하셨습니다. 아몬드 님. 재밌었어요.”
타코는 피드백 방송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아몬드도 여기서 방송을 끝냈다.
타코는 한동안 멍하니 벤치에 앉아있었다.
-타코야 방송 안 하냐?
-너도 방종임? ㅋㅋㅋ
-어이 뭐 함!
“아. 방종한다. 가라.”
타코는 그 말과 함께 방송을 꺼버렸다.
“하아…….”
그리고 홀로 벤치에 앉아 디스월드가 만든 가짜 밤하늘을 올려본다.
비록 가짜 별이지만, 왠지 그는 저 별자리 중에 하나가 그 녀석일 거라고 느꼈다.
‘동욱아. 여긴 아직도 천재들이 드글거린다…… 네가 맞는 것 같기도해.’
속으로 그렇게 되뇐 그는 괜히 민머리를 한번 쓸어넘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의 앞에 드리우는 그림자.
“형님.”
그림자가 굵직한 목소리를 낸다.
“……뭐야. 준모냐?”
딸기슈터라고 불리는, 구준모다.
“예. 저도 마침 방송 끝나서요. 형님도 방금 끝났다는 소식 듣고 왔습니다.”
“그래? 난 이제 갈 건데.”
“아, 그렇습니까?”
타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탈로 향했다.
그런 그의 뒤에 대고 구준모가 물었다.
“형님. 원딜은 저죠?”